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랭커 회귀하다-176화 (176/500)

# 176

증폭의 보주 (1)

[영혼 수집가의 권능][에픽]

영혼의 힘을 쥐어짜 이적을 발휘할 수 있는 영혼 수집가의 권능이 담긴 반지

-영혼 수집 : 4,371 / 10,000

-사냥한 영혼을 수집할 수 있다.

-자신보다 20레벨 이상 낮은 영혼은 수집할 수 없다.

-수집한 영혼을 소모하여 이적을 발휘할 수 있다.

-이적 [강화] : 소모 영혼 100

-이적 [영혼의 시계 되감기] : 소모 영혼 1,000

-이적 [영혼 군단] : 소모 영혼 5,000

-이적 [초월 각성] : 소모 영혼 10,000

“이 빌어먹을 인간 놈이……!”

로칸이 선택한 아이템을 확인한 언데드 하이 마스터의 눈에 귀기가 일렁거렸다. 선택해도 하필 이것이라니……!

다른 아이템들도 그가 아끼고 아끼는 것이지만 이것은 좀 더 특별했다.

다른 아이템의 경우 종족 제한의 착용 조건이 걸려 있지만 이것은 착용 제한이 걸려 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무려 4,371개의 영혼을 모아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로칸에게 그 영혼이 고스란히 넘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장비 착용을 해제하는 순간 반지 안에 모인 영혼들은 모두 해방될 테고, 로칸은 다시 처음부터 영혼을 모아야만 하겠지.

그러나 곧 5천 개의 영혼을 모아 [영혼 군단]을 소환할 수 있던 상태였기에 분노는 깊을 수밖에 없었다.

영혼 군단을 사용하면 반지 안에 머물던 영혼들 중 1천 개가 랜덤하게 선택되어 자신의 군단이 되는 것이다.

마스터 레벨 몬스터만 나오더라도 자신은 붉은 십자군과 같은 전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다른 것을…….”

“…….”

그런 탓에 놈이 힘겹게 입을 열어 봤지만 로칸은 단호했다. 가만히 놈을 노려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젠장!”

그렇게 무언의 실랑이 끝에, 언데드 하이 마스터가 울며 겨자 먹기로 반지를 빼어 부들거리는 뼈다귀로 로칸의 손에 그것을 얹어 놓았다.

끼아아아.

그와 함께 수천의 영혼이 일시에 해방되는 소리가 들렸다.

반지에 묶여 있던 영혼들이 원래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

이로써 어딘가의 사냥터에는 급속도로 리스폰되는 몬스터가 증가하겠지.

‘흐흐흐!’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로칸은 실실거리며 제 손 안에 들어온 반지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수확을 건졌군.’

다른 이들에게서 뜯어낸 아이템도 하나같이 유니크 또는 에픽 등급이었지만 로칸은 특히 이것이 마음에 들었다.

능력을 강화시키는 강화나 모든 스킬 쿨 타임과 후유증을 리셋 시키는 영혼의 시계 되감기, 일천의 수하들을 만들어 내는 영혼 군단도 대단히 좋은 스킬들이었지만, 1만 개의 영혼을 모았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초월 각성이야말로 진짜였다.

일정 시간 동안 한 단계 위 등급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마스터 레벨이 아니라 하이 마스터였다면 고대 황제와 일대일도 겨뤄 볼 수 있었을 텐데…….’

마스터 레벨이라면 하이 마스터가, 하이 마스터라면 그랜드 마스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스킬까지 자동으로 습득할 수 있었다. 일반 스킬들은 최대로 강화되고, 만약 하이 마스터로 초월 각성하게 된다면 추가 슬롯을 얻어 마스터 스킬까지 즉시 조합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스킬북도 필요 없이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1시간이라는 제한 시간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면 적어도 전투 한 번은 충분히 치르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한 번에 모아 놓은 모든 영혼을 털어 내야 한다는 문제는 있지만, 사용자가 로칸 자신이라면 어떤 전투든 확정적인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영혼 군단만 해도 마찬가지이긴 하겠지만…….’

그건 상황에 따라 판단해도 되겠지. 1천의 마스터라는 것은 지금 보는 것처럼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니까. 원한다면 쿠데타도 가능하다는 소리다.

‘여기가 끝은 아니니까.’

그러나 로칸이 보는 것은 더 위였다.

중앙 대륙에서 만족한다면 1천의 마스터 군단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겠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면 고작 마스터 레벨, 혹은 하이 마스터 정도에 멈춰서는 안 되었다.

그것을 알기에 반지를 손가락에 고이 꽂아 두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제 어떻게 할 거지 고대 황제의 수준이…… 갑자기 올라갔던데 말이야.”

“맞아요. 이성을 잃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힘이었어요. 어쩌면 그것이 원래 고대 황제가 가진 힘일 수도 있겠지만 중간에 그 빛은…….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 이후 아예 다른 사람이 됐죠. 적어도 우리보다 한 수 이상은 높은 실력이 됐어요.”

“그랜드 마스터……. 그게 가능하긴 한 거였군. 우리 로드도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려면 아직 한참이나 걸릴 텐데.”

다행히 이전처럼 내가 맡겠다, 마스터 스킬의 쿨 타임만 돌아오면 충분히 처치할 수 있다 따위의 소리를 하는 이는 없었다.

상대는 좀 강한 하이 마스터 정도가 아니라 그랜드 마스터. 아예 격이 다른 존재였으니까.

그것은 마스터와 하이 마스터의 차이보다도 압도적으로 큰 격차였다.

“…….”

그렇게 침묵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하루만 지나면 마스터 스킬의 쿨 타임은 돌아올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대 황제의 분노와 응징은 계속되고 있지만 8 대 1로 싸워도 개죽음밖에 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뭔가 다른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놈은…… 약점이 없었다.”

삼라만상을 꿰뚫는 눈으로 이미 약점 간파를 사용해 보았던 것인지 트롤 하이 마스터가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약점이 없는 존재. 그런 존재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모두가 침음하는 가운데, 로칸이 입을 열었다.

“방법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일단 놈을 파워 업 하게 만든 힘이 어떤 것인지는 짐작이 가니까요.”

“힘 ”

“예. 그건 타락의 힘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들어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조사단이 요즘 중점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죠.”

“타락의 힘이라……. 확실히 들어 본 적 있는 것 같군.”

“몬스터를 강화하고 폭주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했던가 일정 수준 이상부터는 그 힘을 몸에 담는 것뿐만 아니라 갈무리하여 제어할 수 있다고 들었다.”

“조사단이라……. 우리 검은용군단 쪽에도 비슷한 연구를 하는 집단이 있다고 들었던 것 같다.”

좀 전의 사건 덕분에 로칸의 발언력은 많이 올라간 상태였다.

모두가 로칸의 입에 주목했고, 각자가 알고 있는 것을 늘어놓았다.

크게 도움이 되는 정보는 아니지만 주의를 집중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에는 성공한 것이다.

“맞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힘을 없애거나 흩어 버리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정말인가 무슨 수로 ”

“아직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조사단을 먼저 가 보도록 하죠. 그동안 모인 정보를 토대로 해법을 찾아냈을지도 모르니.”

“흥, 결국 당장 아는 건 없다는 소리군.”

언데드 하이 마스터가 다시 한 번 태클을 걸었지만 어린아이의 치기 어린 투정처럼 들을 뿐, 아무도 동조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따로 알고 있는 정보가 있긴 하지만 확신할 순 없으니 일단 정보부터 모아 보죠. 검은용군단 측에서도 같은 작업을 해 봐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타락의 힘을 흩어 내기라도 해서 고대 황제를 이전과 같은 상태로 만들 수만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겁니다.”

“좋다. 그러지.”

“뭐 해 어서 서둘러 움직이자고. 여차하면 어느 종족이든 수도가 박살 날 수도 있어!”

이 정도까지 이야기하자 다음 진행은 일사천리였다.

각 진영에 속하는 하이 마스터들이 흩어져서 조사를 시작했고, 로칸은 하프엘프, 노움, 드워프 하이 마스터들과 함께 조사단 건물로 쳐들어갔다.

“헉!”

“저게 누구야 ”

“하이 마스터들이잖아 저들이 여기엔 왜…… ”

씩씩거리지는 않았지만 하이 마스터들이 굳은 표정으로 들이닥치자 내부 분위기는 꽤나 어수선해졌다.

각 종족의 유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데다 신속하게 안쪽 까지 들이닥치니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이다.

“여기 책임자 불러!”

성격 급한 드워프 하이 마스터였다.

아무리 다국적 조사 단체에 여러 특권을 지닌 조사단이라지만 각 종족에서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리를 지르는 데 조용히 하라거나 나가라고 감히 말을 꺼낼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곧 안까지 소식이 전해지고, 조사단 소속인 로칸조차 현생에서는 본 적 없는 총책임자가 튀어나왔다.

“어쩐 일로…….”

저자세를 취하는 그의 모습에 로칸은 새삼 사는 게 다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드워프 하이 마스터가 자신에게 시선을 옮겼기에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타락의 힘에 대한 연구 성과를 듣기 위해 왔습니다.”

“타락의 힘이요 음, 당신은…….”

총책임자는 로칸과 같은 마스터 레벨이었다. 그 때문인지 로칸을 보고 조금은 안색이 풀린 모습이었지만 이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으음, 그것은 그렇게 쉽게 공개할 수가…….”

모든 일에는 절차와 권한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아무리 하이 마스터라 해도 모든 정보를 쉽게 내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듯 난처하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연락해 보시죠.”

하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이곳에 모인 네 명에게는 각 종족을 대표하는 전권이 부여된 상태. 연락 한 통이면 그들에게 자료를 공개 할 의무가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총책임자인 노움이 실실거리며 다시 허리를 굽히고 찾아왔다.

“이쪽으로 오시죠.”

보안은 철저했다. 극비에 해당하는 사항인 만큼 몇 번이나 마법진을 이용하고, 보안 주문을 해제하고 나서야 ‘연구실’에 입장할 수 있었다.

“우리는 타락의 힘을 없애거나 흩어 버릴 수 있는 방법을 원한다.”

“그, 그렇군요. 잠시만…….”

가만히 있다가는 히스토리부터 구구절절한 설명이 이어질 것 같았는지 드워프 하이 마스터가 못을 박았다.

그러자 총책임자가 연구원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더니 하프엘프 연구원 한 명을 데리고 왔다.

“수석 연구원인 하프엘프 이리넬입니다.”

“소개는 됐고, 방법만.”

“음, 일단 방법은…… 있습니다. 최근 발견된 연구 결과죠.”

“그게 뭐지 ”

“타락의 힘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파괴와 혼돈, 공포, 분노 등을 추출하며 만들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 힘을 부여받은 몬스터들도 폭주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거나, 성정이 포악해지는 것이죠.”

“결론만.”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제어하거나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면 됩니다.”

이리넬은 기분이 상했는지 말을 자르는 드워프에게 눈을 살짝 흘겼지만 곧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또한 만족스러운 답은 아니었다.

때문에 또다시 뭐라 하려 하자 그제야 그녀는 원하던 답을 내놓았다.

“바드들이 평화의 연주를 장시간 들려주거나, 강력한 현혹 주문을 사용하거나 정화의 힘을 사용해 타락의 힘 자체를 정화해 버리는 것이 그것이죠.”

방법은 총 세 가지였다.

그러나 처음의 두 가지는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먼저 평화의 연주는 장시간 들어야 하는 데다 연주가 멈추기 전까지만 한정적으로 무장해제를 시키는 것이었고 공격을 받는 순간 그마저도 풀려 버린다.

두 번째인 현혹 주문은 그랜드 마스터급인 고대 황제에게 통하는 수준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선 적어도 수백의 마스터가 같은 주문을 사용해야 했고, 캐스팅 시간 또한 엄청나게 길어야 할 터였다.

대신 통한다면 확실히 빈틈을 만들어 낼 수 있겠지.

다만 발동하기도, 맞추기도 무진장 어렵다는 것이 문제였다.

‘원래 이 타이밍에 제작되는 아이템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은 마지막 하나였다.

타락의 힘을 정화하는 것.

로칸이 기억하고 있는 정화의 보주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가장 좋은 것은 타락의 힘을 정화하는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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