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랭커 회귀하다-80화 (80/500)

# 80

여왕벌의 최후 (3)

‘후우.’

리엔이 잘근잘근 분노에 찬 빅 버드의 부리질에 쪼이고 씹혀 죽는 동안 리프 어택으로 놈의 목덜미에 올라탄 로칸은 힘을 주어 갈기를 붙잡았다. 여전히 놈이 비행을 하고 있는 탓이다.

‘한 방감이면 간단하지만…….’

생각 같아서는 단번에 도끼질로 머리를 쪼개고 바닥에 메다꽂아 넣고 싶지만, 아쉽게도 빅 버드의 생명력은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

심지어 사용하는 조합 스킬 또한 모두 생명력을 올려 주는 종류였다.

끼이이이이이잇! 후우웅.

로칸을 떼어 놓기 위해 몸부림을 치던 빅 버드의 뒤통수에 도끼를 한 방 꽂아 주니 녀석이 몸부림을 쳤다. 강렬한 기파를 뿜으며 거칠게 곡예비행을 시작했다.

‘시작됐군.’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알을 건드린 순간, 놈의 첫 번째 조합 스킬인 ‘어미의 분노’는 이미 사용된 상태였다. 알 또는 새끼를 건드릴 경우에만 발동하는 조건부의 강력한 자가 버프 스키. 덕분에 놈의 힘은 로칸에 육박할 만큼 강화된 상태였다.

때문에 로칸은 한 손에 힘을 꽉 쥔 채로 배틀 액스를 짧게 휘둘렀고, 상처가 늘어날 때마다 놈의 몸이 요동치며 그를 떨어뜨리려 했다.

‘떨어지지만 않으면 돼.’

떨어지지만 않으면 이대로 차근히 대미지를 쌓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놈의 두 번째 조합 스킬인 광폭의 깃털에 고슴도치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것을 알기에 로칸은 더욱 자세를 낮추고 안전한 사냥을 이어 갔다.

끼허허헝!

그렇게 생명력을 70% 정도 깎아 내자 놈의 마지막 발악이 시작되었다.

세 번째 조합 스킬 [폭주].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심지어 알과 새끼마저 가리지 않고 파괴할 만큼 완전히 눈이 돌아가는 대신 능력치가 배가되는 미친 스킬이 발동한 것이다.

“버서크!”

이쯤 되자 로칸도 보통의 상태로는 몸을 지탱하기 어려웠다. 맞불을 놓듯 버서크를 사용해 버티고, 갈기를 움켜쥔 손에 힘을 더했다.

치명적 일격의 쿨 타임이 돌아오는 대로 꽂아 넣으며 빠르게 빅 버드의 생명력을 깎아내려갔다.

“그쪽은 안 돼!”

가파르게 생명력이 깎여 나간 빅 버드가 발악에 가까운 몸부림을 치며 둥지 쪽으로 몸을 비틀자 로칸은 등가죽이 들리도록 힘을 주어 방향을 틀었다.

그가 굳이 힘들게 빅 버드를 잡는 이유가 바로 저곳에 있었으니까.

“좀 죽어라!”

쾅! 쾅!

어지러울 정도로 요동치는 빅 버드의 목 위에서 몇 번이나 더 도끼질을 하자 비로소 빅 버드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탈출, 폭격!”

바닥에 부딪히려는 순간, 로칸은 탈출을 사용해 낙하 대미지를 없앴다. 폭격을 날려 확실하게 마무리까지 지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온실의 효과로 생명력이 크게 증가한 빅 버드를 깨끗하게 마무리 짓고, 버서크의 효과가 끝나기 전에 서둘러 나무를 타고 올랐다.

“후우, 있어야 할 텐데.”

둥지로 돌아가 남은 알들에 손을 올리는 로칸. 그러자 그중 하나에서 반응이 왔다.

[빅 버드의 알을 획득하시겠습니까 ]

대답은 당연히 예스. 수락의 의사를 밝히자 알들 중 하나가 사라져 인벤토리 안으로 들어왔다.

[빅 버드의 알을 획득하셨습니다.]

[일정 시간 동안 인벤토리에 보관하면 빅 버드의 새끼가 부화합니다.]

로칸이 노린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최초의 비행 탈것!

온실의 영향을 받아 낳은 새끼는 굳이 온실에 있지 않아도 어미와 같이 커다란 덩치를 갖게 되고, 이것을 길들여 비행 탈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사람을 태울 수 있을 만큼의 크기가 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특별히 관리가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금 얻어 두면 꽤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타이틀은 아직인가.’

더불어 이것은 ‘최초의 하늘 기사’와 ‘최초의 공중전’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아직 부화가 되지 않아 즉시 적용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안전지대 설치. 일단은 리젠까지 꽤 걸리니까, 1차 후유증만 끝내야겠군.”

그렇게 원하던 것은 모두 손에 넣은 로칸은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1차 후유증을 끝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나무를 내려가 신나게 곤충 몬스터들을 때려잡기 시작했다.

“역시 믿음직스럽군. 좋아, 원하는 식물이 있다면 하나 골라 보게. 우릴 도와준 보답으로 자네에게 선물하지!”

딱 1백 마리를 채우고 입구로 돌아가자 그를 들여보냈던 하프엘프 NPC가 기꺼이 그를 맞이했다.

먼저 죽어서 돌아간 리엔은 이곳에 있을 리가 없다. 무단으로 채집을 한 대가로 친밀도와 평판이 크게 깎여 쫓겨났을 테니까.

한참을 다시 작업하지 않는다면 이곳에 발을 들이기는 힘들겠지.

[살살이꽃을 획득하셨습니다. 1/3]

로칸의 선택은 당연히 살살이꽃이었다.

탐나는 다른 식물들도 몇 있었지만 굳이 레벨에도 맞지 않는 몬스터를 1백 마리씩 잡아 가며 하나를 얻기에는 효율이 별로였으니까.

더구나 완제품도 아닌 연금술 재료 하나일 뿐이라 빠르게 클리어하고 고레벨 몬스터를 사냥해 그 돈으로 각종 소모품을 구입하는 것이 이득이었다.

“그럼, 다시 다녀오겠습니다.”

선택을 마친 로칸은 다시 온실로 들어가 사냥을 시작했다.

아직은 아는 사람도 적고, 사냥하는 사람은 더 적은 온실이기에 잡을 몬스터는 넘쳐났다.

오죽하면 로칸의 입장에선 시들어 있는 식물에 영양제를 주고 관리하는 것보다 사냥을 해서 숫자를 채우는 것이 더 빠를 지경일까.

그렇게 두 번을 더 반복하니 종족 퀘스트의 완료 조건인 살살이꽃을 세 개 모두 얻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가 문제로군.’

하지만 진짜 어려움은 이제부터였다. 이다음 퀘스트에서는 진짜로 경계를 넘어야 했으니까.

“일단은 정비부터 제대로 해야겠군.”

로칸은 즉시 룬 북을 사용해 크로스로드로 돌아왔다. 상점을 정리하고, 드워프 대장장이를 찾았다.

제작 의뢰를 맡겨 두었던 장비를 찾기 위함이다.

“여기 있네. 그럭저럭 괜찮은 놈이 나왔어.”

150레벨을 달성하고 나서 쭉 검은용군단 NPC들에게 얻은 장비를 쓰던 이유. 그것은 바로 드워프 대장장이에게 몇 번이나 새로운 장비 제작을 맡겼지만 썩 만족스러운 놈이 나오지 않은 탓이었다.

드워프제 장비가 기본적으로 스펙이 높긴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이 대장장이 NPC에게 맡길 수 있는 장비 레벨 한계가 170밖에 안 되다 보니 슬슬 고레벨 장비로 갈수록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레벨에 만든 장비 풀 세트를 계속해서 찰 수도 없었다. 150레벨 장비부터는 스펙이 크게 뛰어오르니까.

때문에 불량품으로 판정된 150레벨 장비들은 모조리 상점 2층과 3층에 배치되었고 마침내 오늘, 새로운 제작물이 나온 것이다.

“오, 좋은데요 ”

드워프가 괜찮은 놈이라고 말을 할 정도니 기본 매직 등급 이상은 되었다.

기본 방어력도 상당했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옵션!

가능하면 치명타 확률이 붙기를 원했지만 기본적으로 전사용 무구이다 보니 힘과 민첩, 체력 옵션이 크게 붙어 있었다.

‘힘민체만 붙어도 상급으로는 칠 수 있지.’

하지만 무엇보다 레어 등급의 장갑과 상의가 대박이었다.

[마나 합금 글러브][레어]

마나 전도율이 좋은 마나 합금을 이용해 만든 글러브. 포스 사용 시 마나 소모량을 크게 줄여준다.

-방어력 : 330

-내구력 : 500/500

-포스 사용 시 소모 마나 30% 감소.

-포스를 이용한 모든 공격 대미지 15% 증가

-힘 + 47

-민첩 + 43

-체력 + 48

[광전사의 흉갑][레어]

적진을 휘젓는 광전사를 위한 갑옷. 적에 대한 위압, 공포 효과가 증가하고 연속해서 적을 베어 낸 숫자에 따라 새로운 힘을 부여한다.

-방어력 : 630

-내구력 : 700/700

-힘 + 50

-민첩 + 47

-체력 + 49

-적에 대한 위압, 공포 효과 30% 증가

-적 연속 처치 시 공격력과 방어력 상승

방어력도 훌륭했고, 힘민체 옵션도 훌륭했다. 150레벨 장비에 붙을 수 있는 최고 능력치 상승이 + 50이니까 흉갑의 경우 거의 최고 수치로 붙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장비가 마찬가지. 레어 아이템의 특별함은 그 옵션에 있었다.

마나 소모의 주범인 포스의 소모 마나 하락과 포스를 이용한 공격력 상승! 그렇다는 것은 포스가 조합된 조합 스킬의 위력 또한 증가된다는 뜻이기에 로칸의 공격력이 크게 강화된 셈이었다.

게다가 적을 연속으로 처치 할 때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상승한다고

상승폭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혼자서 다수의 적을 상대할 일이 많은 로칸에게 이만한 옵션이 또 없었다.

‘바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겠군.’

마침 수행해야 할 다음 퀘스트와도 상성이 좋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정작 무기는 평범하게 공격력만 높은 놈이 나왔다는 것. 이래서야 지금 쓰고 있는 것보다 깡 대미지만 더 높을 뿐이다.

“어쩔 수 없지. 이참에 돈지랄 좀 해 볼까 ”

아쉬움을 뒤로하고 되는 대로 강화를 마친 로칸이 향한 곳은 통합 경매장이었다. 그보다 더 좋은 장비가 돌아다닐 리는 없지만, 좀 더 강화 시켜 줄 수 있는 아이템들은 있었으니까.

유저들의 레벨이 올라 제법 물량이 풀린 칼날 마인의 조각을 하나 구입하고, 방어력을 올려 주는 마법 부여 아이템들을 숫자에 맞게 구입했다.

그 자리에서 아낌없이 장비들에 바른 뒤 다른 소모품들을 전투적으로 검색해 모조리 사들였다.

이번만큼은 로칸이라도 긴장 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뼈에 대한 고찰][퀘스트]

킨싱턴 의회에서 죽음과 재생에 대한 연구를 위해 당신에게 의뢰를 내렸다. 살을 되살리는 풀에 이어 뼈에 대한 연구 자료를 구해 오자. 뼈에 대한 연구 자료는 리치의 연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완료 조건 : 뼈에 대한 연구 자료 0/1

-완료 보상 : 10골드, 보통의 경험치

“후우.”

살살이꽃 채집 퀘스트를 완료하자 나타난 다음 단계의 퀘스트.

그것을 확인한 로칸이 가볍게 숨을 골랐다.

살살이꽃 채집 때와 달리 친절하게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까지 가르쳐 주고 있었지만 그 난이도가 괴랄한 것이다.

죽음을 거스른 마법사, 리치.

그 존재는 ‘중앙’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단 한 명만 존재했다.

‘죽은 자의 요람 내부에 말이지.’

바로 애쉬 타운 인근의 언데드 마을 ‘죽은 자의 요람’ 내에.

즉, 놈을 찾아 없애고 뼈에 대한 연구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마을’ 안으로 쳐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생에는 아예 종족 파티 또는 공격대를 이루어 우르르 몰려가곤 했는데, 로칸은 그럴 수도 없었다.

아직 여기까지 퀘스트를 진행하기는커녕 종족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150레벨을 도달한 이조차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진행을 좀 더 미뤄야 할까

그럴 리가.

애초에 다른 이들과 함께 할 생각이 없는 로칸이기에 지금이 오히려 기회일 수 있었다. 적어도 유저들이 큰 걸림돌이 되지는 못할 것 아닌가

“룬 북 사용. 등잔 밑으로.”

머릿속으로 이동 경로와 침투 루트를 그려 낸 로칸은 눈을 빛내며 룬 북을 사용했다.

일전에 쟈로스의 애완 공룡을 잡기 위해 마크를 찍어 둔 검은용군단의 지역으로 넘어가서 은밀하게 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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