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MLB의 새끼 고양이-29화 (29/188)

2036시즌 개막! - 1

< 1 >

[매니지먼트 3차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 시즌 경기결과, 겨울 훈련성과,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획득한 능력치를 분배합니다.

“미네.”

구체적인 항목을 보기에 앞서 미네를 불렀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뭔가 느낌이 전과 달랐거든.

[네.]

“시범 경기 보면 다른 구단이 날 많이 분석한 건 맞지?”

[맞아요. 특히 포심과 팜-체인지업은 정타를 때려내진 못해도 베테랑들은 확실히 컨택에 성공하고 있어요.]

“시즌 중반쯤 가면?”

[아무래도 피안타율이 올라가겠죠?]

후! 역시 괴수들의 서식지 메이저리그다.

시범 경기 출전 때마다 맞더라도 변화조절을 시도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변화가 있어도 그 폭이 일정하다면 결국 눈에 익게 된다는 점이 신경 쓰였거든.

진짜 난 영감님 업고 다녀야 한다.

스플리터가 엉망인데 스핀-커터도 배우지 못했다면?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투 피치의 한계가 드러났을 거란 뜻이다. 노리고 들어오면 맞을 수밖에 없는 한계. 그런데 스핀-커터라고 후반에 분석당하지 않을까?

내가 걱정을 선이자 당겨 받듯 미리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시즌 후반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 지금 매니지먼트가 주는 특전에 더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다.

[미누.]

“응?”

[너무 욕심이 앞서요.]

“내가?”

[네. 예를 들어볼게요. 스카우트 리포트로 80점을 받는 피치를 가졌던 투수들이 있어요. 미누도 바로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죠? 꼭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않은 선수라도.]

하나둘이 아니지. 아마 구종별로 나열하래도 할 수 있다.

샌디 코펙스의 커브.

우리 영감님의 전매특허 팜볼.

마스터 그렉 매덱스의 투심패스트볼.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서클 체인지업.

투 피치라고 나랑 비교된 랜디 존슨의 슬라이더.

애스트로스의 영구결번 마이크 스캇의 스플리터.

어우야…… 숨이 찬다.

강속구로 타자들을 허수아비로 만든 투수야 워낙 많아 헤아리지도 못하겠고. 그런데 80점짜리 피치는 왜?

“그 선수들로 투수진 구성하면 볼만하겠다.”

[…… 다른 팀에겐 악몽이겠죠. 다만 그 선수들의 가장 전성기에도 아예 맞지 않았을까요? 실점도 없고, 패배도 없고?]

“그건 아니지.”

[미누도 마찬가지예요. 게다가 미누는 아직 80점짜리 피치도 없어요. 맞는 거 겁 안 냈으면서 왜 바뀐 거죠?]

이건가? 너무 욕심이 앞선다는 말이.

미네 말대로 아예 안 맞는 피치라는 건 불가능하다.

그게 가능했다면 메이저리그에서 노히트게임이 명예가 되지도 않았을 테고.

“인정! 잘 던져도 잘 치는 건 맞는 법이지.”

[역시 미누는 쿨해요. 잊지 말아요. 지금 던지는 세 가지 구종이 모두 80점에 달해도 맞을 수 있단 사실을요. 대신 이번에 받게 되는 3차 결과엔 좋은 게 있어요.]

“미리 본 거야?”

[전 미누 매니저잖아요.]

그래. 처음엔 아주 못된 시어머니였는데 이젠 항상 곁에 있는 든든한 친구고 매니저지. 이제 매니지먼트 3차 결과랑 특전을 확인해보자.

< 2 >

[매니지먼트 3차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 시즌 경기결과, 겨울 훈련성과,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획득한 능력치를 분배합니다.

[패스트볼 : 포심]

구속 - 평균 96마일(93-97: 밸런스를 깨지 않는 수치)

컨트롤 - 75/80(이하 스카우트 리포트 평가방식)

무브먼트 - 75/80

종합평점 – 75/80

종합평점 75점!

이젠 포심만 보면 메이저리그 어느 구단에 가도 1-2선발을 다툰다는 뜻이다. 구속이 오른 거야 미네가 미리 귀띔을 해줘서 알고 있었는데 컨트롤, 무브먼트가 몽땅 올랐다. 하우어가 공이 점점 뜨는 느낌이라고 하더니 이거였구나.

[체인지업 : 팜-체인지업]

구속 - 평균 83마일(79-87)

컨트롤 - 70/80

무브먼트 - 70/80

종합평점 – 70/80

아예 이름마저 팜-체인지업으로 변경됐다.

포심보다 점수는 낮아도 상승폭은 훨씬 크고.

포심만큼 편하게 던지지 못하고 매 투구마다 더 신경을 썼다는 뜻 같은데 앞으로 우타자 몸 쪽 공략은 이거다.

특히 구속의 변화가 눈에 확 들어오잖아.

같은 체인지업인데 구속 차이가 8마일까지 난다.

15마일 정도까지 차이를 벌릴 수 있으면 최고겠다.

[패스트볼 : 스핀-커터]

구속 - 평균 93마일(90-95)

컨트롤 - 55/80

무브먼트 - 65/80

종합평점 – 60/80

드디어 60점짜리 써드 피치가 생겼다.

특히 무브먼트가 65점이나 돼서 종합평점을 높였다.

2차 결과를 받을 때까지 스플리터 점수가 50점을 못 넘어서 커맨더 특전이 적용되지 않았는데 이제 해방이다!

겨울에 지겹도록 스핀-커터를 던져댄 보람이 느껴진다.

“이제 좀 메이저리그 선발 데이터 같다.”

[실전을 통해 작년 콜업 이후 준비한 걸 적용시키면 그 데이터 이상의 성과가 나올 걸요.]

“그래. 밤잠 줄여가며 준비한 건데.”

자, 이제 특전! 특전을 보자.

[매니지먼트 3차 결과에 따른 특전]

계약자는 이제 메이저리그 개막로스터에 합류했습니다.

지난 시즌 성적과 겨울훈련의 결과를 보니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걱정은 그만 해도 될 것 같군요. 공인 메이저리거가 되신 걸 축하합니다. 매니지먼트에서 제공하는 특전 역시 계약자의 발전에 따라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1. 아이언 맨 (A)

코어근육의 근밀도, 유연성이 성장한계치에 달해 신체강화를 시작했습니다. 벌써 키도 훌쩍 크셨죠?

구속의 증가는 당연하고 이제부터 동체시력, 반사 신경 역시 성장합니다. 투구와 타격에서 신체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도록 무의식적인 반응이 나올 때 놀라지 마세요!

아! 투구 수 80개까진 체력소진이 없습니다.

2. 커맨더 (B)

기존 써드 피치였던 스플리터를 삭제하고 새로 얻은 스핀-커터의 종합평점이 60점에 달해 커맨더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사실 계약자 신체 스펙에 스플리터는 어울리지 않았어요.

좌타자 상대로 백-도어 슬라이더의 느낌을 주는 스핀-커터는 탁월한 선택입니다. 이 시간 후로 모든 구종과 투구 폼의 숙련도가 빠르게 상승합니다.

3. 팀 스피릿 (B)

역시 많은 성장을 한 항목입니다.

스트레칭 방법의 적극적인 공유가 동료의 많은 신뢰를 얻었습니다. 리버캐츠 동료들의 실수마저 포용하는 태도 역시 좋았고요. 이젠 함께 승리하는 에이스를 향해 나아가세요.

4. 매니저와 더 친근하게 (A)

매니저에게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뇌물이라도 먹였어요? 쉽게 마음을 열 친구는 아닌데 계약자의 어떤 태도에 홀라당 넘어갔을까요? 설마 계약자께서 여자 친구가 없다고 매니저를 작업한 건 아니죠?

뭐 그것도 능력입니다. 인정해요.

매니저 재량으로 부여하는 특전 또한 업그레이드됩니다.

매니지먼트 결과랑 특전 보기 전에 카메라라도 설치해둘 걸.

다 읽고 난 내 표정이 궁금하긴 또 처음이다.

미네만 태도가 바뀐 줄 알았더니 이건 뭐.

말투부터 사근사근한 게 보험사나 어디 자동차 매장 영업사원인 줄 알았다.

그렇다고 나쁠 건 없는데 뭐가 어째? 매니저를 작업해?

우리 자이언츠 동료들만 전부 스탠딩 코미디언 출신인 걸로 알았더니 매니지먼트 이 녀석도 만만치 않네.

‘매니저와 친근하게’ 항목 영향인가?

“미네.”

[네.]

“매니지먼트 유머감각이 뛰어난데?”

[…… 제 재량으로 드리는 특전이 올라갔어요. 이젠 랜덤이라도 몇 가지 선택권을 드립니다.]

너 왜 말 돌리는데?

< 3 >

2036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첫 경기는 원정으로 출발이었다. 시범경기 성적까지 반영한 25인 개막로스터가 LA를 향해 출발했다. 맞다. 다저스가 첫 상대다.

개막로스터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면 구단이 루키들을 키우기로 작심을 한 모양이었다. 나와 리키, 하우어야 작년에 된 콜업을 유지했다 치고, 페르시를 포함해 다섯 명이나 개막로스터에 집어넣은 건 확실한 파격이 맞았다.

교체멤버라도 정규로스터 포함이란 건 언제든 믿고 투입하겠단 뜻이니까.

“올해 다저스가 타선 보강을 많이 했다죠?”

“작년 월드시리즈에서 패배가 타선의 집중력 문제라고 생각했나보지. 5차전에서 끝낼 수 있었던 시리즈를 타선이 리버튼에게 묶이는 바람에 역전의 실마리를 줬으니까.”

굉장히 합리적인 대답이다.

내가 스톤햄에게 물어본 건 그게 아닌데.

“다저스 타선이 좀 더 까다로워졌겠단 말이에요.”

“그럼 뭐 나도 까다롭게 던져야지.”

대체 이 인간은 어디까지 긍정적인 걸까?

하긴 저런 마인드라 작년 타자들이 자기 승리에 눈곱만큼도 기여를 못할 때도 혈압에 문제가 없었겠지.

“내가 하우어랑 페르시 목을 졸라서 점수를 뽑게 해줄게요.”

“그래주면 좋고. 네 협박이면 통할 거야.”

“내일 마사지는 제가 해준다면 돼요.”

“스톤햄! 저 자식 마사지 받아봤어요?”

옆에 지나가던 하우어가 들었나보다.

자식이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서 발끈하기는.

“왜? 척추 분해-결합 수준이야?”

“카이로프랙틱 변형이라는데 죽다 살아났어요.”

“카이로프랙틱? 잘 맞는 사람에겐 좋다던데.”

“저 자식 악력을 생각해보세요.”

뭡니까? 스톤햄. 왜 고개를 끄덕이죠?

겨울에 함께 훈련을 하던 동안 따로 마사지를 받으러 나가기 귀찮을 때가 있었다. 스트레칭만 가지곤 2% 부족하다 느껴지면 내가 녀석들에게 직접 해줬던 거다.

미네가 알려준 방법이라 전혀 문제도 없었다.

녀석들이 질러댄 비명소리에 옆집에서 신고를 했는지 경찰이 출동했다는 것 말고는.

일단 하우어가 듣고 갔으니 오늘 점수는 내겠군.

“웰컴 투 다저 스타디움! 메이저리그가 여러분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2036시즌의 첫 경기. 다저 스타디움에선 LA다저스와 SF자이언츠가 맞붙습니다. 작년 기록은 다저스가 자이언츠에 확실히 우위를 보였는데요. 올해는 어떨까요?”

“올해 다저스는 타선보강을 위해 상당히 공격적인 투자를 했습니다. 반면 자이언츠는 FA영입보다는 팜에서 루키들을 시즌 초부터 불러들였죠. 개막로스터에 서비스타임 1년을 채우지 못한 선수가 무려 8명이거든요. 팀 전력의 무게감을 생각하면 다저스 쪽으로 확실히 추가 기웁니다.”

“그런데 역시 스포츠 경기는 언더독의 반란 때문에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재밌지 않습니까?”

“네. 작년 시즌 후반 자이언츠 모습이죠. 승률 4할 벽마저 무너졌던 팀이 살아나면서 컨텐더 팀마다 Fucking Giants를 외치게 했으니까요. 올해도 그런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오늘 다저스 선발은 카를로스 세일. 다저스의 에이스로 작년 성적이 참 놀랍습니다. 19승 5패에 평균자책점 2.58로 내셔널리그 사이영 상의 주인공이 됐죠. 작년을 생각하면 자이언츠에겐 버거운 상대인데 어떻게 공략을 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경기 곧 시작됩니다.”

시즌 개막전의 첫 타자로 나가면 기분이 어떨까?

올해부터 자이언츠 리드오프를 맡은 앰브로즈는 경기시작을 앞두고 심호흡만 거듭하던데.

세일의 1구.

파앙!

“스트라이크!”

역시 작년 사이영 상 수상자다운 공이다.

아직 봄인데 전광판에 찍힌 구속이 96마일이네.

내 평균구속을 컨디션도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을 시점에 가볍게 뿌려댄다. 여름이면 98마일을 평균으로 던진단 뜻인데.

역시 무시무시하다.

“스트라이크!”

“볼!”

“파울!”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타자 세 명이 말 그대로 삭제를 당했다.

이제 스톤햄의 차례.

“스트라이크 아웃!”

“아웃!”

“아웃!”

맞불을 지르는구나. 스톤햄도 가볍게 삼자범퇴.

다저 스타디움이 흥분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야구가 다시 시작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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