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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랭커 회귀하다-129화 (129/500)

# 129

분기점 (2)

“그 전에 일단.”

계획을 세운 로칸은 먼저 한 곳을 방문했다. 바로 타이무라 전쟁 지구에 위치한 의회였다.

하지만 종종 방문했던 인간들의 의회는 아니다. 그가 찾은 곳에 가득한 종족은 인간이 아닌 하프엘프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

나름 동맹 체제이기 때문인지, 우호도와 평판 때문인지, 아니면 로칸의 작위 때문인지 하프엘프 의회의 안내원이 정중하게 물었다. 어쩌면 그 모두일지도 모른다.

“인간 인세인 버서커 로칸 폰 리나이 자작입니다. 헤로민 의원님을 만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헤로민 의원님을 혹시 약속을 잡고 오셨습니까 ”

“아니오. 미리 약속은 잡지 못했지만…….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기별이라도 넣어 주십시오.”

“으음,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보통 의원급의 인물은 특별한 퀘스트를 받거나 미리 약속을 잡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웠지만 로칸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그가 방문자 최초의 귀족이자 하프엘프의 친구라는 것이다.

‘평판과 우호도도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아니라면 이제라도 약속을 잡아야 했다. 헤로민을 만나는 것은 그의 계획에 있어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잠시 후, 헤로민으로부터 답변이 왔다.

“다행히 시간을 내실 수 있다는군요. 만나시겠다고 합니다. 이쪽으로.”

하프엘프 의회 건물은 세계수를 닮은 거대한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각 방들도 나무 안에 만들어진 틈과 같은 모습이었는데, 안내원을 따라 그 복잡한 길을 이동하자 헤로민의 이름이 걸린 장소가 나타났다.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하프엘프들의 의회는 전생에도 종종 들르던 곳이었기에 거침없이 들어가자 안에서 이미 헤로민이 자세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찾았다고, 인간 자작 ”

차갑고 날카로운 인상. 그러나 로칸은 그 안에 숨겨진 광기를 읽고 있었다.

“예. 이걸 전해 드리려고 만남을 청했습니다.”

그의 본성을 아는 이상 탐색전은 필요 없다. 로칸은 단도직입적으로, 인벤토리에서 꺼낸 무언가를 그에게 내밀었다.

“이건 ”

그것을 받아 든 헤로민의 눈가에 묘한 흥분이 스쳤다. 처음 보는 것이지만, 그 안에 담긴 어떤 기운이 그의 본능을 자극한 것이다.

로칸이 건넨 것은 성자, 아니 타락한 네크로맨서를 잡고 획득한 [재생의 비서]라는 책이었다.

유저가 사용하면 저주를 역이용한 회복과 버프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귀한 물건이지만, 헤로민이라면 다른 식으로 사용할 게 분명했기에 건넨 것이다.

“자네, 이걸 어디서 얻었나 ”

처음부터 끝까지 재생의 비서를 다 읽은 헤로민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숨길 것 없지.’

하지만 숨길 것도, 꿀릴 것도 없기에 로칸은 순순히 모든 것을 다 이야기했다.

어차피 하프엘프 의회의 의원이라면 조사단을 통해 정보를 입수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군. 정말 놀라워.”

‘됐군.’

놈의 눈에 희열이 가득 차오르는 것을 보며 로칸도 속으로 웃었다. 그가 이것을 가지고 얼마나 큰 헛발질을 할 줄 알고 있기 때문에.

‘잘하면 하프엘프 퀘스트가 먼저 뜨겠군.’

재생의 비서에 적힌 내용은 쉽게 말해 ‘저주를 통한 생명력의 자극’이다.

우리 인체의 면역력이 그러하듯 약한 자극을 통해 큰 생명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인데, 여기에 마법적인 효과가 적용되고 타락한 힘이 작용한 결과물이 성자라 불리던 파트란이 쓰던 힘의 정체였다.

그렇다면 헤로민이 이 책을 통해 받은 영감이란 무엇일까

뻔했다. 바로 일족의 염원인 ‘세계수’를 완성하기 위한 색다른 시도였다.

로칸이 찾은 것도 바로 이 헤로민 의원이 하프엘프인 주제에 네크로맨서를 주 직업으로 가진 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계수의 부활에 광적이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그의 시도는 철저하게 실패로 끝이 난다. 아니, 그냥 실패 정도가 아니다. 종과 진영을 넘어선 파괴와 파멸을 가지고 오게 될 터였다.

바로 세계수의 폭주라는 이름으로.

‘그 전에 마스터 레벨을 찍으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는데 ’

정확히 말하자면 진짜 세계수는 아니었지만 ‘그것’이 가진 힘은 마스터 레벨 유저라 해도 상대하기 어려울 만큼 대단했다.

그럼에도 그 일을 일으키려는 이유는 하나.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만큼 보상 또한 대단하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꼭 종족 퀘스트가 성공만 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이거 어떻게 감사의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 보상을……. 아니, 지금 주는 건 의미가 없겠군. 나중에 일이 잘 풀리면 내 자네에게 아주 톡톡히 답례를 하겠네.”

“감사합니다.”

꽤나 위험할 수도 있는 발언이지만 그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았다.

인간이라면 모든 잘못을 로칸에게 돌리고, 죽일 놈 살릴 놈 해 대겠지만 하프엘프라면 오히려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자신에게는 그대로 상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기에 로칸은 흡족하게 웃으며 하프엘프 의회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일단 필요한 게…….”

하프엘프 의회를 빠져나온 로칸은 본격적으로 사냥을 준비했다. 로칸이 다음 목적지로 정한 곳.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숫돌이랑 속성 인챈트 스크롤, 나침반……. 또 뭐가 있더라 ”

로칸이 구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아이템이 아니었다.

속성 인챈트 스크롤이 비싸기는 하지만 돈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종류였고, 일부는 아직 그 효용성을 인정받지 못해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 것이었기에 통합 경매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또 일부는 개인 상점의 자판기를 통해 싼값에 매입해 오면서 그 가치를 알게 두지 않은 것이기도 했고.

그렇게 원하던 모든 아이템을 인벤토리 가득 든든하게 챙긴 로칸은 뿌듯한 모습으로 다음 단계에 돌입했다.

“선행 퀘스트가 있었지, 아마 ”

바로 정보 수집.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으며 정보를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키워드는 ‘인형’과 ‘변화’였다. 어딘가, NPC들이 인형처럼 딱딱하게 대답하는 곳을 찾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노움.’

대부분의 NPC들이 사람처럼 뛰어난 AI로 대화하고 행동하는 더 로드이지만 특정 지역의 NPC들이 기계적인 답변을 하는 곳이 있는 것이다.

노움 지역이라는 것까지는 기억이 났지만, 나머지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홈페이지를 뒤지며 동시에 정보 구입을 병행했다.

그러자 후보가 좁혀졌다.

“맞는 것 같군.”

노움 지역에 위치한 작은 마을, 노코로콘.

250레벨대의 사냥터였기에 유저들을 통한 정보 수집은 거의 의미가 없었고, 정보 길드와 영주의 능력을 이용해 간신히 찾아낸 마을의 이름이었다.

“10골드입니다.”

타이무라에서는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는 터라 텔레포트를 이용하는 데만 무려 10골드나 되는 돈이 들어갔지만 그 정도쯤이야 이제는 문제가 아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이동하자 공기마저 적막하게 멈추어 선 듯한 마을이 나타났다.

“어서 오십시오, 노코로콘입니다.”

무미건조. 무표정.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타이틀의 효과로 우호도와 평판이 크게 올라있는 로칸에게 보일 만한 반응은 아니었다.

이 마을의 노움들이 까칠해서 글쎄, 그런 이들도 간혹 있지만 노움은 태생적으로 밝은 종족이다. 오타쿠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그렇지 장난치기 좋아하고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이들인 것이다.

그들이 마을 단위로 무표정, 무반응을 보인다 누가 봐도 이상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해서 그렇지.

“어디 보자……. 저기군.”

로칸은 노코로콘에 도착하자마자 높은 곳에 올라 무언가를 찾았다.

가장 크고 고급스러운 건물. 이 마을의 최고 권력자가 있을 법한 장소를 찾은 것이다.

바로 영주성.

“…….”

귀족을 알아보는 NPC의 능력 때문일까 로칸이 제멋대로 문을 열고 들어가도 제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초점 없는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여기 어디 있을 텐데……. 여기 있군.”

찌익.

목석처럼 서 있는 그를 두고 빙글 돌며 확인한 로칸이 그에게 붙어 있는 어떤 종이를 떼어냈다. 약간의 저항감이 일어났지만 포스를 발휘한 상태였기에 문제는 없었다.

“마나 간섭.”

그러나 영주의 상태는 여전했다. 안색만 좀 더 하얗게 떴을 뿐이다. 로칸은 아랑곳하지 않고 푸르스름한 작은 보석을 꺼내 부수며 어떤 마법을 발동시켰다.

바로 마나 간섭.

아주 제한적인 위치에 교란을 일으키는 마나 신호를 집중시키는 능력이었다.

보통은 해당 위치에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안티 매직 필드의 역할로 사용하지만 범위가 워낙 작고 범위 밖에서 날아온 마법을 캔슬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사용하는 이는 별로 없는 소모품이었다.

“어…… 윽…… ”

하지만 그것을 발밑에 깔자 변화가 일어났다. 노움 영주의 초점 없던 눈빛에 노이즈가 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로칸이 몇 가지를 더했다.

정신을 맑게 만들어 주는 향초 가루와 정신 스텟을 올려 주는 스크롤을 사용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까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마지막으로 엄청난 소음 공해를 일으키는 장난감까지 작동시켰다.

기계공학 스킬로 만들어 낸 [징 치는 원숭이 장난감]이란 아이템이다.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고는 이처럼 소음을 일으키는 것뿐이지만 살짝 몽롱한 상태인 노움 영주의 정신이 번쩍 들게 하기에는 이것만 한 것이 없었다.

“으아앗!”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귀를 찌르는 소음에 화들짝 놀란 노움 영주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고, 두 손도 피가 흐를 듯한 귀를 틀어막으며 부들거렸다.

“그만, 그만!”

콰직.

성공적으로 정신이 깨어난 것을 확인한 로칸이 슬쩍 미소를 지으며 장난감을 밟아 부쉈다.

그 자신이야 또 다른 아이템인 [강력 귀마개]를 하고 있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지만 맨귀로 들은 고통이 어떤지 아는 것이다.

“거기서 움직이지 마십시오. 또 정신을 조종당할 수 있습니다.”

“뭣 아니 그보다 자네는 누구인가 ”

하지만 완전한 자유를 얻은 것은 아니다. 마나 간섭이 작동하는 그곳을 벗어나는 순간, 또다시 어떤 힘에 사로잡힐지 몰랐다.

그렇기에 로칸은 노움 영주에게 주의를 주며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

“꼭두각시의 술이라고 ”

“예.”

그와 마을 사람들을 조종하는 것은 ‘꼭두각시의 술’이라는 것이었다. 마법과도 같지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주술’의 힘이 작용한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주술의 존재를 아는 것은 로칸이 유일했다.

전생의 기억이 아니었다면 단서조차 잡지 못할 일이었지만 로칸은 이미 이처럼 대략의 해결법은 물론 원인까지도 알고 있었다.

때문에 바로 그쪽으로 돌진할 수도 있지만 이곳에 온 이유는 하나였다.

“의뢰, 의뢰라……. 당연히 줘야지!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들어줄 테니 제발 이 기이한 현상의 원인을 밝히고 영지민들을 구해 주게!”

[노코로콘 영지의 정상화][퀘스트]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멈춰 버린 노코로콘 영지를 정상화시키자.

-성공 조건 : 노코로콘 영지의 정상화

-성공 보상 : 노코로콘 영주가 이루어 줄 수 있는 소원 1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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