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MLB의 새끼 고양이-101화 (101/188)

가을야구를 향한 스퍼트 - 3

< 1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7:3 애리조나 D백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5:6 애리조나 D백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11:4 애리조나 D백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애리조나 D백스와 3차전에서 승리하며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지금 카디널스 경기 결과도 들어왔는데 카디널스는 패했어요. 그럼 양 팀의 격차가 두 경기가 되는데요.”

“네. 카디널스가 브루어스에게 일격을 당했습니다. 시즌 전적이나 양 팀에서 내세운 선발투수를 보고 카디널스의 승리를 예견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예상이 뒤집어졌죠? 자이언츠는 D백스를 상대로 카디널스는 브루어스를 상대로 치른 올 시즌 최종 시리즈. 사실상 불리한 쪽은 자이언츠였어요. 지난 파드리스 전에 선발 원투 펀치를 모두 소진해 D백스를 상대로 어렵지 않겠냐는 좀 어두운 전망을 했거든요. 선발 로테이션을 바꿔 스톤햄 선수가 오늘 3차전 출전을 했어도 D백스 역시 에이스 브라이언트 선수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D백스가 방심한 건 아닙니다. 확장로스터 교체멤버를 많이 기용한 쪽은 오히려 자이언츠예요. 일단 D백스 입장에선 자이언츠와 시즌 전적이 박빙이었거든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만날 수 있으니 기선제압을 노렸을 겁니다. 반대로 자이언츠는 첫 경기가 루키의 투입으로 잘 풀리자 2차전, 3차전까지 루키 등용을 망설이지 않았고요.”

“어쨌든 7경기를 남기고 카디널스는 어려워졌습니다. 이제 자이언츠는 스톤햄과 조, 무시무시한 원투 펀치가 3경기를 맡아줄 수 있거든요. 남은 4경기에서 다른 선발진이 2승만 만들어줘도 카디널스는 전승을 해야 동률이죠.”

“결과를 속단하긴 어려워도 일단 자이언츠가 분위기를 탔다는 건 분명합니다. 8부 능선은 넘었다고 할까요?”

큰 고비가 지나갔다.

D백스 녀석들 작정하고 정규로스터를 끝까지 쓰다니.

하긴. 와일드카드가 달렸는데 그 전초전에서 상대 기 죽이는 작전을 썼다고 뭐라 할 순 없지.

오히려 뚝심 있게 루키들 등용한 우리 감독님이 대단하다.

1차전에 한 마디 해줬다고 진짜 겁 없이 막 휘두르고 막 달린 녀석들 역시 끝내줬고.

오늘은 사인도 없이 홈스틸을 감행하는 걸 보고서 나까지 심장이 덜컥 했다. 스톤햄이 출전한 경기에서 동점 상황인데 공격의 맥을 끊었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실패할 권리란 말을 괜히 했다고 생각했어.

뭐 덕분에 상대투수 멘탈 터지고 대승을 거두긴 했지만.

그런데.

“조. 제발 사고는 너 혼자 쳐라.”

프린츠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가왔다.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네가 바레이타한테 한 번쯤은 막 나가도 된다고 했다며.”

“…… 설마.”

오늘 홈스틸 득점은 물론 3타수 2안타에 멋진 스리런 홈런.

당연히 수훈선수로 뽑혔던 바레이타다.

인터뷰에서 무슨 헛소리를 한 거야?

“설마는 무슨. 조금 있으면 애쉬비 코치가 너 잡으러 올 거다.”

< 2 >

“D백스와 3연전. 루키들의 활약상이 대단했고 덕분에 자이언츠가 어려운 경기를 쉽게 풀어냈는데요. 특히 오늘은 바레이타 선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부담감이 컸을 텐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홈스틸까지 감행했나요?”

“이틀 전 1차전을 앞두고 선택에 실패할 권리란 말을 들었습니다. 그 홈스틸이 실패하더라도 감독님이 만회할 기회를 주실 거라 믿었죠. 결과가 좋아서 아직 기회 한 번 남아있고요.”

인터뷰 룸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감독님과 같이 들어간 인터뷰라 감독님이 먼저 벤치 사인에 의한 홈스틸은 아니었다는 말을 한 뒤였으니까.

어느 루키가 2:2 동점상황에서 단독 홈스틸을 생각할까.

기자들이 신나서 질문을 했는데 그 상황에서 넉살까지 부려?

“하하! 재밌는 대답인데요. 선택에 실패할 권리라는 말도 참 인상적이고요. 누가 그렇게 루키의 패기를 부추긴 겁니까?”

“자이언츠 선수들 공공의 적이죠. 조 선수예요.”

“…… 미누 조 선수?”

“네. 자기는 데뷔전에서 몸 쪽 포심만 32개를 던지기도 했다며 긴장이 되면 차라리 막 나가라던데요.”

이젠 인터뷰 룸 분위기가 바뀌었다.

절반은 폭소를 터뜨리고 절반은 떨떠름한 표정이다.

후자는 아마 내 이름을 듣는 것조차 짜증난다는 거겠지.

뭐 후속질문을 이어갈 나머지 절반이 있으니 인터뷰가 대충 마무리되진 않았다.

“조 선수가 자이언츠 선수들 공공의 적이란 말은 무슨 뜻이죠?”

“조가 틈만 나면 스트레칭 자세교정을 해주거든요. 리버캐츠 시절에도 그러더니 자이언츠에 와서도 마찬가지던데요.”

“…… 아픈가요?”

“항상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죠.”

내가 인터뷰 영상을 확인한 건 여기까지.

바레이타 저 자식은 어디 가서 인터뷰 대비 특강이라도 받았는지 농담까지 곁들이며 첫 인터뷰를 끝내주게 해치웠다.

다 좋은데 왜 내 이야기를 집어넣어?

기자들이랑 사이도 안 좋은데.

애쉬비 코치가 잡으러 올 거라는 프린츠의 말에 잽싸게 튀었지만 결국엔 붙잡혀 질질 끌려갔다.

자기 탈모와 심장을 책임지라는 협박 아닌 협박.

도대체 탈모는 어떻게 책임지는 건지 몰라도 싹싹 빌었다.

사실 억울하다.

1-2차전 교체멤버로 들어갔을 땐 사고 안 쳤던 녀석이 왜?

뭐 애쉬비 코치가 정색을 하고 나무란 건 아니다.

내가 했다는 말에 절반쯤은 어이가 없었을 거고, 웃고만 넘기기엔 벤치사인에 대해 환기시킬 필요가 있으니 구박 절반, 농담 절반으로 주의를 준 거다.

“내일 경기 잘 뛰어서 갚아.”

“그래야죠.”

영화에도 트레일러 영상이란 게 있잖아요.

흔히 말하는 예고편. 원래 디비전시리즈에서 공개할 공이지만 맛보기는 가능합니다.

< 3 >

“미네.”

[네.]

“오늘 103마일. 디비전시리즈 105마일. 나 으슥한 곳에 끌려가 해부당하는 거 아닐까?”

[큭큭! 그런 거 걱정도 할 줄 알았어요?]

“스트라이드 확장. 투구 폼 교정. 신장 및 체중 증가. 구속이 늘어도 설명할 이유는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증가폭이 너무 무식한 것 같기도 해서.”

시즌 초와 비교한다면 8마일의 상승이 된다.

8마일.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12.87km.

말이 된다고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누.]

“응?”

[메이저리그에 말이 안 되는 일이 하나둘이었어요?]

“많지.”

[사이영상 최다수상자가 누구죠?]

“로저 클레멘스”

언젠가 말했지?

내가 재능이 없으니 그 보상심리로 잘 나가던 메이저리거들 기록이며 역사는 달달 외우는 수준이었다고.

사이영상 최다수상자 이름 정도는 내게 퀴즈도 아냐.

[그렇죠. 첫 사이영상 수상 때 기록이 24승4패 238K 평균자책점이 2.48이었어요. 그 다음해엔 먹어준 이닝만 281과 3분의 1이닝. 2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이었고요. 3년차엔 21승에 1점대 ERA까지 달성하고도 사이영상을 못 받은 게 27승을 한 밥 웰치 때문이었거든요? 이게 메이저리그예요.]

안다. 클레멘스의 영광의 시절.

약물로 추락하지만 않았으면 레드삭스 시절의 그 기록만 봐도 쿠퍼스 타운 입주가 확정이었던 투수지.

블루제이스와 양키즈 시절 기록은 다 빼도 된다.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뭔데?”

[그런 클레멘스도 전성기 시절조차 맞았고 미누도 얼마든지 맞을 수 있다는 점이죠. 우연인지 몰라도 미누가 정규시즌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기면 24승4패잖아요? 클레멘스 첫 사이영상 때 기록과 같은데 그렇게 잘 던져도 맞고 질 때가 있어요. 때려낸 타자들도 해부할까요?]

“…… 알았어. 걱정 사서 하지 않을게.”

뭐 크게 걱정했던 것도 아니다.

매니지먼트를 홀덤으로 털어먹고 만 코인을 만들었을 때 잠깐 뭘 살까 고민하긴 했어도 결국 <스위칭! 파이어 볼러!>를 골랐던 나다. 그때는 이런 생각을 안 했을까?

다 했다.

했고, 의혹 따위 감수하겠단 결정을 내리고도 마지막 노파심이 남은 것뿐이다. 원래 막 나가는 건 내가 원조다.

홈스틸을 한 바레이타가 원조가 아니라고.

< 4 >

“조, 오늘도 이길 거죠?”

“당연한 말을. 그런데 지금까지 받아간 사인이 20장은 넘을 것 같은데 제 사인 모아서 뭐해요?”

“샌프란시스코 주변 800만 명에게 다 뿌리려고요.”

“……”

아마 필리스 원정 여파라고 생각된다.

최악의 강성 팬덤으로 유명한 필리건들이 내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고 러브콜을 보내는 모습이 중계를 탔다.

자이언츠 팬들이 위기감을 느꼈을까?

대학 때까지 못해준 사인 한 번에 다 해주느라 사인 아끼는 내가 아닌데도 내가 질릴 만큼 사인을 받아간다.

더불어 나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써내던 언론에도 후폭풍이 들이닥쳤다. 내가 지난 인터뷰에서 폭탄까지 던졌으니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진 않을 것 같다.

이럴 때 더 잘 던져야지.

다행히 로키스는 이미 리빌딩 체제에 들어갔다.

못 봤던 이름들이 라인업에 네 명이나 든 걸 보면 확장로스터 루키들이다.

로키스 4연전에서 카디널스를 확실히 밀어내면 좋을 텐데.

적어도 오늘 경기는 걱정하지 않는 동료들의 신뢰를 등에 받으며 마운드로 올라갔다.

“플레이 볼!”

홈구장에서 던질 때 좋은 점은 처음 마운드에 오른다는 것.

누구도 밟아보지 않은 첫 마운드의 흙이다.

그 마운드에서 오늘 나에 대한 논란 하나를 더 만든다.

퍼엉!

“스트라이크!”

먼저 타자의 굳어진 얼굴.

약간은 주춤했던 주심의 스트라이크 콜.

마지막으로 잠깐 정적에 쌓였다가 뒤늦게 터져 나오는 AT&T파크 관중들의 함성.

이 순간을 어디 담아둘 수 있다면 간직하고 싶다.

단순히 영상을 되돌려보는 게 아닌 지금 이 느낌 그대로.

[103.2마일이에요.]

뒤를 돌아보진 않았는데 미네가 알려준다.

‘오늘은 더 안 오르게 조심해야겠네.’

[로키스 타자 얼굴 보니까 이미 충분하네요.]

그렇게 다시 진화한 내 투구가 시작됐다.

“루킹 삼진! 방금은 팜-체인지업이었는데 103마일짜리 패스트볼에 대한 공포가 너무 컸을까요? 로키스의 베먼 선수 배트를 미처 내보지도 못하고 3구만에 삼진을 당했습니다. 도대체 조 선수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요?”

“시즌 초엔 조 선수 패스트볼 구속이 최대 97마일 대에서 형성됐거든요. 6개월이 지난 지금 6마일의 상승. 혹자는 지금 엉뚱한 생각을 할 수 있을 텐데 단언합니다. 이건 약물 따위로 가능한 수치가 아닙니다. 전에 본 어느 기사가 생각나는데요. 조 선수의 시즌 중 구속 상승을 보고 과거엔 조 선수가 일부러 구속을 낮춰 던진 게 아니냐고 말하던 기사였어요. 당시 읽었을 땐 웃고 말았습니다만 이젠 저도 의심스러운데요.”

“투수가 일부러 구속을 낮추는 경우도 있나요? 체중 증량을 통해 구속이 10마일 이상 상승한 경우는 봤어도 어떤 이유에서든 구속을 낮췄단 말은 못 들어봤습니다.”

“지난 다저스 전이 끝나고 조 선수가 자신의 포괄신체능력테스트(IPAT)와 통합손실도측정(CLM) 데이터를 공개했잖습니까? 아마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조 선수 자신이 완전히 씻어낸 게 아닐까 싶은데요.”

“…… 하하! 그동안은 어깨보호 차원에서 불펜투구로 어깨를 풀 듯 투구를 했다는 뜻인데요. 그런 투구로도 올 시즌 메이저리그를 뒤흔드는 기록을 세웠어요. 도대체 내년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생각일까요?”

“어떤 예상을 하든 그 예상을 뛰어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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