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랭커 회귀하다-164화 (164/500)

# 164

광풍의 전설 (2)

마스터 레벨!

로칸이 기어코 마스터의 증표를 5백 개나 모아 전직 퀘스트를 완료했다. 이름도 거창한 ‘광풍의 전설’을.

그러나 혹시나 했던 ‘광풍의 흔적을 찾아서’ 퀘스트는 여전히 두 개의 물음표가 남은 상태였다.

“이게 아니었나 보군.”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공교로웠지만 어쩌겠나, 퀘스트 창이 반응을 하지 않는데.

잠시 숨을 고른 로칸은 기쁜 마음으로 타이무라에 돌아갔다. 전직은 마스터의 증표 5백 개를 모두 모으는 순간 자동으로 이루어졌지만 새로운 스킬북이 그를 기다리는 것이다.

마스터 레벨을 달성한 순간 크게 증가한 능력치도 대단했지만 마스터 레벨의 진짜 힘은 바로 스킬에 있기 때문이다.

“자네…… 진짜로 해낸 건가 ”

“예……. 뭐.”

그러나 스킬 북을 구입하겠다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마스터 레벨 퀘스트를 주었던 광전사 길드 마스터가 흔들리는 눈동자로 입을 열었다.

그러고는 감격에 겨운 얼굴로, 거의 울듯이 중얼거렸다.

“내 생전에 그분과 같은 업적을 이룬 이를 또 보게 될 줄이야…….”

“……그분요 ”

그 작은 목소리에 로칸의 귀가 쫑긋 돋았다.

‘이 녀석, 뭔가 알고 있는 건가 ’

“그래. 광풍이라 불리던 분이지. 나도 대대로 전해 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지만 그분의 행보야말로 우리 광전사들이 본받을 만한…….”

“자세히! 자세히 이야기해 주십시오.”

모처럼 얻은 단서에 로칸도 흥분했다. 거의 멱살을 잡듯 그를 끌어 다그쳤다.

“크흠, 뭐, 알겠네. 광전사라면 누구나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니까……. 다만, 한 가지는 약속해 주어야겠어. 절대, 다른 이들에게는 이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는.”

“물론입니다. 하지만 왜…… ”

“그야…… 이 이야기를 불편해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지.”

“…… ”

광풍에 대한 이야기를 불편해한다 대체 어떤 짓을 했길래 그런 걸까 대충 예상되는 일들은 있었다. 각 종족의 치부와 관련되어 있다면 충분히 그럴 만하지.

하지만 어차피 자신이 그것을 떠벌리고 다닐 일은 없으니 굳게 다짐하고 이야기를 재촉할 수 있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그래. 그게 좋겠군. 그분은 인간이었지만 인간이 아니었네.”

시작부터 이건 또 무슨 선문답일까.

로칸이 해답을 재촉하는 눈으로 바라보자 광전사 길드 마스터가 다시 목소리를 깔고 은근히 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혼혈이었지. 바로 인간과 타이탄의.”

“타이탄요 제가 알고 있는 그 타이탄이 맞습니까 하지만 그건 전설의…….”

“그래. 지금은 거의 잊힌 전설의 종족이지.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라네. 그분의 활동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아주아주 먼 옛날의 일이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

끄덕.

그렇다면 할 말 없다. 아주 먼 옛날에 있던 일이라는 데야.

다시 로칸이 경청할 자세를 취하자 광전사 길드 마스터가 만족한 듯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그분은 드래곤에 필적한다는 타이탄의 힘과 인간의 가능성을 함께 품고 있었다고 한다. 피가 섞이며 타이탄의 능력이 오롯이 계승되지 못한 것을 인간의 가능성이 메운 것이지. 그 가능성의 힘을 바탕으로 나중에는 그분의 힘이 타이탄의 힘마저 뛰어넘으셨다고 전해진다.”

“가능성이라 함은 혹시…….”

“자네도 일부 경험한 바 있는 것 같군.”

로칸의 짐작은 사실로 드러났다. 퀘스트 ‘광풍의 흔적을 찾아서’가 시작되게 만든 훈련장과 고급 훈련장 수료가 바로 그것이었다.

순수한 인간인 자신도 그만큼 강해졌는데 타이탄의 후예인 그는 얼마나 강했을까.

물론 그때는 자신의 몸속에 흐르는 피를 각성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래서요 ”

“그래서라니 ”

“…… 뭔가 뒷이야기가 있을 거 아닙니까.”

“아하, 이 친구 성격도 참 급하군. 그래서 그분께서는 여러 가지 시련을 거치고 업적을 이루며 더 상대가 없을 만큼 강해지셨지. 너무나 강력해서 그 힘을 받아 낼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지금 설치고 다니는 트롤, 오크, 언데드, 하프 엘프 따위는 말할 것도 없고 순혈의 하이 엘프나 데스 로드조차도 상대가 되지 않았지. 그냥도 상대가 되지 않는데 신혈을 각성해 몸집을 부풀리고 버서크라도 사용하면 일대일이 아니라 떼로 덤벼도 갈려 나갈 뿐이었지. 그래, 그분은 광전사였어. 처음부터 광전사였는지 도중에 광전사로 전직을 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버서크를 사용하면 모두가 도망칠 수조차 없었다고 하니 일단 광전사인 건 맞겠지. 항간에는 광전사에서 한 번도 직업을 바꾼 적 없다는 소문도 있지만 그건 아무래도 믿기 어려울 테고.”

‘역시, 광전사였나 ’

예상은 했다. 타이탄과의 혼혈이라는 것이 변수이긴 하지만 퀘스트를 통해 본 그의 발자취는 광전사가 아닌 이상 이루기 어려운 미친 업적이었으니까.

그런데 자신처럼 오직 광전사 직업만을 택한 것일 수도 있다니 기분이 묘해졌다.

“어쨌든 그분은 강함을 함부로 휘두르지는 않았지만 그분을 두려워한 다른 종족들이 그분을 가만두지 않았어. 끊임없이 그분은 음해하고, 공격했으며 심지어는 다른 종족이 습격한 것처럼 꾸며 그들에게 철퇴가 가해지게 만들기도 했지. 심지어는 종족의 모든 것을 걸고 부딪친 곳도 있었지만 결국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잃고 문명 자체가 크게 퇴보할 정도였네.”

‘이건…….’

로칸은 그 이야기에서 그가 처음 했던 경고가 떠올랐다. 어째서 이 이야기를 떠들고 다녀서는 안 되는가에 대한 이유가 그 안에 있는 것이다.

문명을 잃은 종족이 어디인지도 알 것 같았지만 일단은 말을 아꼈다.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참 바보 같은 일이었지. 그분은 군림하되 정복할 뜻이 없었으니까. 그 무수한 도전과 시도를 분쇄한 뒤, 그분은 홀연히 사라졌네. 아무도 행방을 찾을 수 없었지. 그나마 추측할 수 있는 건 그분이 새로운 적수를 찾아 떠났을 거라는 것이야. 그렇지 않고서는 그분이 사라질 리 없으니. 그분이 사라진 뒤, 다시 대륙을 장악한 종족들 때문에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그분의 추종자들은 아직도 그분의 흔적을 찾고 있지. 혹시…… 자네도 뭔가를 알게 된다면 내게 알려 주게.”

“알겠습…….”

그 모든 이야기를 들었을 때, 로칸의 시야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빙고!’

[광풍의 흔적을 찾아서][퀘스트]

오래전 세계를 질타한 광풍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나머지 흔적을 찾아 광풍의 유지를 이으십시오.

-고급 훈련장 수료 (완료)

-해저 터널 최초 통과 (완료)

-클래스 익스퍼트 상태로 클래스 마스터 5명 살해 (완료)

-봉인된 광풍의 배틀 액스 획득 (완료)

-광풍의 전설에 대해 듣기 (완료)

-

완료 조건을 알 수 없던 ‘광풍의 흔적을 찾아서’의 한 칸이 더 채워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이것을 마저 채우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론 그 하나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각오해야 했지만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제 스킬북 좀 보여 주시죠.”

각오를 다진 로칸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이곳에 온 목적을 잊지 않았다.

기존 스킬들의 강화. 그리고 새로운 스킬의 습득.

“좋아. 기존 스킬들은 모두 강화 할 건가 숙련도는……. 충분하군.”

“모두 주시죠. 새로운 스킬들까지 일단 한 세트씩.”

스킬북에 투자를 아낄 로칸이 아니었다. 일단 기본 스킬들부터 받아 몽땅 강화시킨 다음, 새로운 스킬북을 받아들었다.

[오러][Lv -]

사용 시 무기에 마나를 집약시켜 공격력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킨다.

-초당 마나 소모 4

[극한의 육체][Lv -]

극한까지 단련된 육체가 마나의 힘을 오롯이 받아들인다.

-체력 30% 상승

-지구력 30% 상승

-지속 효과

[광기 전염][Lv -]

광기를 전염시켜 아군에게는 강화 효과를, 적에게는 공포 효과를 준다.

-아군 효과 : 전투력 20% 상승

-적군 효과 : 전투력 10% 하락

-단, 자신보다 강한 상대에게는 무효화

-지속 효과

[광기의 각인][Lv -]

광기의 각인을 새겨 보다 광기의 힘을 강화하고, 후유증을 줄입니다.

-버서크 사용 시 전투력 10% 상승

-버서크 사용 후유증 10분 감소

-각인 슬롯 1칸 필요

-지속 효과

[마르지 않는 체력][Lv -]

광기에 물든 전사는 전투 중 지칠 줄을 모른다.

-전투 중 스태미나 소모 없음

-지속 효과

[폭발하는 힘][Lv -]

공격마다 주체할 수 없는 힘이 담겨 타격 대상뿐 아니라 주변까지 파괴시킨다.

-타격 범위 주변에 공격력의 80%만큼 대미지

-지속 효과

[참격][Lv -]

적의 살을 찢고 뼈를 부수는 강력한 일격을 날린다.

-공격력 300%

[뼈 부수기][Lv -]

공격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파괴한다.

-공격력 100% 상승

-힘 + 100

-방어력 관통 대미지

-상대의 내구력 대폭 하락

[폭주 전차][Lv -]

멈출 수 없는 전차와 같은 돌진으로 적을 뭉개고 파괴한다.

-돌진 속도 400% 증가

-돌진 시 방어력 200%

-이동거리에 비례하여 공격력 증가

[광기의 시간][Lv -]

30초 동안 시간의 한계를 거슬러 몸을 움직인다.

-30초 동안 공격 속도 및 이동 속도 200% 상승

[광기의 함성][Lv -]

광기와 오러가 뒤섞인 포효를 내뱉어 적들을 공포에 빠뜨린다.

-사용자보다 수준이 낮을 경우 모든 능력치 크게 하락

-사용자보다 심각하게 수준이 낮을 경우 확정적 기절 효과 발휘

-사용자보다 수준이 높을 경우 효과가 감소하거나 없을 수 있음

-사용자에게 걸린 부정적 효과 크게 약화

신규 스킬은 모두 열한 가지. 그러나 그중 지속 효과가 다섯 가지나 되었고 심지어 그중 하나는 스킬이 아니라 각인 슬롯을 잡아먹는 각인이었다.

게다가 기존 스킬들과 겹치는 부분들도 있어서 애매하다면 애매할 수 있었지만 로칸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새롭게 익히거나 강화한 스킬 중 그의 생성 스킬 또는 조합 스킬과 겹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것을 노리고 만든 스킬들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렇다는 것은 또 다른 양상을 만들어 내었다.

“이제야 좀 제대로 싸울 수 있겠군.”

새로운 생성 스킬과 조합 스킬.

겹치는 생성 스킬과 조합 스킬을 지우고 새로운 스킬을 채워 넣을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은 스킬보다 컨트롤에 의존해 적을 뭉갰지만 스킬의 존재는 전투력을 끌어 올리는 데 가장 확실한 것이었다.

더구나 마스터 레벨 스킬들은 스킬 레벨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 자체로 완성된 스킬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로칸이 정말 효율적인 스킬들로 슬롯을 채워 넣는다면 스킬 하나당 전투력은 최소 10% 이상 증가할 터였다.

그러나 로칸은 그 자리에서 즉시 생성 스킬이나 조합 스킬을 만들어 내지 않았다. 기존처럼 금방금방 찍어 내듯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마스터 레벨에는 새로운 특권이 생기기 때문이다.

“후우, 발품 좀 팔아야겠는걸 ”

잠시 그 자리에서 골똘히 생각하던 로칸은 스킬북 몇 개를 추가로 구입한 뒤 광전사 길드의 문을 박찼다.

“어엇, 잠깐! 마스터 아이템은 고르고 가야지!”

“아아, 그렇죠. 흠, 이걸로 하겠습니다.”

황급히 자신을 붙잡는 광전사 길드 마스터의 품에서 대충 아무 아이템이나 집어 든 로칸은 들뜬 발걸음으로 밖에 나왔다.

고른 것은 하의. 마스터 레벨 달성 보상으로 주어지는 아이템은 상당히 우수한 효과를 보이지만 이미 가장 중요한 무기와 흉갑은 마련되어 있으니 이게 가장 만만했다.

그렇게, 광전사 길드를 박차고 나온 로칸은 타이무라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직업 길드들을 들쑤시고 다녔다. 자금을 아낌없이 쏟아부으며 자신에게 필요한 스킬북은 물론 실험해 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는 스킬북들까지 모조리 사들였다.

유저 자신이 전직한 클래스 이외에 모든 종류의 스킬을 무제한으로 조합할 수 있는 마스터 스킬 이외에, 조합 스킬에도 최대 세 개까지 다른 직업 스킬을 섞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광전사로만 전직하며 스킬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로칸에게는 커다란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로칸이 그 기회를 제대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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