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알못이 과연 누구일까? (1)
조 추첨 이후, 우리 팀은 즉시 상대 분석에 들어갔다.
전문 분석팀은 없지만 마스터 디코이 팀의 경기를 찾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관중석에 앉은 것처럼 다각도로 보긴 힘들다는 것.
옵저버가 잡아준 화면 그대로, TV에 송출된 화면을 다시보기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당장 경기가 내일 열리기에 분석에 여념이 없는데 인터넷이 시끄러웠다.
조별 추첨이 끝난 뒤, 상대 팀에서 입방아를 찧어댄 탓이다.
“우리도 유니크의 명성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팀 선수들은 아직 어린 애송이에 불과합니다. 유니크와 헤븐메이커 둘을 빼면 이제 막 2부 리그에서 올라온 선수들이죠. 그런 팀과의 경기를 기대하냐고요? 그럴 리가요.”
디코이 팀의 인터뷰에 국내 팬들은 즉시 반응을 나타냈다.
-유럽 찐따 새끼가 뭐래?
-쳐 맞고 싶냐!
-애송이? 애송이한테 당하면 볼만하겠네.
세계 각국 팬들의 반응은 첨예하게 갈렸다.
업계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의 평가는 6:4 정도로 디코이의 우세를 점쳤다.
아무래도 전년도 유럽 챔피언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디코이 팀의 전투력, 그리고 1부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는 게 큰 이유였다.
그나마 우릴 지지하는 인원이 4할이나 되는 건 북미 관계자 상당수가 스타서퍼에 힘을 실어준 덕이었다.
슈퍼호넷 코치 라이언 - 디코이 팀은 아직 제대로 스타서퍼와 붙어본 경험이 없지 않습니까. 유니크와 헤븐메이커의 무서움은 직접 붙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다이나믹 G.C 감독 레드 - 유니크와 헤븐메이커 모두 일대일론 감당하기 어려운 선수들입니다. 마스터 디코이가 개인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5라운드까지 가기도 힘들 겁니다.
S.솔리드 코치 브라이언 - 스타서퍼가 예선전에서 떨어질 거라곤 생각하기 힘듭니다. 그들은 무조건 그룹 스테이지에 올라갈 팀이니까요.
-캬.
-역시 겜잘알 미국형님들;;
-DT도 이기고 올라왔는데 예선 1차 광탈은 안된다!!
유럽과 중국은 마스터 디코이 쪽으로, 한국과 북미는 스타서퍼의 우세로 쏠린 상황.
과연 어느 대륙이 겜알못이 되는가를 정하는 승부가 다가오고 있었다.
*
오전 아홉 시, 일반인이면 다들 일어나 제 할 일을 하는 시간이지만 프로게이머 입장에선 이른 아침이다.
선수 대부분이 늦게까지 연습을 하고 늦잠을 자는 탓이다.
우리 팀 숙소는 여전히 조용했다.
새벽까지 분석하느라 평소보다도 더 늦게 잘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예선전 경기는 오후 두 시 시작이라 아직 여유는 충분했다.
먼저 세수를 하고 숙소 바깥으로 나갔다.
오래간만에 좀 걷고 싶은 기분이었다.
다른 팀원들은 의사소통 문제로 조용히 숙소에 있는 걸 더 선호했지만 난 예외였다.
출근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핫도그를 하나 사는데 예선장에서 봤던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배틀아레나 주변에 단체로 묵을만한 호텔들이 죄다 여기 밀집했으니 그만큼 업계 관계자들과 마주치기 쉬웠다.
그중 일부는 나를 알아보고 다가와 살갑게 인사했다.
친화력이 넘치는 친구들이었다.
“오! 유니크! 한국생활은 어때요. 지낼만해요?”
“아···.”
나는 그의 이름이 기억날 듯 말 듯해 바지를 두드리다 말했다.
“레드불스? 맞죠?”
“맞아요. 소인입니다. 일찍 일어나셨네.”
“제가 잠이 별로 없어서요. 하하.”
레드불스는 데니스처럼 뛰어난 탱커, 비프로스트가 버티는 북미의 명문팀이다.
소인은 그곳의 주전을 책임지는 아크나이트였다.
벤치에 앉아서 최근 리그의 동향, 한국 시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니 기분이 묘했다.
예전엔 한국, 중국, 유럽을 거치며 전세계에서 활약했지만 이런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월챔과 인연이 없었지.
월챔에 나갈만한 팀에 있으려면 최소한 세계에서 통할 정도의 실력은 갖춘 선수라야 했다.
전생의 나는 간신히 1부 중하위권 팀에 붙어있기도 벅찼으니 이런 경험이 처음인게 당연했다.
핫도그가 맛있어 보였는지, 아니면 대화에 관심이 있었는지 하나둘 인싸 프로게이머들이 우리 주변으로 빵을 사 들고 와 진을 치기 시작했다.
“아, 이제 돌아가 봐야겠네요. 슬슬 팀원들도 일어났을 것 같아서.”
함께 대화를 나누던 선수들은 아쉬운 기색이었다.
내가 마침 간단한 게임 운영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특별한 팁을 알려준 것도 아니었다.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내가 했기에 그들이 특별히 여긴 것뿐이었다.
오늘 이야기 즐거웠다고 인사하고 숙소로 향하려는데 도로 건너에서 길을 걷는 세 명의 무리가 보였다.
음? 뭐지 저 조합은.
사이클론, 타우러스, 피케까지.
북미에서 특급에 속하는 선수 셋이 나란히 거리를 걷고 있었다.
사이도 제법 친해 보이는데?
내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자 소인이 말했다.
“몰랐어요?”
“모르다니요?”
“피케선수 이번에 포스트시즌 끝나고 블랙이글스로 이적했잖아요.”
피케가 블랙이글스로?
피케는 과거의 기억에 없던, 제레미와 같이 나타난 특급 실력자였다.
본래 다이나믹 G.C는 피케가 합류하기 전까지 그리 강한 팀이 아니었다.
그랬던 팀이 피케의 영입으로 다이나믹은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데뷔 한 달 째였던 그의 가세로 다이나믹 G.C가 포스트시즌에서 슈퍼호넷, 레드불스, 블랙이글스를 차례로 격파한 것이다.
슈퍼루키라는 말로는 한참 부족할 정도의 대활약이었다.
“팀의 에이스를 놓치다니, 다이나믹 G.C는 타격이 심했겠네요.”
“그렇죠. 피케 선수가 아크나이트 세계 톱클래스잖아요. 다이나믹 입장에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재계약하고 싶었겠죠. 하지만 본인은 최소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었나 봐요. 다이나믹보단 블랙이글스가 훨씬 더 강한 팀인 건 사실이니까.”
나와 제레미가 빠진 시점에서 북미 암살계를 독주 중인 사이클론, 입은 털어도 실력은 있는 마도사 타우러스, 톱클래스 아크나이트인 피케의 영입까지.
어쩌면 이번 대회 북미의 주역은 S.솔리드가 아닐지도 몰랐다.
하마터면 모르고 당할 뻔 했네.
포스트 시즌 직후 이적했다면 지역 예선 준비로 바빴던 우리 팀이 모르고 지나갈 만 했다.
한국 리그 이적 시장 살피기도 바쁜데 언제 북미까지 챙긴단 말인가.
피케가 사이클론과 한솥밥을 먹게 됐단 걸 알게 된 순간부터 내 머릿속은 피케와 김정환의 대결이 연이어 재생되고 있었다.
우리 팀의 아크나이트 간판인 김정환, 북미 최강의 검인 피케.
하지만 아무리 그림을 그려봐도 신음을 흘리며 쓰러지는 건 김정환이었다.
피케가 결승전에서 붙을 당시보다 더 성장했을 거란 점을 생각하면 솔직히 레벨 차이가 느껴졌다.
일단은 눈앞의 경기에 집중하자.
예선전이 끝나면 그룹스테이지 시작 전까지 살짝 여유가 주어진다.
당장 만날지 안 만날지도 모를 블랙이글스보단 디코이 마스터와의 경기가 더 중요했다.
*
오후 두 시.
한 시간 전부터 배틀아레나에 입장한 관중 숫자가 이미 10만명을 돌파했다.
유료관중을 30만 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 전 세계 최대 규모 크기의 경기장이다.
고작 예선에 이 정도의 팬들이 몰린 건 오늘 매치가 예선전답지 않은 빅매치인 탓이었다.
오늘은 A조에 배치된 여섯 개 팀이 풀라운드 1일차를 진행하는 날이었다.
조마다 배정된 여섯 개 팀이 풀라운드를 치르기 위해 필요한 시합수는 총 15게임.
예선이 점심 일찍 시작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우리가 6번 팀이고, 마스터 디코이가 1번 팀이니까.”
“순서상 맨 마지막이요.”
“···맨 마지막.”
그 말에 팀원들 모두 찝찝한 기색이었다.
사실 예선전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도, 변수가 일어날 법한 경기도 그 한 경기뿐이었다.
차라리 빨리 치워버리고 쉬면 좋은데 하필 제일 마지막 대진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쉴 수도 없는 게 도중에 다른 팀 경기가 끝나면 게임을 해야 하니 오늘은 꼼짝없이 배틀아레나에 묶여있을 판이었다.
“일단은 한 번 보죠. 어느 정도 전투력을 가졌는지.”
A조 1팀으로 배정된 마스터 디코이.
브라질에서 올라온 A조 2팀, 올림피아 게이밍클럽의 경기가 시작됐다.
-입털 정도는 되네···.
-수준 차이 보소?
-스타서퍼 빼면 빨리 짐싸서 귀국하는게 이득임.
-브라질 수고했다...ㅠ
경기는 마스터 디코이의 일방적인 득세, 비 메이저 프로팀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양 팀 간엔 무시할 수 없는 실력차가 존재했다.
디코이에 들어온 초록불 세 개가 전부 채워지는 덴 15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였다.
압도적인 경기력에 우릴 제외한 A조의 다른 팀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 기색이었다.
“우리 경기는 언제 시작이야?”
“세 번째.”
“빨리 몸 풀고 싶다.”
제레미가 하품하더니 대진표를 훑었다.
팀원들이 예선에 집중하는 사이 나는 시야를 넓혀 관중석 구석구석을 훑었다.
순수하게 경기를 즐기는 팬이 있는가 하면 진지한 분위기로 무언가를 적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십중팔구 스카우터구만.
아직 예선이라지만 월드챔피언십은 전세계 스카우터들이 가장 바삐 움직이는 시기였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유망주들의 실력을 평가하기 가장 좋은 때였으니까.
프로게이머는 수명이 짧기에 단년 계약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때문에 세계 각지의 팀들은 월챔을 전후로 좋은 인재를 발굴, 더 좋은 조건으로 영입하기에 열을 올렸다.
국적이 달라도 최대 세 명까지 영입할 수 있으니 라인업을 새로 구상하는데 이만한 시기가 없었다.
우리 팀엔 침바르지 마라.
신중하게 고른 선수들을 타 팀으로 뺏기고 싶은 맘은 추호도 없었다.
나와 눈을 마주친 스카우터를 향해 싱긋 웃어준 뒤 나도 진지한 눈으로 예선전을 지켜봤다.
혹시 모르잖는가.
어쩌면 우리 팀 세 번째 용병을 이곳에서 만날지도 몰랐다.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이 기다리셨을 바로 그 경기! A조의 하이라이트! 유럽의 강호 마스터 디코이! 대한민국의 떠오르는 신예! 스타서퍼의 경기를 지금 시작하겠습니다!”
오후 10시 5분.
우레와 같은 환호 속에 A조 마지막 경기가 시작됐다.
“집중하자. 여기서 이기면 그룹스테이지야!”
코치는 떨리는 목소릴 가다듬었다.
A조 경기 결과, 아직 전승을 달리고 있는 팀은 마스터 디코이와 우리뿐이었다.
각 조에서 단 한 팀씩만 본선에 오를 수 있기에 이번 경기에서 지면 앞선 경기 결과는 아무 쓸모 없어지는 셈이었다.
“가자. 한솔아!”
“옙.”
마스터 디코이는 각 클래스의 전력이 고루 분포된 팀이었다.
보통 마법사 라인이 강하다든지, 탱커 라인이 강한 식으로 특정 클래스에 강세를 보이는 팀이 많은데 디코이는 밸런스가 좋았다.
다시 말해 누가 나올지 고민할 필요 없이 1라운드에 내가 나서서 기세를 꺾어도 좋단 뜻이었다.
-왔다! 왔어!
-유니크!!!! 누가 진짜인지 보여줘!
-참교육의 시간이다. 겜알못 자식들아!
-유니크! 다시 돌아와! 우린 널 기다리고 있다!
무대에 오르는 순간 아직 북미에서 내 인기가 죽지 않았음을 실감했다.
사방에서 내 이름이 들리는 가운데 반대편에서 올라온 녀석은 긴장한 기색도 없이 날 응시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녀석들 정말로 우릴 잡을 생각이었구나.
말로만 떠들었다면 조금이라도 긴장한 티가 날 텐데 상대에게선 그런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1라운드! 유럽이 자랑하는 실력파 무도가! 브리드!”
마스터 디코이에서 올려보낸 선수는 유럽 내에서도 최상위권으로 평가받는 무도가였다.
경기 분석에서도 브리드 팀의 에이스급, 틀림없는 유럽 최상위권 자질을 갖춘 선수였다.
“이에 맞서는 지구 최강의 사나이! 스타서퍼의 리더! 유-니크!”
함성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경기장이 조용해졌다.
소리가 차단된 것이다.
1라운드의 전장은 망자의 광장, 민첩하게 움직이는 무도가 둘이 붙기에 나쁘지 않은 전장이었다.
어디 실력 한 번 볼까?
비디오로 본 경기력과 실전 경기력엔 분명 차이가 있었다.
운룡비형을 밟으며 거리를 좁히는데 저쪽이 먼저 선공을 취했다.
브리드의 손이 어지럽게 움직이더니 내 급소를 노리며 들어왔다.
어깨를 돌려 공격을 흘리는 한편, 용의 충격을 내밀어 상대의 가슴을 두들겼다.
좀 묵직할 거다.
오늘 경기 시작 전에 자색팔찌로 강화둔 스킬은 용의 충격, 내가 배운 공격기 중에 제일 효율이 좋음과 동시에 공격력도 나쁘지 않은 스킬이었다.
해머처럼 단단한 공격이 자신을 두들기자 브리드의 얼굴에 고통이 녹아들기 시작했다.
-졸라 아픈가보다;;
-용의 충격 전설급 스킬 중에 개 맹탕 스킬아님?
-ㄴㄴ 유니크는 장비가 사기라 웬만한 딜링스킬 뺨다구 친댔음.
-개사기네;;
이대로 밀리면 죽도밥도 안된다고 판단했는지 브리드는 마력을 터트리며 손가락을 세우고 강공을 쏟아냈다.
귀밑 머리를 쓸고 지나가는 극강의 열양강기, 면을 치고 들어오는 대벼락이 무복 아래 갑주를 강타했다.
봉황포, 뇌신장, 오룡축퇴, 이름만 들어도 위력적일 것 같은 스킬이 연달아 쏟아져 나오며 내 체력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왔다!
-브리드의 3단 콤보!
-브리드의 연계에 걸리면 톱클래스 선수도 버티기 힘들지!
나와는 완전히 정반대 스타일의 플레이어였다.
교룡뇌조, 용의 충격 같이 전설스킬 중에서도 마력 소모가 적은 스킬을 이용해 효율적인 전투를 구사하는 게 내 스타일이라면 이 녀석은 화려하고, 단발 공격이 강한 스킬을 쓰는 선수였다.
멍청한 놈!
나는 화려한 스킬에 체력이 깎이면서도 조금도 주눅들지 않았다.
녀석의 플레이에 커다란 함정이 있는 탓이었다.
아직 시즌 적응도 못 마친 코흘리개였나?
브리드가 쏟아낸 스킬은 전부 화려하고 강한 위력을 지녔지만 마력 소모가 컸다.
3시즌에 들어 스킬 마력 소모가 더 커진 상황에 이런 기술을 연달아 쓰면 마력이 순식간에 고갈 되는 건 당연했다.
그 결과로 브리드는 벌써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헉헉거리기 바빴다.
마력의 급격한 저하로 반동이 온 것이다.
-숨통을 끊어버려 브리드!
-유럽의 자존심을 보여주라고!
체력 차이는 이미 2배, 얼핏 보면 브리드가 압도하는 그림이지만 게임 좀 볼 줄 아는 사람이 보기엔 이미 판이 깨진 상태였다.
-브리드가 무리 했어!
-브리드의 저 콤보를 버텨내는 선수는 유럽에서도 흔치 않은데!
브리드는 기선제압을 위해 너무 많은 투자를 했다.
개인전을 치르는데 드는 3분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그 시간 동안 게임을 치르려면 마력 분배를 잘 해야 되는데 브리드는 이미 탱크에 기름이 바닥 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게임 시작 20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유럽에선 그렇게 게임해도 통했을지 모르지만, 나한텐 안 돼!
전설스킬의 연타를 디펜스로 잘 막아냈으니 이제 내 차례였다.
이형환위로 눈을 어지럽히는 동시에 터진 교룡뇌조.
피지컬을 앞세워 브리드는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교룡뇌조를 용케 피했다.
“브리드! 교룡뇌조를 간신히 피해냅니다! 살벌한 공격!”
그러나 교룡뇌조는 페이크, 곧바로 몸의 정중선을 향해 용의 충격 2타가 뿜어졌다.
이번엔 피할 수 없었다.
보법이나 회피기를 쓰면 피할 수도 있겠으나 브리드의 마력 탱크는 이미 텅 빈 상태가 아닌가.
애초에 전설 스킬 3연발로 날 잡아내려던 계획이 틀어졌을 때, 이미 승부는 정해진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빡소리와 함께 헛구역질을 하는 브리드, 남은 마력을 쥐어짜내 상급 이동기를 밟아보지만 그저 연약한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상급 이동 스킬따위로 운룡비형을 피해 달아나는 건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유니크!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차 타격!”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의 연계입니다! 여러분 보고 계십니까! 이것이 바로 세계 1위의 공격력입니다!”
“아, 브리드 정신 못차리고 공격을 허용합니다. 체력이 역저언!!”
-저 디펜스 좋은 브리드가 이렇게 당하다니?
-믿기지 않는군!
-유니크 첨보셨어요? ㅎㅎ
-유럽 겜알못 쉐리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의 매운맛을 보아라!
-설레발 칠 때부터 내 알아봤다 ㄲㄲ
용이 구름을 타듯 부드럽게 접근, 브리드의 턱밑에서부터 솟구쳐 오른 주먹이 시원스럽게 터져 나왔다.
연달아 강타를 허용하면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미 디펜스라 할 수도 없는, 그저 팔을 허우적거릴 뿐인 브리드를 향해 강화된 용의 충격을 있는 대로 꽂아넣었다.
남은 마력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소나기 펀치.
브리드의 체력 바가 삽시간에 너덜너덜해졌다.
그리고 공격의 대미를 장식할 열양지가 펄펄 나는 브리드에게 격중된 순간, 환호성과 함께 게임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