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랭커 회귀하다-65화 (65/500)

# 65

마법사의 던전 (1)

‘마법사의 던전.’

간단한 이름의 던전이지만 알려지고 난 뒤, 수많은 이들이 좌절을 겪은 곳이기도 했다.

보통의 던전은 아무리 주인이 마법사라 해도 골렘이나 몬스터 따위를 가디언으로 박아 놓는데, 이 던전의 주인은 변태같이 온통 마법 함정과 마법 몬스터 들로 채워 놓았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유저들은 아직 마법 공격이라고는 마법사 유저와의 대결 정도로밖에 내성이 없는 것이다.

마법 저항력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서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처가 될 리도 없고, 마법 방어력과 관련된 아이템도 거의 풀리지 않거나 쓰레기 취급을 받는 중인 것이다.

“이렇게라도 할 수밖에.”

그 때문에 로칸은 통합 경매장을 통해 최대한 마법 저항력이 붙은 장비들을 긁어모았다.

그나마도 특정 속성 방어력의 형태로 붙은 것이 대부분이라 검색하는 데도 한참이 걸렸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몇 개 부위라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으니까.

“강화 부탁합니다.”

그렇게 얻은 마법 방어력은 모두 9%.

썩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고, 옵션을 중심으로 고른 터라 방어력은 형편없었지만 로칸에게는 강화가 있었다.

치명타 세트에 그랬듯 5강까지 억지로 끌어올리자 여전히 부족했지만 쓸 만한 정도로까지는 방어력이 상승했다.

‘그래도 사자왕의 봉인된 투구가 있으니까.’

로칸의 컨트롤이 부족하거나, 애초부터 높은 방어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광전사 클래스가 아니거나, 사자왕의 봉인된 투구가 없었다면 생각해 볼 일이지만 그 모든 것이 갖춰졌기에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남서쪽에 있는 고목이 입구였지.’

마법사의 던전답게 입구와 입장 방법부터가 특이했다. 크로스로드 남서쪽에 위치한 거대한 고목에 일정량 이상의 충격을 주면 환영이 사라지고 입구가 나타나는 구조인 것이다.

다행히 주변에 거창한 사냥터는 없는 데다 월하의 공동묘지처럼 한 명 또는 한 파티가 입장하면 저절로 원상 복구되는 방식이기에 주의하면 시선을 끌지 않고 입장할 수 있을 터였다.

로칸도 긴장할 정도의 난이도 있는 던전이기에 알고 들어온다 해도 빼앗길 일은 별로 없지만.

삐이익!

마법 지도를 꺼내 위치를 확인한 로칸은 즉시 말에 올라탔다. 목적지를 향해 거친 질주를 시작했다.

“아오, 씨발!”

생각해 둔 것이 있어 중간중간 말에서 내려 어떤 작업을 해 두기도 하면서 한참을 달려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때, 로칸의 귓가를 파고드는 거친 목소리들이 있었다.

‘응 여기에 유저가 있다고 ’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좀 더 접근하자 소란의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개 같은 땅딸보 새끼가 계속 스틸질이네.”

“스틸은 개뿔! 너희가 느려 터져서 못 잡는 걸 왜 남한테 시비야 그리고 스틸은 너희가 했지. 아니다. 실력이 달려서 그것도 못 했지, 아마 ”

“캐릭을 그 따위로 만들어 놓으니까 못 봤지, 새꺄! 이거 진짜 말로 해선 안 되겠네.”

“왜 그 실력으로 덤벼 보게 쪽수만 많다고 쫄 줄 아냐 ”

아무래도 사냥감을 두고 시비가 붙은 모양이었다.

‘이 주변에는 쓸 만한 사냥감이 없지 않던가 ’

잠시 생각하던 로칸은 곧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나 때문이군.’

자신이 지정한 퀘스트 몬스터. 그중 자이로폴을 비롯한 두 마리는 일정한 서식지를 두지 않고 필드 전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놈이었다.

이들은 아마도 그것을 찾아 떠돌다가 여기까지 흘러들어 온 모양이었다.

“쓰벌, 그냥 조지자. 어차피 상점도 제대로 이용 못 하는데 PK 해 봤자 별로 차이도 없잖아 ”

“그래, 내가 오늘 이 새끼 잡고 PK 된다!”

“병신들. 말로만 싸울 거냐 ”

잔뜩 성질을 내는 하프엘프들과 그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다른 유저.

목소리로 보아 일 대 다수의 전투가 예상됐지만 혼자인 녀석도 자신만만했다. 그게 자신인지 오만인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귀찮게 됐군.’

분위기가 험악하게 흘러가자 로칸도 표정을 굳혔다.

여기에서 전투를 벌이다가 자칫 고목을 잘못 노리기라도 하면

독점하려 했던 비밀 던전이 얼떨결에 공개가 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었다.

알아도 공략하기 어려운 던전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이 몰리는 것은 사양하고 싶은 일이다.

“조져!”

하지만 뜻과 다르게 전투는 벌어지고야 말았다. 하프엘프들이 일제히 거리를 벌리는가 싶더니 각자의 활을 당겼다.

‘호크 아이였군 ’

인상을 찌푸린 채 상황을 지켜보던 로칸이 그들을 알아보았다.

하프엘프의 특성을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궁수로만 이루어진 길드였다.

블러드 체이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자이기도 했지만 하프엘프만 가입을 받는다는 종족 우월주의식 모집으로 결국은 쇠락한 이들이기도 했다.

“쐐기 화살!”

“그림자 쏘기!”

파바바밧!

그래도 실력은 제법 괜찮았기에 로칸은 자연스레 그들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다음 순간 벌어진 일은 놀라웠다.

“그런 개눈깔로 궁수는 무슨! 파이어볼!”

“큭.”

콰앙!

호크 아이 길드원 셋이 쏘아 낸 화살을 모조리 피해 낸 상대가 오히려 역공을 펼쳐 그들을 위협한 것이다.

빠른 속도를 이용해 피해 내긴 했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한 까닭에 한 놈이 신음성을 흘렸다.

“빌어먹을 난쟁이!”

‘재미있군.’

그것이 오히려 화를 돋운 듯 놈들은 더욱 과격하게 활시위를 당겼지만 모두 허사였다. 작고 빠른 상대는 별다른 노력 없이 그 모든 공격을 피해 버린 것이다.

그제야 로칸도 상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놈은 로칸도 잘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클릭저항 밋티.’

유저들이 깊은 ‘빡침’을 담아 선사한 호칭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었으니까.

종족은 노움. 클래스는 아마도 마법사와 사냥꾼.

클래스의 조합도 언밸런스했지만 놈의 진짜 미친 짓은 따로 있었다.

‘진짜 작네.’

커스터마이징으로 가뜩이나 작은 노움의 신체를 최소화시켜 버린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공격을 명중시키지 못하도록.

그리고 그 생각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원래 PC게임에서도 작은 상대는 클릭하기 어려운데, 직접 몸을 사용해야 하는 더 로드에서는 오죽하겠나.

범위 공격을 쓸 수 있는 자들이 아니라면 좀처럼 그에게 공격을 성공시키기 어려웠던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쥐 새끼처럼 도망 다니긴!”

“좀 맞아라!”

“멀티 샷!”

능력치가 어느 정도의 명중률을 보정해 준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였다.

작은 화살촉을 명중시켜야 하는 세 놈의 입장에서는 움직이는 과녁 맞히기보다도 어려운 미션처럼 느껴질 터였다.

결국 마구잡이로 화살을 뿌려 댔지만 오히려 공격을 성공시키는 것은 밋티 쪽이었다.

“큭!”

“뭘 쏘는 거야 ”

밋티의 무기는 부착식 석궁이었다.

적을 겨냥한 뒤 버튼을 누르면 팔등에 붙인 석궁이 자동으로 발사되는 것인데, 공격력은 높지 않아도 활용도는 무척 높았다.

누적되는 대미지라는 것은 무시할 것이 못 되니까.

‘빠르군.’

사냥꾼의 속도를 이용해 그것을 뿌리고 다니자 일방적으로 몰리는 것은 다수인 하프엘프들이었다.

다리는 짧았지만 그만큼 빠르게 놀릴 수 있도록 해서 시스템이 이동속도를 보정해 주는 것이다.

저 작은 몸뚱아리가 뽈뽈거리면서 사방을 누비고 다니니 눈앞이 어지럽고 속에서는 천불이 났다.

“가이드 샷!”

그 때문일까 독기를 품은 세 놈이 유도 기능이 있는 스킬을 사용했다.

그동안은 궁수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직접 겨냥을 했지만 이제는 참기 어려운 것이다.

삐익!

그때, 밋티가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그의 왼 손등 위로 날아와 앉은 새 한 마리. 방패 수리라고 불리는 사냥꾼 전용의 방어형 소환수였다.

따당!

날개를 홱 하고 휘두른 방패 수리는 놈들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 냈다.

푸슛.

그리고 이어진 반격.

부착형 석궁이 쏘아지자 또다시 하프엘프 중 하나의 허벅지에서 화살이 솟아났다.

‘볼 것도 없겠군.’

이미 승부는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밋티가 빠르기 때문만이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맞히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탓에 하프엘프들은 전혀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반대로 밋티는 석궁과 소환수로 안정적인 대미지 딜링을 하면서 이따금씩 마법까지 날려 피해를 주고 있으니 승부가 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으아아아! 죽여 버린다!”

그것이 답답했던지 하프엘프 중 하나가 거의 폭주 상태로 들어섰다.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달려 나가 거리를 좁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로칸은 그것이 단순한 질주가 아니라는 것을 읽었다.

거리를 좁혀 각도를 좁히기 위함. 그러고 나서는 강력한 한 방을 노릴 터였다.

당연히 그것은 조합 스킬이겠지.

‘막아야 해.’

밋티가 위험해서 그럴 리가. 놈들이 어떻게 되든 아무 상관이 없는 로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벌떡 일어나 뛰어오른 것은, 밋티가 피해 버릴 경우 자칫 그의 목표인 고목에 공격이 적중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멈춰라!”

강력한 힘이 실린 고함 소리.

적이었다면 눈알을 까뒤집고 부들거렸겠지만 딱히 적대 중은 아니었기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가는 수준에서 끝이 났다.

아니, 한 놈만큼은 예외였다. 눈이 돌아간 놈은 로칸의 고함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밋티를 향해 달려갔다.

“스로잉!”

“힉!”

퍼억!

그러나 조합 스킬을 사용해 보기도 전에, 발아래 섬뜩한 도끼날이 박히는 것에 놀라 겨우 정신을 차렸다.

“누, 누구냐!”

그 한 방에 담긴 위력만 보더라도 상대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기에 놈은 떨리는 목소리로 겁먹은 강아지처럼 소리쳤다.

가뜩이나 3 대 1로 싸워 질 것 같은 상황에, 저 난쟁이의 조력자가 나타난다면 무조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크로스로드 수비대다!”

“헉!”

수틀리면 공격하려는 듯, 은근히 무기를 쥔 손에 힘을 더하는 놈들을 보며 로칸이 소리쳤다.

이미 뛰쳐나오기 직전, 신분 위장을 사용해 둔 상태였기에 그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뭐지, 그 불손한 눈초리는 지금 크로스로드 수비대에 대항하겠다는 건가 그게 너와 네 길드의 선택이냐 ”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저는 다만…….”

거친 로칸의 태도는 현재 유저들을 대하는 NPC들의 그것과 똑 닮아 있었다. 그러니 놈들이 겁을 집어먹는 것도 당연했다.

의심 따위는 전혀 해 볼 생각조차 못 하고 바로 무기를 떨어뜨렸다. 자신뿐 아니라 길드까지 입에 오르자 사색이 된 채 부정만 할 뿐이다.

“시끄럽다! 도시 밖에서 무고한 이를 습격한 것을 내가 똑똑히 보았다. ‘시민’은 아니지만 같은 진영을 살해하려 한 죄는 무거우니 합당한 죄를 치러야 할 것이다. [판결]!”

[하프엘프 이글아이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셨습니다.]

[범죄 로그를 분석합니다.]

[노움 밋티에 대한 선공이 확인되었습니다.]

크로스로드 수비대원의 권능을 발휘하자 놈의 몸이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형이 집행되어 자동으로 텔레포트된 것이다.

사라진 놈의 육신은 크로스로드 수비대로 인계되었을 터였고, 죄질에 맞는 형이 집행될 것이다.

‘초범이니 끽해야 하루 구금 정도겠지만.’

NPC 살해면 모를까, 유저들끼리 치고받은 정도로는 형이 얼마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PK에 성공해서 머더러가 된 것도 아니지 않던가

하지만 중요한 것은 놈을 이곳에서 날려 버렸다는 것이다.

로칸은 연이어 나머지 두 놈에게까지 판결을 내렸다. 같은 형이 내려지거나 최초 공격은 아니니 조금 낮은 형벌을 받겠지.

“…….”

남은 것은 밋티 하나.

그러나 볼을 부풀리고 있는 것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다.

‘먹잇감을 빼앗았다는 건가 ’

로칸이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표정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지금의 그는 광전사 로칸이 아니라 크로스로드 수비대원 로칸이 아니던가

기분이 상했다는 듯 인상을 팍 구겨 주자 밋티의 표정이 180도 변했다.

“아이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도시 밖 순찰까지! 늘 크로스로드 수비대 덕분에 마음 놓고 이렇게 지낼 수가 있어서 정말…….”

“…….”

비굴한 영업용 미소와 아부가 몸에 익은 밋티였다.

“쓸데없이 얼쩡거리지 말고 썩 꺼져라!”

“물론입죠! 바쁘신 분을 귀찮게 하다니,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꺼지라고 했을 텐데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자신을 먼저 보내려는 밋티를 향해 다시 한 번 눈을 부라리자 바로 꼬리를 말고 달아났다.

‘정말 저놈이 그놈이 맞다면 곧 또 볼지도 모르겠군.’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달리는 밋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로칸이 어떤 예감을 늘어놓았다.

정말 저 녀석이 클릭 저항 밋티라면, 조만간 재미있는 상황으로 맞닥뜨리게 될 터였다.

“슬슬 나도 시작해 볼까 ”

곧 고개를 털어 정신을 다잡은 로칸이 목표했던 고목의 앞에 섰다. 배틀 액스를 단단히 꼬나들고 밑동을 날려 버릴 듯, 강력한 최초의 일격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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