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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S 소설 아닌데요-117화 (117/170)

스타서퍼 (5)

“누굴 내보내야 하지···?”

코치가 어렵다는 듯 중얼거렸다.

올 시즌 스타서퍼는 5라운드를 치른 경험이 전혀 없었다.

압도적인 실력 차로 모든 시합을 찍어 눌렀기에 벌어진 일이다.

워낙 격차가 심하기에 2부 리그 관계자들은 스타서퍼를 그냥 1부로 보내라고 할 정도였다.

“클래식하게 갈까?”

코치는 정대환과 밀러를 언급했다.

탱 하나, 힐 하나.

그야말로 클래식 조합에 어울리는 구성이다.

일단 둘을 기본으로 깔고 남은 두 자리에 어태커를 넣는 조합이다.

코치의 말에 다른 팀원들도 그게 제일 무난하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하지만 난 반대였다.

“S.솔리드가 즐겨 쓰는 조합을 생각했을 때 클래식을 고집하면 바닥까지 털릴 겁니다.”

이번 시즌 S.솔리드는 팀전이 있을 때마다 세 명의 마도사를 출격시켜 승리를 쟁취해냈다.

제리와 마이클, 그리고 올 시즌 새로 영입한 아크위자드 콜린 로까지.

마도사 3인방을 내세워 뿜어내는 화력 앞에 수많은 북미 팀이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하지만 마법사는 암살자한테 약하잖아? 나머지 두 자리에 너하고 제레미가 나가면 문제없을 텐데?”

“아니요. 접근하기도 전에 터질 걸요.”

작년까진 통하는 전법이었다.

암살계의 기동성을 앞세워 적 마법을 회피한 후 달라붙어 단숨에 요절내버리는 강렬하고도 확실한 공략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다인스킬의 존재 유무 때문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암살자는 마법사가 쏟아내는 공격을 피하며 접근하는 게 가능했다.

마법사가 뿜어내는 스킬은 기본적으로 범위형, 스치기만 해도 일정한 데미지가 들어온다.

프로 선수가 날리는 마법을 완벽히 피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피해를 감수하고 거리를 좁히는 건 가능했다.

그러나 올 시즌 S.솔리드는 팀전에서 항상 3마도사를 기용했고 3인방의 손발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다인스킬의 화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공격거리를 잡기 위해 움직이면 다가가기도 전에 터질 확률이 높았다.

‘나라고 해도 거리를 좁힐 확률은 고작 3할.’

자색팔찌의 힘에 이형환위, 운룡비형을 극성으로 운용했을 때 접근 가능한 확률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3할 확률을 뚫고 접근한들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 마법사를 지키는 방패, 데니스였다.

예로부터 실드나이트는 암살계의 카운터였다.

클래스 자체 물리 방어도가 높아 암살계의 데미지가 제대로 박히질 않는다.

북미 최강의 방패에 발이 묶이는 사이 마법사들이 디버프와 함께 공격마법을 쏟아내면 솔직히 3초 컷이나 걸릴지 싶었다.

이거 난공불락인데?

아무리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봐도 도저히 이기는 모습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럼···민준이하고 호영이는?”

다인 스킬을 S.솔리드만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비록 우리 팀이 팀전 경험이 없다곤 하나 다인스킬의 연습은 꾸준히 진행해왔다.

던전 보스를 잡을 때도 얼마든지 다인스킬을 쓸 수 있으니 말이다.

김민준과 유호영의 다인스킬 숙련도는 괜찮은 편이었다.

‘괜찮은 정도론 어림없다는 게 문제지만.’

S.솔리드의 숙련도는 전세계 프로팀 속에서 빛을 발하는 수준인데 비해 우리 팀 숙련도는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애초에 던전 보스는 프로 선수처럼 빠른 개체가 극히 드물기도 했고.

결국 아무리 머릴 굴려도 답이 나오지 않기에 난 의견을 내길 그만두고 침묵했다.

S.솔리드 조합을 상대하려면 원라이프의 스나이퍼 조합처럼 초장거리 저격이 가능한 조합이 특효였지만 우리 팀은 해당 사항이 없었다.

“일단···부딪쳐보죠.”

*

스크림 첫날, 우리 팀은 총 9번의 경기를 가졌고 그중 단 1승만을 기록했다.

그 1승 마저도 간신히 개인전 3:1로 리드를 지켜 얻어낸 결과였다.

도저히 5라운드까지 가면 답이 안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팀은 큰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세계의 벽이 이렇게 높았나···.”

숙소로 돌아온 코치는 물먹은 솜처럼 늘어졌고 다른 팀원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팀 내에서 떠들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제레미조차 조개처럼 입을 다물고서 침대 위로 엎어졌다.

“멀쩡한 사람 없어?”

“저요.”

초콜릿으로 당분을 보충한 민준이는 기력을 조금 회복한 듯 보였다.

“뭐하는 거예요?”

“내일도 스크림이 있으니까 준비해야지.”

이렇게 무작정 쉴 순 없었다.

북미에서 머무르기로 한 기간은 총 4일, 솔리드 측에선 떠나는 날까지 스크림을 해주겠다고 답해왔다.

오늘 경기를 놓고 봤을 땐 이제 그만하자고 해도 할 말 없는 경기였음에도 말이다.

“공략 방법이 있을 텐데.”

나는 5라운드 전장인 환영도시의 지도를 모니터에 올려놓고 생각에 잠겼다.

분명 답이 있을 텐데.

과거로 돌아오기 전까지, 팀전을 얼마나 많이 치러봤던가.

벤치를 지키고 있을 땐 팀원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빠짐없이 눈에 담았다.

흐릿한 기억의 바다를 열심히 헤엄치자 눈에 들어오는 오브젝트가 있었다.

내가 이걸 왜 놓쳤지?

“대형 오브젝트 어때.”

“오브젝트요?”

3시즌의 변화는 다인스킬 뿐만이 아니다.

더 넓어진 맵의 좌우에 배치된 자이언트 가디언과 오우거 로드.

이들은 게임의 판도를 단숨에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오브젝트다.

다만 지역간 성향 차이로 한국이나 북미는 오브젝트를 쉽게 취하지 않는 반면, 중국과 유럽은 오브젝트를 두고 박터지게 싸우다 궤멸하는 시합이 제법 빈번했다.

“이거 잘못 건드리면 게임 터지잖아요.”

“잘 건드리면 되지.”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오브젝트의 공략 난이도는 4인용 최상위 던전에 버금간다.

버프를 목적으로 하는 팀이라면 오브젝트를 공략하는 동시에 상대 팀의 견제까지 신경써야 한다.

강력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쉽게 공략하려 들지 않는 이유였다.

“우린 팔라딘이 없는데요?”

저주를 뿌려대는 오브젝트 사냥에 꼭 필요한 클래스 팔라딘.

한국은 예로부터 특급 힐러 구하기가 무척 힘든 편에 속했고 그중에서도 팔라딘은 마이너한 계열에 속했다.

S.솔리드가 오브젝트를 건드리지 않는 이유 또한 뛰어난 팔라딘을 구하지 못해서이리라.

“꼭 팔라딘이 없다고 공략을 못 하는 건 아니야. 우리가 지금껏 공략한 던전들도 대부분 디버프를 걸었잖아?”

“얘내처럼 무식하게 스킬을 뿌려대진 않았죠.”

가디언이나 오우거 로드의 저주 난사는 확실히 위협적이다.

이 녀석들을 팔라딘 없이 공략하려면 저주 스킬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피지컬을 지닌 날랜 미끼가 필요했다.

이런···.

답을 찾다 보니 나 혼자 고생하는 그림밖엔 안 그려졌다.

“조금 있으면 저녁 시간이잖아. 애들도 쉬어야 하니까 저녁 먹고 나서 연습 한 번 해보자.”

*

오브젝트를 사냥해 디버프를 받는 기준은 간단하다.

해당 오브젝트 체력의 50퍼센트 이상을 타격해 마무리 지을 것.

다시 말하자면 데미지 기여도가 적은 팀은 오브젝트를 처치해도 버프를 받을 수 없으며 절반 이상 체력을 깎았다 해도 완전히 쓰러트리지 못하면 마찬가지로 버프를 받을 수 없었다.

“내일 스크림에선 작전을 바꿀 거야.”

“오브젝트를 사냥하자고요?”

“맙소사.”

“둘 중에 어떤 쪽이요?”

“오우거 로드.”

대형 오브젝트는 어느 하나 만만한 놈이 없지만 그래도 굳이 고르라면 오우거 로드 쪽이 더 공략하기 수월했다.

공략 조합은 나와 밀러, 유성철과 유호영이 낙점됐다.

오브젝트 공략전에서 근접 클래스는 딜을 넣기가 정말 힘들었다.

한 대만 맞아도 체력 바가 터질 수 있기에 원거리 공격으로 공략하는 게 정석이었다.

“기억해둬야 할 포인트는 여기야.”

맵을 펼쳐 보이며 작전 설명에 들어갔다.

“건물이 꽤 높지? 딜러진이 공격에 전념할 수 있도록 내가 어그로를 끌건데 혹시 타겟이 바뀌더라도 공격을 수월하게 피할 수 있어.”

“건물 옥상이라···이거 근데 무너지기도 하지 않아요?”

“무너지지. 근데 이 정도 건물은 아무리 오우거 로드라도 한방에 무너트리진 못해. 그전에 내가 다시 어그로 가져올 거고.”

“위치가 이상한데요? 이러면 화력 집중이 힘들잖아요.”

배치를 보던 유호영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오우거 로드 약점은 머리와 뒷목이야.”

아무리 내가 어그로를 잘 끌어도 날뛰는 오우거의 약점을 공략하려면 딜러진이 양쪽으로 퍼져 포지션을 잡는 게 유리했다.

“밀러의 위치는 여기.”

“나도 옥상으로 올라가면 안 될···.”

“안 돼.”

밀러는 혹시라도 공략중에 오우거의 밥이 될까 걱정스런 기색이었다.

성인 키를 훌쩍 넘는 둔탁한 몽둥이에 가격당하면 한방에 터질 테니 그 고통이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네가 주기적으로 버프와 힐을 주지 않으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공략까지 못 버틸 거야. 옥상으로 가버리면 스킬 범위를 벗어나잖아.”

“끔찍한 일이 일어날 거 같아···.”

“그런 일이 없을 때까지 연습해보자고.”

처음 하는 대형 오브젝트 공략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됐다.

오브젝트 공략은 스타서퍼가 1년 동안 해왔던 던전 공략 작업에 가까웠기에 확실히 익숙한 점이 많았다.

이게 과연 정답일까 싶던 감독, 코치도 의외로 진도가 쭉쭉 나가자 표정이 피기 시작했다.

유성철은 음양사, 유호영은 엘레멘탈 마스터, 밀러는 하이 프리스트.

이 세 직업은 전부 버프를 걸어줄 수 있는 클래스다.

팀원들이 걸어주는 중첩 버프를 받은 내 스피드는 게임 한계에 이르렀다 해도 믿을 정도로 빨랐다.

물론 그 엄청난 스피드가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컨트롤에 잔 실수가 있었다.

정확히 멈춰야 할 위치를 벗어난다든지, 브레이크 타임을 잘못 잡아 오우거 몽둥이에 얻어맞는 불상사가 생기곤 했다.

정신력이 약한 선수였다면 도저히 못하겠다고 두 손 두 발 들만한 격통이었지만 나는 금세 다시 일어나 공략을 재개했다.

자연의 기운이 고통을 덜어주지 않았다면 나도 이렇게 무작정 달려들진 못했을 것이다.

“쿠오오오!”

몽둥이를 휘둘러 쇼크웨이브를 쏟아내는 오우거 로드의 공격을 피해냄과 동시에 유호영의 공격이 제대로 약점에 먹혀들었다.

뒷목을 손으로 잡고 울부짖은 오우거의 목 아래를 향해 열양지를 쏘아내자 오우거가 발악하며 사방으로 검은 줄기를 쏘아냈다.

저주였다.

한 대만 맞아도 스탯이 절반 이상 깎이는 데다 지속시간이 길어 반드시 피해야 했다.

“저주다!”

“무브! 무브!”

밀러는 지상에 배치해둔 식신 뒤로 몸을 숨겼고 옥상위 딜러진은 건물을 방패로 저주를 피했다.

가장 문제는 나였다.

운룡비형을 밟으며 전력으로 몸을 비틀고 나서야 간신히 저주 세례를 피할 수 있었다.

“버프 다시 이어줘!”

“들어갔어!”

오우거의 체력 바가 눈금까지 떨어진 걸 확인한 다음엔 바로 놈의 무릎을 박차고 턱밑 아래까지 솟구쳤다.

교룡뇌조와 용의 충격을 연타로 꽂아넣자 오우거의 머리가 삐걱대더니 그 거구가 뒤로 스르륵 넘어갔다.

육중한 오우거의 몸이 주변을 울리며 버프 획득을 알리는 효과음이 울렸다.

“와!”

“잡았어!”

“생각보다 할 만하잖아!”

공략 시도 세 번째 만에 오브젝트 사냥에 성공했다.

비록 자이언트 가디언보단 약한 오우거 로드라지만 그래도 팔라딘 없이 공략에 성공했으니 상당한 성과였다.

“기뻐하긴 일러.”

실전에선 적의 견제가 들어올 테니 더 안전하고 빠르게 오브젝트를 잡아내야 했다.

오우거 로드 공략이 어느 정도 몸에 익자 이번엔 가상의 상대 팀을 만들어냈다.

이 역할은 제레미, 김민준, 김정환, 정대환에게 돌아갔다.

오브젝트 공략도 생각보다 할 만하다고 여겼던 팀원들은 견제가 들어오자 엄청난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제레미가 달려들어 힐을 넣던 밀러를 자르는 것 예삿일이고 김민준의 원거리 마법도 매우 성가셨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난전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나라는 점이었다.

열쇠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잔뜩 먹은 어그로였다.

오우거 공략 중 상대 팀이 난입할 경우 나는 즉시 몸을 움직여 달려드는 상대에게 향했다.

그럼 자연스레 오우거가 뒤따라온다.

오우거의 몽둥이는 팀을 가리지 않는다.

피지컬에 자신 있다면 오우거를 이용해 상대팀을 붕괴시키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피지컬 만세!

전생에선 부족한 피지컬로 오브젝트 어그로를 먹을 일이 없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나의 활약에 따라 팀전의 전황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단 사실은 상당한 쾌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맛에 어그로 하는구만.

몽둥이에 잘못 맞아 터져 죽을 땐 그야말로 죽을 맛이지만 상대가 터져나가는 모습은 상당한 기쁨을 불러일으켰다.

“홀리 쉣!”

“어딜 도망가!”

오우거의 포효, 제리의 비명과 함께 오브젝트 공략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

“이거 계속할 필요가 있을까?”

점심 직후, 곧 시작될 스크림을 앞두고 데릭 슈미드는 그리 말했다.

“무슨 소리야?”

“솔직히 그렇잖아. 우리가 스크림으로 얻을 건 별로 없으니까.”

데릭 슈미드, 정한솔과 제레미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콜업된 무도가.

처음 스크림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내심 스타서퍼의 실력이 어떨지 기대했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아직 북미엔 유니크란 이름 석자가 드리운 그림자가 강하게 남아있었으니까.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그 기대는 곧 실망으로 변했다.

9전 8승 1패. 스크림 결과는 S.솔리드의 압승이라 할만했다.

특히 팀전에서 스타서퍼는 영 힘을 쓰지 못했다.

스타서퍼의 게임 스타일은 여전히 1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았다.

“과연 그럴까?”

데니스가 말했다.

“우리 중 유니크를 상대로 1승이라도 한 사람이 있어?”

그말에 데릭은 얼굴을 구겼다.

실제로 어제 유니크와 개인 라운드에서 두 차례 맞붙었지만 모두 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이아는 팀게임이야.”

“그래. 팀게임. 지금 유니크는 족쇄를 차고 게임을 하고 있어.”

“족쇄?”

“그의 능력에 비해 팀원들의 밸런스가 나쁘단 이야기야.”

“그럼 더더욱 스크림을 할 필요가 없지! 지금 우리가 그 녀석들의 실력을 키워주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고.”

“뭐 그런 걸 신경 쓰고 그래. 어차피 다른 팀하고 스크림 하는 거보다 낫잖아?”

제리가 끼어들었다.

포스트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이미 시합이 예정된 팀들과 연습 시합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하위 팀들과의 연습뿐인데 솔직히 격차가 많이 벌어진 게 사실이라 썩 좋은 연습 상대는 아니었다.

그러나 스타서퍼는 달랐다.

비록 게임 스타일이 구시대적이긴 하나 선수 개인의 역량은 나쁘지 않았다.

새로 키우고 있다는 마법 유저들 역시 심상찮은 재능이 엿보였다.

“아마 1년 정도 1군에서 경험치를 먹으면 몰라보게 달라질걸.”

“난 그게 이해가 안 된다고! 이건 적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꼴이야. 우리가 이번 스크림을 하지 않았다면 저 팀은 월챔 진출조차 어려웠을걸?”

“그건 아니지.”

조용히 누워있던 케빈도 대화에 끼어들었다.

“우리 팀이니까 8승 1패 한 거야. 솔직히 저 팀이 리그 하위권만도 못하단 생각은 안 드는걸.”

“좋아. 그건 그렇다고 치자고. 그럼 우리가 얻는 건 뭐야.”

“우리도 몰랐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거?”

“저런 구닥다리 팀과의 시합으로?”

“지켜봐. 아마 오늘은 달라질 거야.”

“그렇지. 오늘은 왠지 다르겠지.”

데릭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대체 무슨 근거로 변화를 확신한단 말인가.

하루만에 팀이 확 바뀌는 건 극히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이들은 아직 유니크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있는 걸지도 몰랐다.

물론 데릭도 유니크 개인의 실력은 의심하지 않았다.

스크림을 통해 직접 겪어봤으며 자신이 2군 연습생으로 입단할 때, 그는 이미 세계 최고의 어태커 타이틀을 손에 넣은 선수였으니까.

오늘날 전세계 수많은 선수가 유니크의 플레이를 교본 삼아 훈련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하루 만에 팀이 바뀌리란 건 믿기 힘들었다.

“유니크는 초능력이라도 쓰나 보지?”

“음. 초능력.”

“···말이 되는데.”

데릭은 진지하게 초능력을 논하기 시작한 팀원들을 보며 고갤 저었다.

이건 더 논할 가치가 없는 주제였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곧 스크림이 시작되자 데릭의 입이 떡 벌어졌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팀원들의 말이 사실이었다.

하루 만에 스타일을 바꾼 스타서퍼는 어제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가고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유니크였다.

그의 강함은 어제도 체감했지만 오늘은 무언가 다른 게 있었다.

“어제하곤 완전 다른 사람이잖아!”

“저 녀석 원래 저렇게 무서운 놈이었나?”

“갓뎀. 저 자식 발동 걸렸다.”

오우거를 몰고 달려오는 유니크의 입가엔 살벌한 미소가 어려있었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데릭은 물론 S.솔리드 선수들의 안색이 크게 어두워졌다.

요리조리 어그로를 끌던 무도가가 시야에서 사라진 순간 오우거의 몽둥이가 아군 마법사를 휩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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