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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S 소설 아닌데요-126화 (126/170)

겜알못이 과연 누구일까? (2)

“최대한 더 많은 실전 데이터를 뽑아내라고 했잖아!”

너는 비행기 티켓도 아깝다.

걸어서 돌아오라는 팬들의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마스터 디코이 벤치는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코치는 작전과 다르게 제멋대로 경기를 하고 돌아온 브리드를 나무랐다.

본래 그는 최대한 유니크를 견제하며 최신 데이터를 뽑아낼 임무가 주어져 있었다.

5라운드를 대비한 디코이팀 나름의 계책이었다.

하지만 게임이 시작되자 플랜은 온데간데없고 브리드는 평소보다 더 화끈한 플레이로 유니크와 공격을 주고받았다.

게임을 던져버린 것이다.

“저도 그러려고 했는데요. 눈을 마주치니까 뭔가 붙어보고 싶더라고요.”

“멍청한 놈.”

“저새낀 꼭 중요할 때 한 번씩 저러더라.”

팀원들은 허무하게 라운드 하나를 내준 그를 욕했지만 그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기색이었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라운드 하나를 잃었으면 뭐라도 알아왔겠지?”

“일단은요. 아주 빠릅니다.”

“그걸 누가 몰라!”

“분석 데이터로 보는 거 하고 직접 붙는 거하고 느낌이 많이 다르던데요. 하지만 소문처럼 협공으로도 못 잡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다인스킬 걸고 둘이면 충분하겠어?”

“예. 충분합니다.”

“좋아. 일단 진 건 어쩔 수 없고 3:1로 마무리 해보는 걸 목표로 하자.”

디코이 팀에게 가장 좋은 그림은 남은 개인라운드를 전부 따내 팀전까지 가지 않는 것이었다.

“너희들! 얘처럼 또 게임 던지면 그땐 작살날 줄 알아!”

2라운드의 전장은 NPC병사들이 등장하는 오림의 성채.

변수가 많은 전장이라 은신에 능한 암살계, 그중에서도 다크레인저가 가장 유리한 전장이었다.

다크레인저가 없는 스타서퍼는 제레미를 기용했다.

헤븐메이커, 그 또한 유니크와 함께 S.솔리드의 세계대회 우승에 공헌한 주역!

스타서퍼가 낼 수 있는 최선의 카드였다.

하지만 스타서퍼에 비해 더 많은 선수를 보유한 마스터 디코이는 다크레인저를 기용, 속도전을 펼쳐 아슬아슬한 1승을 가져갔다.

-헤븐메이커가 졌어?

-싸한 느낌 나만 드냐?

-이거 왠지 위험해 보인다.

유니크와 함께 가장 믿을만한 카드로 꼽혔던 제레미가 무너지자 한국 팬들은 싸늘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라고 말하는 것처럼 곧바로 김민준이 3라운드를 따내며 다시 스타서퍼에 승리를 안겨다 줬다.

“레이저! 스타서퍼에 초록불 하나를 적립합니다!”

“대체 누구죠? 저런 선수가 지금까지 무명이었다는 게 신기할 정돕니다!”

-한국에 더원 말고도 괜찮은 마법사가 있었군.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잠재력만 따지면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야.

-이런 팀이 올해 2부에 있었다니, 한국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킨 김민준의 활약 이후 게임은 4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장승표 코치는 눈에 힘을 주고 전광판을 예의주시했다.

이미 정한솔, 제레미, 김민준을 소모한 상황에서 남은 개인전 카드는 김정환, 유호영 둘 뿐이었다.

맵 상성에 따라 나갈 카드가 확정되는 셈이었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결정된 4라운드 전장은 라플라타.

가이아에서 가장 작은 맵이 출현하자 자연스럽게 스타서퍼의 선수는 김정환으로 결정됐다.

“자 보십시오! 정말 놀라운 팀입니다. 지금 올라온 선수도 데뷔 1년 차 신인입니다!”

“이 팀은 유니크와 헤븐메이커를 빼면 모두 신인이군요?”

“심지어 다 2부 리그부터 시작한 선수들입니다.”

“신인을 맞이하는 디코이 팀의 선수는···아! 에이스가 나옵니다! 유럽이 자랑하는 아크나이트! 마스타라!”

스타서퍼를 애송이 팀으로 평가했던 마스터 디코이의 에이스, 마스타라.

배틀아레나에 모인 대다수 관중은 마스타라의 완승을 예상했다.

같은 클래스간의 대결은 변수가 적을뿐더러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인 그가 이제 갓 데뷔한 어린 신인에게 질 거라곤 생각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팬들의 입에선 어어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고 마스타라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 자식 봐라?’

올해 처음 큰 무대를 뛰는 선수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의 경기력으로 김정환이 마스타라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ㅋㅋㅋㅋ

-배짱보소.

-날먹을 노리는 신인;;

-아니 어떻게 저딴 기술만 쓰냐고 ㅋㅋ

관중들이 김정환의 플레이에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가이아엔 수천 가지에 달하는 스킬이 존재하지만 그 스킬은 모두 공통의 룰을 가지고 있다.

등급이 같다면, 다른 스킬보다 위력이 강할 경우 그에 합당한 리스크를 가지게 된단 점이었다.

위력도 강한데 마력 소모도 적고 발동도 빠른 기술 같은 건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뛰어난 점이 있으면 무언가 하난 내줘야 하는 게 가이아 스킬의 룰이었다.

그런데 지금 김정환은 하나 같이 도박수 짙은 스킬을 쓰며 마스타라를 압박하고 있었다.

한 번 막히면 제대로 카운터를 맞을 수밖에 없는 모션이 커다란 스킬들, 대신 강한 위력을 갖춘 스킬이었다.

막혔을 때의 리스크를 생각해 프로씬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스킬에 연달아 체력이 좀먹자 마스타라 입장에선 열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겨우 세 방이었다.

그런데 그 세 번의 타격에 체력이 2할이나 날아가자 마스타라는 벽을 치고 태세를 전환했다.

유럽 최고의 기사라 불리던 그가 신인을 상대로 수비에 들어간 것이다.

‘일단 흐름을 가져온다.’

기세를 탄 김정환의 기를 꺾고자 마스타라는 가드를 굳혔다.

톱클래스 선수가 맘먹고 방어에 돌입하자 김정환도 더는 재미를 보기 어려웠다.

주먹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검과 방패를 주고 받는 아크나이트의 격전은 관중의 함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정말 놀랍습니다. 아마 이번 예선의 가장 놀라운 시합을 꼽으라면 바로 지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인이 유럽의 방패를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 이제 겨우 20초!”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둘의 체력차이는 3퍼센트 남짓, 마스타라는 관록으로 체력 바를 다시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이 정도 차이는 기술 한방으로 뒤집힐 수 있는 격차였다.

김정환이 이렇게까지 상대를 몰아붙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극한훈련 덕분이었다.

유니크가 팀 전체를 일 년간 단련시켜줬기에 이들은 기본 공방전에서 아주 탄탄한 실력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뿐만이 아니었다.

일정 수준의 실력을 넘어선 상위 프로간의 시합에선 멘탈이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마음가짐에 따라 전투력이 판이하게 달라질 정도로 e스포츠는 멘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둘의 마음가짐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스타서퍼는 이번에 져도 5라운드라는 기회가 남아있는 상황, 게다가 유니크는 지금껏 팀전에서 단 한 번도 실패해본 적이 없는 초인이었다.

지역예선에선 2:4로 불리한 와중에도 기어이 티켓을 따내지 않았던가.

뒤에 막강한 아군이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환은 한결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플레이할 수 있었다.

반면 마스타라는 팀의 에이스.

자신이 지면 팀전을 가보지도 못하고 시합이 종료되는 점에서 완전히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자칫하다간 입만 산 멍청이들이란 소릴 들을 판이었다.

똥줄이 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김정환이 유럽 정상급 아크나이트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던 이유였다.

3분을 거의 다 소진한 상황, 마력이 고갈이나 스킬 대신 기본기 싸움을 이어가는데 마스타라의 검에서 백색 빛이 반짝였다.

그것이 스킬 시동의 징조임을 깨달은 김정환은 머리가 쭈뼛 솟는 기분이었다.

‘여기서 스킬을? 아직 마력이 남았나?’

아차하는 순간 들어온 상대의 찌르기에 한 끗 차이었던 체력 차가 순간 쑥 벌어지는 결과가 발생했다.

“아, 템페스트! 분전했지만 결국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라운드를 내줍니다!”

“벼랑끝 승부의 승자는! 마스타라! 마스타라가 디코이를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김정환 입장에선 정말 아쉬운 결과였다.

유럽의 톱랭커를 상대로 멋진 경기를 펼쳤다곤 하지만 분명 승리를 잠시나마 손에 쥐고 있던 시합이었다.

“죄송합니다.”

벤치로 돌아온 김정환이 제일 먼저 한 말이었다.

“괜찮아! 정말 좋은 경기였어!”

“음음, 이 정도면 인정.”

손을 불끈 쥐고 경기를 지켜보던 제레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호영이 퉁명스레 말했다.

“형도 오늘 졌잖아요. 누가 보면 이긴 줄 알겠네.”

“닥쳐.”

팀원들이 김정환을 위로하는 사이 감독이 선수들 앞에 섰다.

“전 세계가 지금 우리 경기 내용에 놀라고 있다. 우린 결코 약한 팀이 아니야! 충분히 경쟁력 있는 팀이다. 우리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보여주자!”

“예!”

*

흐름 탔다.

비록 4라운드에서 김정환이 지긴 했지만 지금 팀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유럽의 강호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은 경기를 펼친 게 주된 이유였다.

관중석에 앉아있는 스카우터들 침 넘어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정도였다.

일년 내내 유망주를 보러다니는 그들의 눈에 스타서퍼는 별천지 팀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그만큼 오늘 우리팀 컨디션이 좋았다.

“컨디션 어때?”

“최고죠!”

내 물음에 유호영이 엄지를 들어올리며 답했다.

전장은 환영도시, 우리 팀 구성은 S.솔리드와 스크림을 치르며 연습했던 그 세팅 그대로였다.

나와 밀러, 그리고 다인스킬을 담당할 김민준과 유호영까지.

밸런스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조합이었다.

“그럼···작전 개시.”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팀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룹스테이지 진출이 걸린 마지막 승부였다.

*

다양한 선수가 모여 시너지를 발휘하는 팀전은 각 대륙의 특성이 드러나는 라운드다.

유럽의 경우엔 한국과 달리 대형오브젝트 이득을 취하는 한판 승부를 즐겨했다.

최소한의 리스크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노리는 한국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성향이었다.

하지만 오늘 마스터 디코이는 작전을 바꿔 중앙으로 향했다.

‘녀석들이 먼저 거점을 차지하면 불리해져.’

환영도시 중앙에 위치한 점수 거점은 팀의 승패를 가를만한 중요 포인트 중의 하나였다.

만약 15분 내로 결판을 내지 못해 판정으로 들어가면 이 거점은 승부를 단숨에 뒤집을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디코이는 스타서퍼가 유니크의 기동력을 살려 중앙으로 올 것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서둘러 중앙으로 달려갔는데 이게 웬걸.

중앙엔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처음엔 매복인가 싶어 주변을 유심히 경계했다.

도시 중앙은 거점을 중심으로 고층 빌딩이 즐비해 저격을 당하기 쉬운 장소였다.

갑자기 쏟아지는 원거리 스킬에 당할 수도 있기에 주변 탐색은 필수였다.

“아무 기척도 안 느껴져.”

“그림자발자국을 썼어도 이 정도로 조용할 순 없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던 것도 잠시, 동쪽에서 진동과 함께 굉음이 터졌다.

‘당했다!’

그 잔잔한 떨림에 디코이 선수들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조금 전 굉음은 동쪽의 오우거 로드 공략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것들 봐라···?”

저쪽에서 먼저 오브젝트 싸움을 걸 줄은 상상도 못 했던지라 마스타라는 쓴웃음을 지으며 동쪽으로 달렸다.

물론 중앙의 점수 발판을 점령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차피 저쪽 주력은 전부 동쪽에 몰려 있을 테니 장기전으로 흐른다면 지금 차지해둔 거점 점수가 판정에서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서두르면 마무리하기 전에 충분히 도착할 수 있어!”

엘레멘탈 마스터의 이동속도 증가 효과를 받으며 빠르게 동쪽을 향하던 그때, 빌딩 위쪽에서 붉은 광선이 날아와 디코이 팀을 덮쳤다.

콰앙-!

“이런 썅!”

선두에 있던 마스타라가 거친 반응을 보일 정도로 매서운 공격이었다.

“저격이다! 일단 골목으로 피해!”

모퉁이를 돌아 저격에서 벗어난 디코이는 피해 정도를 살폈다.

“이거 일났는데.”

마스타라는 쪼개져 버린 방패를 쳐다봤다.

웨폰브레이크, 강력한 충격에 장비가 터져버리고 만 것이다.

공수 밸런스를 중시하는 아크나이트가 방패를 쓸 수 없다는 건 한쪽 팔을 자르고 시합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디코이 팀원들은 계속 이쪽을 위협하는 마법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여전히 동쪽에선 오우거로드가 지르는 괴성이 유지되고 있었다.

즉, 스타서퍼는 여전히 오브젝트를 공략 중이란 뜻이었다.

“설마 병력을 나눴다고?”

“세 명이 공략하고 한 명을 저지선으로 둔 건가?”

“아니야.”

마스타라는 아니라며 단호히 고갤 흔들었다.

“내 방패를 봐. 이게 어디 보통 방패냐? 전설급 스킬을 맞아도 브레이크가 날 일이 없단 말야. 조금 전 위력은 틀림없이 다인스킬이었어.”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건 우리 모두 잘 알잖아.”

디코이 선수들은 당황스러웠다.

다인스킬을 쓰려면 최소 선수가 둘 이상 필요했다.

그럼 지금 스타서퍼는 고작 둘이서 오우거로드를 공략중이란 말인가?

넷이 달려들어도 공략하기 쉽지 않은 게 대형 오브젝트다.

그런 존재를 고작 둘이서 공략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전력분석팀에 따르면 스타서퍼엔 오우거로드의 저주를 해제할 팔라딘도 없다고 했다.

“유니크가 아니라 유니크 할아버지가 와도 그건 불가능해.”

“일단 침착하게 빌딩 위의 마법사들 처리하고 가자. 설령 버프를 뺏겨도 4:2면 우리가 훨씬 유리해.”

“오케이.”

짧은 시간동안 재정비를 마친 디코이 팀이 골목을 빠져나가려는데 다시 한 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들의 발을 멈추게 한 건 전장에 울리는 시스템 보이스였다.

[마스터 디코이 팀의 거점이 스타서퍼에 의해 탈환되었습니다.]

“뭐라고?”

“말도 안 돼!”

“젠장,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이야!”

저 멀리선 오브젝트 공략, 코앞은 마법사들의 저격, 점령해둔 거점이 넘어가기까지.

생각지도 못한 흐름 속에 디코이 선수들의 멘탈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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