소설리스트

SSS급 랭커 회귀하다-178화 (178/500)

# 178

증폭의 보주 (3)

응축의 주문서, 그리고 방출의 마법진.

다행히 그 두 가지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모두 한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인 것이다.

문제는 그냥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인데 이것들은 모두 ‘시련’ 통과의 보상으로 얻을 수 있었다.

‘거지 같은 일이지.’

폭발의 대마도사 뱅.

그것은 놈이 남긴 유산들이었다. 자신의 후예를 위해 남긴 유산 말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그 시련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마법 계열이 아니고서는 어려웠다.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

로칸은 그것을 알면서도 폭발의 대마도사 뱅의 던전 앞에 섰다. 하프엘프 하이 마스터와 함께 시련에 도전할 준비를 했다.

“괜찮겠습니까 ”

그런 로칸이 걱정 어린 눈빛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프엘프는 기본적으로 마법과 정령에 재능이 있는 자들이니 마법사를 계속해서 선택해 전직하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시련을 통과할 승산이 있었고, 만능 보조인 정령들이 돕는다면 마법이 아니라도 시련에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에게 일을 맡기고 구경만 하는 것은 로칸의 스타일이 아니다.

시련에 도전할 기회는 한 존재 당 한 번뿐이었으니 이렇게라도 승산을 높여 볼 필요가 있었다.

“가시죠.”

로칸이 오히려 앞장서서 폭발의 대마도사 뱅의 던전으로 입장했다.

슈웅.

[폭발의 대마도사 뱅의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다섯 가지 시련을 모두 통과하면 폭발의 대마도사 뱅의 유지를 이으실 수 있습니다.]

[시련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입니다.]

[중도 포기는 가능하지만 재입장은 불가능합니다.]

[시련은 랜덤한 순서대로 진행되며 단 하나의 시련이라도 실패하면 이후 시련에 진입하실 수 없습니다.]

둘은 동시에 던전에 입장했지만 방 안에 존재하는 것은 로칸 혼자였다.

이 던전에 동시 입장 가능한 최대 숫자는 다섯. 만약 다섯이 동시에 던전에 입장한다면 각기 다른 한 가지씩의 시련을 받게 된다.

만약 모두가 성공한다면 로테이션되어 각 시련에 한 번씩 도전하게 되는데, 둘이 동시에 입장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응축의 시련과 방출의 시련에 걸릴 확률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

만약 혼자 도전한다면 확률이 5분의 1이 되지만 둘이 동시에 입장하면 4분의 1이 되는 셈인 것이다.

아주 운이 좋다면 동시에 응축의 시련과 방출의 시련에 걸려 한 가지 시련씩만을 통과하고도 원하는 바를 모두 얻어 낼 수 있었다.

[응축의 시련이 시작됩니다.]

‘빙고!’

그리고 로칸은 처음부터 응축의 시련을 마주했다. 만약 이것을 이겨 낼 수만 있다면 응축의 주문서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련의 방에 강력한 중력 마법이 펼쳐집니다.]

[응축의 힘을 다루기 위해서는 먼저 응축의 감각을 깨달아야 합니다.]

[도전자의 능력을 고려하여 초기 중력이 결정됩니다.]

[현재 중력 : 3G]

“흡.”

그러나 시련이 시작된 순간,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작과 동시에 중력 마법이 펼쳐지며 몸이 무거워진 것이다.

평소의 3배에 달하는 중력이 그를 짓눌렀다.

“이런 건가 ”

그러나 아직은 버틸 만했다. 3배 중력이라고는 하지만 경지에 오른 로칸의 근력이라면 이 정도 압박쯤은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이다.

[잠시 후, 중력 레벨이 상승합니다.]

하지만 마냥 여유를 부릴 수만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중력의 레벨이 올라가는 것이다.

드르르륵.

그리고 그때, 방의 구조가 변하기 시작했다.

절벽처럼 땅이 솟아오르는가 싶더니 그 밑으로 어떤 마법 장치가 나타났다.

푸욱푸욱.

그냥 걷기만 해도 땅이 푹푹 파였다. 그것을 참고 다가가자 마법 장치 옆에 적힌 어떤 문구가 보였다.

[바람의 힘을 최대한 응축시켜라. 그 폭발력이 너를 위로 데려다줄 것이다.]

‘위 ’

고개를 들자 보이는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절벽만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응축된 바람의 폭발력을 이용해 위로 쏘아지도록 만들어 놓은 모양이었다.

마법을 익히지 않은 로칸에게는 불가능한 미션.

그렇다면 여기서 포기를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로칸은 포기를 외치는 대신 이를 악물었다.

터억

솟아오른 절벽의 면을 더듬어 잡을 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읏차!”

맨손으로 절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중력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현재 중력 : 4G]

‘큭.’

그리고 잠시 후, 중력 레벨이 한 단계 상승했다.

무려 4배의 중력이 몸을 짓누르자 힘을 줄 때마다 따끔한 통증마저 느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절벽을 구성하는 물질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만한 힘에, 중력에 끄떡 않고 버텨 준다는 것.

로칸은 다시 힘을 주어 절벽을 타기 시작했다.

[힘이 1만큼 상승하셨습니다.]

“……뭐 ”

그렇게 몇 분쯤 더 올랐을 때, 로칸은 깜짝 놀라 잡고 있던 절벽의 귀퉁이를 놓칠 뻔했다.

훈련장에서 수련을 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능력치가 오른 것이다. 그저 몸을 움직이고 있을 뿐인데도!

“이것도 수련이라는 거냐…….”

대충 의심 가는 바는 있었다.

어떤 만화에서도 그러지 않나 특수 제작된 방에서 중력을 높이고 훈련을 하자 전체적인 육체 스펙이 크게 상승한다든가 하는 것 말이다.

이게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꺼운 마음으로 로칸이 절벽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민첩이 1만큼 상승하셨습니다.]

[체력이 1만큼 상승하셨습니다.]

그 후로도 능력치는 꾸준히 상승했다.

고도의 수련을 받는 것처럼, 몸에 흐르는 땀방울만큼 빠르게 능력치가 상승하고 있었다.

[중력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현재 중력 : 5G]

그리고 그 속도는 중력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욱 빨라졌다. 그만큼 근육을 혹사시킨다는 뜻이기도 했다.

로칸이 거의 정상까지 오른 것은 힘 수치가 6이나 올랐을 때의 일이었다. 나머지 능력치까지 더한다면 20에 가까운 능력치가 오른 셈이었다.

“후우, 좋았어!”

정상까지는 이제 한 번의 손짓이면 된다. 하지만 로칸은 그 마지막 순간에 손을 아래로 뻗어 다시 땅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런 꿀을 겉만 핥고 말 수는 없지.’

능력치를 아이템이나 타이틀 효과 이외의 방법으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이란 극히 드물었다.

그런 역할을 하는 포션도 있기는 하지만 일시적이거나, 최대 상승폭에 낮은 제한이 있었기에 이런 기회가 있다면 최대한 꿀을 빨아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힘은 들었지만 노가다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여차하면 버서크나 광풍 현신도 있고.’

정히 힘들어 못 올라갈 것 같으면 버서크나 광풍 현신을 사용하면 되었다. 몇 배나 뻥튀기된 힘이라면 이런 절벽쯤 금방 올라갈 수 있을 테니까.

거기까지 계산을 마친 로칸은 다시 집중해서 절벽을 내려갔다. 바닥에 발이 닿자마자 다시 절벽을 오르고 또 내려오기를 몇 번이나 계속해서 반복했다.

[힘이 1만큼 상승하셨습니다.]

[체력이 1만큼 상승하셨습니다.]

기분 좋은 시스템 알림은 그 후로도 몇 수십 번이나 더 들려왔다. 어쩌면 1백 번이 넘어가는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로칸이 그만 멈추고 싶다는 생각까지 몇 번이나 했을까.

그러면서 혹시 이게 광풍의 흔적을 찾아서를 완료할 방법은 아닐까도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아닌 듯싶었다.

[당신은 제한 시간 이상 응축의 시련을 버텨 냈습니다.]

[놀라운 업적! 응축의 감각을 깨닫고, 버텨 낸 당신의 인내에 감탄합니다.]

[타이틀 ‘쭈구리’를 획득합니다.]

[쭈구리][레어]

당신은 무수한 압박을 견뎌 낸 인내의 달인입니다.

[보유 효과]

-맷집 + 10

-체력 + 10

-모든 종류의 대미지 1% 감소

“이게 무슨…….”

마치 조롱하는 듯한 타이틀 획득에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타이틀 삭제를 할 수는 없었다. 능력치 상승도 상승이지만 모든 종류 대미지 1% 감소는 의외로 크게 체감 될 수 있는 부분이니까.

[시련의 통과 보상으로 응축의 주문서를 획득하셨습니다.]

[다음 시련에 바로 도전하시겠습니까 Y / N]

어쨌든 이것으로 응축의 주문서는 획득 완료. 잠시 휴식을 취한 뒤, Y를 터치해 다음 시련의 방으로 접어들었다.

[명중의 시련이 시작됩니다.]

[제한 시간 내에 과녁을 모두 쓰러뜨리십시오.]

[단, 과녁은 일정 수준 이상의 충격을 받았을 때만 쓰러집니다.]

[제한 시간 : 29분 59초]

“하, 하하…….”

다음 시련은 명중의 시련이었다.

방출의 시련이 아닌 것이 아쉬웠지만 설명을 듣자 로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건 마치 자신에게 떠먹여 주는 시련 같지 않은가

과녁은 엄청나게 작았고, 그만큼 작은 과녁을 정확하게 맞히기 위해서는 대단한 컨트롤과 충분한 마법력을 싣기 위한 마나 응축의 요령이 필요하겠지만 로칸에게는 치트 키가 있었다.

‘삼라만상을 꿰뚫는 눈.’

만만치 않은 투척 무기 명중률을 지닌 로칸에게 명중률을 대폭 보정해 주는 아이템까지 있으니 이건 실패하는 것이 우스울 지경이었다.

“폭격.”

때문에 로칸은 아예 폭격의 힘까지 실었다.

자신의 근력이라면 그냥 던져도 충분할 것 같긴 하지만 시련이 원하는 위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도 알 수 없었고, 그 역시도 한번 실험을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후우우웅!

열 개나 되는 손도끼가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거의 동시에 날아갔다. 도끼날 끝으로 맞춰야 겨우 맞힐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과녁을 향해 거침없이 쏘아졌다.

터엉! 텅! 텅! 텅! 텅…….

그 결과, 동시에 아홉 개나 되는 과녁이 넘어갔다. 아쉽게도 하나가 살짝 빗나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엄청난 성과였다. 마법적 효과가 발휘된 공간이라서인지 폭격의 폭발 효과가 발동하지 않았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아마 폭발형 대미지까지 들어갔다면 열 개가 아니라 그 이상도 넘어갈 수 있었겠지.

“스로잉.”

자신감을 얻은 로칸은 연이어 스로잉까지 사용해 과녁들을 넘겨 댔다.

과녁의 숫자는 총 스무 개.

스로잉과 폭격을 연달아 사용하자 금세 시련의 과제인 스무 개 과녁 넘기기가 완료되었다.

[시련의 통과 보상으로 집중의 주문서를 획득하셨습니다.]

[다음 시련에 바로 도전하시겠습니까 Y / N]

이 정도는 몸 풀기도 되지 않는다. 로칸은 즉시 예스를 터치하고 다음 방으로 넘어갔다.

[방출의 시련이 시작됩니다.]

[응축된 에너지를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방출하십시오. 단, 타이밍을 맞추지 못할 시 대미지를 입게 됩니다.]

[현재 성공 횟수 : 0 / 10]

“흐음…….”

드디어 선택된 방출의 시련.

그러나 뭔가 좀 애매했다. 타이밍에 맞춰 힘을 방출 시켜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대미지를 입는다고

척 봐도 평범한 난이도는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어쩔 수 없군. 들이받아 보는 수밖에.”

방출의 시련은 기본적으로 마력구에 모이는 마탄을 방출시키는 것을 골격으로 했다.

마탄을 스스로 모으는 것이 아닌 자동으로 모아지는 마탄을 방출하기만 하면 되는 형식이지만, 잘못된 타이밍에 시도했을 때 입을 수 있는 대미지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마력 응축이 시작됩니다.]

고민할 새도 없이 시련이 시작되었다. 마력탄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만약 로칸이 마법사였다면 구체에 손을 올려 한계와 속도, 마력 구성에 대해 파악할 수도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고난도의 마력 컨트롤을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방출’을 시도할 수 있을까. 마력 구조를 이해하고 그 틈에 힘을 찔러 넣는 것이 보통 어려운 작업은 아닐 텐데.

로칸의 해법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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