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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랭커 회귀하다-42화 (42/500)

# 42

100레벨을 향하여! (1)

로칸의 사냥은 순조로웠다. 아직 산적 소굴까지는 진출한 유저들이 거의 없었고, 버서크 후유증 때마다 다니는 저레벨 사냥터에는 사람이 제법 많아져 무리를 할 일도 없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로칸을 알아보고 건드리지 않는 영향이 컸다.

그가 사냥하거나 인식한 몬스터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으며, 혹시나 실수로 건드렸다 한들 그다음부터는 공격을 대신 맞아 주며 용서를 구할 정도로 로칸의 심기를 거스르려는 이들이 없었다. 일반 유저들은 물론 길드들조차도.

그 누구도 감히 로칸과 척을 지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갑자기 접속을 하지 않고 사라져 버린 피리아와 그로 인해 와해된 블러드 체이서, MP 길드가 있었다.

로칸이 글을 올려 카운터를 날린 그날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던 피리아가 다음 날부터 열흘이 넘도록 사라져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구심점을 잃은 두 길드는 자연스럽게 와해됐고, 이제 남은 것은 1인 길드가 된 MP 길드와 피리아뿐이었다. 접속을 하지 않으니 그마저도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마지막 한 방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접은 건가 ”

마지막으로 인원을 모아 자신을 공격해 올 줄 알고 기대하던 로칸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일이었지만 어쨌든 나쁘지 않은 결말이었다.

덕분에 버서크 후유증 중에도 유저들의 공격을 받을 일 없이 편안하게 레벨을 올리고 있었으니까.

그사이 로칸은 제대로 꿀을 빨았다. 특별한 타이틀을 더 얻은 것은 아니지만 높아지는 레벨만큼 능력치도 점점 더 상승했기에 이제는 1차 후유증 상태에서도 그럭저럭 산적들을 상대할 수 있었고, 2차 후유증 상태에서는 조심하며 산적 소굴 내로 진입할 수 있었다.

덕분에 경험치는 더욱 빠르게 쌓여 갔다. 2배, 3배씩 차이가 있지 않다뿐이지 90레벨 몬스터와 70~80레벨 몬스터 간에는 1.5배가량의 경험치 차이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 결과, 아직 아무도 오지 못한 산적 소굴을 단독으로 클리어할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이제 곧이군……. 오늘은 좀 더 들어가 볼까 산적 두목도 100레벨이었지, 아마 ”

로칸의 기억에 따르면 산적 부두목은 99레벨, 산적 두목은 100레벨이었다. 하지만 호수의 기사 아트와이트에 비하면 끗발이 약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호수의 기사 아트와이트는 전국구, 산적 두목은 지역구 정도라고나 할까.

조합 스킬을 가지고 있기는 해도 그 수준이 떨어져서 간혹 컨트롤에 자신이 있는 자들은 3차 전직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기도 하는 녀석이었다.

“좋아. 산적 소굴을 털고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마치면 얼추 이 지역도 끝낼 수 있겠군.”

부두목 둘이 붙으면 좀 까다롭기는 했지만 지금의 로칸에게는 상대가 되질 않았다. 그래 봤자 부두목들은 99레벨이니까. 이미 89레벨을 찍은 로칸에게는 버서크가 없어도 충분한 상대들이었다.

도적 계열의 클래스를 가지고 있는 부두목부터 처치한다면 별다른 위험 요소 없이 사냥이 가능할 터였다.

그동안은 놈들에게 가는 길목에 나타나는 수많은 산적들 때문에 그냥 놔두었지만 슬슬 이놈들을 상대하는 것도 지겨웠다. 그래서 로칸은 얼른 놈들을 해치워 버리고 다음 지역에 진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겸사겸사 에피소드 퀘스트도 깨면 되겠어.”

90레벨대의 사냥터는 산적 소굴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로칸이 이곳을 주 사냥터로 잡은 이유는 단 하나, ‘격노왕 퀘스트’로 이어지는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각 2차 도시에 위치한 열여덟 개의 산적 소굴에는 각각의 에피소드 퀘스트 아이템이 있는데, 산적 두목을 잡고 이것을 취하면 산적들의 총채주 격인 격노왕과의 대립이 시작되는 것이다.

더 로드에 존재하는 무수한 에피소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스킵해도 그만이기는 하지만 격노왕이 사용하는 격노의 도끼는 제법 쓸 만한 것이었다.

“놈들도 곧 99레벨을 찍겠지 ”

마음을 정하자 발걸음이 바빠졌다. 99레벨을 찍는다 한들 100레벨 몬스터를 사냥하고 자격을 증명하는 것, 그다음 지역으로 향하는 길을 찾는 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상대는 대부분의 최초를 따냈던 창세의 왕이니까.

로칸은 거칠게 산적들을 몰아붙이며 산적 소굴의 중심으로 뛰어들어 갔다.

“잔챙이는 꺼져라!”

크허허허허헝!

잔혹한 왕의 포효가 산채 가득 울려 퍼졌다. 이 소리를 듣고 적들이 몰려올 수도 있었지만 상관없다. 그 적들 중에는 산적 두목과 부두목도 있을 테니까.

잠시 후, 열 명의 건장한 산적들을 대동하고 산적 두목이 나타났다.

“웬 놈이냐!”

“왔구나! 대시!”

[산적 두목 기로틴][Lv 100]

하지만 로칸의 포커싱은 놈에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스로잉! 리프 어택!”

“헉!”

로칸의 모습이 흐릿해지며 은신하려던 부두목에게 집중 공격이 퍼부어졌다.

이놈만 아니라면 나머지는 정면 승부를 걸어오니 상대하기 훨씬 수월했다. 오죽하면 산적 소굴의 진짜 보스는 도적 부두목이라는 말도 있었을까.

그냥 싸워도 버거운 산적 두목 기로틴을 상대하는 중간중간 은신을 풀고 나타나 기습을 가하는 녀석이 귀찮게 굴기 전에 일점사를 가해 해치우고 시작하는 것이 산적 소굴 공략의 정석이었다.

그리고 로칸은 그것을 혼자 해내고 있었다.

“이놈이!”

대응할 새도 없이 숨이 끊어진 부두목의 모습에 분노하며 기로틴과 남은 부두목이 돌격해 왔다.

기로틴은 전사 클래스이고, 부두목은 방패 기사 클래스다.

탈영 기사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언뜻 들은 것 같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자신의 도끼를 막아 내지 못하는 것은 똑같을 테니까.

“어디서 힘자랑이냐!”

커다란 대검을 휘두르는 기로틴에게 로칸이 콧방귀를 뀌었다. 대신 미증유의 거력을 뽑아내며 놈에게 마주 도끼를 휘둘렀다.

“큭!”

두 중병기가 부딪혔지만 밀려나는 것은 기로틴이었다. 기본 능력치도 더 위였지만 여러 타이틀 효과가 더해진 것이다.

“실드 어택!”

그 틈을 노리고 부두목이 방패를 앞세웠다. 달려오던 힘과 체중을 실어 로칸에게 몸을 날렸다.

“흥, 탈출!”

로칸의 대응은 놀라웠다. 대뜸 그에게서 등을 돌리는가 싶더니 반지에 내장된 탈출기를 사용한 것이다.

타깃이 사라졌지만 부두목은 스킬을 캔슬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달려갔고, 로칸은 오히려 기로틴의 뒤를 잡았다.

“스트라이크!”

“히익!”

쩌엉!

기로틴이 기겁을 하며 대검을 돌렸다. 몸은 바닥을 구를 듯 낮아지고 무기가 부딪힌 충격으로 땅바닥에 패대기쳐졌다. 로칸의 도끼에 실린 경력을 상쇄해 내지 못한 것이다.

“넌 탈출기가 없지 ”

씨익!

로칸이 자세가 무너지고 바닥에 몸을 붙인 기로틴에게 악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로틴이 사용하는 조합 스킬은 모두 단단히 땅에 발을 붙인 채 사용하는 공격 스킬. 지금처럼 누워 있는 상태에서는 쓸 수 없는 것들뿐이었다.

만약 기로틴이 아트와이트처럼 시작부터 조합 스킬을 사용했다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되었겠지만, 이렇게 된 이상 거저먹기나 나름 없었다.

“걱정 마, 금방 끝내 줄 테니!”

도끼는 원래 내리찍을 때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로칸은 기로틴이 몸을 일으킬 틈을 주지 않고 무지막지한 공격을 퍼부었다. 한 방 한 방이 막지 않으면 치명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보통은 탱커가 기로틴을 마크하는 동안 부두목과 산적, 산적 궁수들을 해치우고 시작하지만 혼자인 로칸은 그러지 못한 점을 꿰뚫은 것이다.

“쏴, 쏴라!”

수세에 몰린 기로틴은 부하들을 이용했다.

“버서크!”

하지만 로칸은 개의치 않았다. 90레벨 이상인 산적 궁수들의 화살은 유저들의 것과 달리 매서웠지만 버서크의 불사 효과를 믿었다.

배로 강화된 힘을 이용해 오히려 기로틴을 순식간에 해치워 버렸다.

“이번엔 너희다!”

그다음은 부두목과 잔챙이들의 차례였다.

그냥 싸워도 무사하지 못할 것들에게 버서크까지 사용했으니 결과는 뻔한 것이었고, 버서크의 지속 시간 1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나타났던 모든 산적들이 소탕되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휘유, 아슬아슬했군. 캔슬!”

이미 89레벨을 달성했지만 산적 소굴을 뚫은 데다 기로틴과 부두목을 잡으면서 3레벨이나 더 올랐다. ‘네임드’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름까지 가진 보스급인 데다 준보스인 부두목을 둘이나 잡은 덕분이었다.

이로써 로칸의 레벨은 92.

버서크 후유증이 남긴 했지만 로칸은 거침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남은 산적이 몇 정도 더 있을 수 있지만 그 정도는 컨트롤로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후유증이 끝나기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이쪽이던가 ”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으며 안으로 들어가자 기로틴의 방이 나타났다. 벽에 걸린 장식품 같은 것을 따로 습득할 수는 없어서 보통 실망하고 돌아가기 마련이지만 잘 찾아보면 건질 게 있었다.

“여기 있군.”

[격노왕의 친서를 획득하셨습니다.]

보통은 그저 흔한 종이일 뿐이라고 치부하는 편지. 인벤토리에 넣어야만 비로소 습득이 인정되는 그것을 손에 넣은 로칸은 미련 없이 산적 소굴을 벗어났다.

기로틴과 부두목들이 리젠되려면 꽤 남았어도 산적 잔당들은 제법 있겠지만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때문에 로칸은 적당히 도시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 * *

“어디 보자. 아이템은 경매에 올리고, 산적 소탕 퀘스트를 완료한 다음에, 소모품을 보충하면 되겠군. 중급 포션을 몇 개 더 살까 상급 체력 포션은 너무 비싸단 말이야.”

골드 거래는 이제 그만두었다. 여유 골드는 아직도 300골드나 있었고 당장 큰돈이 될 수도 있었지만, 이미 앞선 거래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린 데다 세 번째 도시로 이동했을 때 다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골드가 필요한 것이다.

‘게다가 한 달이 지나면 영상 수익금도 들어올 테니까.’

로칸은 피리아와 MP 길드를 저격하면서 올린 영상 모두를 미리 유튜브에 올려 둔 상태였다.

원래는 세 번째 도시에 진출하면 그것을 이슈로 첫 번째 영상을 올리고 이후 하나씩 풀어 나갈 생각이었지만, 상황이 바뀌면서 미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달리 운영이랄 것도 없이 영상만 올리고 커버 정도만 만들어 둔 것에 불과했지만 업로드한 영상들은 최소 조회 수가 5백만을 찍고 있었다.

이 정도면 영상 하나만으로 2백만 원 이상의 수익이 날 터였다. 무쌍을 찍는 일반 사냥 영상을 포함해서 모두 7건의 영상을 올렸으니 못해도 1천만 원 정도의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더 로드를 플레이 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로칸에게 그 정도 금액이면 1년을 생활할 수도 있는 돈이었다.

세 번째 도시 소개 영상까지 올린다면 그사이에 훨씬 많은 돈이 들어올 테지만.

“드디어 완성했군.”

[하킨네의 일지 묶음을 획득하셨습니다.]

트린식으로 돌아와 모든 정비를 마친 로칸은 마지막으로 하킨네의 일지를 완성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얻은 것은 어제였지만 지금 완성시킨 이유는 단 하나였다. 레벨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마지막 시나리오 퀘스트인 죽음에 대한 고찰을 받을 수 있는 레벨은 100이었지만 퀘스트 지역이자 인스턴트 던전인 ‘봉인된 죽음의 동굴’의 입장 제한이 90레벨인 까닭이다.

로칸처럼 편법으로 퀘스트를 받았을 때를 상정한 제한인 것 같았다. 나름 유저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었겠지만 로칸에게는 귀찮은 일일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로칸은 그 제한마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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