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랭커 회귀하다-110화 (110/500)

# 110

점령전 (3)

[죽음 안개 선착장 방어전을 시작합니다.]

[1시간 동안 죽음 안개 선착장을 지켜 내십시오.]

[방어진 진행 중 공훈도와 명성의 획득량은 2배로 증가합니다.]

“푸핫하하!”

죽음 안개 선착장을 기습한 지 1시간. 다시 몰려온 검은용군단 유저들과 인근 거점의 군대를 바라본 로칸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적의 병력이 형편없어서 그럴 리가. 유저들은 레벨이 낮아 별의미가 없다 해도 그 숫자가 이삼백은 족히 되었고 220~230레벨은 족히 될 NPC 병사들도 5백가량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기사는 250레벨쯤은 족히 되어 보였다.

게다가 원래 선착장을 지키던 경비대장과 달리 무척이나 공격적으로 보이는 것이, 자칫하면 돌파를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 것일까 너무나 대단한 적의 병력에 정신을 놓기라도 해서 아니다. 바로 방어전의 시작과 함께 나타난 알림들 때문이었다.

[타이틀 ‘최초의 기사’의 효과로 ‘기사도’가 발휘됩니다. 방어전 진행 시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타이틀 ‘최초의 점령군’의 효과로 방어전 진행 시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타이틀 ‘최초의 점령군’의 효과로 적과의 인원 차이에 비례해 공격력과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기존의 타이틀만 해도 단신으로 선착장을 뚫어 낼 만큼 대단했는데 10%와 20%의 능력치가 중첩해서 상승한다고 이건 숫제 괴물이 되라는 소리와 마찬가지였다.

‘이건 미쳤어!’

거기다 마지막 옵션이 대박이다.

인원 차이에 비례한 공격력, 방어력 상승!

적의 숫자는 어림잡아도 7백에서 8백은 족히 되었고 이쪽의 숫자는 로칸 본인뿐이었다. 그러니 과연 얼마나 능력치가 오를까

슬쩍 상태 창을 확인해 본 로칸은 스스로도 질려 버렸다.

‘이 레벨에, 이런 능력치가 가능하다고 ’

자잘하게 능력치를 정해진 숫자만큼 올려 주는 것이 아닌, 퍼센티지로 팍팍 올려 주는 타이틀이 대부분이었기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고작해야 230레벨도 안 되는 상황에서 순수 능력치만 따져보면 300레벨을 따라잡았다.

100레벨 단위로 레벨 업 당 획득하는 여유 능력치의 숫자가 달라짐과 동시에 보너스 능력치를 대량으로 얻는다는 것을 생각할 때 비정상을 넘어 이건 미친 능력치였다.

“이렇게 되면 뺏길 수가 없지.”

더불어 다인 전투와 관련한 타이틀 효과가 연달아 떠오르기 시작했기에 로칸의 표정에는 자신이 가득했다.

깃발 꽂이까지 가는 길은 그가 막고 있는 이곳 하나뿐이고, 후방에는 ‘탐지의 눈’이라는 시설을 건설하여 은신까지 잡아내고 있으니 이건 뚫리면 혀 깨물고 자살하는 편이 좋았다.

그 정도로 자신이 넘쳤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와라!”

빼앗긴 선착장의 탈환을 위해, 독기를 품고 달려드는 적들을 향해 호탕하게 소리친 로칸이 기분 좋게 고함을 내질렀다.

* * *

“괴물…….”

“이게 말이 돼 무슨 원거리 공격이 박히지도 않아 !”

1시간 동안 치러지는 방어전. 그러나 공격 측이 전의를 상실하기까지는 1시간이 아니라 30분도 채 필요하지 않았다.

처음 로칸이 단신으로 부두 입구를 막아설 때는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이번만큼은 꼭 그를 죽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200레벨을 훌쩍 넘긴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자 자신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미련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쉽게 선착장 주변을 벗어날 수 없었고, 그들의 존재는 로칸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이, 이노옴!”

랜스를 단창처럼 날렵하게 휘두르는 트롤 기사의 노성에 로칸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적의 대장인 그를 상대하기 위해 여차하면 막판에 버서크라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건만, 너무나 쉽게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금방 보내 줄 수는 없지.’

그러나 단순히 재미를 위해 그를 괴롭히는 것도 아니었다. 대장인 그를 죽이는 순간, 적들에게 선택지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탈환전의 포기.

대장이 없더라도 점령 또는 탈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의 분위기로 봐서는 포기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슬슬 연락이 올 때가 됐는데…….’

그리고 그것은 로칸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좀 더 시간을 끌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죽어라!”

“가드.”

트롤 기사가 랜스를 겨드랑이에 붙이고 힘껏 돌진해 봤지만, 로칸은 파리 쫓듯 손목 스냅으로 찰싹 때려 공격을 무산시켰다.

그 간단한 동작 한 번에 놈이 땅바닥에 볼썽사납게 나뒹굴었다.

본래의 능력치대로라면 만만치 않은 상대이겠지만 온갖 타이틀 효과로 범벅이 된 지금은 상대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로칸의 눈앞에 기다리던 알람이 나타났다.

[이름을 버린 별동대가 칼스테인 전진기지를 점령했습니다.]

로칸이 소속된 이름을 버린 별동대가 또 다른 지역을 점령한 것이다.

그곳은 다름 아닌 죽음 안개 선착장과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검은용군단의 거점 중 하나였다.

그곳에 소속된 인원들이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한 전원 이곳으로 향한 사이 나머지 별동대원들이 그곳을 습격한 것이다.

이른바 빈집 털이였다.

[이름을 버린 별동대가 칼스테인 전진기지를 파괴했습니다.]

[추가 점령 보너스로 획득 공훈도와 명성이 증가합니다.]

그리고 그 공적은 로칸에게도 고스란히 돌아왔다.

그 역시 별동대의 소속이 유지되고 있기에 거점 점령에 따른 공훈도와 명성을 나눠받은 것이다.

그것도 추가 점령 보너스와 방어전 보너스까지 듬뿍 얹어서!

“흐흐흐흐. 이제 네놈도 필요 없게 됐구나. 애썼다!”

파직.

로칸이 마음먹자 대장의 목을 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극단적인 인원 차이로 인해 공격력이 엄청나게 뻥튀기된 상태였으니까.

이 정도나 되는 공격력, 방어력 증가라면 아무래도 인원수의 절대적인 차이라기보다 인원의 비율에 비례한 상승 폭인 듯싶었다.

어쨌든 로칸의 숫자는 1이기에 이런 미친 상승률을 보일 수 있던 것이겠지.

“크허허헝! 폭격!”

그렇게 로칸은 적장의 목을 베고, 대량 살상 마법 같은 위력의 폭격을 5초마다 날려 대며 적들을 몽땅 쓸어버렸다.

방어전의 제한 시간까지 굳건히 버티며 승리를 기록했다.

[죽음 안개 선착장 방어전이 종료됩니다.]

[방어 측이 승리했습니다.]

[점령지 죽음 안개 선착장의 처우를 결정해 주십시오. 유지/파괴.]

“파괴한다.”

1회 방어를 마친 로칸은 이번엔 선착장의 파괴를 선택했다. 그러자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고, 폭발이 일어났다.

로칸이 선착장을 파괴하고 방화하는 것으로 인정되며 공훈도와 명성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됐군.”

그것을 확인하며, 로칸은 흐뭇하게 그리고 미련 없이 선착장을 떠났다.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얻었으니까.

그 과정에서 학살한 검은용군단의 유저와 경비병들도 만만치 않았지만 거점 두 곳의 파괴가 무엇보다 컸다.

이 시기에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만큼, 엄청난 양의 공훈도와 명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계급을 올리고 싶습니다.”

“어…… 기사의 전당은 나가서 왼쪽에 있습니다만 ”

목적한 바를 모두 이루고 로칸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전쟁 지구에 위치한 명예의 전당이었다.

기사 작위를 얻을 때는 기사의 전당을 찾았지만 이번의 경우 급이 다른 것이다.

“이곳을 찾아온 게 맞습니다. 이미 기사 계급이고요.”

“흐음, 잘 모르시나 본데 기사에서 한 단계 올리려면……. 어엇 ”

업무를 처리하던 행정관은 로칸이 지닌 공훈도와 명성치를 확인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명예 남작 계급 획득 조건을……. 맞추셨네요 ”

명예 남작!

기사에서 공훈도와 명성을 이용해 기사단장 또는 근위 기사로 계급을 올리는 테크 트리도 있지만 그럴 경우 어느 한 곳에 제대로 묶일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로칸이 택한 것은 바로 명예 남작이라는 계급이었다.

남작에 준하는, 준귀족의 신분을 얻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우만 있을 뿐 별도의 땅과 영지민은 가지고 있지 않은 어딘지 애매모호한 위치였기에 당장의 혜택은 대귀족의 기사단장보다도 한참 약했지만, 일정한 조건만 갖춰지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예. 처리해 주시죠.”

“아, 알겠습니다.”

명예라는 수식어가 붙긴 했으나 귀족과 같은 위치였다. 행정관의 표정과 태도가 절로 공손해지고 눈치를 보며 빠르게 서류를 처리했다.

“여기 있습니다. 마법 인장과 권위의 반지입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당신은 방문자 중 최초로 귀족의 지위를 얻었습니다.]

[타이틀 ‘최초의 귀족’을 획득하셨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최초의 귀족][유니크]

당신은 귀족이 된 최초의 방문자입니다. 많은 이들이 당신의 업적을 칭송하고 우러러볼 것입니다.

[보유 효과]

-영지 보유 가능

-의회 및 귀족 사회에서의 발언권 강화

-귀족의 권리와 권한 획득

그것들을 받아 들자 시스템이 그를 귀족으로 인정했다. 생각보다 타이틀 효과는 별 볼 일이 없고 두루뭉술했지만 그 힘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는 로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제는 낚이기만 기다리면 되는 건가 ”

그렇기에,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안심하고 리나이 영지로 돌아갈 수 있었다.

* * *

한바탕 난동을 피운 로칸 때문에 검은용군단 측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이게 슬슬 중앙 대륙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하던 것은 검은용군단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죽음 안개 선착장이 파괴되며 한동안 진출이 불가능해지자 아직 중앙 대륙으로 이동하지 못한 길드들이 조급해진 것이다.

“슬슬 이럴 때가 됐지.”

그러나 그것이 마냥 부정적인 일만은 아니었다. 로칸의 일로 위기감을 느낀 이들이 ‘무조건적인 대협력’을 약속하며 한데 힘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두 곳의 거점이 파괴되며 원래 그곳에 있어야 할 NPC들이 원수를 쫓아 들을 헤매는 사냥꾼처럼 별동대를 찾아다니고 있었기에 기존보다 별동대의 활약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대로라면 4차 도시로 향하는 길이 열리는 것은 금방일 듯싶었다.

“그래 봤자 이제 시작이니까.”

하지만 그래 봤자 그들은 이제야 출발선에 섰을 뿐이다. 이미 한참을 달리다 못해 몇 단계나 위로 올라 있는 로칸을 따라잡는 것은 무리였다.

때문에 로칸은 그들을 경쟁 대상에 올려놓는 대신 1차 목표를 전생의 자기 자신으로 잡았다.

폭력의 왕이라 불렸던, 유저들이 매긴 파워 랭킹 SSS급의 자신을 따라잡기 위해서. 이번에는 다른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홀로 우뚝 서기 위해 더욱 성장에 박차를 가했다.

“이제 여기서는 연락이 오기 전까지 강화석 파밍만 꾸준히 하면 되겠군.”

그러나 리나이 영지에서의 성장은 이제 슬슬 한계였다.

강화석을 캐내는 신비가 잠든 동굴은 레벨이 너무 낮았고, 다른 몬스터 존들 역시 기껏해야 220~230레벨 정도로 한계 레벨이 로칸과 비슷해 진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 사냥터를 바꿀 때가 되었다.

“역시 피라미드인가 ”

잠시 밖으로 도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치안을 워낙 확실하게 해 두었고 로칸이 어디에 있든 연락이 가능한 통신구 아티팩트도 구비해 두었으니까.

영주 역시도 두 번째 광산 개발에 온 정신을 쏟고 있었기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리나이 영지를 벗어날 수 있었다.

다음 목표는 인간 종족 퀘스트가 가리키는 스코른 사막의 피라미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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