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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랭커 회귀하다-168화 (168/500)

# 168

좀비 삼인방 (3)

히트 앤 런.

강한 상대, 강한 집단을 상대로 할 때 가장 정석적인 전략이 로칸의 마스터 스킬과 만나자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켰다. 광풍 현신 한 번에 무려 수십의 붉은십자군을 때려잡은 것이다.

마스터 레벨에 오르기 전, 로칸이 고작 두셋을 잡는 것조차 힘들어했음을 생각하면 엄청난 일이었다.

단순히 계산해도 이대로 몇 번만 더 반복하면 적어도 붉은십자군은 쓸어버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물론 하이 마스터인 붉은 근위병들이 언제 개입하느냐에 따라 잡을 수 있는 숫자는 달라지겠지만 밋티와 하멜, 폴텐만 계속해서 잘해 준다면 며칠 안에도 붉은십자군은 끝장낼 자신이 있는 로칸이었다.

‘경계는 더 심해지겠지만……. 반대로 이쪽도 파워 업이 가능하지.’

습격이 거듭될수록 크로노와 붉은 근위병, 붉은십자군의 경계도 더 강해질 테고 점점 시간을 끌기 어려워질 테지만 이쪽도 매 전투마다 크게 강해지니 괜찮았다.

붉은십자군 1기당 레어 아이템 하나. 그것도 선택 가능한 레어 아이템이라는 것은 아주아주 큰 혜택이었다.

“일단은 생존력 강화에 써야겠지.”

로칸은 그 보상들을 몽땅 하멜과 밋티, 폴텐의 강화에 쏟아부었다. 소모한 앱솔루트 바리어도 채워 넣어야 했고, 그 밖에 이전의 전투를 토대로 부족한 능력들을 채워 넣었다.

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긴 했어도 원하는 바를 정확히 짚어 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로칸이 누군가 한번 들으면 그들에게 필요한 옵션이 무엇인지 그들 본인보다 잘 파악해 냈다.

‘이것보단 저게 낫겠군.’

심지어 그들이 알지 못하는 옵션까지 찾아내 던져 주었으니 그들로서는 실망시키지 않도록 능력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그리고 정확히 1시간 후, 광풍 현신의 쿨 타임이 돌아왔을 때 그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여 크로노의 위치를 파악하고 다시 한 번 습격을 도모했다.

“캬아아악! 죽여 버리겠다!”

패턴은 똑같았다. 밋티와 하멜이 온갖 소모품을 동원해 크로노와 붉은 근위병의 시선을 끌고, 폴텐이 보조한다.

그렇게 죽기 살기로 생존과 어그로 획득에 최선을 다하는 사이 로칸은 광풍 현신으로 붉은십자군의 사이를 휘저으며 최대한 많은 숫자를 파괴하는 것이다.

개중에는 미처 파괴까지 하지 못하고 반파 정도에 그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극히 일부 유저를 제외하고는 감히 그것들을 노려 빼먹으려 하지 않았다. 자칫 로칸에게 밉보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차피 적대 진영이긴 하지만 마스터 레벨에 오른 것이 확실해 보이는 로칸이 작정하고 덤벼든다면 사냥도 제대로 다니기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

‘그래, 소나기는 피해야지.’

로칸도 그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보았다. 당장 검은용군단 상위 길드 전부가 덤벼도 광풍 현신 지속 시간 동안은 밀리지 않을, 아니 모조리 씹어 먹을 자신 있는 그였으니까.

황금사자 진영이면 말할 것도 없고, 검은용군단이라 해도 자신이 찍어 놓은 몹을 스틸한다면 아주 질리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그나마 용인되는 것은 로칸이 보지 못하는 사이 부상당한 붉은십자군을 빼먹는 정도일까, 보는 앞에서 스틸을 시도한다면 그 순간 종족에 관계없이 몬스터와 같은 취급을 당할 터였다.

그렇게, 붉은십자군을 독식하며 수를 야금야금 줄여 가는 전투를 몇 번이나 진행하자 이제 붉은십자군의 숫자는 2백 마리도 채 남지 않았다.

“제길, 후퇴다!”

그렇게 숫자가 줄어들자 로칸들의 게릴라전도 슬슬 효과를 보기 어려워졌다. 밋티와 하멜, 폴텐이 버티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붉은십자군의 변고를 알아차리고 크로노나 붉은 근위병들이 개입하는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덕분에 로칸조차도 처음 습격을 제외하면 놈들을 쓸어버리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하이 마스터급인 붉은 근위병 하나까지는 어떻게든 감당하며 싸우겠지만 둘 이상 붙으면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죽어 줄 필요는 없지.’

물론 죽음이 두려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붉은십자군 몇을 더 잡자고 굳이 목숨을 내놓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었다.

다른 마스터 스킬과 달리 쿨 타임이 짧은 광풍 현신이니 차라리 여러 번 부딪쳐 갉아먹는 편이 나은 것이다.

때문에 로칸은 셋에게 후퇴 명령을 내리고, 잠시 시간을 끌다가 도주했다.

“이제부터가 진짜로군.”

붉은십자군의 숫자는 이제 처음의 5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차피 적의 진짜 전력은 크로노와 열 명의 붉은 근위병들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슬슬 때가 된 것 같은데…….”

그리고 때마침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고대 황제 크로노의 육신이 과도한 힘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균열을 일으킵니다.]

[고대 황제 크로노의 경지가 강제로 낮아집니다.]

“좋군.”

크로노가 그랜드 마스터라는, 도저히 비벼 볼 수 없는 경지에서 한 단계 내려온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 종족의 NPC들이, 하이 마스터들이 나서 볼 수 있을 터였다.

“박 터지겠는데 ”

몇 번쯤 더 갉아먹으려던 로칸의 계획이 변경되었다.

그가 붉은십자군의 숫자를 더 줄인다면 NPC들이 나서기 더 쉬워질 테지만 그러면 그것대로 문제가 생긴다.

누가 그들을 잡아먹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유저들만큼의 전리품을 획득할 수는 없지만 고대 황제와 붉은 근위병의 시신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연구 자료이고, 그것을 수습하는 것만으로 고대 마도의 정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그것을 통해 자신의 종족이 가진 숙원을 풀어내는 것이 한참이나 앞당겨질 수도 있었다.

그러니 인간족이 아닌 그 누구라도 탐낼 수밖에.

“하나 정도는…… 해 먹을 수 있으려나 ”

그렇기에 로칸도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딱 한 마리.

크로노가 아닌 붉은 근위병 한 마리를 잡아먹는 것이면 만족했다.

물론 각 종족에서도 하이 마스터급이 나올 테니 막타만 치기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제법 많을 터였다.

“쩝. 처음부터 너무 헬 게이트를 연 것 같군.”

이제 와서 살짝 후회하는 로칸이었다.

인간 종족 퀘스트는 여덟 종족 퀘스트 중에서도 꽤나 상위에 위치한 고난이도 퀘스트였으니까.

사실 지금 풀려서는 안 되는 수준인 것이다.

그 증거로 로칸을 제외한 나머지 유저들은 거의 유효한 타격을 입히지 못하고 있지 않나

제대로 방어에 성공한 거점조차 하나 없을 지경이니 얼마나 오버 밸런스 이벤트인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수확은 있겠지.”

하지만 그것이 마냥 손해이고 실수인 것만은 아니었다. 타락 웨이브에 이은 고대 황제의 부활로 양 진영이 엉망진창 박살 나기는 했지만 그렇기에 또 다른 분기점이 열린 것이다.

“곧 전쟁이 시작되겠군.”

제2차 종족 전쟁.

고대 황제 크로노와 그 군세가 사라진 뒤, 힘의 균형이 무너진 틈 상태가 계속 유지될까 서로가 힘을 차릴 수 있도록 사이좋게 지켜보기만 할까

그럴 리가. 전생에서도 벌어졌던 대전쟁이 좀 더 빠르게 다가올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와 같은 전쟁 상황은 로칸이 가장 반기는 일이기도 했다.

[황제가 당신을 호출했습니다. 6시간 이내에 황궁으로 이동하십시오.]

“응 ”

그때, 로칸에게 어떤 알림이 나타났다. 황제의 호출 때와 마찬가지로 개인 알림이 나타난 것이다.

이 시점에 황제의 부름이라

대충 예상되는 바가 있었기에 로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밋티와 하멜, 폴텐에게 양해를 구한 뒤, 광풍 현신의 후유증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황제를 알현합니다.]

[모든 무기 장비가 자동 해제됩니다.]

[황제와 알현 중 강제로 장비를 착용할 경우 반역으로 몰릴 수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황궁으로 이동하자 저번과 마찬가지로 그를 맞을 채비가 끝나 있었다. 무기가 자동으로 착용 해제되고 황실 근위병들이 황제의 옆에 도열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레갈리아 백작은 고개를 들라.”

가볍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다하자 황제가 로칸을 불렀다.

그간 마음고생이 많았는지 이전에 비해 수척해진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고대 황제의 폭주로 인해 황금사자 진영 내부에서 엄청난 비난과 압박을 받았을 것이 분명했다.

정치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상당한 부담이 되었을 터.

만약 절대왕정을 펼치고 있지 않았다면 자리와 권위마저 위태로워질 만한 일이었기에 표정이 좋을 리 없었다.

“내 그대를 부른 것은 그대에게 특별한 임무를 맡기기 위함이다.”

“하명하십시오.”

그것을 알기에, 또 그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것 같았기에 로칸은 흔쾌히 답을 했다.

그리고 거두절미하고 예상했던 그 이야기가 나왔다.

“앞으로 사흘 후, 종족 대회의가 있을 예정이다. 그 자리에 그대가 가 주었으면 한다.”

‘예상대로군.’

종족 대회의. 그것은 황금사자 진영과 검은용군단 진영을 나누지 않고 여덟 종족 모두가 모이는 회합을 뜻했다.

종족과 진영을 막론하고 함께 해결해야 하는 중대 과제가 있을 때만 개최되는 회합이지만, 실제로 열린 것은 지난 종족 대전 이후 처음이었다.

그동안은 휴전 협정을 맺을 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적어 넣은, 명목상의 조항일 뿐이었다.

“가겠습니다.”

“……아마 그대로서는 많은 부족함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 모이는 자들은 최소 하이 마스터의 경지일 테니까.”

황제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심각하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로칸이 마스터 레벨에 올랐고 오르자마자 무시무시한 마스터 스킬을 개발해 단신으로 붉은십자군에 큰 타격을 입히기도 했지만 마스터와 하이 마스터 간에는 엄청난 갭이 있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들 하겠지.’

그러나 로칸의 생각은 달랐다. 하이 마스터가 되면 마스터 스킬을 무려 하나 더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수백의 추가 능력치도 얻을 수 있지만 광풍 현신을 사용한 상태라면 그 역시 일대일로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어렵겠지만 적어도 하이 마스터 중급 정도까지는 비벼 볼 수 있다는 것이 냉정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어디 모두의 생각이 같을 수 있으랴. 로칸의 활약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황제조차도 그를 보내는 것이 완전히 미덥지는 못한지 짐짓 심각한 표정을 풀지 못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그대를 보내는 이유는 하나다. 우리는 지금 전력을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분께서 쓰러지고 난 뒤, 우리 인간들의 세력과 발언권이 약해질 것은 자명한 일. 그것을 알기에 나는 다른 하이 마스터를 희생시킬 수 없다. 그대가 그것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어렵게 이야기했지만 결국은 로칸이 죽어도 되기 때문에 부려 먹는다는 소리였다. 죽어도 다시 되살아나는 방문자이니까.

자칫 하이 마스터라 해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전장에 몇 안 되는 NPC 하이 마스터를 보내는 것은 종족 전체의 입장에서 리스크가 너무 컸다.

가뜩이나 이번 일을 통해 세력이 위축될 것이 자명한 인간족이었으니 힘이라도 아껴 두어야 그나마 목소리를 낼 수 있을 터였다.

“맡겨 주십시오. 폐하와 종족 전체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로칸은 자신감을 내비치며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올려붙였다.

조금 기분 상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가 원하던 전장이 열린 것이니까, 고작 자존심 때문에 일을 그르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짐이 그대에게 큰 짐을 지우는구나. 만약 이번 일만 잘 마무리한다면 그대에게 후작의 위를 내리도록 하겠다. 그리고…….”

“충!”

게다가 황제는 미안했는지 후작의 위까지 약속했다. 백작에서 후작으로 오르려면 아직 한참이나 걸릴 것으로 생각을 했는데, 성공만 한다면 엄청난 이득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무리 짐의 의중이 그렇다 해도 다른 종족들에게 인간이 얕보일 수는 없지. 그대에게 마스터급의 장비들을 하사하겠노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씨익.

로칸의 입가에 긴 호선이 그려졌다. 물량이 부족해 돈이 있어도 제대로 된 것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 마스터급의 장비인데 그것을 하사하겠다고 명색이 황제가 내리는 것이니 고작 한 파츠 정도가 아닐 터였다.

아마도 풀 세트.

무기 교체와 조합, 생성 스킬 개편에 이어 또 한 번의 파워 업이 이루어질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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