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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S 소설 아닌데요-162화 (159/170)

팀 게임 (3)

스타서퍼 팬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에이스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어떤 위기가 닥쳐도 결국 승리할 것이란 기대였다.

그러나 이번 월드챔피언십 토너먼트에서 팬들은 그 믿음을 시험받고 있었다.

-말렸어.

-왜 이렇게 차이가 나지? 유니크는 언제나 문제를 해결해왔잖아!

-아크나이트를 선택한 게 문제였나 봐.

-그냥 무도가나 계속 하지 무슨 아크나이트를 한다고!

-그건 아니지. 만약 무도가였으면 이미 스타서퍼는 유니크 빼고 전멸했을 걸?

S.솔리드가 자이언트 가디언을 잡아 6번째 멤버를 전장으로 소환한 뒤로 스타서퍼는 연신 두들겨 맞기 바빴다.

이미 바닥까지 내려간 밀러와 민우진의 마력은 경기가 힘들어졌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5분! 5분만 더 버티면 돼!”

남은 시간을 곁눈질하며 외쳐보지만 팀원들의 얼굴은 밝아지지 않았다.

애초에 5분을 버티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팀원들의 체력과 마력 상태를 보면 5분이 아니라 1분 버티기도 힘든 판이었다.

도저히 방법이 없나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다시 한 번 묵직한 탄환이 이쪽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퍽 하며 밀러의 고개가 꺾이는 순간 선수도, 팬들도 패배를 직감했다.

‘젠장!’

아크나이트는 본래 수비형 클래스가 아닌 공격과 방어가 전부 가능한 밸런스형 클래스다.

하지만 지금 S.솔리드에게 필요한건 밸런스가 아니라 극한의 디펜스 능력.

수비에 구멍이 뚫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인원 한명 차이가 이렇게 커?

-스타서퍼는 최고의 팀이잖아!

-한 라운드만 더 따면 되는데 아;;

-곧 역전 할 거야. 역전 할 거라고!

스타서퍼 팬들은 눈앞의 결과에 분함을 표했으며 일부는 이럴 리 없다며 현실을 부정했다.

하지만 라운드 패배는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었다.

장거리 라이플을 대동하고 핀 포인트로 공격을 넣는 포격사의 저격은 강력하고도 날카로웠다.

막아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S.솔리드는 데니스를 내세워 끊임없이 발목을 붙잡고 늘어졌다.

‘왜 자꾸 붙어! 떨어져!’

‘흐흐. 이대로 같이 죽자.’

끈질기게 달라붙는 데니스는 나 말곤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처럼 플레이를 했다.

내가 데니스에게 발목 잡힌 사이 팀원들의 마력 소모량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호랑이를 모아놨네.’

북미 최고의 탱커 데니스.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케빈 역시 직접 추천했던 인물.

장차 최고가 될 선수들을 한 팀에 몰아놨으니 S.솔리드가 강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데니스 방어력 봐. 징그럽다.

-분명 공격력은 엠퍼러가 앞서는데;;

-힐러를 데니스한테 붙여놨으니 저건 못 잡아.

-아니 그럼 힐러나 딜러를 먼저 짜르면 되지 않아?

-니들 눈은 뜨고 다니냐? 거리 유지하잖아.

밀러가 끊겨 유지력이 확연하게 차이나는 상황.

난 최악의 상황에서 어떻게든 승리할 방법을 찾으려 머릴 굴렸다.

‘힐러의 전담 지원을 받는 데니스를 아크나이트로 끊는 건 무리다.’

‘세팅이 노골적이야. 오늘 데니스는 내 발을 묶을 생각으로 전장에 나왔어.’

‘힐러를 한 명이라도 자를 수 있다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거리유지가 칼 같네.’

눈 한 번 깜빡할 순간에 머릿속에선 많은 생각이 오갔다.

이 불리한 균형을 되돌릴 방법은 적의 힐러를 제거하는 것뿐.

힐러의 종잇장 같은 방어력이라면 엠퍼러의 공격력으로도 잡아낼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케빈을 비롯한 S.솔리드 힐러의 움직임엔 약점이 없었다.

아예 대놓고 나만 의식하며 안전거리를 유지하는데만 집중했기에 빈틈이랄게 없었다.

이건 도무지 답이 안 나와.

밀러 다음엔 민우진이 쓰러졌고 스타서퍼의 체력 바는 삽시간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S.솔리드가! S.솔리드가 스타서퍼를 꺾기 직전입니다!”

“스타서퍼! 대위기!”

-솔리드!

-솔리드!

-솔리드!

배틀아레나는 솔리드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중립 팬들은 대게 약자를 더 응원하기 마련이다.

승리의 달콤함은 강팀보다 약팀에게 더 큰 법이니까.

13분 12초.

결국 우리 팀은 예상치 못한 솔리드의 버프 컨트롤로 패배의 쓴잔을 삼켰다.

이런 젠장.

스타서퍼는 패배에 익숙한 팀이 아니다.

난 제일 먼저 팀원들의 얼굴을 살폈다.

이렇게 압도적으로 당하면 동료들의 사기가 어떨지, 그것이 제일 걱정됐다.

“미안해요. 형.”

“조금 만 더 잘했으면 잡을 수도 있었는데!”

“아니야. 미안할 게 어딨어. 게임 끝난 거 아니니까 다음라운드에 만회하면 돼.”

다행스럽게도 김민준, 유호영의 투지는 멀쩡해 보였다.

다만 여전히 힐러쪽 분위기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평소 낙관적인 밀러는 둘째치고 민우진은 여전히 경기의 압박을 받고 있었다.

실수를 하지 않은 것은 분명 눈여겨볼 부분이지만 경기력이 좋다고 말할 정돈 아니었다.

무대에서 내려가 벤치로 향하자 곧바로 작전 회의가 이뤄졌다.

3:1에서 3:2의 스코어가 된 상황.

만약 다음 라운드를 진다해도 기회가 한 번은 더 남아있지만 큰 무대에서 기세를 잃은 팀이 이길 확률은 별로 높지 않다는 건 모두들 잘 아는 바였다.

반드시 다음 라운드에 게임을 끝낸다.

이런 생각으로 엔트리 교체를 논하는데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코치였다.

작전 논의중인 상황에서 굳이 말로해도 될 걸 메시지로 보내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이걸 다른 선수들이 알면 곤란한 경우다.

-한솔아. 이번에도 우진이 내보내야겠냐?

코치는 민우진의 출전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을 했다.

-플레이가 좀 투박하긴 해도 이번 라운드에서 실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너도 알잖냐. 우리가 지금 제일 밀리는 라인이 힐러진이라는 걸. 게다가 솔리드가 똑같은 조합을 한 번 더 들고 나오면 힐러가 나설 자린 별로 없어.

S.솔리드에서 기둥을 담당하는 선수들을 내가 모은 것처럼, 스타서퍼의 선수들 또한 국내 최고의 선수들을 내가 직접 선발했다.

개인의 능력치로 따지자면 스타서퍼는 S.솔리드에 밀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힐러만큼은 예외였다.

다른 라인은 몰라도 밀러와 민우진이 담당하는 힐러 라인은 S.솔리드에 비해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프로씬에선 이 작은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낸다.

15분 동안 격전을 치르다 보면 이 작은 차이가 쌓이고 쌓여 결국 승패를 가르는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 민우진의 교체를 찬성할 수 없었다.

코치 의견이 틀린 건 아니다.

어차피 효율이 떨어지는 라인의 인원을 덜어내고 다른 식으로 장점을 더하는 것.

때로는 그런 플레이가 많은 승리를 만들어내곤 한다.

문제는 이게 마지막 경기가 아니란 점이었다.

우리에겐 S.솔리드 전을 이겨도 아직 결승 무대가 남아있지 않은가.

-전 우진이 교체 반대입니다. 코치님도 알다시피 우진이 멘탈은 단단하지 않아요. 지금 교체하면 이번 시합은 잡을지 몰라도 결승에선 더욱 움츠러든 플레이가 나올 겁니다.

이번 시즌 팀전에서 2힐러 투입은 정석으로 완전히 굳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민우진의 멘탈을 날려버리는 건 앞으로 정석조합을 사용하지 않겠단 소리나 다름없었다.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세계 정상을 차지한 팀 중에 기본이 탄탄하지 않은 팀은 없었다.

정석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팀은 모래 위에 성을 쌓아올리는 거나 마찬가지.

기본이 안 된 상태에서 약까지 빨고 날아다니는 오딘이나 알나스르에게 이기기란 쉽지 않았다.

-투힐러 제대로 쓸 수 없으면 저흰 우승 못합니다. 차라리 한 명을 뺄 거라면 밀러를 빼는 게 나아요.

S.솔리드를 잡는 게 최종 목표라면 변칙 승부를 거는 것도 찬성한다.

하지만 우승이 목표라면 끝까지 민우진을 끌고 가야 한다는 게 내 의견이었다.

전년도 챔피언이 눈앞의 승리에 목이 말라 악수를 두는 것을 코치가 찬성할 리 없었고 그도 결국 내 의견에 동의했다.

“얘들아. 이렇게 하면 상대가 어느 쪽 버프를 컨트롤 하는지 미리 알아볼 수 있잖아.”

내가 코치와 대화하는 사이, 박감독은 선수들의 의견을 종합해 엔트리를 조율중이었다.

투힐러는 그대로 고정, 김민준과 유호영 페어를 빼고 유성철과 제레미를 투입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었다.

제레미.

내가 없었다면 최고의 무도가로 불릴 수 있을만한 자질을 타고난 녀석이다.

이런 국면에선 무도가의 기동성에 기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유성철.

1:1 능력만을 따지면 이미 스타서퍼 내에서 내 뒤를 잇는 에이스 아닌가.

감독의 주장은 나름의 근거가 탄탄했다.

“경기가 시작되면 제레미를 이용해 상대를 정찰하는 거다. 인원수에 차이가 없다면 우리가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야!”

감독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평소라면 코치에게 맡기고 뒷짐을 지고 있었을 그가 이렇게나 목청을 높이는 건 그 역시 조금 전 경기를 보고 열이 받았단 증거였다.

“버프만 쉬이 넘겨주지 않으면 우리가 꿇릴 건 없어!”

코치 제안보다 이쪽이 괜찮은데?

나는 감독이 주장한 엔트리를 보며 어느 쪽이 더 좋을지를 비교했다.

박감독은 스타서퍼를 맡기 전까지만 해도 프로게이머 업계에 대해 하나도 모르던 인물이지만 기이하게도 가끔씩 판에 끼어들 때면 코치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었다.

제레미를 앞세워 상대의 동선을 파악하고 버프를 먹기 전에 승부를 건다.

확실히 조금 전에 끌려다니던 양상보단 경기 흐름이 좋을 듯 싶었다.

다만 이것도 약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감독님.”

“오 그래. 한솔이도 할 말 있으면 어서 해.”

“이 조합이요. 제레미한테 걸리는 부담이 너무 심합니다.”

이대로 게임에 들어가면 제레미가 열심히 뛰어다녀 적을 포착, 신호탄을 쏴 위치를 확인하고 교전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문제는 위치를 알아도 우리가 곧장 그곳에 도착할 수는 없다는 점.

상대 쪽엔 감이 좋은 마법사가 둘에다가 저격수까지 있으니 운이 나쁘면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제레미가 리타이어 할 가능성이 존재했다.

“리스크를 줄이고 염탐하려면 그림자 발자국 같은 은신 스킬이 필수입니다..”

“그거야 다들 알지. 알지만 시합 도중 클래스 체인지는 할 수가 없잖아···?”

“유니크가 아니어도 방법이 있습니다.”

“어떻게?”

나는 대답 대신 감독이 제시한 엔트리를 살짝 수정했다.

“이럼 됩니다.”

“이건···.”

“단단한 정찰을 보여주죠.”

*

“분위기가 스타서퍼에게 별로 좋지 않습니다. 흐름이 S.솔리드 쪽으로 넘어왔어요.”

“세상에!”

말을 잇던 중계진은 엔트리를 확인하고선 깜짝 놀라 소리쳤다.

“원 힐럽니다! 스타서퍼가 원 힐러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저런 미친놈들;;

-야 이 새끼들아! 라운드 또 주려고 작정했어!!!

-내 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타서퍼에 배팅한 흑우 없제.

원 힐러.

팀전이 4인 체제였던 과거엔 당연한 조합이었지만 5인으로 확대되고 난 뒤엔 구시대의 유물로 사라져 버린 조합.

5인이 뿜어내는 시너지를 힐러 한 명으론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에 투 힐러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게임단들이 순위가 밀려 리그 하위로 추락하거나 강등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런데 여기서 원 힐러 조합을 다시 꺼내들었으니 스타서퍼를 응원하는 팬들 입장에선 복장이 터질만 했다.

-이거 조작임.

-승부 조작이야!

-얼마 입금 받았는지 철저하게 조사해 봐!

격하게 외치는 관중의 성화에도 불구, 스타서퍼는 스타트 신호가 떨어지는 순간 맹렬히 돌진을 시작했다.

“스타서퍼의 선봉에 선 건 역시 엠퍼럽니다!”

“그런데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집니다!”

“저러면 아예 후열하고 거리가 멀어지게 될 텐데요? 이게 어찌된 일이죠?”

해설자의 말에 모두가 전장을 주목했다.

절대 빠를 리 없는 아크나이트가 마치 무도가라도 된 것처럼 스텝을 밟고 있었다.

-저게 뭐냐?

-내가 아는 아크나이트는 저렇게 빠르지 않은데?

-대회 중에 클래스 체인지 못하지 않아?

-아크나이트로 저렇게 뛸 수 있다고?

-또또또 이상한 수작 부리네;;

스타서퍼의 조합은 전 라운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민준이 빠지고 유성철을 투입, 교전보단 버프 강화에 중점을 두는 교체를 택했다.

유성철의 음양사, 유호영의 엘레멘탈마스터, 밀러의 하이프리스트까지.

이 세 개 클래스는 모두 버프를 주는데 장점이 있었고 강화 스킬을 중첩받은 엠퍼러는 마치 바람을 타고 달리는 것 같았다.

-이런 시팔. 아니 진작 저렇게 플레이 할 수 있었으면 전판엔 왜 그랬대?

-어허 이런 뉴비들. 저게 버프 중첩이란 건데 저렇게 달리려면 마력이 얼마나 빠지는 지 알아? 속전속결! 지금 스타서퍼는 초강수를 둔 거야!

판세를 읽을 줄 아는 일부 관중은 엠퍼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곧 양 팀 간에 큰 한 방이 터질 게 분명했다.

*

“우리가 유니크를 잡았어.”

“긴장풀지 마. 아직 게임 끝난 거 아니니까.”

데니스는 씩 웃는 팀원들을 나무랐지만 그 역시도 얼굴에 옅은 웃음기가 남아있었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유니크의 벽을 자신들의 손으로 깨부쉈으니 흥분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이번에도 가디언으로 갈까?”

“오우거로드로 가자. 가디언 쪽에 아무래도 시선이 쏠려있을 테니까.”

리더인 데니스가 결정을 내림과 동시에 S.솔리드는 전속력으로 오우거로드를 향해 달렸다.

마법사가 기척을 줄이는 스킬을 펼치자 불필요한 소음도 거의 없었다.

“우리가 오우거로드로 선회한 사실을 알면 당황하겠지. 눈치를 채면 그땐 이미 늦은 거야.”

자신만만하게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그때, 마법사가 우뚝 멈춰 소리쳤다.

“3시 방향 300미터! 적습이다!”

엘레멘탈 마스터 마이클의 감시망에 누군가 걸려들었다.

마이클의 외침에 솔리드 선수들이 깜짝 놀랐다.

누군데 벌써 여기까지 달려왔단 말인가.

“설마 헤븐메이커를 투입했나?”

솔리드의 포격사 빅터는 다급히 라이플을 장전에 3시를 향해 총구를 겨눴고 상대가 시야에 들어오자 욕을 퍼부었다.

“Fuck! 헤븐메이커가 아냐! 엠퍼러다!”

“왓 더···."

조준경 스코프를 통해 정체를 확인한 빅터는 이를 악물었다.

유니크의 북미 시절 별명은 킹오브몬스터.

라운드 패배로 바싹 독이 올랐는지 전과 비교해 더 흉흉한 기세였다.

하지만 빅터 또한 내로라하는 포격사 사이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인정받아 S.솔리드에 들어온 천재 프로게이머.

그는 침착하게 마력을 불어넣어 저격용 스킬을 발동시켰다.

‘네가 얼마나 괴물이든 간에 승리는 우리 거다.’

상대를 확인하고 방아쇠를 당기기까지 걸린 찰나의 시간.

대구경 라이플의 총구가 쾅하고 불을 뿜었다.

거리 약 300미터, 상대를 파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0.3초.

엠퍼러의 심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 빅터는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그도 그럴게 주변엔 힐러 하나 없이 오직 엠퍼러 혼자였으니까.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엠퍼러의 방패가 움직이더니 콰가각-하는 소리와 함께 탄환이 방패 옆면을 스치고 지나갔다.

“뭐 저런 놈이 다 있···.”

빅터는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한가로이 감상평을 늘어놓기엔 상대의 속도가 너무나도 빨랐다.

300미터, 200미터, 100미터.

삽시간에 거리를 좁히고 들어온 엠퍼러가 무서운 얼굴로 검을 휘두르는 순간, 가공할 충격이 일대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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