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MLB의 새끼 고양이-135화 (135/188)

Let me give you a good reason! - 3

< 1 >

[역시 미누는 악당이 체질이에요.]

‘왜?’

[아까 어깨 으쓱이며 입모양으로 말했잖아요. Why?]

‘그 자식이 Fuck이라잖아.’

[솔직히 말해 봐요. 덤비길 기다렸죠?]

‘못 덤빌 걸 알아서 속 터지라고 약 좀 쳤어.’

솔직히 그 자리는 벤클이 일어날 수 없는 자리였다.

주심의 세이프 콜이 확정된 이상 경기가 끝났는데 주먹을 휘두르면 게임의 일부로써 벤클이 아닌 폭력이지.

아무리 뇌까지 근육으로 들어찼어도 그런 생각조차 못하면 메이저리그에서 뛸 자격이 없는 선수다.

언론을 이용해 신경전을 벌이고 SNS를 통한 공개 벤클도 벌어지는 메이저리그라도 안 되는 건 확실히 안 된다.

내가 벤클에서 너무 날뛰었던 탓에 적수가 없어서라고?

예전 필리스의 페르디난드처럼 물정 모르는 루키 아니면 내게 덤비는 선수도 없을 거 아니냐고?

잘 모르는 소리다.

이 바닥은 기가 죽으면 못 살아남는 동네다.

줄줄이 쌓인 팬케이크 중 하나가 되더라도 악착같이 덤비는 녀석들이 인정도 받고, 기죽지 않고 자기 스윙도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쭈뼛거리고 뒤로 물러난 선수 중에 자기 밥값 제대로 했다는 녀석을 들어본 적이 없다.

특히 앞으로 루키들은 계속 덤빌 거다.

페르디난드가 필리건에게 영웅이 됐다고 소문났거든.

인간이 두 주먹만 믿고 곰에게 덤비는 용기를 낸 덕분이라나.

필리스는 도대체 동네가 이상한 건지 선수고 팬들이고 정상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없다.

어쨌든 벤클은 줄어들긴 할망정 앞으로도 계속된다.

오늘은 이미 경기종료가 된 상황이라 덤비지 못했을 뿐.

만약 언론플레이나 SNS로 시비가 전부라면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진짜 양아치로 낙인을 찍어줄 거다.

[거봐요. 악당 맞네요 뭐.]

‘가장 악질이었던 놈이니까. 순간 꼭지가 열리면 팔꿈치를 집어넣을 수도 있고 배트 휘두를 수도 있어. 하지만 옐로우 어쩌고는 애초에 이야기가 달라.’

[평소 품었던 생각이 튀어나오는 거겠죠.]

‘정답.’

[아무튼 미누는 함무라비 신봉자에 악당 중에서도 마왕 급이에요. 깔끔하게 인정해요.]

‘흐흐. 자꾸 4차전이 기대된다.’

[…… 이젠 웃는 것도 음흉해.]

‘원래 악당은 이렇게 웃어.’

뻔뻔한 대답을 날려주고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항상 압도적인 경기도 좋고 난타전 속에 엎치락뒤치락 하다 이기는 것도 짜릿하지만 오늘 같은 반전이 있는 경기 또한 최고다.

9회까지 끌려가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놓고 터진 역전타.

앰브로즈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지만 터너와 페드로도 영웅이라고 불러야 한다.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 출루한 터너.

상대의 실책을 놓치지 않고 홈으로 파고든 페드로.

음, 페드로와 앰브로즈 타석에 연속으로 런 앤 히트 작전을 건 벤치의 작전도 큰 몫을 했구나.

상대의 호투에 묶였을 때도 이렇게 이겨내는 팀이 강팀이다.

시즌 162경기를 매번 잘 던지고 잘 치고 잘 뛸 수는 없으니 쥐어짜는 점수도 낼 줄 알아야지.

어디 오늘 경기에 대한 평가는 어떤지 볼까.

태블릿 전원을 넣었다. 넣었는데.

< 2 >

“조! 이 미친놈아! 크하하하!”

“오, 미국의 모든 유태인을 적으로 돌린 용자 오셨습니까?”

“큭큭! 그 정신 나간 자식 말문을 콱 막아버린 건 멋졌어.”

“크크크! 어떻게 거기서 타이타닉 드립이 나오지? 곰탱이 저 자식은 진짜 머리부터 해부가 필요해.”

오전 훈련에 나가자마자 반응들 죽이네.

예상은 했지만 이 인간들은 너무 과다하게 긍정적이다.

날 보더니 미친 듯 웃어젖히는 동료들을 보며 나도 활짝 웃었다.

“수백만 유태인도 적으로 돌렸는데 거기 20명쯤 더한다고 문제는 없겠지? 몽땅 일루 와.”

“잠깐만. 오늘 경기는 어쩌려고?”

“좀비들이 야구를 하는 멋진 장면이 나올 거야.”

후다닥.

터너, 페드로, 앰브로즈. 이 발 빠른 인간들이 먼저 뛰었다.

나머지도 잽싸게 달아나기 시작했지만 자이언츠엔 정말이지 발이 느려 슬픈, 여자를 침대로 안고 가다 해가 뜬다는 선수가 있다.

이건 뭐 목이 길어 슬픈 짐승도 아니고.

“우아악! 왜 또 나야?”

“글쎄요. 뭐 고든 팔자 아니겠어요?”

구슬픈 고든의 비명이 울려 퍼지는데, 달아난 동료들은 또 저만큼 떨어져 키득거리고 웃는 이 아름다운 동료애라니.

그나저나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거냐고?

어제 밤 태블릿을 켰을 때 SNS에 DM이 들어왔다는 표시가 있었다. MLB닷컴 게시판이나 보려던 생각을 바꿔 SNS에 먼저 접속을 했고 메시지를 읽었다.

- 브레이브스 아인버그가 개소리를 하고 있어요.

링크된 주소로 가보니 자이언츠 팬도 아닌 브레이브스 팬의 계정에 아인버그가 시비를 거는 중이었다.

이 자식이 술에 취했든 약에 취했든 뭔가에 취했다.

찾아온 안티도 무시해야 할 판에 팬에게 먼저 시비를 걸어?

내 이미지 깎이는 게 아니니 무시하면 그만인데.

그 자식의 개소리엔 나에 관한 이야기가 섞였단 게 문제였다.

▷ 조, 그 칭크(chink)가 날 비웃었다고. 그런데 브레이브스 팬이란 놈들이 조를 칭찬해? 미쳤어?

당연히 미립자 단위로 까이는 녀석이었지만.

이 자식이 진짜 미쳤는지 계속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 진주만을 기습했던 칭크야. 배알도 없는 새끼들이 그런 칭크가 사인 한 장 해줬다고 물고 빨지?

이쯤 되면 참전을 안 할 수가 없다.

▷ 아인버그. 머리에 뇌 대신 파스타 소스를 채운 너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해주마. 첫째, 진주만을 기습했던 건 중국이 아닌 일본이다. 둘째, 난 중국계도 일본계도 아닌 한국계야. 유럽이 다 같은 국가라고 우길 게 아니라면 네가 멘션 하나 쓰면서 몇 가지나 오류를 범했는지 알겠냐?

당연히 브레이브스 팬 계정이 폭발했다.

당사자인 내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을 테니까.

수십 개의 멘션이 달리며 아인버그를 조롱하자 녀석이 정신을 차리나 싶었는데 다시 자폭 멘션을 남겼지.

▷ 같은 아시아 놈이 진주만을 기습한 건 마찬가지지.

▷ 그럼 유태인은 타이타닉 침몰시킨 죄인들이냐?

▷ …… 무식한 놈. 타이타닉은 빙산에 부딪혀 침몰했어.

▷ 골든버그, 그린버그, 아인버그, 아이스버그(Iceberg). 무슨 차이가 있는데? 아이스버그도 유태인 아냐?

유태인이 들었다면 기분 나쁜 소리였을까?

아니. 저 정도 풍자도 못 알아먹으면 뇌가 비었단 소리다.

아래 미친 듯 이어지던 멘션들도 아인버그의 멘탈을 하늘로 날려버릴 것뿐이었고.

난 세상에 웃음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이 그렇게 많은지도 처음 알았다. 외워뒀으면 써먹을 곳이 있을까?

결국 아인버그 멘션은 더 보이지 않았고 그 자식은 곧 계정 자체도 비공개로 전환해버렸다.

나만 예상에도 없던 팔로워가 수천 명이 생겼는데 그들이 대부분 브레이브스 팬들이었다는 게 참 아이러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그 수가 수만 명으로 늘고 여전히 증가 중이라 더 놀랐지. 이미 아인버그와 내 설전은 여기저기 퍼져나가서 제시에게 이게 무슨 일이냐고 전화가 올 정도였다.

그런 자식이랑 입씨름 할 생각은 없었는데 한국이 진주만을 기습한 나라가 될까봐 역사교육을 해줬다고 했더니.

배를 잡고 웃던 제시가 문제는 없을 거라며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럼 된 거지 뭐.

< 3 >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누구나 후회하고.

밤에 자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 이불 차본 적 없는 사람?

내가 장담하는데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절대 호모 사피엔스에 속하는 인종은 아니다.

하다못해 꼬꼬마시절 흑역사도 이불을 걷어차게 만드는데 사인을 분석하면 ‘수치사입니다.’라고 대답이 나올 일이 어제 일이라면?

또 그 일이 4억 미국인에게 전부 알려졌으면?

절대 온전한 멘탈을 유지할 수 없다.

이미 인종차별 발언으로 무려 20경기 출장정지.

그 여파로 팀의 와일드카드 도전에도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덕분에 팀에서도 겉돈다는 녀석이 어제 그런 일을 벌이고 제대로 된 스윙이나 수비를 할 턱이 없다.

따악!

“고든, 달려! 죽으면 또 곰탱이 먹이로 준다.”

“슬라이딩! 됐어!”

“세이프!”

와우! 역전이다.

고든을 2루에 두고 터진 좌전안타.

원래 홈까지 파고들기엔 무리였지만 좌익수인 아인버그가 타구를 더듬었고, 홈으로 송구도 방향이 좋지 않았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난타전이다.

매 이닝 점수를 주고받으며 승부의 추가 시소를 탄다.

그런 상황에서 평범한 단타를 흘리고 홈으로 송구도 정확하지 못한 외야수? 좋은 평가를 받긴 글렀다.

‘투수는 수비에서 절대 야수를 탓하지 않는다.’

‘투수는 점수를 내지 못하는 동료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던지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투수다.’

투수라면 마땅히 가슴에 새겨야 할 격언이다.

하지만 주지 않아도 됐을 점수가 벌써 두 번. 투수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기도 무리다.

그것도 좌익수 방향에서만 나온 실책이니까.

당겨치기 좋은 코스의 공은 본능이 거부하게 돼있다.

따악!

고든에게 신나게 하이파이브를 할 때였다.

다시 페드로의 우전안타가 터졌고.

따악!

“어제부터 왜 이래?”

“바르가스, 너 연봉 반납해라.”

“그래. 점수가 전부 테이블 세터랑 하위타선에서 나오네.”

앰브로즈까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리며 3:4로 끌려가던 경기가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어제 던진 아처나 오늘 선발인 카라스코, 또 카니시까지 자이언츠 선발진은 아직 FA자격도 못 얻은 젊은 투수들이다.

뭐 나야 말할 것도 없고.

아직 더 다듬을 구석이 많은데 이때 필요한 건 자신감이다.

그런데 그 자신감? 별 거 없다. 던지던 대로 던져서 이기면 뭐 자연히 따라오는 게 자신감이다. 한두 점쯤은 내줘도 된다고 생각하며 고민 없이 던지면 그만이니까.

지금 카라스코 표정만 보면 알 수 있다.

편안하다. 경기 초반에 실점이 있었지만 타선이 뒤를 받쳐주니 언제든 역전이 가능하다고 믿었을 테고 그 믿음이 보답을 받았다.

너 오늘 적어도 2점은 내가 뽑아준 거야.

브레이브스는 끝내 투수를 바꿨다.

가장 치열한 순위싸움이 벌어지는 NL동부지구인데 계속해서 역전패가 나오면 분위기가 시리즈 스윕으로 흐를 수 있다.

마지막 4차전에 출전할 스톤햄을 공략하긴 어려울 거라 생각하고 오늘, 내일 경기에 승부를 걸려는 판단이겠지.

하지만 바꿔야할 건 투수가 아니었다.

투수 멘탈을 터뜨린 아인버그를 바꿨어야지.

이미 흐름을 탄 자이언츠 타선은 바뀐 투수를 무자비하게 두들겼고 승부는 그 시점에 결정이 났다.

그리고 나와는 달리 관대하지 못한 이 마계 악당들은 3차전도 브레이브스의 껍질을 홀딱 벗겨 NL동부지구 순위다툼에서 절망적인 상황으로 내몰았다.

< 4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2:1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8:4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7:3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 자이언츠가 또 스윕이네. 미쳤어.

▶ 내일 한 경기 더 남았잖아. 브레이브스랑 4연전 아니었어?

▶ 선발예고 안 봤구나? 자이언츠가 브레이브스 숨통을 끊겠다고 스톤햄도 아니고 곰탱이 출전시킨다.

▶ …… 그럼 스윕 맞네. 인정.

▶ 곰탱이 필리스엔 지지 않았나?

▶ 베나블에게 홈런 맞고 필리건의 환호를 받았지.

▶ 그때 베나블 배트플립 봤냐? 곰탱이 놀릴 생각으로 아예 투수 쪽으로 던져버린 거.

▶ 조는 그 배트 챙겨가서 안 주던데.

▶ 큭큭! 베나블 얼이 빠져서 쳐다보던 장면 완전 개그.

▶ 자이언츠랑 필리스 같은 지구로 못 옮기나? 그 개그콤비만 봐도 티켓 값 안 아까울 것 같은데.

▶ 그나저나 이제 브레이브스는 완전 탈락이지?

▶ 이번 3연패로 선두권이랑 너무 멀어졌어.

▶ 아직 올스타 브레이크 전이긴 해도 8게임차면……

▶ 이론상으론 추격이 가능한데 분위기는 아니라고 본다.

▶ 필리스는 자이언츠랑 균형 맞춘 덕분에 1위로 올랐는데.

▶ 메츠랑 내셔널스가 만약 자이언츠에 지면 필리스가 확실히 유리하지. 동부지구 선두를 자이언츠가 결정지어주네.

▶ 서부지구 독주도 모자라 동부지구 캐스팅보트도 쥐는 위엄. 자이언츠 올해 날아다닌다.

▶ 내일은 조 선발이라 또 볼만하겠다.

▶ 브레이브스랑은 악연이라 탈탈 털어댈 걸.

▶ 마운드에서 털고 SNS에서 털고. 아주 브레이브스 진짜 영혼까지 털리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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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성적이 좋으니 MLB닷컴 게시판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내가 출전하면 브레이브스 숨통을 끊는 거야?

좀 오버긴 해도 아예 거짓말도 아니지.

악연은 빨리 정리하는 게 좋거든.

마지막 댓글처럼 영혼까지 털 준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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