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랭커 회귀하다-6화 (6/500)

# 6

불가능은 없다 (1)

[최초][불가능은 없다!][레전드]

당신은 아무도 사냥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던 몬스터마저 해치운 기적의 화신입니다. 불가능에 도전하여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 이를 시기하는 사람은 있어도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이 타이틀은 오직 최초의 한 명에게만 부여됩니다.

[보유 효과]

-연합 진영 및 중립 진영 NPC들의 평판이 [우호] 단계로 시작합니다.

-직업 스킬의 레벨 업을 위한 숙련도가 30%만큼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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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레전드’ 등급의 타이틀!

거기다 보유 효과도 사기에 가까웠다. 적대 진영을 제외한 모든 NPC들에게 [우호] 평판으로 시작이라니, 전생에 평판 작업을 위해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생각하면 이것 하나만 붙어 있어도 사기 소리가 절로 나올 터였다.

그런데 직업 스킬의 레벨 업을 위한 숙련도까지 30%나 줄여 주고 아직 확인되지 않은 효과만 세 가지가 더 붙었다.

레벨이 모자란 것인지, 특수한 조건을 만족해야 개방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효과일 것만은 분명했다.

‘이거라면…….’

이것 하나만으로 계획했던 일들을 크게 앞당길 수 있는 것은 물론 계획 자체를 수정해도 될 만큼 엄청난 이득이다.

더 로드에 잔뼈가 굵은 로칸조차도 심장이 떨려 올 정도였지만 지금은 게임의 초반이다. 기뻐 날뛰며 시간을 지체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 때문에 즉시 알 수 없는 상자의 개방에 들어갔다.

“후우, 좋아. 바로 달리자. 개방, 개방, 개방, 개방!”

일단은 철 상자부터.

상자가 열리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펙트와 함께 알 수 없는 상자들이 사라졌다. 랜덤하게 생성된 아이템들만 남았다.

[잃어버린 돈 주머니][노멀]

누군가 흘리고 간 돈 주머니. 얼마가 들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따끈한 음식 상자][노멀]

따뜻한 음식이 들어 있는 상자. 어떤 음식이 들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고급 훈련장 이용권][슈페리어]

고급 훈련장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나타내는 증서.

[마법 스크롤 ‘쇠약의 저주’][매직]

‘쇠약의 저주’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마법 스크롤.

‘헐 ’

노멀 두 개에 슈페리어 한 개, 심지어 매직 등급까지 등장했다.

일회용 소모품인 마법 스크롤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나올 수 있는 최고 등급까지 등장한 것이다.

‘아 씨, 불안하게 왜 이래 ’

거기다 필요한 것만 딱딱 골라서 나와 주자 로칸은 오히려 불안해졌다. 자신이 언제 ‘축캐’였던 적이 있던가 너무 필요한 것만, 원하던 것만 나오니 되레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것이다.

불길한 마음을 품고 마지막 은 상자를 열었다.

[양산형 마법 지도][매직]

마탑에서 양산형으로 만들어 낸 마법 지도. 지역 지도를 추가하여 최대 대륙 전도까지 완성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지역의 지도를 더해 대륙 전도를 완성할 수 있다.

-사용자의 현재 위치가 표시된다.

또다시 매직 등급!

결국 해당 지역의 지도는 따로 구해서 추가해야 하기에 현재 시점에서 아주 가치가 높지는 않았지만, 마법 지도는 언젠가는 구해야 할 물품이었다.

로칸은 이 정도면 어중간하게 쓸 만한 장비 아이템들보다도 낫다고 판단했다. 당장 사용 가능한 아이템을 얻는 것도 좋았겠지만 어차피 그의 계획대로라면 초반 장비 같은 것은 무의미했다.

모든 타이틀과 아이템의 확인을 마친 로칸은 일단 시작 지점인 광장을 벗어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튜토리얼을 스킵한 신규 유저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었고, NPC에게 퀘스트를 받기 위해 외쳐 대는 목소리로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뺑이들 쳐라.’

어디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는 그들과 달리 로칸은 퀘스트 동선을 훤히 알고 있었다.

가장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잡화점에서 ‘다람쥐를 부탁해!’ 퀘스트를 받는 것이었다.

이름 그대로 일정 숫자 이상의 다람쥐를 사냥하고 ‘도토리’를 모아 오는 퀘스트였는데, 이게 시작부터 제대로 지랄맞았다.

유저들은 ‘다람쥐’라는 이름에 코웃음을 치며 밖으로 나서지만, 어린아이만큼이나 낮은 육체 능력을 가진 유저들이 다람쥐를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민첩만으로 따지면 포켓 시티를 벗어나는 유저들만큼이나 높은 것이 다람쥐였기에, 무작정 달려들어서는 답이 없었다.

그나마 정답에 가까운 것은 무기점에서 30쿠퍼를 주고 사냥용 덫 세트를 구입해 다람쥐를 사냥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목검 따위의 무기를 먼저 구입했다. 무기가 있으면 리치가 길어질 테니 때리든 던지든 해서 다람쥐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착각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착각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고 절망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 사냥용 덫을 구입하려 하면 돈이 부족하곤 했다. 심지어 튜토리얼을 스킵한 유저들은 애초부터 뭔가를 구입할 돈도 없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되면 쉬운 길을 뺑 돌아서 가야 했다. 사냥용 덫을 구입할 돈을 모을 때까지 마을 사람들의 잔심부름을 하며 푼돈이나 음식 따위를 구걸하듯 얻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런 심부름은 NPC들과의 우호도는 올려 줘도 경험치는 거의 올려 주지 않았다.

물론 로칸 역시 전생에는 그와 같은 루트를 똑같이 겪었다.

아니, 오히려 실컷 잔심부름으로 돈을 모아서 ‘나는 다르다’, ‘나는 자신 있다’며 덜컥 무기를 구입했다가 출발만 더 늦어진 케이스였다.

그때는 정말 이 포켓 시티를 탈출하기 위해 별짓을 다 했었다.

‘오랜만에 와 보는군.’

그런 옛 기억을 떠올리며 로칸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훈련장. 다람쥐를 부탁해! 퀘스트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낚였던 곳 중 하나였다.

근처에 다다르자 근육질 남성의 호객 행위에 제법 많은 사람이 몰린 상태였다.

“이봐, 강해지고 싶나 그럼 여기를 이용해 보라고, 나처럼 강해질 수 있을 테니!”

유저들은 제법 많은 게임들을 통해 훈련장에서 초반 레벨을 올려 왔다 보니 더 로드에서도 같을 거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다. 그래서 덜컥 훈련장 이용권을 구매했다.

그래서인지 훈련장 안에는 이미 제법 많은 사람들이 주먹으로 허수아비를 두드리고 있었다.

‘곧 쫙 빠지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훈련장 붐은 아주 빠르게 사라지고 만다. 허수아비를 때려 봤자 얻을 수 있는 시간당 경험치가 NPC들의 잔심부름을 하는 수준으로 낮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 어느 정도 사람이 유지되지만, 함께 시작한 다른 유저들이 레벨을 올린 이야기들이 들리기 시작하면 누구라도 때려치우게 된다.

잔심부름을 하면 돈이나 먹을 것이라도 벌지, 훈련장에서는 버텨 봤자 주기적으로 이용권 구매와 음식 구매로 돈을 쓰기만 하는 것이다.

그나마도 튜토리얼 보상으로 얻은 빵과 돈을 모두 소모하고 나면 더 있고 싶어도 있기 어려웠다.

“훈련장을 이용하고 싶습니다.”

“오, 자네에게는 크게 될 소질이 보이는군. 미래의 재목에게 똑같이 받을 수는 없지. 좋아, 20쿠퍼만 내게!”

로칸이 말을 걸자 이용권을 판매하던 자가 호탕하게 웃으며 돈을 받아 갔다.

‘이것도 타이틀 효과인가 원래는 30쿠퍼일 텐데…….’

그것도 할인된 가격이었다. 아무래도 ‘불가능은 없다’ 타이틀 효과로 [우호] 평판이 적용된 듯싶었다.

‘나야 땡큐지.’

로칸이야 이곳에 아주 오래 머무를 생각이기에 아끼는 게 좋은 일이었다.

이용권을 낚아채듯 받아 챙긴 로칸은 즉시 비어 있는 허수아비의 앞으로 가서 섰다. 눈빛을 변화시키고 허수아비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하압!”

터엉!

멈춰 서 있는 허수아비를 때리자 묵직한 타격감이 주먹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미세한 충격도 느껴졌다. 주먹을 보호할 수 있는 별도의 장비를 착용한 것이 아니기에 자신도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이렇게 몇 대만 치고 나면 생명력이 소폭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참을 때린 뒤에는 물러나 앉아서 생명력을 회복해야 했다.

때문에 전생에도 허수아비로 경험치를 올리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일이냐며 이틀 만에 때려치우고 말았다.

그럼에도 로칸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서!

허수아비가 가진 유일한 장점은 능력치의 추가 상승이었다.

‘여기서 한계까지 추가 능력치를 올린다.’

허수아비를 때리다 보면, 정확히는 자신의 수준에 비해 힘든 일을 계속하다 보면 관련 능력치가 상승한다. 마치 운동을 하면 근육이 붙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꼭 허수아비를 치지 않아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허수아비를 칠 때 능력치 상승 효과를 좀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레벨이 더럽게 안 오르기 때문이겠지.’

로칸은 그것이 너무할 정도로 낮은 허수아비의 경험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레벨이 올라 능력이 높아질수록,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 능력치를 올리려면 더 격렬한 움직임이 필요해지니 말이다.

퍽 퍽 퍽 퍽 퍽!

“오, 저 사람 봐. 권투 선수인가 ”

“아니야. 저 봐, 이제 발도 쓰잖아. 무에타이 선수 같은데 ”

“어깨로는 왜 들이받는 거야 그냥 허세에 관종 아니야 ”

로칸이 본격적으로 허수아비를 치기 시작하자 훈련장이 소란스러워졌다. 허수아비를 적으로 상정하고 실전처럼 움직이는 로칸의 움직임이 아직 다른 이들에게는 낯선 것이다.

다른 가상현실 게임을 통해 어느 정도 학습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더 로드에 완벽히 적응하기는 무리였으니까.

다른 이들의 눈에는 로칸의 움직임이 신기하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 안에 얼마나 살벌한 전투 감각이 녹아 있는지는 아무도 깨닫지 못했다.

[힘 수치가 1만큼 증가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두들기자 비로소 힘 수치가 상승했다.

고작해야 1.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여유 능력치를 다섯 개씩 주는 것을 생각할 때 개고생도 이런 개고생이 없었지만 로칸은 흐뭇하게 그 알림을 바라보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작은 차이가 얼마나 커다란 격차를 만들어 낼 것인지를.

지금은 고작 1뿐이지만 5가 되고 50이 된다면

그것도 이곳에서는 힘 수치뿐 아니라 민첩과 체력, 맷집까지 올릴 수 있었다. 만약 그것들을 각각 10씩만 올려도 8레벨을 올린 것과 동일한 차이를 보이게 될 터였다.

유저들이 어느 정도 감을 잡은 다음이라면 8레벨쯤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고레벨로 가도 과연 그럴까 1레벨을 올리기 위해 며칠, 몇십 일을 고생하는 것을 생각하면 대단한 격차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로칸이 다수의 ‘최초’ 타이틀을 포기한 이유였다.

최적의 성장 동선과 미래를 알고 있는 로칸이 시작부터 달리면 분명 여러 가지 최초 타이틀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최초’라는 것은 분명 훌륭한 업적이다. 하지만 그저 빠르기만 한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개인이 모든 일에 최초일 수는 없었고, 그렇게 타이틀 효과를 긁어모은들 따라잡히는 것은 금방일 테니까.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최대한 ‘불가능에 가까운’ 업적을 ‘최초’로 쌓는 것이었다. 그는 지금의 노가다가 그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 그럼 다시 달려 볼까 ”

생명력이 하락해 잠시 휴식을 취했던 로칸이 다시 허수아비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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