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랭커 회귀하다-71화 (71/500)

# 71

라이브 방송 (2)

“컥 ”

“뭐, 뭐야 ”

첫 번째 폭격은 가장 밀리고 있는 하프엘프의 상대의 가슴에 꽂혔다.

금방이라도 검이 날아갈 듯 위태롭던 하프엘프의 어깨 너머로 정확히 도끼날이 꽂혀 들어갔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둘을 동시에 밀어 냈다.

‘조합 스킬 공개 뭐, 따라 할 테면 따라 해 보라지.’

누가 봐도 조합 스킬 이외에는 답이 나오지 않는, 아니 조합 스킬이라는 이름으로도 쉬이 믿기지 않는 엄청난 위력이었다.

그것이 라이브로 공개된 셈이지만 로칸은 개의치 않았다. 안다고 분석할 수 있는 스킬이 아니고, 조합식을 알려 줘도 비슷한 위력은 흉내도 낼 수 없는 스킬이니까.

그렇기에 아무런 감흥 없이 더 깊숙한 전장으로 쏘아져 갈 수 있었다.

‘굳이 이미지를 나쁘게 가져갈 건 없겠지.’

다른 이들의 도움쯤은 아무래도 좋은 로칸이다.

하지만 밀리는 상대를 해치워서 ‘도움’을 주었다는 인식을 주어야 이후가 덜 귀찮아진다.

실컷 해치우고 났더니 스틸이라느니 하는 개소리를 하지 않을 테니까.

그 때문에 빠르게 전장을 스캔한 로칸은 가장 힘겨워하는 쪽부터 돕기 시작했다.

“대시, 스트라이크!”

퍼석!

그 한 방에 오크 기사 하나의 머리가 마른 사과처럼 부서졌다.

새롭게 등장한 로칸을 의식하기는 했지만, 이처럼 빠르게 가담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탓에 대응이 늦은 것이다.

‘그렇다면 죽어야지.’

참으로 간단한 일이다.

로칸은 무심하게 다음 적을 향해 움직였고, 이번에도 일대일 전투 중이던 녀석은 상대에게 발목 잡혀 로칸의 공격을 방어하지 못했다.

원 샷 원 킬!

치명타 세트가 빛을 발한 것이다. 그러나 방송을 켜기 전, 알림 설정은 모두 꺼 두었기에 크리티컬 표시도, 공훈 포인트와 관련된 표시도 나타나지 않았다.

진실은 오직 로칸만이 아는 일.

그런 사정을 모르는 채팅 창에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아밍: 원 샷 원 킬 이거 실화냐

코렌: 당신, 죽은 놈 탱커 아니었어

└히녹스 : 탱커는 아닌데 그래도 근접 계열. 120레벨은 되는 것 같은데 이 대미지가 말이 돼

루하이드 : 이 미친 스트리머는 대체 레벨이 몇인 거지

└탄노이 : 최소 140레벨 봅니다. 아니면 말이 안 됨.

└카둠 : 장비발인 건가 1인칭 시점이라 장비가 잘 안 보이기는 하는데 얼핏 보이는 건 내가 쓰는 거랑 비슷해 보이는데 ;;

└라흐마니코프 : 깝 ㄴㄴ해. 그럴 리가 있냐. 니 렙이 몇인데 ㅋㅋ

윙고 : 로칸이 광전사 계열이었지 누구 광전사 정보 없어 원래 이렇게 사기인 건가

└유령용 : 친구가 로칸 플레이에 뻑 가서 광전사 새로 키우는데 답도 없음. 딜은 다른 직업보다 좀 더 나오는 것 같은데 스킬이 개빈약함. 컨도 컨이지만 이건 템발이 미친 것 같은데 유니크 무기라도 되는 건가

기본 크리티컬 확률이 0%이다 보니 다들 크리티컬 대미지일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아니더라도 한 방 한 방이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 정도였지만 고작 ‘인간’ 종족인 로칸이었기에 본신의 능력치가 아닌 ‘장비발’일 것이라 추측하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압도적인 전투력을 가졌다는 것뿐!

“내가 저 새끼는 죽인다!”

“뭐 해 조져!”

그래도 여전히 수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일까 적들은 처음 상대했던 놈들처럼 지리멸렬하지 않았다.

로칸의 활약에 힘입어 점점 힘을 쓰고 있는 하프엘프들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로칸 하나만큼은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공격을 쏟아붓기 시작한 것이다.

“파멸의 일격!”

“웨폰 브레이크!”

“백 연타!”

로칸을 향해 일시에 쏟아지는 조합 스킬들.

이름은 거창했지만 실상은 하급으로나 분류될 만한 수준이었다.

‘멍청한 놈들.’

조합 스킬의 능력은 이름에 영향을 받는다. 같은 조합식을 쓰더라도 어떻게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특징과 위력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놈들처럼 되지도 않는 이름을 갖다 붙일 경우, 오히려 위력이 줄어들었다.

“휠 윈드!”

후아아앙!

그리고 그 차이가 지금 분명히 드러나고 있었다.

“꺽……!”

“미치…….”

분쇄.

그다음 일어난 참상은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었다.

믹서기로 갈아 버리듯, 맞닿는 모든 것들을 갈아 버리는 조합 스킬의 위력에 놈들의 신체는 물론 조합 스킬까지 모조리 갈려 나갔다.

“저게 뭐야 ”

“저게 가능하다고 ”

“팽이 아니, 그보다는…….”

그 압도적인 위력에 도주를 생각하던 놈들까지 발이 묶였다. 딴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눈앞의 광경이 황당했던 것이다.

그리고 로칸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리프 어택!”

조합 스킬을 멈춘 것도 아니다. 휠 윈드를 사용해 회전하는 그대로, 적들이 가장 몰려 있는 곳을 향해 도약했다.

“크악!”

새로운 적들을 갈아 버리기 시작했다.

‘아직은 괜찮군.’

상대가 회피하고 원거리 공격만 퍼붓는다면 스킬을 캔슬 했을지 몰랐다. 휠 윈드는 공격 일변도인 스킬이고, 이동속도 저하라는 단점이 있으니까.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위력에 압도당한 놈들은 효율적인 전투라는 것을 잊어버린 상태였다.

“폭격!”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리기 전에, 로칸이 공세를 전환했다. 쿨 타임이 돌아온 폭격을 이용해 적들을 터트리고, 치명적 일격으로 상대를 방어구째 베어 버렸다.

당해 본 자만 알 수 있는 폭력의 공포에 휩싸여 누구도 저항할 수 없었다.

존도우 : 얘들은 뭔데 대 주고만 있냐

파뤼타임 : 미친 딜인 건 맞는데 적도 병신들이네. 그냥 얼어 있음 ㅋㅋ

포아칸 : 쪽수만 믿고 설치던 놈들이네. 저 정도는 나도 함.

지옥불조선 : 크로스로드 쪽 애들도 참 답 없다. 뭐 저런 놈들한테 털리고 다니냐 ㅋㅋ

그러나 화면으로는 그 공포가 체감되지 않는 듯싶었다.

덕분에 로칸의 전투력은 인정하면서도 ‘저 정도는 나도.’라거나 ‘크로스로드 쪽 유저들이 약하다.’는 글들이 꽤 많이 올라왔다.

직접 몸을 움직여 플레이하는 더 로드의 특성상, 실전 상황이 되지 않으면 좀처럼 체감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또 15 벌었고.’

그렇게 채팅 창으로 조롱과 응원이 이어지는 동안, 로칸은 빠르게 공훈 포인트를 체크했다.

다른 유저들이 침 바른 놈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기여도가 가장 높기 때문인지, 고작해야 1포인트짜리이기 때문인지 공훈 포인트가 깎이지 않고 쌓인 것이다.

‘어디 전쟁 안 터지나 ’

하지만 로칸은 아직도 배고팠다.

매번 10포인트 이상을 벌어들이는 것은 흡족했지만 전투와 전투 사이의 텀이 길다 보니 감질나는 것이다.

지금도 꾸준히 제보 댓글이 올라오고 있을 테지만 대부분이 국지적인 전투일 뿐이었다.

‘카메라 전환.’

그 때문에 로칸은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애초에 라이브 방송을 켠 것도 이럴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니까.

카메라 시점을 1인칭에서 3인칭으로 바꾸고, 인터뷰하듯 자신의 얼굴이 나오도록 잡았다.

“이거 생각보다 싱겁네요. 애쉬 타운 여러분, 겨우 이 정도입니까 흠, 그럼 이렇게 하죠. 열 명이 오든 스무 명이 오든 상관없습니다. 저를 잡으시는 분에게 이걸 드리겠습니다.”

로칸이 꺼낸 것은 근접 계열 유저들이 가장 선호하는 롱 소드였다.

간단한 조작으로 아이템 정보가 보이도록 만들자 댓글이 폭발했다.

아젤카즈 : 미친 ㅋㅋ 자기 목에 현상금 걸었어 ㅋㅋ

아즈훈이 : 다 가만히 있어라. 저거 형이 먹는다.

정글몽키 : 와, 미쳤다 미쳤어. 공격력 봐. 저거 현 지존템 아님

└레슬리쳉 : 크로스로드 방문자 상점에 유니크 무기 있음. 지존은 아닌데 최상급인 건 확실. 근데 저런 걸 서브 무기로 들고 다닐 정도면 주 무기는 대체 얼마나 좋은 거냐 ㄷㄷ.

└조조다 : 또 속냐 ㅋㅋ. 저런 걸 퍽이나 진짜로 주겠다.

락메탈 : 근데 진짜 무슨 생각이야 광역 도발 보소.

캐니스터 : 님아, 그냥 저한테 파세요;; 전 재산 드림

이걸 위해 상점에서 제작 무기 한 점을 빼 온 보람이 있었다.

옵션은 그럭저럭이지만 무려 레어 등급에, 드워프제라 공격력과 내구력 하나는 끝내줬기에 현 시점에서는 ‘지존급’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

그것을 본 이들의 눈이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정도 떡밥이면 충분하겠지.’

로칸이 패배한다고 정말 그것을 내놓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가지고 있다면 드롭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겠나

어쩌면 같은 진영에게까지 공격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로칸은 개의치 않았다. 덤비면 박살 내면 그만일 뿐이다.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몸을 돌린 로칸은 다시 다른 전장을 향해 움직였다.

흑색 말을 불러내고 북쪽으로, 북쪽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또 덤벼드는 모든 것들을 분쇄해 가면서.

‘슬슬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

일 대 다수의 전투이기에 신속하게 적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중요했지만 로칸은 과도하게 서두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적의 증원을 기다리듯, 적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여유를 가지고 전투에 임했다.

방송을 본 이들이 입에서 입으로 소식을 전할 것이기에 크로스로드와 대치되는 검은용군단의 도시, 애쉬 타운에서도 기별이 있을 게 분명하니까.

실제로 애쉬 타운은 지금 난리였다. 방송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접속하는 이들도 있었고, 먼 사냥터에서 돌아오는 인원도 있었으며 길드 단위로 인원을 소집하는 곳도 있었다.

일부 길드에서는 아예 지역 게시판에 글을 올려 찜해 두려는 시도도 있었다.

자신들이 찍었으니, 먼저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눈 돌아간 이들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이야기였지만.

그도 그럴 것이, 로칸이 내건 롱 소드만 얻을 수 있다면 치고 올라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텐데 뭐가 두렵겠나.

“왔군.”

그 광기의 이동을 로칸이 감지했다.

구경꾼을 겸해 한 숟가락 얹어 볼까 하는 황금사자 진영의 유저들이 그를 뒤따르기도 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적들이 저 멀리 까맣게 밀려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스물이 아니라 쉰은 족히 되어 보였다.

“한바탕 쓸어 담아 볼까 ”

그들을 마주하며 로칸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싸울 맛이 좀 나지.’

가만히 기다려 봤자 은신한 적에게 기습을 당하거나 원거리 공격에 노출될 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먼저 공세를 취했다.

“세트 2번.”

이번에는 치명타 세트가 아니었다.

눈먼 공격에 맞을 확률이 높은 난전에서는 안정적인 장비를 쓰는 편이 이득이었다.

나중에 고레벨의 치명타 장비를 얻는다면 모를까, 지금은 방어력이 높은 게 나았다.

공격력이야 얼마든지 커버가 가능했고, 타이틀 효과를 통한 치명타 발동 확률은 여전했으니까.

“폭격!”

콰앙!

장비 옵션으로 강화된 로칸의 힘이 손끝에서 폭발했다.

밀려오는 적들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놈에 맞히고, 중앙으로 몰아넣는 것에 성공했다.

“돌격.”

그리고 그 자신도 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노리는 것은 중앙.

파괴의 돌진이 아쉬워지는 순간이지만 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

“으랏차!”

따다다당!

캔슬을 하지 않는 이상 날아오는 공격을 몸으로 때워야 하는 대신, 배틀 액스를 비틀어 적의 공격을 쳐 낼 수 있으니까.

“아, 씁!”

“저 새끼 잡아!”

덕분에 은신한 채 로칸의 주위에서 대기하던 놈들은 닭 쫓던 개 신세였다. 시선이 팔렸을 때, 배후 공격부터 시작하려 했는데 로칸이 저만치 멀어져 버린 것이다.

“이게 웬 떡이냐!”

헐레벌떡 뒤쫓아 보려 했지만 로칸은 혼자가 아니었다. 구경을 위해 대기하던 유저들이 은신을 풀고 나타난 놈들을 사정없이 난타했고, 로칸은 무리 없이 적진을 향해 뛰어들 수 있었다.

“크허허허허헝!”

시작은 역시 광기의 외침.

포스의 힘이 깃든 목소리가 적들의 신경을 가닥가닥 끊어 놓았다. 통제력을 잃고 수십의 인원이 일시에 멈추어 섰다.

“휠 윈드!”

‘다수를 갈아 버릴 때는 역시 이거지!’

로칸이 회전하기 시작하자 토네이도처럼 주변의 적들이 빨려 들어갔다.

규격 외의 공격력에 가볍게 썰려 나가며 공훈 포인트를 헌납했다.

“빼!”

그러나 이번에는 적들도 마냥 당해 주지 않았다. 전투 오더를 내리는 자가 있는지 고함 소리와 함께 일사불란하게 로칸에게서 멀어졌다.

“일점사!”

그리고 일제히 원거리 공격을 퍼부었다.

그래 봤자 3차 전직 퀘스트가 어려워 아직 제대로 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인원은 많지 않았지만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의 화살과 마법 세례가 날아들었다.

“대시.”

탈출까지도 쓸 필요가 없었다. 로칸은 대시를 이용해 빠르게 회피하고, 역으로 공세를 취했다.

“폭격!”

마법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서.

그곳이 곧 마법 계열 유저가 있는 장소가 아니겠나 오히려 위치를 노출시키고만 놈들을 향해 폭격을 날리고, 리프 어택으로 덮쳐 갔다.

“빌어먹을! 다 비켜!”

다시 한바탕 난장판이 벌어지자 참다못한 지휘관이 수수깡처럼 부러져 나가는 주변 유저들을 뒤로 물리고 당당히 로칸의 앞에 섰다.

“로칸! 나랑 한판 붙어 보자!”

그의 뜻을 알기 때문일까 불나방처럼 달려들던 적들의 공세가 멈추었다.

일기토.

다대일의 전투가 아닌 일대일의 전투로 상황이 바뀐 것이다.

분노가 섞여 있었지만 상대의 표정은 자신만만했다. 아군이 벌써 열이 넘게 갈려 나간 것을 확인하고도 로칸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애쉬 타운의 랭커 타이드. 기억해 둬라. 앞으로 네가 들으면 치를 떨 이름이니.”

랭커.

아직 랭킹 시스템이 업데이트는 되지 않았지만 유저들에 의해 매겨지는 전투력 평가에서 당당히 상위권을 차지하며 랭커라 불리고 있는 자신의 힘을 믿는 것이다.

‘이것 봐라 ’

그 자신감을 알아차린 것일까, 로칸도 작두처럼 내리치던 도끼질을 멈추고 그를 향해 돌아섰다.

배틀 액스를 한쪽 어깨에 걸치고 왼손을 들어 올려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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