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랭커 회귀하다-96화 (96/500)

# 96

증명의 탑 (2)

[굉장한 업적! 1천 번을 연속으로 일격에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타이틀 ‘한 방의 사나이’를 획득하셨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한 방의 사나이][레어]

자신보다 약한 몬스터를 1천 마리나 한 방에 사냥한 당신의 뻔뻔함에 감탄합니다!

당신은 최고의 약자 사냥꾼입니다.

[보유 효과]

-통상 공격 한 방에 생명력이 20% 이하로 하락할 시 즉사

-명성 500 하락

소위 ‘한 방감’인 놈들을 아예 즉사시켜 버릴 수 있는 능력. 이것이야말로 ‘양민 학살’에 최적화된 타이틀이었다.

약자 사냥꾼이라는 비아냥거림과 함께 명성이 하락하기는 했지만, 명성 500쯤이야 로칸에게는 별것 아니다.

이미 검은용군단을 해치우며 얻은 명성이 얼만데.

이 정도야 웃으면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첫 일격에만 적용되는 효과이지만 생명력이 20%만 남아도 즉사라면 공격력에 특화된 로칸이 혼자서 전쟁을 벌일 수도 있게 만들어 줄 능력이니까.

‘이거 어쩌면…….’

게다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치명타’에도 이 효과가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들었다.

치명적 일격이야 스킬이지만 평타에 적용되는 치명타는 스킬이 아니지 않은가 충분히 실험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올라가다 보면 알게 되겠지 ”

1층에서 볼일은 끝났다. 이제 광속으로 오르기만 하면 될 일.

하지만 쌓인 피로가 어마어마했던 탓에 일단 포기를 선택하고 증명의 탑을 빠져나왔다.

[증명의 탑을 1층까지 오르셨습니다.]

[최고 기록 달성! 결과가 랭킹에 반영됩니다.]

[현재 랭킹 : 1위(1층)]

[증명의 탑 랭킹은 1개월 단위로 초기화되며 100위까지의 순위를 계산하여 보상이 지급됩니다.]

[증명의 탑 초기화까지 남은 시간 : 30일]

1층으로 단독 랭킹 1위.

뭔가 우스운 생각도 들었지만 이대로만 둬도 당분간 이 기록을 깰 사람은 없을 터였다.

저들의 운이 얼마나 좋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증명의 탑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은 200레벨부터인 것이다.

어쩌면 이대로 1개월간 이 기록을 깰 사람이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 밖의 중앙 대륙 핵심 기능들은 모두 200레벨을 제한으로 두고 있으니 설령 중앙 대륙 진출자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등장한다 해도 큰 걱정은 없었다.

굳이 변할 것이 있다면 3차 도시 인근보다 획득 경험치가 많은 190레벨대의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다는 정도일까

그로 인해 200레벨을 조금 더 빨리 달성할 수도 있지만 얻는 만큼 잃는 것들도 제법 될 것이다.

‘종족 퀘스트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스킵하고 닥사만 했다는 뜻일 테니까.’

지금이야 당장은 레벨 업이 빠른 것을 최고로 생각하겠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와 종족 퀘스트는 보상 경험치와 보상 물품이 일반적인 것들과 궤를 달리하니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로칸은 피곤한 몸과 정신을 쉬게 하기 위해 로그아웃을 했다.

* * *

“령, 티비랑 컴퓨터 켜 줘.”

바깥으로 나온 로칸의 지시에 인공지능이 즉각 반응했다.

무려 1백만 원이나 주고 구입한 인공지능 비서.

예전 같으면 돈 10만 원에도 벌벌거리면서, 그럴 돈이 있으면 더 로드에서 골드를 사느라 엄두도 내지 못했겠지만, 유튜브 광고 수익과 후원금, 골드를 팔아 마련한 돈 덕분에 여유가 있는 지금은 거리낌 없이 지를 수 있었다.

아직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이것으로 인해 생활이 얼마나 편하게 바뀔 줄 알고 있으니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다.

“더 로드 관련 채널 틀어 주고, 홈페이지에서 중앙 대륙이랑 바다, 정기선과 관련된 글을 모아 줘.”

그 말에 TV와 컴퓨터 화면이 저절로 넘어갔다.

앞으로는 시간 싸움, 정보 싸움이 될 테니 일일이 검색해서 찾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럼 그렇지.”

그리고 모인 게시 글을 통해 다른 이들의 진행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와, 씨발. 이거 중앙 대륙 업데이트 안 된 거 아니냐 ][작성자 : 후라이드]

중앙 연합 163레벨 마검사 후라이드다. 우리 길드 어제 중앙 대륙으로 출항한 거 알고 있지 하루 만에 침몰한 썰 푼다.

첫날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배를 통째로 빌리느라 돈이 졸라게 깨지기는 했는데 중앙 대륙으로만 먼저 넘어갈 수 있으면 더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판단했으니까.

근데! 씨발!

중간에 해양 몬스터 습격 이벤트는 뭐냐 뭔 180레벨짜리 몬스터가 몇백 마리나 튀어나와 거기다 몇 종류는 아예 갑판으로 올라오지도 않고 물속에서 공격만 날리더라

막거나 피할 수나 있으면 다행이지, 아예 배를 공격해서 침몰시켜 버리면 어쩌라는 거냐

이 정도면 아예 가지 말라는 거 맞지 개발사 새끼들 아직 중앙 대륙 업데이트도 못 해서 일부러 처막아 놓은 거 아니냐 우리만 침몰한 게 아니던데

아니……. (생략)

“블록 맵은 개뿔. 그냥 더럽게 허접한 거지.”

사실 180레벨이면 습격 중에서도 약소한 축에 속했다. 이 정도면 설령 막아 내더라도 이틀이나 사흘 차에 한 번쯤 더 공격받을 것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하지만 글쓴이와 그 길드는 그럼에도 가볍게 전멸을 당했다.

애초에 지금 유저들의 수준이 그것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로칸처럼 규격 외의 존재가 여럿이나 있다면 모를까, 전원이 170레벨대 정도로 맞춰도 기적을 바라야 할 텐데 163레벨짜리가 끼어서 소리를 높이는 것만 봐도 얼마나 막무가내의 진출 시도인지 알 수 있었다.

“괜히 서두른 건가 ”

뭐, 덕분에 얻은 것도 많고 결과적으로 중앙 대륙에서 활동할 레벨이기도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무모한 감도 있었다.

좀 더 버텼다면 물속에서의 전투력을 높여 주는 아이템들이 그래도 좀 풀렸을 테니까.

“중요한 건 이번 일로 인해서 무엇이 바뀌느냐인데…….”

그 후로도 몇 개나 되는 글들을 훑은 로칸은 이미 많은 숫자가 리타이어된 것을 확인하고 더 이상 진행 상황을 체크하지 않았다.

이번 중앙 대륙 러시에 동참해 출항한 길드는 대충 1백 개 정도.

대부분이 수준 미달로 절반도 가 보지 못하고 침몰당하고 만 모양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였다.

전생에는 없었던 이 열풍으로 무엇이 바뀌게 될까.

로칸이 크로스로드에서 벌인 일들로 크로스로드의 전체적인 수준이 한 단계 낮아진 것처럼 유저들의 성장 속도를 늦추는 결과를 낳게 될지, 아니면 기적적으로 성공하는 일부 인원들이 자극제가 되어 급성장의 기폭제가 될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으흠…….”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중앙 대륙에서 선점해야 할 이것저것을 추리고 있을 때, 좀처럼 울리지 않는 영민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아…… ”

[아들, 시험 기간이지 이번엔 방학 때 내려오니 아버지가 궁금해하신다. 시험공부로 바쁘겠지만 시간 되면 연락도 좀 하고 그래~. -엄마]

“미치겠군.”

‘그러고 보니 더 로드에 빠져 사느라 최근에 부모님께 연락을 거의 하지 않았지.’

더구나 부모님은 영민이 휴학을 한 사실도 모르고 계셨다.

전생에 그랬듯이, 아버지가 아시는 순간 게임 중독자랑은 부자간의 연을 끊겠다며 노발대발하시겠지.

“성적표라도 뽀샵해서 보내야 하나 ”

금전적 지원을 끊는 것이야 두렵지 않았지만 한번 화가 나면 물불 안 가리는 양반이니 걱정이 앞섰다.

일단 시험 기간이 끝나면 성적표를 보자고 하실 게 뻔했기에 포토샵으로 합성한 가짜 성적표 이미지라도 만들어 놓아야 할 것 같았다.

“에휴, 기말 끝나면 찬업이 놈한테 부탁 좀 해야겠군.”

자신이 휴학하는 바람에 아싸처럼 혼자 학교를 다니고 있을 대학 생활 유일한 친구를 떠올리며 머리를 벅벅 긁은 영민은 다시 TV와 모니터에 집중해 몇 가지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전생에 이름을 날렸던 주요 인물들과 길드들에 대한 정보부터 이 시기에 일어났던 사고들이 그대로 일어나고 있는지 등등을 검색하고 한숨 자고 일어난 뒤, 상쾌한 마음으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 * *

[증명의 탑 54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

[55층으로 이동/재도전/포기]

재접속을 하자마자 증명의 탑에 다시 도전한 로칸은 멈추지 않고 쭉쭉 탑을 올랐다.

증명의 탑에서 얻을 수 있는 숨겨진 타이틀을 몇 가지 획득하느라 시간을 조금 허비했을 뿐, 자신이 오를 수 있는 최대 층수까지 단숨에 오른 것이다.

“포기한다.”

[증명의 탑을 54층까지 오르셨습니다.]

[최고 기록 달성! 결과가 랭킹에 반영됩니다.]

[현재 랭킹 : 1위(54층)]

[증명의 탑 랭킹은 1개월 단위로 초기화되며 100위까지의 순위를 계산하여 보상이 지급됩니다.]

[증명의 탑 초기화까지 남은 시간 : 29일]

50층부터는 200레벨 몬스터가 등장했기에 로칸은 54층에서 도전을 멈추었다.

매 층을 오를 때마다 생명력과 마나가 다시 최대치로 차오르고, 모든 상태 이상이 회복된다지만 형평성을 위해 버서크의 후유증은 초기화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로칸은 조금 전 54층에서 버서크를 사용한 상태였다.

“역시 나머지는 그냥 그렇군. 역시 랭킹 보상을 기다려야 하나 ”

증명의 탑은 10층을 오를 때마다 소모품이나 골드, 명성치 등을 주었지만 지금의 로칸에겐 그다지 쓸모없는 것들이었다.

[불룩한 돈 주머니][매직]

[매직 스크롤 꾸러미 5종 세트][매직]

[명성 300]

[무료 장비 수리권 10매][상위]

[무료 장비 강화권 20매][매직]

[장기전의 달인][매직]

하나의 상대와 1시간 이상 전투 상태를 유지한 당신의 집중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보유 효과]

-전투 중 스태미나 소모 30% 감소

-체력 + 10

[회피의 달인][매직]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고 연속으로 5백 번의 회피에 성공한 당신의 감각에 박수를 보냅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보유 효과]

-민첩 + 30

-이동속도 5% 상승

-패시브 스킬 [식스센스] 획득

[식스센스][Lv -]

육감을 이용해 적의 공격을 감지합니다.

그나마 건진 것이 타이틀이었다.

고작해야 매직 등급의 타이틀이었지만 전투 중 스태미나 감소와 식스센스의 습득은 꽤 의미가 있었다. 격정적인 전투를 치르는 로칸의 전투 지속력을 높여 줄 스킬들이니까.

특히 감각을 확장시켜 주는 식스센스는 스킬 레벨이 없을 만큼 그 자체로 완성된 스킬이었다.

비록 중간에 방심하다 한 번 삐끗하는 바람에 혈압 올라 쓰러질 뻔한 적도 있었지만 이 정도 능력이라면 그 노력을 충분히 보상받았다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1개월이 지난 뒤 받을 랭킹 1위 보상이 기대가 되었다.

“그럼 꽁승 좀 챙기러 가볼까 ”

홀가분한 마음으로 증명의 탑을 벗어난 로칸은 타이무라의 중앙에 위치한 건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끼이익. 찌릿.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험상궂은 이들의 눈총이 쏟아졌지만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나아가 접수대 앞으로 섰다.

“투기장에 등록하고 싶습니다.”

“계급이 어떻게 되시죠 ”

“병사 계급입니다.”

“병사 계급, 확인했습니다. 대기하시면 순서가 되었을 때 소환되실 겁니다. 바로 경기를 치르시겠습니까 ”

접수원이 로칸의 정보를 어딘가에 기입한 뒤 동으로 된 패를 하나 내어 줬다.

바로 병사 계급의 출전자를 의미하는 패.

이것을 가지고 투기장 내에 있으면 어디에 있든, 순서가 되었을 때 경기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물론입니다.”

로칸이 출전패를 집으며 씨익 미소를 보이자, 그를 경계하던 이들이 일제히 섬뜩함에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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