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랭커 회귀하다-165화 (165/500)

# 165

광풍의 전설 (3)

“흐흐흐흐흐흐!”

레밍턴 영지의 던전 내부에 홀로 들어온 로칸이 미친놈처럼 웃기 시작했다.

그의 주변은 초토화. 그 말로도 부족할 만큼 처참한 상태였고, 몬스터들은 잔해조차 남기지 못하고 파괴된 상태였다.

그뿐만 아니라 로칸의 모습도 어딘지 이상했다. 금빛과 적빛이 피부를 타고 흐르는 가운데, 착시가 아닐까 싶을 만큼 그의 몸집이 부풀어 있는 것이다.

마치 전설 속의 거인족, 타이탄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크고 우람한 모습이었다.

[광풍 현신의 지속 시간이 종료하였습니다.]

[앞으로 1시간 동안 재현신이 불가능합니다.]

[광풍 현신의 후유증으로 모든 능력치가 20% 감소합니다.]

“좋았어. 생각보다 잘 빠졌군.”

원래의 모습으로 쪼그라들 듯 돌아온 로칸은 어쩐지 기운이 빠진 모습이었지만 눈빛만큼은 살아 있었다.

마스터 스킬.

의도했던 그대로의 모습뿐 아니라 광전사 길드 마스터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기반으로 스토리와 몇 가지 스킬을 더 보강하자 기대 이상의 스킬이 튀어나온 것이다.

이름하야 광풍 현신.

광풍이라 불렸던 어떤 존재를 형상화한 스킬이었다.

정말 빙의 같은 주술 스킬이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믿을 만큼 충분히 강력했다. 광전사 스킬뿐 아니라 온갖 패시브 스킬과 버프 스킬, 방어 주문과 주술들이 총망라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최대 생명력이 크게 오르는 것은 물론 모든 공격력과 방어력이 극단적이라 할 만큼 상승했다. 그런 것이 무려 30분이나 유지되었다.

이 정도면 이미 마스터의 수준이 아니었다. 하이 마스터나 붙어야 좀 싸움이 될까. 그렇게 거만할 수 있을 만큼 로칸의 마스터 스킬이 가지는 위력은 절대적이었다.

“스킬 개편도 이만하면 괜찮은 것 같고.”

거기에 새로운 생성 스킬과 조합 스킬도 그럴싸하게 만들어졌다. 광전사의 빈약한 스킬을 다른 직업 스킬로 커버하며 위력을 높이고 활용도를 높인 것이다.

그렇게 대대적인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이루어 낸 로칸의 표정에 득의의 미소가 걸렸다. 그 모습이 마치 어떻게 괴롭혀 볼까 고민하는 악동과도 같았다.

* * *

“제법인데 ”

다시 돌아온 로칸은 먼저 전황을 살폈다.

던전 내부에서도 바깥의 상황을 살필 수는 있었지만 그럴 정신이 없을 만큼 온 신경을 마스터 스킬과 조합, 생성 스킬을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한 것이다.

그리고 사이 크로노와 붉은십자군에게 함락당한 거점은 황금사자 진영과 검은용군단 진영을 합쳐 벌써 사십여 개 쯤 되었다.

그러나 로칸이 내뱉은 감탄은 크로노와 붉은십자군이 아니라 유저들을 향한 것이었다.

“미래가 바뀌긴 했지만 결국 난놈들은 어떻게든 강해진다, 이건가 ”

놈이 마구잡이로 거점만을 짓밟았다면 마흔 개가 아니라 1백 개도 박살이 났을 테고 궁지에 몰린 각 종족의 최강자들이 전면에 나섰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놈이 사냥터 등을 습격하거나 서브 퀘스트를 받은 유저들이 유인을 하면서 예상보다는 적은 숫자가 함락된 상태였다.

“6백에서 7백 마리라…….”

그리고 붉은십자군의 상태 또한 썩 좋지 않았다.

로칸이 혼자 해치운 숫자만 거의 1백에 가깝기는 했지만 자리를 비운 사이 남은 숫자는 대략 6백에서 7백 기 정도. 그렇다는 것은 유저들과 NPC들이 붉은십자군을 2백 기 이상 때려잡았다는 소리였다.

아직 상위권 유저 평균 레벨이 기껏해야 270 정도 밖에 되지 않음에도 말이다. 아니, 이제 조금 더 올랐으려나

“타락 웨이브 덕이라고 봐야 할까 ”

로칸은 그 이유를 타락 웨이브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가 타락 웨이브를 격파해 경험치와 아이템을 듬뿍 담은 타락한 몬스터를 샅샅이 흩어 버리면서 상위권 유저들의 레벨과 아이템 수준이 올라간 것이다.

거기에 강화석까지 풀렸으니 돈은 들지언정 전투력은 크게 높일 수 있었겠지.

그렇다고 해도 마스터 레벨의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사전에 엄청난 업적들을 세워 타이틀로 도배를 하고, 동시에 마스터 수준의 몸놀림을 따라잡을 만한 컨트롤을 가져야 했지만 소수의 유저들은 그게 가능했던 모양이다.

“역시 방심할 수 없군.”

자신은 더 오래전에 훨씬 불리한 상황에서 마스터를 때려잡은 주제에 할 말이 아니었지만, 살짝 긴장감을 가진 건 사실이었다. 과거에도 그를 따를 만한 전투력을 가진 자는 별로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다.

‘게임에 미친놈들. 하여간 종특이라니까.’

해외 유저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좀 더 뒤의 일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때 만난 이들 중에서도 로칸을 찍어 누를 만한 실력자는 없었다.

정면으로 붙으면 로칸이, 기습을 하거나 함정을 파 둔다면 상대가 이길 가능성이 높은 정도까지는 제법 있었지만 말이다.

새삼 한국 유저들의 실력을 떠올린 로칸은 곧장 크로노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래 봤자 아직 멀었지.”

붉은십자군의 숫자가 상당히 줄어 있다지만 놈들은 아직 건재하다고 봐야 했다.

남은 6백 여 기의 붉은십자군을 전부 합쳐 봐야 하이 마스터로 이루어진 붉은 근위병이나 그랜드 마스터급일 크로노를 상대하기는 요원한 것이다.

그런 정예가 남았으니, 아직 시작도 안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건 유저들의 몫이 아니야.’

그러나 그들을 잡는 것은 유저들이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당장 지금까지는 매번 한 단계 위 등급의 존재를 아무렇지 않게 때려잡은 로칸조차도 하이 마스터들과의 한판 승부는 아직 피하고 싶으니까.

템 세팅을 마치고 좀 더 레벨을 올린 다음이라면 모를까, 아직은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 그랜드 마스터인 크로노를 잡는다 어불성설. 설사 더 로드에 존재하는 모든 유저들이 좀비 작전으로 들이받는다 해도 무리였다.

‘시간을 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물론 불가능을 가능케 만드는 방법도 분명히 있었다.

인간족의 고대 황제 부활 작전이 얼핏 보기엔 완전한 성공을 거둔 것 같지만, 죽은 자를 언데드가 아닌 방식으로 온전히 부활시킨다는 것은 역시 신이 허락하지 않는 영역인 것이다.

그의 완벽해 보이는 육체에는 실낱같은 균열이 있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미세한 힘이 새어 나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시간을 끈다면 꽤나 길고 암울한 시간이 되겠지만 충분한 시간만 끌 수 있다면 결국은 놈을 잡아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살아 있었다.

‘그 전에 망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한 가지 문제라면 그 전에 이 세계가 망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그들의 병력은 더 충원되거나 회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넓디넓은 중앙 대륙을 모두 점령하고 지배하지 못하겠지만, 주요 거점들만 파괴하더라도 유저들은 꽤나 곤란해진다. 한번 파괴된 거점은 영주가 큰돈을 들여 복구하기 전까지 상점 등 대부분의 기능들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전에 해치우는 것이 제일이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이제이. 각 종족의 최강자들을 무대로 불러내되, 가능하면 무대에 선 자가 상대 진영인 편이 좋을 터였다. 그래야 피해가 커질 테니까.

“상황은 나쁘지 않은데…….”

그런 의미에서 현재 상황은 황금사자 진영에 꽤 좋았다. 인간 쪽에서 먼저 꾀를 부린 덕분에 크로노와 붉은십자군이 검은용군단 진영 쪽에서 행패를 부리는 중이니까.

뒤늦게 그들 역시 같은 수를 써봤지만 일부 유저들이 깽판부대라는 이름으로 검은용군단 진영까지 숨어들어 가 훼방을 놓는 탓에 아직까지 조금 외곽으로 끌어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끄는 것보다 차라리 더 깊숙이 끌어들여 NPC들이 나서게 만들고, 떨어지는 콩고물을 주워 먹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도 모른 채.

그 덕분에 로칸에게도 기회가 왔다.

“일단 크로노와 하이 마스터들을 떼어 놓아야 하는데…….”

어차피 300레벨을 찍은 이상 레벨 다운은 없으니 신나게 싸우고 신나게 죽어도 된다.

주요 아이템들만 따로 보관해 두고 떨궈도 상관없는 장비를 몇 번이고 갈아입으며 들이받다 보면 놈들의 숫자는 줄어들 테고, 승냥이 같은 이들을 전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크로노와 하이 마스터들이 개입한다면 그조차도 쉽지 않을 터였다.

이미 얼굴이 팔려 있는 로칸이기도 했지만 몇 번쯤 부딪히며 붉은십자군을 쓸어버린다면 크로노와 하이 마스터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로칸만 집중 공격을 할 게 분명했다.

그러면 자칫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어 버릴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래선 곤란했다.

무언가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또 그놈들을 써먹어야 하나 ”

골똘히 생각하는 로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다.

무려 하이 마스터와 그랜드 마스터를 상대로 시간을 끌어 줄 수 있는 이들. 그들을 도발하고도 살아남아 버텨 줄 수 있는 이들 말이다.

밋티, 그리고 하멜.

그들을 조금만 다듬으면 어떻게든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둘이야 저번에 친구 추가를 해 둔 덕분에 접속만 해 있으면 언제든 부를 수 있으니까.

“문제는 그 녀석이군.”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크로노와 나머지 하이 마스터들이 힘을 쏟아 내기 시작하면 그 둘로는 고작 1분도 버텨 내기 힘들 터였다.

그렇기에 한 명의 도움이 더 필요했다.

“무한의 네크로맨서.”

전생에 무한의 네크로맨서라 불리던 인물. 엄청난 물량의 언데드와 상대에게 중첩해서 쌓아 내는 저주 능력을 바탕으로 악명을 떨치던 네크로맨서를 찾아야 했다.

문제는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홈페이지 등을 찾아봤지만 아직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시기는 아닌지 어디에서도 그의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어쩌면, 그는 아직 중앙 대륙에 도착하지도 못한 상태이거나 자신의 특징을 개화해 내지 못한 상태일 수도 있었다.

‘어떻게 한다…….’

잠시 고민하던 로칸은 일단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한 번 격파해 본 상대이기도 했기에 머릿속 정보는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 정보들을 떠올리고 조합하며 녀석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았다.

“응 그런 녀석이라면…… 있지. 한데 말이야…….”

쑤욱.

상대가 제대로 말끝을 흐리기도 전에 로칸이 주머니를 내밀었다. 머리를 굴릴 수 없을 만큼 넉넉한 값을 치렀기에 그도 망설이지 않고 입을 열었다.

“크흠,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저기, 고물촌 쪽으로 가 보시오.”

당연히 로칸에게서 은근히 풍기는 광기에 겁을 먹은 것도 있었다.

그렇게 알아낸 위치는 다소 의외였다. 그가 말한 고물촌은 생명체가 거의 나오지 않고 망가진 기계 몬스터들이 주로 출몰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죽은 몬스터를 되살려 싸우는 네크로맨서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사냥터.

그러나 로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때문에 서둘러 고물촌으로 향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물촌이 250~260레벨대의 사냥터라는 것이다. 아직 이름을 날리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레벨이 많이 부족하지는 않은 듯싶었다.

“찾았다.”

그렇게 고물촌을 뒤지고 다닌 지 약 30여 분. 로칸은 찾고 있던 자를 발견했다.

무한의 네크로맨서이자 대장장이인 드워프 유저, 폴텐.

하지만 그의 전투 방식은 로칸이 알던 그것이 아니었다.

“재생!”

후드드득. 뚜두둑.

폴텐의 손에서 어떤 힘이 발휘되는 순간, 기계 몬스터에게 박살 났던 스켈레톤 나이트가 다시 되살아났다.

뼛조각으로 돌아갔던 그것이 힘과 무장을 되찾고 죽음의 광기를 드러내며 적에게 다시 덤벼들었다.

물량 중심의 전투 방식이 아니라 대장장이 스킬로 만들어낸 무장들을 잔뜩 덧입혀 싸우는 소수 정예의 언데드 전투가 그의 전투법인 것이다.

스켈레톤 종류의 소환체에게만 적용되는 특수 스킬 ‘재생’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은 오히려 로칸이 찾던 것과 반대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로칸은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전투 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어떤 계기가 있은 이후였고, 자신이 그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지금 당장.

[로칸 : 지금 좀 와 줄 수 있나 ]

그의 전투가 마치기도 전에 로칸이 하멜과 밋티에게 메시지를 날렸다. 그들 역시 더 로드에 미쳐서 게임을 즐기는 중이었기에 당연히 접속 중이었고, 당장 날아오겠다는 대답을 들은 뒤 폴텐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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