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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랭커 회귀하다-18화 (18/500)

# 18

세비지 마을 공략 (2)

“아, 그건 그렇고. 너희 그 얘기는 들었어 ”

“…… ”

대련이 끝나고 싸웠던 오크 전사를 치료해 주는 중에도 이번엔 자기랑 붙자며 난리를 치던 놈들이 로칸의 말에 일제히 로칸을 주목했다.

“저기 옆 동네 허여멀건 놈들이 그렇게 너희 욕을 하고 다닌다던데. 전사가 아니라 겁쟁이라던가 가만, 너한테는 오줌싸개라고 했던 것 같은데 ”

“세비지!”

“근육도 없는 말라깽이들!”

“전사를 모욕했다. 죽인다!”

세비지는 인간형의 야만인들을 뜻했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지만 오크들과는 사이가 아주 안 좋았다.

그렇다고 인간의 편이라는 것은 아니다. 인간 역시 하나의 ‘사냥감’으로 보는 이놈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몬스터보다도 흉악했다.

왜냐하면 피부가 하얗고 팔다리가 특이하게 길다는 것을 제외하면 놈들의 외형은 인간의 그것과 무척 닮았기 때문에, 인간의 입장에서는 식인종을 보는 기분인 것이다.

‘어차피 벌어질 일, 조금 앞당길 뿐이야.’

그래서 명예 오크 전사 타이틀을 얻은 순간 로칸이 떠올린 것은 ‘이간질’이었다. 시간이 문제일 뿐, 두 종족은 나중에 결국 전쟁을 벌이게 되어 있었다.

덕분에 같은 숲에서 사냥 중인 인간들만 새우 등 터지긴 했지만 중간에서 적당히 발을 걸치며 이득을 챙긴 자들도 꽤 많았다.

힘 대 민첩. 전투 스타일이 판이하게 다른 두 종족이지만 레벨과 전투력은 서로 비등한 것이다. 유저들이 한쪽의 편을 들면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다고 인간과 동맹을 맺는 일 따위는 없었지만.’

“그러고 보니 곧 이곳을 공격할 거라고도 했던 것 같군.”

“전사, 싸운다! 취익! 약골들에게, 힘을 보여 준다!”

“전사는 겁쟁이가 아니다! 싸운다! 킁! 이긴다!”

제 멋대로 지어낸 말이지만 오크 전사들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잔뜩 흥분한 그들은 로칸이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사실인지 아닌지 따위는 이미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로칸이 원하는 것은 이 정도의 반응이 아니었다.

“자자, 다들 진정해. 겨우 그 정도로 되겠어 아니, 놈들이 먼저 올 때까지 숨어만 있을 거야 놈들이 어차피 여기를 공격할 생각이라면, 우리가 먼저 공격해도 되잖아 만약 싸우면 나도 도울게.”

“취익! 좋은, 생각!”

“인간, 똑똑하다!”

아예 그들에게 불을 질렀다.

족장의 역할을 하는 오크 투사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일단 오크 전사들을 선동하는 것에는 성공했다.

‘이거 잘만 하면…….’

로칸은 내친 김에 일반 오크들에게까지 불을 질렀다. 가뜩이나 세비지들에 대한 적개심이 높았는데 얼마 안 있어 적개심은 최고조로 올라갔다.

“무슨 일이냐!”

이쯤 되자 오크 투사도 나와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저번에 봤던 그놈은 아니었다. 리젠 후 새로운 오크 투사가 나타나면서 로칸에 대한 기억 같은 것은 남지 않았는지,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오크 전사들과 대등한 명예 오크 전사 로칸만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핏대를 세워 가며 세비지의 소식을 전하니, 오크 투사로서도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좋다, 췩! 우리가 먼저 공격한다!”

‘됐다.’

결과는 대성공. 오크 투사도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자신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이번 녀석은 대검이 아니라 롱 소드와 방패를 들었다.

‘좋군.’

그만큼 방어가 탄탄하다는 의미일 테니 긍정적이었다. 그들이 버텨 줄수록 로칸이 더 신나게 날뛸 수 있을 테니까.

* * *

“취익! 나팔을 불어라! 내가 앞장선다!”

과연 성격 급한 오크들답게 결심은 즉시 행동으로 이어졌다.

오크 투사는 오크 캠프에 머무르는 모든 오크와 오크 전사들을 소집하고 스스로 앞장서 세비지들의 소굴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사냥을 위해 오크 캠프로 숨어 들어왔던 유저들이 몰살을 당했지만 로칸은 죄책감은커녕 웃으며 오크 캠프를 돌았다. 그러면서 그들이 드롭한 아이템을 챙겼다.

이 또한 로칸이 노리던 바였다. 오크 캠프와 세비지의 전쟁으로 유저들의 새우 등이 터지고 레벨 다운과 아이템 드롭이 생겨나면 자신은 그만큼 앞서가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것도 꽤 쏠쏠한데 ’

유저들이 피해를 입은 것은 오크 캠프 내에서만이 아니었다. 오크 캠프와 세비지 마을 사이, ‘난폭한 숲’에서 사냥 중이던 유저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오크들은 멀리서 자신들을 보고 도망치는 자들까지 쫓아가지는 않았지만, 가로막거나 부나방처럼 덤벼드는 자들에게는 어김없이 죽음을 선사했다.

“길드라는 놈들은 뭐 하는 거야 ”

“고레벨들은 오크 전사를 상대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

“젠장, 저것들 계속 숲을 헤집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 ”

물론 유저들 중에는 오크 전사와 일대일로 겨루어도 승리할 수 있는 자들도 있었지만 지금 덤비는 건 미친 짓이었다. 잔뜩 독이 오른 오크들에게 일대일, 혹은 정정당당 같은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였으니까.

게다가 최상위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은 한발 더 앞서가기 위해 이미 크톤을 떠난 상태였다.

덕분에 로칸만 오크들 사이에서 이득을 챙겼다. 오크들 사이에 몸을 숨기고 당랑거철의 유저들이 남긴 아이템을 룰루랄라 수거했다.

‘노다지로군.’

어차피 지금의 유저들 수준으로는 세비지와의 전쟁에 끼어들 여력이 없을 테니 이동 중에만 정체를 숨기면 끝까지 드러나지 않을 수 있었다.

“전투를 준비하라!”

“워우!”

그리고 마침내, 세비지의 영역까지 도달했다.

* * *

오크들은 타고난 전사답게 방심 같은 것을 하지 않았다. 적대 세력인 세비지의 영역에 들어서자마자 함성을 내지르며 전투를 준비했다.

오크 투사 하나에 오크 전사만 일백, 거기에 수백에 이르는 오크와 오크 궁수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지르자 엄청난 박력이 뿜어졌다. 그때까지도 근처를 맴돌던 유저들이 기가 질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시작이군.’

대신 세비지들도 오크들의 습격을 알아차렸다.

최대한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습격을 가했다면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었겠지만 그것은 오크들의 방식이 아니었다. 대신 오크들은 각자의 무기를 꼬나 쥐고 당당히 세비지 마을을 향해 쳐들어갔다.

패앵! 쐐애액!

마을에 가까워지자 세비지들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아직 저레벨이기 때문인지 기다렸다가 일제히 발사하는 것 같은 전술은 없었다. 사거리가 닿는 즉시 활을 당기며 오크들을 저지하려 했다.

“킁, 발악을 하는군!”

벌써 오크 여럿이 죽어 나갔지만 오크 투사는 껄껄 웃어 젖혔다. 명중률은 떨어져도 힘이 더 좋은 오크 궁수로 맞대응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가라! 췩! 죽여라!”

“크허허헝!”

오크와 오크 전사들이 각자 함성을 내지르며 연약한 목책을 향해 달려 나갔다.

“쏴라!”

쐐애액! 풀썩!

그 과정에서 수많은 오크들이 희생당했다. 한두 발의 화살쯤이야 몸에 박고 달려들 만한 맷집이 있는 오크들이지만, 열 발, 스무 발이 박히자 바닥에 몸을 누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만큼 많은 화살이 박히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고 달려드는 것이다.

‘좀비도 아니고…….’

로칸은 그 행렬에 끼어 있지 않았다. 뭐하러 굳이 어차피 진짜 싸움은 목책 너머에서 시작될 터였다.

로칸이 마치 좀비 영화에 나오는 좀비 떼 같다는 생각을 떠올리고 있을 때, 드디어 선두가 목책에 닿았다.

쿠웅!

고작 몸통 박치기에 불과했지만 목책이 크게 흔들렸다. 세비지들의 목책은 그리 두텁지 못했다.

‘금방 끝나겠는데 ’

쿵 쿵 쿵!

목책에 달라붙은 오크와 오크 전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휘두르자 출렁임은 더욱 심해졌다. 그나마 세비지들이 목책을 밀며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지 이대로면 금방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스로잉!”

후우웅!

그때 오크 투사의 일격이 허공을 갈랐다. 들고 있던 라운드 실드를 집어 던진 것이다.

콰앙!

괴력에 스킬의 힘까지 더해지자 목책에 처음으로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으로 세비지들의 창날이 솟아오르긴 했지만 오크들은 기회라는 듯 열심히 두들겨 구멍을 넓혀 갔다.

“와아아아!”

그리고 마침내, 목책이 뚫렸다.

“돌격! 킁킁, 모조리 죽여라!”

오크들이 마을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슬슬 나도 가 볼까 ”

이미 입구가 뚫린 이상 사격은 의미가 없었다. 세비지들은 활 대신 무기를 들었다. 안전해진 입구로 로칸도 따라 들어갔다.

‘역시, 제법이군.’

뚫고 들어간 것은 오크들인데, 전투의 양상은 꽤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었다.

오크와 오크 궁수, 오크 전사, 오크 투사로 계급이 분화된 오크들과 달리 세비지는 수가 적은 대신 개체 하나하나가 오크 전사급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다.

개중 어린 녀석들은 오크 전사보다 한 끗 정도 수준이 낮았지만 그래도 일반 오크 몇 마리는 상대할 수 있었다.

“나도 좀 끼워 달라고!”

전장을 슥 둘러본 로칸은 즉시 전투에 뛰어들었다. 그가 오크들을 선동해 이곳까지 온 이유는 ‘세비지의 피’를 얻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스스로 날뛰기 위함이 더 컸다.

민첩 중심인 세비지들을 혼자 도륙하는 것은 로칸으로서도 부담이다. 하지만 이처럼 난전인 상황에서는 동시에 몇 마리 상대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크허허헝!”

워 크라이가 터지자 주변의 세비지들이 일제히 몸을 떨었다. 심지어 몇 놈은 짧지만 기절하기까지 했다.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겠지만 로칸이 원하는 건 고작 그런 것이 아니었다.

“대시!”

남들보다 빠르게! 오크 전사들을 등지고 앞으로 뻗어 나갔다. 그리고 세비지의 가냘픈 몸을 찍어 눌렀다.

“어째서 인간이……!”

“막아라!”

갑작스러운 로칸의 등장에 세비지들은 깜짝 놀랐지만 즉시 대처했다. 첫 격돌을 막은 세비지가 바닥에 패대기쳐지는 것을 보고 즉시 주변에 있던 놈들이 로칸에게 달려든 것이다.

일대일을 방해받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전쟁 중이었다. 투덜대는 대신 도끼날을 번뜩였다.

“큭!”

칼날은 양쪽에서 날아왔지만 로칸은 수비 대신 왼쪽으로 스텝을 밟았다. 다른 한쪽이 거리가 닿지 않을 만큼 왼쪽 놈에게 바짝 붙으며 검과 도끼를 엉키게 만들었다.

“차앗!”

팽그르르!

순간적으로 힘을 발휘하자 엉켰던 검이 딸려 올라갔다. 힘을 견디지 못한 세비지가 손바닥이 찢어지며 검을 놓쳤다.

“일단 하나!”

무기를 잃은 전사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로칸의 도끼가 놈의 심장을 확인했다.

부웅!

“읏차, 기다려. 너도 곧 보내 줄 테니까.

그사이 넘어졌던 세비지가 점프하듯 도약해 왔지만 로칸은 가볍게 피하며 밀쳐냈다. 공중에서 균형을 잃은 녀석이 바닥에 철푸덕 엎어졌다.

“취익! 잡았다!”

무력하게 엎어진 놈들 오크 전사들이 가만둘 리 없었다. 순식간에 무기들이 날아들어 난도질을 해 놓자 로칸은 졸지에 스틸을 당한 셈이 되었지만 상관없었다. 아직 잡을 만한 놈들은 차고 넘쳤으니까.

“스트라이크!”

대신 스틸당한 분풀이라도 하듯 덤벼드는 다른 세비지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후우, 간만에 땀 좀 빼는데 ”

마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세비지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지만 오크들의 물량은 과연 그들의 호적수로 불릴 만큼 강력했다. 고작해야 100~200쯤 되는 숫자로는 막아 내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애초에 민첩성과 기동력이 무기인 세비지가 마을이라는 장소에 한정된 순간부터 이점을 잃어버린 것과 같았다.

그 속에서 로칸도 꽤나 재미를 보았다. 혼자서 도륙한 세비지의 숫자가 열이 넘었고 간접적인 도움을 준 것도 그 정도 되었다.

‘자, 어디 있냐.’

퀘스트 아이템인 세비지의 피도 진작에 얻었고 레벨도 3이나 더 올렸지만 로칸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아직 가장 먹음직스러운 놈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왔군.’

달려드는 세비지들을 상대하면서도 여유 있게 주변을 살피던 로칸의 시선이 어느 한곳에 고정되었다.

[세비지 워리어][Lv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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