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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S 소설 아닌데요-74화 (74/170)

사막의 쟁탈전 (6)

<전 길드원 체력 회복하고 전투 준비.>

내 말을 들은 길드원들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암살계 레어 스킬인 전음(傳音)으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입을 열지 않고 팀원들에게 전했다.

갈 때 가더라도 한 방 먹여주잔 결정에 다들 결의에 찬 눈빛이 됐다.

황제는 아직 우리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모양으로 보였다.

완전히 체력을 끝장내 리타이어 시키지 않은 건 디자이너들이 만든 황제의 고유성격이겠지만 덕분에 한 번 더 비벼볼 여지가 생겼다.

“버프!”

약속이나 된 것처럼 버프를 외치며 달려가자 엘레멘탈 마스터를 시작으로 하이프리스트에 이르기까지 각종 클래스가 보내오는 버프가 내 몸에 중첩됐다.

“짐의 호의를 거절하는 잡배들이로구나.”

황제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내게 달려들었다.

누가 봐도 공격대의 리더는 나였고 리더의 목을 치는 건 다수가 어우러지는 전장에서 유효한 공격법이었다.

하지만 그건 나도 원하는 바였다.

스물두 명의 인원중 황제의 어그로를 제대로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은 데니스와 나뿐이었다.

그 외엔 아직 장비가 부족하거나 클래스가 따라주질 않았다.

<데니스! 접근하지 말고 황제의 기습에서 딜러진을 보호해. 어그로는 내가 끈다!>

전음을 들은 그의 몸이 덜컥 멈추더니 고갤 끄덕였다.

잡아먹을 듯 창을 뻗어오는 황제를 상대로 열양지를 일으켰다.

붉은 마력탄이 창날을 딱따구리 소릴 내며 흔들자 창날의 궤적이 미세하게 틀어졌다.

젠장.

열양지로도 황제의 공격을 완전히 틀어내는 건 역부족이었다.

가만히 서있다간 벌집이 될 것 같아 운룡비형을 밟는데 황제가 엄청난 도약력으로 단숨에 따라붙어왔다.

쾅!

흑색 창이 낭창낭창 휘어지더니 내몸을 후려치는데 실로 가공할 충격이었다.

옆구리를 제대로 막았는데 창을 막은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내가 약해진 건지, 놈이 강한 건지 판단이 안 될 정도로 아찔한 공격이었다.

프로 7년 차 시절을 보낼 당시 다뤘던 클래스, 아크나이트 유니크는 지금보다 훨씬 강했다.

전설등급 윗줄의 스킬과 7년 차가 되어 풀린 최상위 장비를 걸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클래스가 다른 게 제일 아쉬웠다.

PVP에선 무도가도 참 좋은 클래스지만 이런 보스몹을 상대로 시간을 끌려면 아크나이트가 훨씬 좋을 수밖에 없었다.

방패로 막아야 할 공격을 주먹으로 쳐내자니 뼛속까지 몸이 울렸다.

이형환위에 운룡비형까지 전부 끌어다 써도 오래 못 버틸 것임을 깨달은 나는 총공세를 명했다.

발목을 붙잡을 동안 이놈의 체력을 어떻게든 깎아내려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워낙 빠른 놈이라 마법을 맞추기도 버거웠다.

<신경 쓰지 말고 공격해!>

“꿇어라!”

황제의 눈이 붉게 빛나며 포효하자 순간 몸이 굳었다.

마력을 담은 음공 공격이었다.

[부동심이 일어나 정신을 지킵니다.]

패시브 스킬로 달아둔 부동심 덕에 목숨을 한 번 지켰다.

부동심이 아니었으면 황제의 창에 머리가 날아갈 뻔했다.

물론 패시브 스킬은 대부분 마력 잡아먹는 괴물이라 많이 쓰기도 힘들었다.

용의 충격, 교룡뇌조, 열양지를 적절히 섞어 발목을 붙잡는 동안 기운을 회복한 길드원들이 전력을 다해 화력을 퍼부었다.

화력의 폭풍 속에서 내가 버틸 수 있던 건 힐러들 덕이었다.

여섯 명의 힐러가 온전히 내게만 힐을 퍼붓고 있으니 버티는 게 가능했다.

물론 고통까지 없어지는 건 아닌지라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체력이 절반 아래로 떨어지자 녀석은 창으로 모래를 터트리며 외쳤다.

“사막의 마수들은 저들을 쫓아라.”

모래를 뚫고 나온 커다란 샌드웜이 톱니 이빨을 돌리며 후방에 있던 힐러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심지어 한 마리도 아닌 다섯 마리의 샌드웜이 치솟자 다들 욕을 하기 바빴다.

“옘병!”

지금은 다소 지위가 내려갔지만 작년 시즌까지만 해도 샌드웜은 웬만한 던전 보스보다 처리하기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단단한 장갑,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체력에다 몸놀림마저 재빨랐다. 어느 공격대라도 쉽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방심하는 순간 저 커다란 입에 삼켜지면 단숨에 패널티 확정이었다.

S.솔리드 실력이면 샌드웜을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지만 그 숫자가 다섯 마리나 되면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했다.

그사이 내가 버틸 수 있을지를 생각하기도 전에 사방에서 모래파도가 덮쳐왔다.

이제 황제는 온전히 나를 죽이는데 집중하기로 맘먹은 듯 보였다.

모래로 발이 묶인 상태에서 창격이 쏟아지자 나의 손도 바삐 움직였다.

나는 이형환위를 써가며 마력 포션을 들이켰다.

좌우로 분신을 나눠 회피하는 이형환위는 다 좋은데 마력을 제법 많이 소모했다.

황제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나의 움직임에 화가 잔뜩 난 기색이었다.

천만다행으로 보스의 패턴은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변화무쌍한 창에서 뿜어지는 공격마저 내 기억과 달랐다면 지금쯤 내 몸은 진즉 모래 아래 처박혔을 터였다.

“홀로 버틴다고 짐을 이길 순 없느니라.”

“혼자라고 한 적 없는데?”

내가 웃으며 말하자 황제도 느끼는 게 있는지 급히 시선을 돌렸다.

모래 언덕이 자리하고 있던 뒤편, 조심스레 접근하던 존이 불쑥 튀어나오자 황제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딜 감히!”

<지금이야!>

내 외침에 존이 허리를 비틀며 상체를 웅크리는 자세를 취했다.

양 손을 뒤쪽으로 향했기에 전면 공격에 속수무책인 상황, 황제는 뭐 이런 미친놈이 다있나 노려보며 아무 의심 없이 창을 찔러넣었다.

자색궁전의 황제가 전력을 다해 찌르는 가공할 창격이 존의 몸통을 꿰뚫었다.

“버텨!”

존의 눈에 핏발이 서는 걸 보며 나는 다급히 힐을 퍼부었다.

끄륵 거리는 소릴 내며 용케 공격을 방어한 존을 보며 황제는 크게 놀랐다.

맨몸뚱이로 자신의 공격을 버텨낼 줄은 예상치 못한 것이다.

“이럴 수가!”

버서커는 애초에 맷집이 좋은 클래스가 아니다.

당연히 정통으로 창격을 맞으면 그냥 황천열차 타는 상황이다.

하지만 존도 지난 기간 동안 놀고 있던 게 아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그의 성장을 지켜본 관계진은 그를 위해 상당한 투자를 감행했다.

그 결과, 존은 버서커 전용의 전설 스킬 데스카운터를 장착하는데 성공했다.

일전에 제레미를 테스트 하던 날에 존 본인이 한 번 당한 적이 있던 그 스킬이다.

1.5초동안 상대의 공격을 흡수해 더 강하게 되돌려주는 카운터 스킬.

데스카운터로 창격의 힘을 흡수한 존이 울분을 토했다.

“죽어엇!”

악에 받친 존의 대검이 빛과 같은 속도로 휘둘러지자 황제의 옆구리가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썰렸다.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위력.

제대로 당한 황제의 몸이 주춤했다.

어쩌면 둘도 없을 기회, 운룡비형을 전력으로 펼쳐 뒤를 잡은 나는 주먹을 쏟아냈다.

전설급 스킬이 빠르게 순환하며 소나기 같은 연계를 터트렸다.

“크으윽.”

신음하는 황제에게서 아까 같은 여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데스카운터를 제대로 맞은 데다 내 연타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황제는 어느새 체력이 30퍼센트까지 빠졌다.

“벌레 같은 놈들···!”

악귀 같은 얼굴을 한 황제가 창을 던져 지친 존의 몸을 꿰뚫었다.

“으악!”

유일하게 전장에서 나를 돕던 존이 몸의 빛가루로 변해 흩어졌다.

팀원 중 누군가가 죽으면 케빈이 부활을 써주기로 했지만 저쪽은 아직 샌드웜을 떼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만두지 않겠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황제의 전신에서 붉은 투기가 솟아올랐다.

넘실거리는 그 기운은 누가 봐도 아주 위험한 성질의 것이었다.

“···말로 합시다.”

어떻게든 팀원들이 샌드웜을 처리하는 동안 시간을 벌어야 했는데 자존심이 상한 황제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혼자 다 뒤집어써야겠네.

*

샌드웜이 하나씩 쓰러질 때마다 내 몸도 걸레가 되어갔다.

포션은 이미 다 떨어졌고 어떻게든 마력을 쥐어짜 내며 부들거리는 다리로 보법을 밟았다.

콰콰쾅!

이제는 마법까지 쏟아내기 시작한 황제의 공격을 마력 없이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죽어라!”

“크윽.”

격통과 함께 나의 시야가 공중으로 퐁 하고 솟았다.

나는 하늘을 나는 새처럼 다소 높은 곳에서 전장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부활을 써줄 수 있는 힐러가 주변에 있거나 아이템을 소지하고 있는 경우 짧은 패널티 유예 시간이 주어진다.

“형도 왔네?”

“참, 너도 죽었지.”

“진짜 더럽게 아프더라.”

제레미는 조금 전 황제의 주먹에 가슴이 뚫려 사망했다.

부활 유예 시간은 1분 남짓, 제레미의 몸이 흐릿해져 갔다.

나보다 몇십 초는 먼저 죽었으니 슬슬 갈 때가 된 것이다.

“아이고!”

끝내 공세를 버티지 못한 폴도 영혼 대기실에 가세했다.

“벌써 오면 어떡해?”

“저거 잡으라고 만든 거 맞아?”

폴은 조금 전까지 케빈을 수호하느라 바빴는데 그도 여기까지였다.

체력이 10퍼센트 아래로 떨어진 황제의 발악패턴은 솔직히 내가 봐도 심하다 싶을 정도였다.

한 2년 뒤에나 내보내야 할 강적을 지금 배치한 꼴이다.

굳이 올해가 지나기 전에 잡는다면 1개 길드가 아니라 상위권 길드 여럿이 전력을 다해 때리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그러나 프로를 주축으로 하는 최상위권은 사이가 나쁜 경우도 많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먼저 갑니다아~.”

제레미는 어쩐지 후련해 보이는 얼굴로 대기실을 이탈했다.

“여기가 편하긴 하네.”

폴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한 것이 벌써 우리가 입던한 지도 어언 4시간이 넘었다.

황제의 방에서 포션 먹고 힐 돌려가며 한 시간이나 격전을 치렀으니 지치는 건 당연했다.

저 아래 악을 쓰며 움직이는 데니스는 이미 방패가 깨진 지 오래라 이 빠진 검으로 창을 방어하기 바빴고 다른 친구들도 겨우 숨만 붙어있는 정도였다.

“근데 케빈은 아직 부활 안 썼지? 왜 아끼고 있어?”

“거리 때문에.”

케빈의 머릿속에 부활로 살려야 할 1순위는 나 아니면 데니스였다.

그러나 한번 깨진 장비는 마을로 가서 수리를 하기 전엔 제 성능을 낼 수가 없다.

방패 의존도가 높은 실드나이트가 방패를 잃었으니 자연스레 살려야 하는 1순위는 내가 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내 시체 곁을 황제 놈이 떠나지 않는단 점이었다.

부활이 들어오면 바로 팔팔하게 뛰어다닐 수 있는 건 아니다.

체력이 바닥을 친 상태일 거고 후유증으로 최소 십 초 정도는 몸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제 삼십 초만 더 있으면 나도 대기실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 다른 길드원들도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으아악!”

괴성을 지르며 데니스가 대기실로 입장했다.

“오우. 데니스 어서 오고.”

“저걸 잡으라고 만든 거야! 개 같은 새끼들!”

웬만해선 욕을 안 하는 녀석인데 운영진에 대한 쌍욕으로 랩이 이어졌다.

“근데 한솔이 너 부활시간 얼마 안 남지 않았냐?”

“얼마 안 남았지. 이대로 부활하면 일어서자마자 골통 날아갈걸. 그냥 너 살리는 게 나아.”

어쩔 수 없다. 부활도 만능은 아니니까.

데니스가 한숨을 쉬고 있을 때 구석에서 기회를 엿보던 웨폰마스터가 번개처럼 달려들어 황제를 들이받았다.

채린이였다.

불의의 기습에 황제는 뒷걸음질 치며 품 안으로 뛰어든 딜러를 잡아채 우악스럽게 패대기쳤다.

“까약.”

데니스도 못버티는 황제의 공격을 웨폰마스터가 버틸 리 없었다.

대기실로 오는 채린이를 보며 어서 오라고 손을 흔드는데 내 몸이 쑤욱 하고 잡아당겨 지는 느낌이 들었다.

부활이었다.

“데려와! 빨리! 제리한테 힐 다시 돌려요!”

케빈은 악을 쓰며 힐러진을 지휘했다.

원래 이렇게 험한 애들이 아니었는데···.

한 시간의 격전이 애들을 이렇게 만들었다.

황제의 체력 바는 이제 검붉은 색, 가장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거의 끝까지 몰아붙인 건 사실이지만 피해는 이쪽이 훨씬 심각했다.

이제 남은 인원은 제리와 마이클, 케빈과 로이를 포함한 힐러 넷, 그리고 나뿐이었다.

그리고 마력은 당연하게도 다들 텅텅 빈 채였다.

“벌레놈들에게 지옥을!”

황제는 남은 마력을 쏟아내며 전체 공격을 시도했다.

놈의 외침에 하늘이 뻥 뚫리며 불벼락이 쏟아졌는데 그 기세가 실로 흉흉했다.

“저 씹새끼. 꼭 잡아!”

촘촘하게 떨어지는 불의 소나기를 본 케빈은 힐을 걸어주더니 내 몸 위를 덮었다.

구멍 뚫리는 소리와 함께 케빈도 사망이었다.

만약 케빈이 나를 덮지 않았더라면 부활하자마자 죽는 상황이었다.

나는 생존자부터 훑었다.

불의 비가 쓸고 지나간 자리, 남아있는 팀원은 나와 로이 뿐이었다.

제리와 마이클은 이미 시체에 가까웠으니 도리가 없었고 로이는 자힐을 걸며 간신히 공격을 견뎌냈다.

“포션은?”

“진작 다 떨어졌어.”

불의 소나기를 쏟아낸 황제도 이젠 제법 지쳐 보였다.

문제는 우리도 지쳤다는 것, 나는 로이에게 버프를 걸어줄 것을 주문했다.

“힐 말고? 체력이 절반밖에 안 되는데?”

“힐 받아봤자 한 대 더 맞기 밖에 더해? 이판사판으로 간다!”

로이는 스트렝스 마법을 통해 내 근력을 상승시켰다.

“아니?”

버프를 두르고 우뚝 선 나를 본 황제의 눈썹이 바르르 떨렸다.

“정말 바퀴벌레 같은 놈이로군. 분명 죽지 않았느냐.”

“누구 맘대로. 네놈 잡으러 지옥에서 돌아왔다.”

중지를 흔들어 시원하게 엿을 날린 뒤 곧장 보법을 밟았다.

“벌레가 허세를 부리는구나. 이미 네놈의 마력이 다 떨어진 것을 안다.”

“과연 그럴까?”

죽기 전까지 그림자발자국에 운룡비형을 섞어 황제를 지독하게 괴롭혔지만 지금은 그럴 마력이 없는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끝까지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런 태도가 신경 쓰였는지 황제는 내 안색을 유심히 살폈다.

정말 힘을 다 쓴건지 확인하는 눈초리였다.

이런 걸 보면 보스가 아니라 흡사 유저와 대결하는 기분이었다.

별로 다를 것도 없나?

고도로 강화된 AI는 유저의 페이크에 속아넘어갈 때도 있어서 이런 심리전은 평소 시합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은신.”

다시 한 번 내 모습이 사라지자 로이는 물론이고 황제조차 매우 놀랐다.

마력이 바닥일 텐데 어떻게 다시 은신을 쓴단 말인가.

숙소에서 지켜보던 팀원들까지 벌떡 일어선 순간, 황제의 사각을 노린 용의 충격이 묵직한 육타음을 자아냈다.

*

“오. 맙소사···.”

가이아 운영 부장은 바지에 커피를 쏟은 줄도 모르고 황제의 몸뚱이가 쓰러지는 광경을 입을 벌리고 바라봤다.

그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비명을 지르는 직원이 한둘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말이 안 되는 공략이었다.

황제의 방에 입장한 이후 유니크는 시종일관 외줄타기를 하듯 위험한 플레이를 고집했고 단 한 번의 컨트롤 미스도 없었다.

인간이라면 분명 있을 수 없는 플레이를 한 것이다.

‘이건 정보 유출 따위가 문제가 아니군.’

인생게임?

오늘 공략 선봉에 선 유니크는 그런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플레이를 해냈다.

마치 체력의 한계가 없는 AI가 캐릭터를 컨트롤 하는 것 같았다.

대체 밸런스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맞춰야 할지 운영진이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커뮤니티가 또 한 번 들썩였다.

-이건 또 뭐냐?

-????????????????

-호외요 호외! 솔리드 자색궁전 공략 성공!

-S.솔리드가 해냈다!

-뭐야? 뭔데?

-아까 그 던전 공략 성공했다!

-어?

-유니크가 해냈다!

-ㄹㅇ? 그걸 공략했다고?

-아 ㅋㅋㅋㅋㅋㅋ

< 길드 S.솔리드. 초대형 던전, 스카라의 자색궁전 최초 공략!>

서버 전체를 관통하는 단 한 줄의 알림.

북미는 물론이고 전세계 유저들에게 묵직한 충격을 주는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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