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게임 (4)
처음으로 내 닉네임이 아닌 팀 이름이 경기장에 울리기 시작했다.
스코어 3:3, 이제 시합은 마지막 라운드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흐름 탔다. 얘들아. 이대로만 가자!”
스타서퍼는 기세가 오른 상황, 반대로 블랙이글스는 예상치못한 일격에 휘청이는 모습이었다.
벤치 너머에 썩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선수들, 고함치는 코치 얼굴만 봐도 속내가 어떨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흐름이 넘어왔다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었다.
나는 얼마 남지 않은 작전시간이 다가도록 이게 정말 최선인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현재 우리 팀 상황에서 이보다 더 나은 조합은 불가능하단 결론이 나왔고 7라운드, 마지막 경기의 문이 열렸다.
“블랙이글스와 스타서퍼, 4강전의 마지막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아니? 블랙이글스, 승부수를 띄웠어요!”
블랙이글스가 고액의 연봉을 안겨다주며 모셔온 피케는 나와 제레미에 의해 완벽하게 봉쇄됐다.
결국 블랙이글스는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6라운드 조합을 똑같이 해서는 우릴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게 맞아?
-게임 던지는 거 아니고?
-이건 아니지;;
-아냐. 이렇게라도 도박 안하면 못 이긴다고 판단한 거야.
환영도시 중앙의 거점을 사이에 두고 상대 팀 조합을 확인한 우린 깜짝 놀랐다.
타우러스, 피케, 심지어 힐러까지 사라지고 그 자리를 탱커와 암살자가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런 근본 없는 조합을 한다고?”
팀의 힐을 책임지는 밀러는 상대 조합을 혹평했다.
그러나 혹평도 잠시, 점수 거점을 두고 벌어진 전투에선 예상 밖의 전개가 진행됐다.
웨폰마스터, 무도가, 다크레인저, 아크위자드.
뒤가 없는 조합을 들고 나온 블랙이글스는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달려들었다.
그 공세가 어찌나 난폭한지 나와 제레미가 뒤로 물러서야할 정도였다.
‘버티면 이긴다. 침착하게!’
‘오케이!’
제레미와 시선을 주고받은 뒤 부드럽게 손을 움직여 상대의 공격을 흘려냈다.
봉황의 날갯짓을 닮은 봉황쌍비격은 공격과 방어를 가리지 않고 두루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스킬이었다.
문제는 사이클론을 필두로 한 상대 암살계 3인의 연계가 뛰어나단 점이었다.
사이클론과 무도가가 힘을 폭발하며 우릴 압박하는 사이, 시야 사각을 노리고 달려드는 다크레인저의 화살은 철저하게 제레미를 노렸다.
“이새끼들이 왜 나만 때려! 내가 만만한가! 힐! 힐 줘!”
다급해진 제레미는 밀러를 찾았지만 밀러 쪽도 상황이 녹록한 건 아니었다.
타우러스의 맹공에 밀러는 정대환의 체력을 유지해주기 바빴다.
본래 마법사는 탱커 계열을 상대로 상성 우위인 클래스.
타우러스의 마법이 쏟아질 때마다 대환의 체력 바는 요동을 쳤다.
이거 우리가 질 수도 있다!
난타전을 치르는 동안 내 머릿속에선 점수를 놓고 치열한 수 계산이 이루어졌다.
이대로 가면 아슬아슬하게 밀린다는 계산이 나오자 곧바로 제레미와 찢어지기로 했다.
“플랜 B로!”
“Go!"
플랜 B, 그것은 도저히 정상적인 운영으로 승리 각이 안 섰을 때를 대비한 난전 유도 플랜이었다.
제레미와 다인스킬을 풀고 갈라진 뒤 곧바로 그림자발자국을 발동, 타우러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대환에게 힐을 퍼붓는 밀러의 숨통을 틔워줘야 이 시합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 있었다.
내가 있던 자리로 사이클론의 연타가 떨어지는 소릴 들으며 순식간에 타우러스의 뒤를 잡았다.
이 재수 없는 새끼.
다시 태어난 뒤로 제일 꼴보기 싫었던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타우러스가 최고였다.
대체 나하고 무슨 원수를 졌길래 시도 때도 없이 언급하며 물고 늘어진단 말인가.
나는 그간 겪었던 일의 분노를 꾹꾹 눌러담아 타우러스의 뒤통수를 전력으로 강타했다.
“우왓!”
감이 좋은 녀석이었다.
정대환의 시선이 은신중인 내 쪽으로 잠깐 향하는 것을 놓치지 않은 타우러스는 간발의 차로 내 공격을 회피, 바닥을 굴렀다.
“어떻게 알고 피한 거죠!”
“타우러스 선수! 후방에서 날아온 보이지 않는 공격을 피해내며 한차례 위기를 넘깁니다!”
그러나 아직 내 공격은 끝난 게 아니었다.
양손에 벼락을 머금고선 교룡뇌조를 쏟아내자 타우러스의 체력 바가 터지기 시작했다.
내가 타우러스를 노리고 있다는 걸 눈치 챈 블랙이글스는 다크레인저를 급히 지원, 균형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내 뒤통수를 노리고 날아드는 화살 소리가 몹시도 흉흉했다.
일대일이라면 공격을 피했겠지만 지금은 팀전, 그것도 일분일초를 다투는 상황.
나는 그대로 마력을 밀어 넣어 연계기를 발동, 균형을 잃고 구르던 타우러스를 향해 연타를 꽂아넣었다.
비록 소리를 듣진 못했지만 일그러진 얼굴로 보아 비명 깨나 질렀음은 알 수 있었다.
속이 다 후련하네.
타우러스를 끝장내고 나니 뒤를 돌아보니 내 뒤를 든든히 지키는 정대환이 있었다.
화살 몇 대는 맞을 각오를 하고 지른 공격이었는데 용케 막아준 것이다.
“든든한데?”
“별말씀을!”
하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내가 타우러스를 박살내는 사이 제레미도 박살이 난 탓이다.
“힐 안 줬어?”
“안 준 게 아니라 뒤로 밀려서 못 준거야!”
밀러는 나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는 듯 억울한 표정이었다.
힐을 받으려면 적어도 스킬이 닿는 범위 내에 있어야 했는데 내가 은신을 쓰고 빠져나온 사이, 반대편으로 더욱 밀린 제레미가 스킬 사거리에서 벗어났던 것이다.
-이럼 누가 이득이야?
-블랙이글스가 이득이지.
-힐러를 가진 쪽은 어떻게든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서 상대를 한명씩 다운시켜야 되는데 동시에 한명씩 맞바꾸기를 했으니 손해일 수밖에.
-그러네. 블랙이글스가 점수에서 앞서고 있어.
힐을 받으면 그만큼 체력이 차고, 상대의 체력을 깎으면 점수가 되는 시스템 특성상 우리가 득점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타우러스를 잡으러 제레미를 보냈어야 하고 후회가 됐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잘 들어. 저쪽은 다인스킬 연계가 아직 견고해. 그러니까, 대환이 너는 차징스킬로 진형을 갈라놓는 거에만 집중해.”
“넵.”
“밀러는···힐 잘 주면 되고.”
“내 탓 아니라니까!”
상대 생존인원은 손발이 제법 잘 맞는 암살자 3인방.
그것도 전면에 서는 사이클론과 무도가 한 명의 다인스킬은 아직 건재한 상태였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을 극복해내는 게 에이스에게 주어진 사명 아니던가.
나는 주먹을 꽉 쥐며 반격의 자세를 잡았다.
그래도 밀러의 손이 한결 편해진 지금이 아까보단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디펜스가 뭔지를 알려주마.’
숨을 고르기가 무섭게 적 암살자 셋이 진형을 짜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혼자 도망치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지만 문제는 점수 거점을 차지해야 한다는 데에 있었다.
이걸 내주면 아무리 나라도 못 뒤집어.
초반 혈전으로 아직 거점은 아무도 점령하지 못한 상태, 어느 한쪽이 잠시 원 밖으로 나가있기만 해도 점령할 틈이 생길 텐데 그것을 의식하듯 양 팀 모두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우직한 차징공격! 하지만 블랙이글스 어태커! 날카로운 반격을 해냅니다!”
정대환은 지시한대로 차징을 이용해 적 진형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에만 신경을 집중했다.
하지만 아직 열여섯 중학생에겐 부담스러운 임무였는지 노련한 암살자들이 진형을 가르고 지나가는 정대환의 육체를 사정없이 두들겼다.
이를 악물며 쓰러지는 탱커, 아무리 탱커가 맷집이 강해도 고통엔 장사 없는 법이다.
정대환의 균형이 무너지는 사이, 적 다크레인저가 검은 화살 세 발을 방패를 피해 대환의 옆구리에 꽂아 넣었다.
하지만 마냥 피해만 본 건 아니었다.
체력 손해를 무릅쓰고 달려든 덕에 적 진형이 붕괴됐고, 난 그 작은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서로 다인스킬을 쓸 수 없는 찰나의 순간.
교룡뇌조를 시작으로 이세준을 제압했던 연계기가 섬전처럼 사이클론을 때렸다.
따당! 하는 금속 때리는 소리가 찰지게 울린다.
보고 막을 수 있는 속도가 아님에도 사이클론은 내 공격을 용케 막아냈다.
VT전에서 단 한 번 선보였던 것을 외운 게 틀림없었다.
안 봐도 하루 종일 연습했겠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사이클론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어려 있었다.
원래 콤보란 게 패턴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보니 정해진 투로를 알고 있다면 영 못 막을 물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딱 한 번 보여줬던 것을, 그것도 관전으로 캐치한 연계를 보고 막았단 건 역시 사이클론의 재능이 뛰어남을 의미했다.
사이클론과 공수를 주고받는 사이, 갈라져 나온 블랙이글스의 무도가가 밀러를 향해 달려들었다.
밀러는 장기전의 핵심.
난 망설임 없이 곧바로 열양지를 뿜어 무도가를 견제했다.
사이클론은 눈앞에 자신을 두고 다른 곳에까지 신경 쓰는 게 분했는지 더욱 템포를 올리며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본래 최전방에 서는 탱커에게 일대 다수의 싸움은 필수로 요구되는 덕목이었다.
그리고 눈이 어지러운 플레이 속에 체력을 얼마나 잘 보존하느냐가 S급 탱커를 구별하는 가장 확실한 기준이었다.
그리고 나는 비록 피지컬이 모자랄지언정 계산 능력 하나로 먹고 살던 탱커였다.
-일대일로는 못 이겨!
-힘을 합쳐서 싸우라고!
-기껏 딜러만 끌고 나와서 따로 노네!
사이클론 역시 일대일로는 효율이 나쁘다고 판단했는지 아군과의 합류를 계속해서 시도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정대환이 몸을 던져 진형을 갈라놓았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체력 손실이 발생했지만 우린 결국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몸이 무겁지?
라운드 초반, 날다람쥐처럼 움직이던 적 암살자들의 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지고 있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플레이어의 마력은 한정된 것, 그것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건 힐러가 없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으리라.
반면 맞을 건 맞아준단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 우리 쪽은 훨씬 마력 면에서 여유가 있었다.
심지어 이쪽은 힐러가 둘이었다.
많은 이들이 깜빡깜빡 하지만 여차할 땐 나도 힐을 거들 수 있었다.
“지금이야! 밀어내자!”
신호를 내린 그 순간, 정대환의 방패와 벽을 이루고 튀어나간 항마장이 상대를 원 밖으로 밀어냈다.
만약 피하지 않는다면 크게 당할 판국이니 블랙이글스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점수 거점의 불빛이 반짝이며 7라운드 처음으로 거점을 점령을 알리는 메시지가 울렸다.
*
-이게 우리의!
-에이스다!
-최강 한국!
스타서퍼의 팬들, 그리고 이 경기를 시청중이던 모든 한국팬이 일제히 소릴 질렀다.
-이겼다!!
14분 11초.
하나 둘씩 마력 고갈로 나가떨어진 블랙이글스는 사이클론의 발악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무릎을 꿇었다.
“정말 멋진 경기입니다!”
“거점을 완벽하게 지켜낸 스타서퍼의 연계 플레이가 환상적이었습니다.”
“블랙이글스는 정말 아쉽게 됐어요. 피케까지 영립하며 우승에 큰 공을 들였는데 말이죠.”
“스타서퍼의 마법사 듀오를 잡기 위해 과투자를 한 게 발목을 잡은 셈이 됐네요.”
-스타서퍼는 정말 강한 팀이다.
-아니야. 유니크가 있는 팀이 강한 팀이야!
-다른 선수들도 열심히 했는데 그런 얘기는 자제하자구.
-맞아 맞아.
-이번엔 한국 우승 기대해도 되는 거냐···?
나도 사람 맞군.
무한 체력을 자랑하는 나지만 오늘은 왠지 피곤함이 느껴졌다.
육체적 피로가 아닌 정신적 피로였다.
경기 시간 내내 최선의 수를 시뮬레이션 하며 두뇌를 혹사시켰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바로 쉴 수는 없었다.
아직 경기 후 승리 소감이 남아있었고 나는 인터뷰를 해야할 오늘의 MVP 수훈 선수였다.
“유니크 선수. 오늘도 정말 멋진 활약으로 경기를 주도하셨는데 소감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늘 경기는 확실히 힘든 경기였습니다. 블랙이글스에서 준비한 작전은 생각보다 꽤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건 마지막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점 정도일까요.”
옆에서 통역할 준비만 하고 있던 통역사는 내가 영어로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가자 할 말을 잃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침착한 얼굴로 내가 한 말들을 한국에서 보고 있을 팬들을 위해 통역하기 시작했다.
-뭐야! 한국말로 해! 한국말로!
-북미팀 MVP 선수 인터뷰가 아니잖아!
볼멘소리가 살짝 나왔지만 기세가 오르기 시작한 우리 팀 주가를 올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전세계 팬들이 보고 있을 인터뷰, 한국어를 쓰는 것과 공용어인 영어를 쓰는 것.
어느 쪽이 향후 스타서퍼에 글로벌 팬을 유입시키는데 유리할 지는 굳이 머릴 쓰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함께해준 팀원들의 칭찬, 오늘 경기 준비를 위해 어떤 트레이닝을 했는지를 간략히 설명하며 인터뷰가 서서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제 결승전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아직 스타서퍼와 겨루게 될 팀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유니크 선수는 어떻게 예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배틀아레나에 있는 선수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알 수 있는 질문이었다.
오늘 우리가 블랙이글스와 경기를 한 것처럼 내일은 S.솔리드와 레드불스의 경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레드불스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함께 플레이 했던 S.솔리드가 강팀이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유니크 선수의 생각은···.”
“제가 2회 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는 것처럼 S.솔리드 역시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팀이고요.”
-역시 겜잘알!
-블랙이글스보단 네가 결승전 상대로 적격이지!
-유니크~ 제발 솔리드로 돌아와!
-네 자리 비어있다!
북미 팬의 6할 이상이 S.솔리드 팬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북미에서 솔리드의 인기는 절대적이었다.
결승 상대 예측으로 S.솔리드를 지목하자 수많은 북미 팬들이 내 의견에 끄덕이는 반응을 보였다.
“오늘 최초로 참여 경기 무패 행진이 깨졌는데 아쉽진 않으세요?”
-아니 눈치가 없네 ㅡㅡ
-안 그래도 기분 나쁠 텐데 그걸 지금 왜 물어봐!
-갑분싸 만드네;;
경기장이 들썩이자 나는 머리 위로 손을 흔들어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팀전은 경험 많은 프로들이 부딪히는 무대입니다. 어떤 선수가 조금 특별하다고 해서 혼자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무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그 이야기를 유니크 선수가 하니까 조금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한데요.”
“그래도 개인전 무패만큼은 좀 더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계속 무패한다는 게 말이나 되냐. 양심 없는 자식아!
-왜 화내는 거임?
-경기 졌으니까 그렇겠지.
-다른 종목에도 무패로 은퇴한 선수 종종 있지 않음?
-있긴 함. 아주 가끔.
-누구 말하는 거임? 복싱? 그건 경기 숫자가 적으니까 비교하기 힘들지 않냐.
-이대로 은퇴할 때까지 무패 하면 레전드 가능할 듯?
-?????
-미친놈이신가;; 지금까지 무패한 것만으로도 e스포츠 레전드 줄빠따 치고 있는데;;
-이미 레전드지 ㄹㅇ;;
“그럼 마지막으로, 결승에 임하는 각오 한말씀 부탁드리면서 인터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줬던 월드챔피언십 4강전 첫 경기>
<스타서퍼의 에이스, 유니크. 오래도록 기억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세계 최고의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역대 최강의 도전자가 던진 메세지, 북미 떨고 있나?>
<스타서퍼의 유일한 스폰서, 헤르메스는 웃고 있다>
인터뷰 이후 스타서퍼와 관련된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고 나를 전면에 세운 기사는 급격한 조회수 상승을 누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기사가 있었으니···.
<“제 이름은 유니크. 세계 최강의 에이스입니다.”>
어? 오늘은 이런 얘기 한 적이 없는데?
기사 전문을 읽어보니 오늘 인터뷰 내용과 과거의 답변이 교묘하게 섞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문제가 될까 싶어 반응을 보니 댓글은 아무래도 좋다는 반응뿐이었다.
오히려 오늘 인터뷰는 너무 겸손해서 재미가 덜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팬들이 좋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모든 게 잘 풀렸다고 느끼자 조금 쉬고 싶었다.
긴장이 풀린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마냥 승리에 취해있을 순 없었다.
결승전 시작은 사흘 뒤, 스크림에서도 겪었지만 S.솔리드는 분명 현존하는 최강의 팀이었다.
슬슬 꺼낼 때가 됐군.
팀원들이 지친 몸을 누이고 쉬는 사이, 나는 서버에 접속해 이때를 위해 준비해둔 무기를 만지작거렸다.
그곳엔 나와 얼굴이 똑 닮은 캐릭터가 둘 있었다.
한쪽은 전세계 가이아 팬들이 주목하는 최강의 어태커, 유니크.
다른 한쪽은 지금껏 외부에 공개한 적 없는 녀석이었다.
닉네임 엠퍼러.
챔피언을 잡기 위한 비밀병기가 몸을 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