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
사자왕 퀘스트 (3)
[사자왕의 증표][세트]
오래전 멀록을 구한 사자왕 가오칸이 그들에게 전해 준 증표.
사자왕의 힘이 담겨 있다.
[보유 효과]
-체력 +100
-지능 +100
“헐.”
그것은 사자왕의 무구가 맞았다. 그것도 봉인되지 않은!
다만 이상한 것은 퀘스트에 나온 사자왕의 무구에는 없는 물건이라는 것이다.
“상의와 하의, 견갑, 신발 부위만 있는 거 아니었어 ”
그럼에도 ‘세트’ 아이템이었고, 무려 보유 효과까지 가지고 있었다.
아이템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이런 효과를 가지고 있었는데, 굳이 장비하지 않아도 보유한 것만으로 효과를 적용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조금만 능력치를 올려 줘도 그 가치가 대단했는데, 사자왕의 증표는 무려 체력과 지능을 100씩이나 올려 주고 있었다.
레벨 업으로 올리려면 무려 40레벨이나 올려야 가능한 수준.
로칸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도 당연했다.
“오색 진주 얻으러 왔다가 대박을 얻어서 가네.”
체력도 체력이지만 지능이 올라가는 것이 대박이었다. 가뜩이나 휠 윈드 때문에 버서크를 쓰지 않은 상황에서는 마나 소모가 부담스럽던 차가 아니던가
이런 때 영문은 알 수 없지만 지능을 크게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생겼으니 이런 행운도 없었다.
“어 이건…….”
싱글벙글 미소를 짓던 로칸이 또 무언가를 발견했다. 사자왕의 증표를 꺼낸 상자에서 또다시 빛이 생겨난 것이다.
숨겨진 장치가 있다는 이야기인데, 상자에 그럴 만한 게 뭐가 있을까
사자왕의 증표 밑에 깔린 포장재를 들어내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빛이 사라졌다 ’
하지만 빛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그렇다는 건 숨겨진 장치가 해제됐다는 소리인데……. 응 ’
갸웃거리며 살피던 로칸은 손에 든 포장재에 주목했다. 벨벳 같은 느낌의 천이었는데 뒤집어 보니 뭔가 알 수 없는 그림과 글자가 나타났다.
“이건…….”
글씨는 읽을 방법이 없었다. 언어학자나 고고학자 NPC를 찾아가 보면 알 수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도 읽을 방법은 있었다. 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는 것이다.
“사자왕 ”
조악하게 그려진 그림은 사자왕 가오칸을 뜻하는 듯 보였다. 사자왕의 증표에 나타난 설명처럼 사자왕이 멀록을 구했다는 내용인 듯싶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었다.
“어 ”
그저 ‘증표’ 정도로만 생각했던 그것이 사자왕의 그림에 그려져 있는 것이다. 아이언맨처럼 가슴 한복판에.
“흉갑 장식 ”
아니, 장식이라기보단 구성품으로 보는 것이 옳을 듯싶었다.
아이언맨의 코어처럼, 흉갑의 중앙에 끼우는 것 같은데 더 놀라운 것은 다음이었다.
“이걸 줬어 ”
사자왕이 아예 흉갑을 벗어 그들에게 넘긴 것이다. 아마도 은퇴를 하고 난 이후인 모양인데 그렇다고 해도 자신을 대표하는 무구를 넘기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그 흉갑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내가 못 찾은 건가 ”
로칸의 눈알이 빠르게 굴러갔다. 여기 어딘가에 사자왕의 흉갑이 있을까 무엇을 놓친 거지
빠르게 난파선의 주변과 안을 돌아봤지만 발견되거나 공명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아!”
그제야 생각이 났다. 이놈들에 얽힌 설정이.
“해적왕인가 ”
해적왕에게 습격당해 많은 보물을 잃어버린 멀록들. 그렇다면 사자왕의 흉갑도 그때 빼앗긴 것이 아닐까
충분히 가능한 얘기였다.
“좋다 말았군.”
로칸의 인상이 살짝 찡그러졌다.
해적왕이라면 이 지역에 있는 놈이 아니었다. 레벨도 300이 넘었고, 섬 하나를 근거지로 삼고 있어서 접근하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그 때문에 놈을 사냥하고 사자왕의 흉갑을 되찾는 것은 꽤 오랜 시간 뒤의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위치라도 알았으니 다행인 건가 ”
어디에 봉인되어 있는지 알 도리가 없던 물건의 위치를 찾았으니 그건 다행이지만 말이다.
“기대되는군.”
생각을 정리한 로칸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멀록 사냥을 시작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난파선 공략에 들어가느라 시간이 어중간해진 것이다.
그 때문에 남은 시간은 양식장을 털어 가며 레벨 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구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빠르게 레벨을 올렸다.
* * *
“이건 또 뭔 일이야 ”
로그아웃한 영민은 습관처럼 더 로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리고 게시판이 난리가 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3차 도시에 존재하는 상점 때문이었다.
불타는메추리 : 왜 방문자 상점은 크로스로드에만 있는 거지 지역도 랜덤인데 지금 차별하나
└밸록담 : 니가 못 찾는 거 아님
└사가 : ㄴㄴ. 도시 전부 뒤져 봤는데 없음. 크로스로드 특혜 맞는 듯.
다카포 : 오, 나 막접 때 크로스로드 도착했는데 개이득.
Kritz : 누가 퀘스트 같은 걸 해결한 게 아닐까 어차피 크로스로드가 거점인 애들도 평판 바닥이라 상점 이용 말고는 아무것도 못 한다며
└하슈 : 확실히 그럴 확률이 높긴 함. 이걸 로칸갓이
└플로지 : 외쳐 로칸갓!
전설의당근 : 확실하지 않은 걸로 설레발은……. 근데 다른 곳들은 뭘 잡아야 하나 거기에는 자이로폴도 없잖아
└셀루네 : 그걸 찾는 것부터가 문제겠지. 근데 최소 5백 마리는 잡아야 하던데, 이거 일일이 5백 마리씩 잡아 봐야 하는 건가
└카쿄 : 팀이나 길드들이 먼저 시도해 보지 않겠어 한 종류씩 맡아서 노가다할 듯.
└루프 : 어쨌든 크로스로드가 거점인 애들은 좋겠다. 평판 작업 방법도 다 공개되고.
바로 로칸의 상점. 유일한 방문자 상점이자 다른 도시들에 비해 쉽게 평판을 올릴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해 주는 덕분에 엄청난 호응과 질투를 받고 있는 것이다.
몇몇은 크로스로드에만 이 같은 상점이 있는 것에 의문을 품었지만 설마하니 이것이 유저가 연 상점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당장 상점 이용은커녕 다른 NPC들에게 제대로 된 말을 붙여 본 이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누가 감히 그런 발칙한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어쨌든 좋구먼.”
결과적으로 로칸에게는 엄청난 이득이었다.
나중에 일부 아이템의 매입가가 터무니없음이 알려진다면 어떻게 여론이 바뀔지 모르지만 그때가 되면 적당히 가격을 조정하면 그만이다.
마치 그것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듯.
그렇게만 된다면 설령 가격 차이가 조금 난다 해도 설정으로 여기고 넘어가겠지.
그 과정에서 자이로폴의 가죽 같은 경우 되팔이를 하는 유저들이 생길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 자이로폴 가죽이야 여러 아이템 중 하나일 뿐이니까.
그때가 되면 다른 아이템을 사고팔면 그만이었다.
시기별 자세한 시세까지는 몰라도 뭐가 중요하고 뭐가 쓸모없는지는 비교적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역시 다들 삽질 중인가 ”
다음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조합 스킬이었다.
이런 개념을 처음 접하는 까닭에 많은 이들이 맨땅에 헤딩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당장은 상상만으로 이런 스킬이 만들어질 것이다 예상을 해야만 했으니까.
하지만 시뮬레이션이라도 돌려 보려면 일단 스킬 북을 구입해야 했기에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 보는 것에도 제한이 있었다.
기껏해야 일부 부유한 팀이나 길드 단위로 스킬 북을 구입해 테스트용으로 쓰는 것이 전부일까.
그나마도 각자의 클래스가 모두 달라 애를 먹고 있는 참이었다. 한번 조합된 스킬 북은 돌아오지 않으니까.
“조합 스킬 북도 팔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미 상당한 양의 괜찮은 조합 스킬 조합식을 알고 있는 로칸은 이 광경이 재미있으면서도 아쉬웠다.
아예 조합된 조합 스킬 북을 다룰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조합식은 파는 순간 정보가 퍼져 나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예 비교도 되지 않게 좋은 스킬이라면 자신들만 알려고 들 수도 있지만, 그만한 스킬을 공개해서 경쟁자들의 힘을 키워 주는 것은 더없이 멍청한 일이었다.
“어차피 난놈들은 알아서 익힐 테고…….”
물론 센스가 타고난 놈들은 알아서 괜찮은 조합 스킬을 찾아낼 테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장난을 좀 쳐 볼까 ”
영민의 표정이 악동처럼 변했다. 거짓 정보를 흘리기 위한 아이디로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이런저런 정보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평범 혹은 그 이하의 조합 스킬도 있었다.
굳이 그가 정보를 풀지 않아도 곧 밝혀질 간단한 조합식을 포함한 거짓 조합식들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특히 여러 스킬을 조합할수록 위력이 증가한다는 내용까지 그럴듯하게 적어 넣어 자금 소모를 부추겼다.
되팔기도 쉽지 않은 스킬 북이니 돈을 쓰는 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렇게 한참이나 분탕질을 친 뒤, 시간에 맞춰 더 로드에 접속했다.
‘와우!’
물건의 보충과 아이템, 돈의 보충을 위해 다시 찾은 자판기.
그 앞에 선 로칸은 속으로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크로스로드에 도착한 이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양의 돈과 아이템이 쌓여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넉넉히 넣어 놨다고 생각했던 소모품들도 대부분 소진된 상태였다.
입소문이 제대로 난 덕분이다.
기분 좋게 그것들을 수거하고 다시 채워 넣은 로칸은 수비대를 찾았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소란 피우지 않겠습니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
수비대 건물 안에는 유저들도 제법 있었다.
설마 유저를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에 소란을 피웠거나 NPC들에게 함부로 했던 이들이 잡혀 와 있는 것이다.
‘멍청한 놈들.’
가벼운 잘못은 반성문을 적는 것으로 끝나겠지만 재수 없으면 몇 시간에서 며칠의 구금이 결정되겠지. 그만큼 사냥을 하지 못할 테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터였다.
로칸은 그들을 스쳐 위층으로 올라갔다.
수비대장 말킨의 방.
노크를 한 뒤 안으로 들어서자 말킨이 그를 반겼다.
“벌써 그렇게나 되었단 말이지 ”
변이된 몬스터 퀘스트를 완료하자 말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변이된 몬스터가 벌써 이만큼이나 될 줄이야.
원인도 확실하지 않은 현상이었기에 걱정은 클 수밖에 없었다.
“짐작 가시는 일이 있습니까 ”
“아직은 말할 단계가 아닌 것 같군. 하지만 어떤 세력이 개입한 듯해.”
뭔가 짐작이 가거나 정보가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레벨 때문인지 로칸에게는 자세히 풀어 놓지 않았다.
‘이거 알려 줄 수도 없고.’
로칸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인 만큼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말할 수도 없었기에 답답해하면서도 가만히 듣기만 했다.
“또 뭔가를 알게 되면 자네에게도 알려 주지. 그동안 자네는 힘을 쌓게. 지금의 수준으로는 그들을 만나도 살아남지 못할 테니.”
[수련의 시간][퀘스트]
당신은 비밀에 접근하기에 너무 약하다. 수련을 쌓아 비밀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기르자.
-완료 조건 : 150레벨 달성
-완료 보상 : 크로스로드 수비대장 말킨의 신뢰
“알겠습니다.”
뭔가를 얻어 오거나 사냥하는 퀘스트라면 몰라도 레벨 제한은 로칸도 어쩔 수 없었다.
고개를 끄덕여 수긍한 뒤 수비대원 전용의 간단한 사냥 퀘스트를 얻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마법사 길드로 향했다.
“물품 구입.”
이제는 마법사 길드에도 사람이 제법 많았다. 100레벨 몬스터와의 일대일이라는 어려운 미션 때문에 애를 먹었던 마법사들이 공략법을 찾아내고 3차 도시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수많은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마법사들은 짤짤이만 잘 찾아내면 근접 계열보다도 쉽게 3차 전직을 완료할 수 있었다.
[마법 저항 스크롤을 구입하셨습니다.]
덕분에 마법사들로 바글거리는 그곳에서 로칸이 구입한 것은 다름 아닌 스크롤이었다.
마법사가 아닌 이들도 마법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는 대신 비싸기는 더럽게 비싼 소모품. 가장 저렴한 것도 스킬 북값에 맞먹을 정도였지만 오늘 치의 생명 충전을 써 버렸기에 어쩔 수 없었다.
다음으로 찾은 것은 신전이었다.
사제 클래스의 직업 길드와도 같은 곳이지만 로칸이 노린 것은 아이템이 아니었다.
[3골드를 기부하셨습니다.]
[사제의 축복을 받으셨습니다.]
[6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가 1%만큼 증가합니다.]
[6시간 동안 방어력과 저항력이 상승합니다.]
바로 버프였다.
신전에 기부를 하면 금액에 따라 각기 다른 버프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비록 몇 시간밖에 지속되지 않는 것이지만 나중이 되면 버프 음식과 함께 중요한 사냥에 나서기 전 필수적으로 챙겨야 할 요소가 될 터였다.
그럼에도 굳이 이 버프를 챙긴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부터 공략할 비공개 던전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만 공략하면…….’
그리고 투자한 만큼의 보상이 뒤따를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