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MLB의 새끼 고양이-3화 (3/188)

AT&T파크의 세 악마견 - 3

< 1 >

[매니지먼트 2차 결과에 따른 특전]

계약자는 이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섭니다.

매니저의 훈련을 잘 받아들인 땀의 결실이고 그 성과에 따라 특전을 부여합니다. 다만 빅 리그에 합류했다고 매니지먼트가 종료되진 않습니다. 계약자가 야구를 계속하는 한 매니지먼트가 함께 합니다. 계약자 역시 꾸준한 훈련과 자기관리를 계속하길 권합니다.

1. 아이언 맨 (A-)

코어근육의 근밀도, 유연성이 더욱 향상됐습니다.

계속 기본훈련으로도 이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현재 수준은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경우 70구까지 체력 소진과 부상을 예방합니다. 다만 구속 상승과 지구력을 위해선 지속적인 관리와 훈련을 권장합니다.

2. 커맨더 (C-)

구속, 컨트롤, 무브먼트. 투구에 대한 항목이 역시 많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구종을 익힐 때 숙련도가 더 빠르게 상승합니다. 스플리터 때문에 낮아졌던 커맨더 전체 평가가 조금 올라갔습니다. 스플리터의 종합평점을 50점까지 올렸을 때 적용됩니다. 빠른 메이저리그 합류로 스플리터 습득에 제한기간이 삭제되었습니다.

3. 팀 스피릿 (C)

팀의 승리를 위해 더 노력하세요. 리버캐츠에서 계약자가 팀 의 분위기를 이끈 덕분에 본인의 성적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승리는 같이 뛰는 동료들과 함께 거두는 열매죠. 랭크가 C이상이 되어 야수들의 타격과 수비집중력이 향상됐습니다. 투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선수 개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한 결과입니다. 다만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닙니다.

4. 매니저와 더 친근하게 (C)

매니저 재량에 따른 특전부여가 가능해졌습니다.

몇 달이나 지났다고 확 달라진 게 느껴진다.

1번 특전 아이언 맨은 등급이 B에서 A-로 올랐다.

전엔 마이너스 등급이 없어 몰랐는데 이제 보니 랭크가 훨씬 세분화되어 있다. 코어근육의 근밀도, 유연성이 더욱 향상됐다는 말이 반갑다.

앞으로 어디까지 오르게 될까?

A를 넘어서면 S? 그 이상도 있을 것 같고.

어쩌면 신체능력의 정점을 찍을지도 모르겠다.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 47세에 은퇴했던 놀란 라이언.

27시즌을 현역으로 뛴 그의 마지막 투구가 98마일을 넘겼던 사실을 사람들은 기억할까?

그야말로 올드스쿨 파워피처의 결정판이었다.

그의 파워피칭의 기반은 단순히 체력과 강한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강한 키킹 동작부터 피칭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허리와 다리의 유연성, 내구성이 그의 파이어 볼이 갖는 비밀이었다.

사실 비밀이란 말도 우습다.

야구선수치고 유연성, 내구성을 길러야 롱런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타고난 어깨를 가졌어도 허리와 하체의 힘, 유연성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한쪽이라도 부족하면 안 된다. 라이언은 그 비밀 아닌 비밀의 명백한 증거였다.

27시즌을 뛰며 사이영 상 한 번 받지 못했어도 명예의 전당에 입성은 98.79%의 득표율로 이뤄낸 선수. 경기 중 평균 구속이 8회와 9회에 가장 높았던 괴물. 나도 더 발전하면 놀란 라이언 이상이 될 수 있을까?

2번 특전 커맨더는 안타깝다.

아직 스플리터의 종합평점이 45점에 그쳐 C-로 성장하고 그쳤다. 내일모레 마운드에 올라 마구 두들겨 맞는 게 아닐지 모르겠다. 사실 9월 확장로스터를 기대하고 페이스를 끌어올리던 중이었는데 너무 빨리 콜업이 됐다.

그래도 맞을 걸 감수하며 던져봐야 한다. 항상 생각한다. 맞는 걸 겁내면 절대 성장할 수 없다.

3번 팀 스피릿은 E에서 C로 급성장했다.

물론 리버캐츠에서 올린 랭크라 자이언츠에서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리버캐츠 모리스 코치는 루키 셋이 분위기를 띄워보라고 했었는데 당장 우리가 힘을 낼 부분이 있을지 자신이 없다.

투수에 대한 믿음과 신뢰. 참 모호한 말인데 팀의 에이스 급이 마운드에 서면 야수들이 든든해하는 그런 걸까?

가장 뚱딴지같은 내용은 4번 특전이다.

C등급이 되면서 매니저 재량에 따른 특전부여가 가능해졌단 말이 처음엔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미네를 불러내 살살 구슬려서 알아낸 사실은 놀라웠다.

[…… 네. 제 재량에 따라 일시적 특전부여가 가능합니다.]

“일시적? 어떤 거? 구속 상승 같은 거?”

[영구적인 특전은 제 재량을 넘어섭니다.]

“좋아. 네가 예를 들어줘.”

매니저가 부여하는 특전.

난 사춘기 소년처럼 마음이 설레었다.

[…… 굳이 예를 들면 경기 중 타자분석이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타자가 취한 스탠스, 무게중심 등을 읽어 노리는 공과 가장 취약한 구종 등의 예측이 가능합니다.]

“…… Great! 타자들 전부?”

[경기당 횟수 제한이 있습니다.]

횟수 제한은 아쉽지만 Great이란 감탄으론 부족하다.

경기를 하다보면 어떤 투수든 실점의 위기는 항상 겪는다.

한 방에 펜스를 넘기는 홈런이야 제외하고 일단 주자가 나가면 당장 다음 타자 상대하기가 까다로워진다.

도루도 신경 쓰이고 상대 벤치에서 거는 작전도 있다.

그때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노리는 공을 알 수 있다면?

또 스탠스와 무게중심에 따라 타자에게 가장 까다로운 공이 예측된다면?

이건 맹세코 사기 수준이다.

상대팀 선수 리포트에도 각 타자의 약점이 상세히 적혀있겠지만 실제 타석에 들어선 타자 상태를 읽는 건 아니다.

“몇 번?”

[경기당 세 번입니다.]

“에이! 좀만 더 쓰자.”

[또한 한시적 특전은 어디까지나 랜덤입니다.]

난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맞다. 난 일시적 특전의 예를 들어달라고 했다.

계속 같은 걸 받을 수 있으면 그건 일시적인 게 아니지.

“어쨌든 고마워. 4번 특전은 네 선물이었네.”

[쿨하게 인정하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 농담도 할 줄 알았어?”

[……]

대답을 안 하네? 무뚝뚝한 척 하다 민망했나?

이제 보니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는 매니저다.

< 2 >

내 특전을 다시 떠올리며 자신감을 갖자 생각하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개인훈련을 마쳤다. 오늘은 컵스와 3연전이 시작되는 첫날이라 경기대비 훈련도 필요하고 브리핑 시간도 있을 테니까.

하우어를 잡아다 불펜에서 잠깐 공도 던졌다.

이틀 뒤 선발이 나로 내정됐단 사실이 벌써 전해졌는지 내 불펜투구를 모두 유심히 지켜봤다.

뒤통수가 조금 따가운 느낌?

실제 내 투구를 보며 자이언츠 선수들은 저마다 예측과 전망을 내리고 있었다.

“저 루키가 잘 버틸 수 있을까?”

“리키 정도만 해줘도 좋은데.”

“리키야 작년에 경험이 있으니까. 뭐 저 친구도 구위가 괜찮아 보이는데, 이 동네가 공 빠르고 구위 좋다고 무조건 살아남는 바닥이 아니라 문제지.”

패배를 기쁘게 받아들일 선수는 없다.

자기성장에 대한 욕구, 매 경기 승부에 대한 욕구가 없는 선수에게 메이저리그가 그리 만만한 곳도 아니고.

올해 자이언츠 역사에서 가장 최악의 부진이 팀을 덮쳤어도 선수들이 모두 패배감에만 젖진 않았다. 언더독의 반란이란 게 디비전 우승을 해내거나 와일드카드를 딸 때만 성립할까? 대답은 No.

‘지지 않는 야구’를 했던 그 시절만 상기시켜도 된다.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따라붙던, 승부를 포기하지 않던 과거 자이언츠의 근성만 보여줘도 팬들은 인정하니까.

디비전 우승의 향방과 와일드카드 결정의 키를 자이언츠가 쥐는 정도만 돼도 만족할 것 같다.

어쩌면 자이언츠 선수들의 이번 시즌 마지막 소망인데 물론 쉽게 이뤄질 소망은 아니다. 그래도 간절히 바라기에 루키의 투구를 보며 기대를 품는 거지만.

“컵스랑 카디널스랑 지금 승차가 얼마나 되지?”

“한 경기 차야. 컵스는 스윕을 당했고, 카디널스는 어제까지 6연승이니까.”

“컵스 놈들은 우릴 상대로 차이를 벌리려 하겠네.”

“오늘은 스톤햄, 내일은 리키니까 제대로 물을 먹일 수도 있는데 문제는 세 번째 경기. 저 루키의 몫이지.”

사실 스톤햄, 리키라고 승리를 장담하진 못한다.

둘의 페이스가 그나마 자이언츠 투수진 중 가장 낫다는 것뿐이고. 하지만 가장 걱정스러운 건 루키의 경기다.

타선의 지원이라도 활발했던 작년 같으면 맞을 때 맞더라도 자신 있게 던지라 할 텐데 올해는 그마저 어렵다.

“그런데 저 친구 아까 몸 푸는 게 좀 독특하지 않았어?”

“스트레칭이 꽤 특이하긴 했어.”

“음, 나도 봤는데 무슨 요가를 하더라고.”

“자, 이제 그만. 브리핑 들으러 갈 시간이야.”

자이언츠에서 좌익수 수비를 맡는 버논 페티트가 이젠 루키의 스트레칭 자세에까지 대화가 번지는 걸 막았다.

루키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좋을 게 없었다.

어쩌면 몇 경기 후 무너져 마이너리그로 돌아갈 친구일지도 모르니까. 잠깐의 기대 속에 빅 리그에 섰다가 빛을 못 보고 기억에서 사라진 선수들이 어디 하나둘인가.

부담을 줄 것도 없고, 그저 지켜보면 알 일이다.

‘그런데 투구나 몸을 푸는 게 확실히 인상적이긴 해.’

선수들을 몰고 들어가는 페티트에게 스쳐간 상념이었다.

< 3 >

“웰컴 투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3연전을 시작하는 AT&T파크입니다. 어제 컵스 경기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컵스는 3연패를 당했고 6연승을 기록한 카디널스에 한 경기 차로 쫓기고 있습니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도 서부지구만큼 난장판이 됐다는 뜻이죠.”

“맞습니다. 컵스가 지금까지 113경기를 치러 59승54패로 승률이 5할2푼2리. 카디널스는 115경기 59승56패로 승률 5할1푼3리. 승수는 같고 카디널스에 2패가 더 많습니다. 지금 기록만 보면 경기 수도 적고 컵스가 유리한 상황으로 보이는데, 사실 기세를 탄 쪽은 카디널스거든요.”

“그래서 컵스에겐 이번 3연전이 중부지구 선두다툼의 분수령입니다. 아예 승률이 3할대로 처진 자이언츠 전마저 루징시리즈로 가져가면 순위가 뒤집힐 확률이 높아요.”

“하지만 자이언츠 전이라고 쉽게 생각해서도 안 돼요. 오늘 자이언츠 선발이 호레이스 스톤햄이니까요. 스톤햄이 자이언츠 선수가 아니었다면 이번 시즌 적어도 5승은 더 거뒀을 선수예요. 평균자책점과 WHIP만 봐도 절대 저평가될 투수가 아닙니다. 게다가 어제 자이언츠는 휴식일도 가졌거든요.”

“그렇죠. 타선지원이 아쉬운 투수가 맞습니다. 지난 7월 트레이드 마감을 앞두고 많은 컨텐더 팀이 스톤햄 선수 영입을 자이언츠에 타진했는데 자이언츠가 거절했다고 들었습니다.”

“네. 자이언츠가 비록 올해 성적은 처참하지만 내년 시즌 반등을 노리려면 꼭 필요한 선수입니다. 내줄 리 없죠.”

경기 시작을 앞두고 방송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다분히 컵스의 입장에서 멘트를 깔고 나왔다. 꼭 승자에게 관대한 프로스포츠의 생리만 원인이 아니었다.

일단 전국적으로 자이언츠보단 컵스의 팬이 많았다.

컵스의 팬이 많은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몇 안 되는 전국 중계를 타는 팀이란 점이다.

슈퍼볼, NBA 파이널 같은 빅 이벤트가 아닌 이상 스포츠 전국중계를 보기 힘든 미국에서 전국 중계는 엄청난 메리트다.

다시 말해 미국의 프로스포츠들은 대부분 지역 내 프랜차이즈 팀의 경기만 볼 수 있는데, 컵스는 사정이 다르다.

시카고 트리뷴 산하의 WGN-TV에서 시카고 컵스 경기를 전국방송으로 송출해버리니까. 보통 지역에 팀이 없는 팬들은 당연히 전국 중계가 되는 팀의 팬으로 유입되고, 이것이 선순환 되면서 팬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중계방송을 들을 것도 아닌 선수들과 감독, 코칭스태프에겐 방송의 편파성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다.

“새비지. 진짜 괜찮은 거야?”

“괜찮아요. 먹이 달라고 입 내미는 새끼 새들도 아니고 주변에서 좀 물러나줘요.”

팀의 주전포수인 새비지가 타격훈련 도중 배트를 맞고 튕긴 타구에 무릎을 맞아버린 비상사태. 그는 부상을 감추려 했지만 배터리 코치의 매의 눈에 걸려버렸다.

백업포수였던 빌도 무릎부상 때문에 고통을 겪다 트리플A로 내려갔는데 주전포수마저 같은 부위의 부상이다.

달리 비상이 없었다.

“붓고 있는 것 같은데?”

“어제 올라온 루키에게 미트를 맡겨야할 정도는 아냐.”

오늘 선발투수이자 절친한 스톤햄의 걱정마저 새비지는 단호하게 밀어냈다.

주전 자리다툼을 생각해서? Never!

바닥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자이언츠 타선에서 유일한 3할 타율로 그나마 자기 몫을 하는 새비지였다. 비록 그는 모르지만 구단에서도 트레이드 불가자원으로 정해둔 상태였고.

오늘 사고도 지난 경기에서 스톤햄의 승리를 이끌어주지 못한 자책감이 원인이었다.

한 번이라도 타격훈련을 더 하려 했으니까.

한마디로 그는 애송이와 자리다툼을 할 그릇이 아니었다.

또한 전혀 준비도 안 된 애송이에게 부담을 주기도 싫었다.

“좋아. 출전은 시키지만 지켜볼 거야.”

낌새만 이상해도 끌어내릴 거란 베이커 감독의 경고였다.

왜 이리 악재가 겹칠까? 하는 선수들의 시선.

그 뒤로 새파랗게 질린 한 영혼이 있었다.

“어쩌지?”

“어쩌긴. 나가면 깽판 한 번 치는 거지.”

얼어붙은 하우어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내가 한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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