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랭커 회귀하다-85화 (85/500)

# 85

몬스터의 피 (1)

1레벨당 1실버. 여기에 있다는 것은 최소 100레벨 이상은 된다는 소리였으니 최소 1골드 이상은 내야 한다는 소리였다.

여기 있는 이들의 평균 레벨이 120이 조금 넘으니 1골드 20실버씩은 내야 한다는 소리인데, 골드 시세가 떨어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대충 현금으로 15만 원쯤 되었다.

물론 장비하고 있는 아이템 중 비싼 것은 그 배가 넘기도 하지만 그저 ‘살려 주는’ 조건으로 그만한 돈을 내라고

다른 이들이 한 말이라면 개소리를 한다며 칼질부터 했겠지만 상대는 로칸이었다. 아무리 버서크 후유증 상태라고는 하지만 영상에서 보여 준 무위의 반만 보여 주더라도 자신들이 이길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기에 어이없어하면서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꼴깍.

유일하게 내는 소리는 긴장감에 침을 넘기는 소리뿐.

그 묘한 침묵을 깬 것은 이번에도 한 사람이었다.

“오빠들, 설마 겁먹은 거예요 아직 버서크 후유증도 있다며! 저거 다 허세라니까 자꾸 이러면 나 다음 정모 안 나가요 ”

“거, 겁먹기는 누가! 지금 싸우려고 그랬어!”

“내가 시작을 늦게 해서 그렇지, 제대로 싸우면 저런 녀석쯤은…….”

“잘 봐. 내가 처리할 테니까!”

그 앙칼진 외침에 등 떠밀리듯 움직이는 녀석들.

그러나 공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지 행동들이 무척 과장되어 있었다.

‘새끼들, 이해한다.’

두려움을 떨쳐 내기 위해 애를 쓰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짠한 마음과 함께 자신의 옛 행동들이 떠올랐다.

그 역시 몇 번 데기 전까지는 비슷한 행동들을 했으니까.

예쁜 여자에게 호구가 되는 것은 남자의 본능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선택을 했으면 책임도 져야지.”

물론 그렇다고 봐주거나 할 생각 같은 건 없었다.

후유증이 끝나려면 아직도 10분이나 남았지만 로칸은 망설임 없이 놈들에게 짓쳐 갔다.

“버서크.”

아낌없이 버서크를 사용했다.

[2차 후유증 상태에서 버서크를 재사용하셨습니다.]

[후유증 상태를 기준으로 모든 능력치가 2배로 증가합니다.]

[버서크의 지속 시간이 끝난 뒤, 후유증 시간이 2배로 길어집니다.]

후유증 상태를 기준으로 능력치 증폭이 일어나기에 평소와 같은 위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놈들을 압살하는 것은 충분했다.

“15분까지 끌 것도 없지.”

뭐 보기 좋은 얼굴들이라고 시간을 끌까. 로칸은 광기의 외침을 내지르며 놈들을 휩쓸어 갔다.

* * *

“휘유, 아슬아슬했군. 거기서 쟈로스가 튀어나올 건 뭐야 ”

버서크를 사용한 지 5분 만에 주변의 놈들을 모조리 도륙해 버리고 원흉인 리엔을 고레벨의 사냥터에 던져 버린 로칸은 버서크인 상태로 마을에 돌아왔다.

어차피 정당방위가 인정되었기에 머더러 카운트는 하나도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놈들이 드롭한 아이템들만 잔뜩 챙겨 돌아온 상태였다.

하지만 응징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로칸이 따로 무엇을 하지 않아도 이미 그들의 평판은 당장 잡혀가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바닥을 쳤을 테니까.

‘그러게 수비대를 건드릴 때는 미리 잘 알아봤어야지.’

크로스로드 수비대 소속인 로칸을, 크로스로드 영역에서 건드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공무원 폭행죄쯤으로 여겨졌다.

그렇기에 수비대 타이틀이 가지는 가치가 높은 것이다. 적어도 아군의 진영에서는 PK를 당할 확률이 거의 없어지니까.

그래서 오히려 전생에는 이 수비대 타이틀을 믿고 깽판을 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로칸이 그러기엔 시간이 아까웠지만.

“덕분에 한참 걸리겠군, 쳇!”

어쨌든 덕분에 후유증 시간이 2배가 되어 정상 상태가 되기까지 1시간이 꼬박 필요했다.

시간뿐 아니라 능력치 하락 폭도 2배가 되어 사냥은커녕 갓 크로스로드에 도착한 100레벨 유저 하나도 이길 수 없을 지경까지 떨어졌다.

하는 수 없이 상점 정비와 자잘한 도시 내 심부름 퀘스트나 수행하며 시간을 때울 수밖에.

그러면서 슬쩍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들어가니 역시나, 난리가 나 있었다.

“대박 났네.”

홈페이지에 찬양 글이 도배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로칸이 죽은 자의 요람을 습격할 당시 몰살당했던 이들이 자랑하듯 인증 샷을 올린 것은 물론, 전장에서 살짝 벗어나 경비병들과 로칸의 혈투를 찍은 동영상이 올라와 로칸의 라이브 채널에 들어가지 않아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로칸의 유튜브 채널.

스트리머들을 위해 더 로드가 업데이트한 홈페이지 기능으로 확인하자 스트리밍으로 진행했던 ‘점령’ 영상이 다시 보기로 자동 업로드되어 벌써 5백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영상이 올라온 지 불과 몇십 분 만에 말이다.

이 기세라면 천만은 가뿐히 넘고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3, 4천만까지도 너끈히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봤자 이미 1억 뷰를 넘어 1억 2천 뷰를 기록한 3차 도시 소개 영상에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현실감이 없을 정도군.”

3차 도시 소개 영상이 아니라도 천만 단위로 찍혀 있는 영상들을 보니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물론 과거에도 영상을 하나 올리면 기본으로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잔인하고 폭력적인 영상이 전부이다 보니 유명세에 비해 다른 SSS급 랭커들처럼 수천만 뷰씩 나오는 일은 별로 없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고작 200레벨도 찍지 못한 상황에서 백만 단위의 영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모두 광고를 봐야만 시청할 수 있게 설정해 놓은 탓에 정산된 수익금만 따져도 벌써 억을 바라보고 있었고, 스트리밍으로 얻은 후원금도 2천만 원에 가까웠다.

거기다 골드를 팔아 현금으로 손에 쥔 돈 역시 적지 않으니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

또한 골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상점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고 다달이 2차 도시 건물 임대료까지 들어오고 있었다.

크로스로드가 애쉬 타운에 밀리는 이유가 ‘돈이 없어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였으니 로칸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건 또 뭐야 ”

그렇게 영상 조회 수를 흐뭇하게 감상하고 있을 때, 우측으로 소개되는 영상들이 있었다.

“그레이 타운 습격 초보 광전사 꿀팁 ”

로칸의 그것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여 추천이 올라온 영상들.

아무래도 자신이 다른 유저들에게 이상한 물을 들인 것 같았다. 그것은 다른 유저들이 로칸을 따라 했다가 망한 영상들인 것이다.

그냥 망한 것도 아니다. 폭망. 아주 제대로 말아먹었다.

그나마 적대 진영 마을을 습격한 것은 한 번 죽는 것으로 끝이지만 아예 키우던 캐릭터를 지우고 광전사로 다시 시작한 이들은 100레벨도 아니라 50레벨도 넘기지 못하고 빌빌거리기 일쑤였다.

“쓸데없는 짓들을 하는군.”

그런 유저가 생각보다 많은지 저마다 노하우와 꼼수 같은 것을 공유하고 있는 듯했지만 모두 소용없는 짓이었다.

버서크라는 사기적인 스킬 때문에 오해하기 쉽지만 광전사야말로 컨트롤의 극한을 요하는 직업이니까.

그 때문에 대부분 2차 직업에서 다시 광전사를 선택하는 대신 다른 직업들을 섞고 있었다.

로칸은 과연 어떤 직업 트리를 탔을지 저마다 개똥 같은 분석을 내놓으면서.

하지만 로칸은 알고 있었다. 그들이 분석이랍시고 내놓은 설명은 모두 변명일 뿐이라는 것을.

그들은 그저 광전사로 끝까지 밀어붙일 자신이 없는 것뿐이다.

“그때도 그랬으니까.”

특히 인간 광전사가 많이 생겨난 모양이지만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

어차피 키우던 캐릭터를 삭제하고 남이나 따라 할 만한 이들이라면 나중에도 크게 성장하긴 글렀으니까.

“나쁘지만은 않군.”

그러나 그런 시답잖은 소식과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로칸의 활약에 자극받은 다른 3차 도시의 유저들이 일제히 속도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는 전쟁을 통해 자신을 알리기 시작했고, 일부는 전쟁 따위 관심 끄고 오로지 강해지는 것에만 집중했다.

자신보다 10~20레벨은 더 높아 보이는 로칸을 따라잡기 위해 전력 질주를 시작한 것이다.

각 도시 게시판에 올라오는 그런 소식들을 들으며 로칸도 더욱 불타올랐다.

[버서크의 후유증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때마침 사라진 버서크 후유증. 로칸은 즉시 종족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움직였다.

“오, 자네 왔는가! 벌써 해결했다고 역시! 내 보는 눈이 정확했군!”

버서크 후유증 상태에서 미리 완료시키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하르반에게 얕보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심부름까지 시키며 부려 먹다가 이제야 살갑게 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인간이니까.

그렇기에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한 채 그를 만났다.

“이것으로 살과 뼈에 대한 연구는 진척이 있겠군. 그럼 마지막으로 부탁하겠네. 아직 이를지도 모르지만……. 왠지 자네라면 해낼 수 있을 것도 같군. 시간제한은 없으니 언제든 해결하고 찾아와 주게.”

[혈액과 마력에 대하여][퀘스트]

킨싱턴 의회에서 죽음과 재생에 대한 연구를 위해 당신에게 의뢰를 내렸다. 살을 되살리는 풀과 뼈에 대한 연구 자료에 이어 혈액과 마력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오자.

-완료 조건 : 몬스터의 피 0/44

-완료 보상 : 킨싱턴 의회의 감사장, 10골드, 대량의 경험치

3차 도시에서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종족 퀘스트, 그것은 바로 몬스터의 혈액을 구해 오는 것이었다.

얼핏 생각하면 간단하지만 여기에는 표시되지 않은 함정이 숨어 있었다.

‘이것 때매 정말 개고생을 했지.’

아무 몬스터의 피를 받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150레벨 이상인 몬스터의 피’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각기 다른 종으로!

과거에는 그것을 몰라 본의 아닌 레벨 노가다를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헤맬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을 안다고 해서 쉬운 일은 아니었다.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황금사자 진영뿐 아니라 검은용군단의 진영까지 넘나들어야 하는 것이다.

한 진영에 존재하는 150레벨 이상 몬스터의 종류는 고작 해야 20종뿐이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네 개 종족은

“젠장, 이게 제일 문제군.”

오크, 트롤, 고블린, 언데드.

바로 유저들이 선택하는 종족이었다.

어찌 보면 아주 간단한 일일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쩌면 최고 난이도라고 할 수 있었다.

150레벨의 유저가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도시들이라면 모를까, 초반 성장이 더딘 편인 크로스로드와 애쉬 타운에선 그만한 레벨의 유저가 아예 없었다.

아니, 있다고 해도 어딘가 아무도 모르게 던전에 숨어 레벨만 올리고 있겠지. 아직까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이대로 마냥 기다려야 하는 건가 에이 씨, 또 마을이라도 습격해 버려 ”

게다가 종족별로 피를 모아야 하지 않던가

150레벨 유저가 각 종족에서 탄생하기를 기다리느니 차라리 마을을 돌아다니며 습격해 버리고 경비병을 죽여 채워 볼까도 생각을 했지만 그 또한 무리였다.

언데드와 트롤, 오크 경비병은 있지만 고블린 경비병은 이 근처 마을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또한 NPC들이 몬스터의 피를 드롭할 확률은 유저들에 비해 그야말로 극악했다.

그 사실을 알기에 로칸도 투덜거릴 뿐, 실행해 옮기지는 못했다. 일단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볼 수밖에.

한숨을 푹 내쉬고 크로스로드를 벗어나서 가장 가까이에 위치해 있는 몬스터부터 사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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