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OS 소설 아닌데요-72화 (72/170)

사막의 쟁탈전 (4)

이건 깨라고 만든 던전이 아니다!

타우러스의 방송을 지켜보던 모두가 그리 생각했다.

포효하는 불의 정령은 프로펠러 돌리듯 사슬을 휘두르며 블랙이글스 길드를 쓸어담았다.

처음 입던할 때 인원 그대로 유지해 방에 도착했다면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었을 텐데 함정과 쏟아지는 적을 상대하느라 고작 절반의 인원밖에 남지 않았으니 애초에 승산없는 싸움이었다.

타우러스의 체력 바가 바닥이 나며 던전 밖으로 튕겨 나가는 것을 끝으로 방송은 종료됐다.

-살벌하다;;

-그래도 확실히 블랙이글스가 실력은 있네

-3시간 만에 보스 방까지 간 거 아님?

-데미지가 세긴 한데 대형 던전 치고 클리어 시간은 생각보다 짧을 것 같네.

-어쩌면 저 불덩이가 보스 아닐지도 모르지

-아 ㅋㅋㅋㅋ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셈

-저게 중보면 올 시즌 끝날때까지 여기 클리어 못함

-ㅇㅈ;;

방송 후기를 남기며 시청자들이 의견을 나누는 사이, S.솔리드의 전력분석팀은 자료 분석에 열심이었다.

어느 지점에서 위험한 공격이 들어오는지 확인하며 실시간으로 던전에 들어간 길드원들을 보조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한솔아. 조심해 그 꺾어지는 통로에서 독충이 쏟아져 나올 거야.

-예. 확인했습니다.

코치의 메시지를 받은 내가 손가락을 까딱 움직이자 뜻을 알아들은 마이클이 불을 뿜어내 독충이 쏟아져나오는 둥지를 먼저 터트렸다.

쾅소리와 함께 불길이 사방으로 번지며 고소한 냄새가 던전 내부에 가득 찼다.

“곤충이 미래 먹거리라더니.”

다크레인저를 다루는 애덤은 내키지 않는단 얼굴로 중얼거렸고 그 말을 들은 길드원들은 닭살이 돋은 듯 팔을 문질렀다.

-블랙이글스는 조금 전에 보스 방에서 전멸했어.

-방송도 끝났겠네요?

-그래도 녹화본은 다 떠놔서 너희가 보스방까지 가는 도중에 나오는 함정 대부분은 분석 가능해. 대신 이동속도를 조금만 줄여.

난 코치의 주문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론 다른 생각을 했다.

‘고작 불의 정령이 보스라고? 어림없지.’

전멸당한 블랙이글스에게 고작이란 수식어를 들려주면 무슨 소리냐고 화낼 노릇이지만 자색궁전의 정보를 꿰고 있는 내겐 당연한 판단이었다.

자색궁전의 보스방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총 세 번의 중간보스를 돌파해야 하는데 불의 정령은 그중 첫 번째에 불과했고 모든 스펙 면에서 제일 만만한 녀석이었다.

던전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블랙이글스는 불의 정령 방까지 도착하는데 전력을 절반이나 잃었지만 우린 손쉽게 중심부를 향해 다가갔다.

분석팀이 방송 영상을 기반으로 위험한 위치를 즉시 알려주는 데다 던전 내의 몬스터가 한 번 쓸려나가 훨씬 약한 공격을 받았다.

그리고 분석팀도, 블랙이글스도 눈치채지 못한 진짜 위험한 트랩이 있으면 우연인 척 피해갔으니 불필요한 전력손실이 전혀 없었다.

*

한 시간 뒤, 우린 불의 정령을 앞두고 세팅에 들어갔다.

불속성 보스에게 효과적으로 데미지를 넣을 수 있는 수(水)계 스킬 장착, 화염 내성을 지닌 장비를 입는 것이다.

자본이 빵빵한 게임단의 경우 각 속성 저항에 맞춰 최상급 장비를 여러벌 들고 다니는 건 그리 드문 일도 아니었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블랙이글스가 세 시간이나 걸렸던 길을 불과 한 시간 만에 돌파했다.

“블랙이글스 녀석들이 그래도 꽤 데미지를 입혀둔 것 같은데?”

사슬을 두른 불의 정령은 광장 중앙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제법 지쳤는지 우리쪽을 흘깃 보면서도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하고 사냥해 보자고.”

“돌격!”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길드원들이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나갔다.

오늘 자리에 모인 길드 인원은 스물여덟, 이들이 동시에 진형을 갖추고 움직이는 움직임은 마치 잘 훈련된 정예병을 연상케 했다.

서로 한몸처럼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된 건 험한 북방에서 구른 경험치 덕분이었다.

대륙에서 가장 강하고 무서운 괴수를 상대로 연일 구르다보니 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엔 리그를 진행중이라 예전만큼 빡빡하게 필드를 뛰진 못했지만 반년 가까이 쌓아둔 경험치가 갑자기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금속이 충돌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데니스의 방패에 불꽃이 튀었다.

“묵직한데!”

불의 정령이 휘두르는 사슬을 홀로 탱킹해서 막아내는 묘기.

북미 넘버원 탱커다운 맷집이었다.

“조심해! 한 번 더 온다!”

푸른 불꽃을 휘감아 날아드는 사슬을 보며 데니스가 소리치자 나머지 탱커들이 다시 한 번 사슬을 받아냈다.

방패를 때리는 소리가 어두운 광장을 울린다.

그 소리에 난 잊고 있던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감각을 느꼈다.

프로 7년 차를 준비하던 시즌, 그러니까 내가 총 맞고 골로 가기 전에 열심히 장비를 파밍하던 겨울.

당시 가이아는 오픈한 지 9년째에 접어드는 게임이었고 지금과 비교하면 많은 게 달랐다.

자색궁전은 네임드 장비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몇 년 동안 인기를 유지했지만 7년차 프로가 관심가질만한 던전은 아니었다.

더 어렵고 강력한 던전을 돌기에도 바빴으니 말이다.

내가 불의 정령과 마지막으로 싸웠던 건 지금으로부터 최소 5년 전쯤, 상당히 오래전 일이라 패턴에 대한 기억이 흐릿했는데 불타는 사슬을 보자 잊었던 정보가 잔뜩 떠올랐다.

체력이 아니라 기억력이 좋아졌나?

찍어내리 듯 쏟아지는 사슬을 몸을 비틀어 피한 뒤 항마장을 뿜어냈다.

근접 딜러가 보스와 엉겨 붙으면 원거리 딜러들은 공격하기가 애매해진다.

자칫 폭발에 아군이 휩쓸려 팀킬을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팀원들 손속엔 거침이 없었다.

내가 불의 정령의 시선을 빼놓는 동안 원거리 공격이 정령을 향해 날았다.

그동안 꾸준히 손발을 맞추며 경험한 내 디펜스 능력을 믿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나를 제외한 근접 딜러들은 살짝 거리를 벌리며 천천히 공격을 이어갔다.

화르르륵-

불이 사그라드는 소리와 함께 불의 정령이 깊은 연기를 토해냈다.

거의 쓰러질 때가 다 됐다는 뜻.

이제 힘이 빠진 정령은 몸집이 서서히 줄어들어 사라질 수순이었다.

수백 번을 오갔던 던전이다.

이것을 방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 옆을 지키느라 진이 빠진 채린이에게 포션을 건네려는데 그녀의 눈동자가 문득 커졌다.

“저기···.”

재빨리 뒤를 돌아봤을 때, 줄어들어야 할 정령의 몸집이 되려 커지더니 자주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모두 탱커 뒤에 숨!”

방패 뒤로 몸을 피하라는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대폭발이 광장을 덮쳤다.

이런 패턴, 전생에선 없었단 말이다!

그 찰나의 순간에 나는 운룡비형을 펼쳐 몸을 빼냈다.

내가 구할 수 있는 인원은 채린이 한 명이 한계였다.

더 많은 인원을 데리고 화염을 피하기엔 너무나 급작스러운 폭발이었다.

“콜록!”

“···다들 괜찮아?”

자욱한 연기 속에서 팀원들이 서로의 생사를 확인했다.

아무래도 최후의 발악으로 터진 자폭 공격인듯했다.

“더럽게 아프네!”

“다친 사람이 없는지부터 확인해!”

힐러인 케빈을 필두로 체력이 바닥인 인원은 없는지 재빨리 점검에 들어갔다.

힐러들은 언제나 어그로를 잘 먹는 클래스라 항상 대열 후미에 포진하는 게 상식이다.

조금 전 폭발에서 가장 피해를 덜 보는 위치에 서 있었기에 그들의 대응은 신속했다.

이런 대폭발의 경우 화염의 여파가 화상으로 남아 지속 데미지를 입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적거리다간 힐이 늦어 살릴 수 있는 인원을 보내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응급 처치는 빨랐지만 이미 죽은 동료들은 살릴 수 없었다.

부활을 지닌 케빈은 한 명을 선택해 살릴 수 있지만 애초에 던전 공략을 시작할 때부터 1군 팀원이 쓰러지는 경우가 아니면 살리지 않기로 다들 합의가 된 상태였다.

“여섯 명이나 패널티를 먹었어. 탱커쪽 피해가 크고.”

“그렇게나 많이?”

28명으로 시작한 인원이 22명이 되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패턴에 뼈아픈 한 방을 먹은 셈이었다.

얼굴이 굳은 나와 달리 팀원들은 그래도 안색이 좋아 보였다.

불의 정령이 중간보스일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얼굴이 굳어졌다.

“근데 왜 메시지가 안 울려?”

최초 던전 공략에 따른 월드 알림이 뜨지 않고 있었다.

“메세지가 안 울리잖아. 이놈이 보스가 아니었어.”

“이게 중간보스라고?”

“거짓말.”

잠시 현실 부정을 하던 길드원들은 이내 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무슨 던전을 이렇게 개떡같이 만들었어!”

중간보스 한 명 잡는데 여섯 명이 죽어 나갔다.

보스는 얼마나 강할지 심히 걱정스러웠다.

“지금까지 중간보스가 제일 많았던 던전이 어디였지?”

“빙하고분. 거기 중보가 셋이나 있었지.”

“지랄 마. 이런 놈을 둘이나 더 잡고 보스를 잡는 건 말도 안 돼.”

“오빠 괜찮아요?”

“어? 어. 괜찮아.”

내 안색을 살피던 채린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으니 걱정했던 모양이다.

팀원들이 난이도 밸런스가 개판이라며 운영 측을 욕하는 사이 나는 재빨리 던전 클리어 가능성을 저울질했다.

불의 정령의 자폭패턴, 만약 남은 중간보스 둘도 이런 발악패턴을 하나씩 갖고 있다면 앞으로 몇 개월간 자색궁전을 클리어하는 팀은 없을듯했다.

일반 길드는 어림없고 프로팀이 주력으로 뛰는 길드가 시즌을 마친 이후에나 공략에 매달려야 그나마 가능성 있는 수준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더 전진할 거야?”

“블랙이글스가 힘 좀 빼놨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우리가 박살 날 뻔했네. 한솔아. 일단 아이템부터 확보하자.”

“이만한 거물이면 장비도 쓸만한 거 뱉었겠지.”

나는 불의 정령이 쏟아낸 장비를 거둬들였다.

감정을 펼칠 때마다 길드원들의 입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던전 난이도에 걸맞은 강력한 장비의 출현은 언제나 유저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자연의 기운을 슬쩍 흘리며 하나둘씩 인벤토리에 아이템을 넣고 있을 때 투명한 육각패가 눈에 띄었다.

북쪽 미개척지를 돌파하며 내 기억과는 조금씩 다른, 과거에 비해 더 어려운 던전을 겪을 때마다 어쩌면 자색궁전에서도 돌발변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을 조금은 했었다.

그럼에도 도전을 선택한 이유, 클리어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한 밑거름이 바로 손에 들린 육각패였다.

“그건 뭐야?”

궁금해하는 마이클에게 육각패의 스펙을 확인시켜줬다.

육각패는 장비가 아니었다.

그저 보조재료라는 설명만 나오자 마이클은 김샜단 얼굴이었다.

이런 경우는 보통 잡템이었다.

중간보스라고 잡템을 떨구지 말란 법은 없었다.

그나마 중보급이 떨군 보조재료는 큰 도시의 제련소로 가져가면 강화재료로 쓸모가 있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마이클의 반응을 보며 나는 속으로 웃었다.

이걸 사용할 줄 모르면 지금 서버 스펙으로 자색궁전 클리어는 어림없었다.

자폭패턴은 예상 밖이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중보 세 마릴 뚫고 들어가 사막 황제의 목을 따는 건 시기상조였으니까.

“일단 갈 수 있는 데까진 진행해보자.”

길드원들도 결정에 고갤 끄덕였다.

이번엔 블랙이글스의 희생으로 첫 번째 방까지 쉽게 도착하지 않았던가.

이런 좋은 기횔 잡고도 겨우 중간보스 하나 먹고 돌아서는 건 최전선 공략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던전 공략 2시간 40분째.

푸른 빛을 뿜어내며 바닥과 벽, 천장을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벌레들은 아주 소름 끼치는 놈들이었다.

던전의 적은 스켈레톤 병사와 각종 벌레가 주를 이뤘는데 제일 성가신 놈이 저 굴러오는 초록 벌레였다.

일단 닿으면 매캐한 독기와 함께 터지는 맹독 벌레들은 근접 딜러는 감히 처리할 엄두를 내기 힘든 존재였다.

가까이서 처리했다간 바로 독연기를 흡입하는 꼴이다.

“파이어 웨이브!”

“파이어 월!”

덕분에 마법사들이 근접 딜러 몫까지 대신해 벌레를 치워야 했는데 다들 마력 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좁은 통로를 불길로 채워 벌레를 단숨에 태우자 매캐한 검은 연기가 사방을 가득 채웠다.

지상으로부터 상당히 내려온 상태라 연기는 도통 빠질 생각을 않고 통로를 맴돌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숨을 쉬는 것도 쉬운 게 아니었다.

“빙결 마법으로 처리하면 안 돼? 연기는 지긋지긋해!”

“그럼 마력이 배로 들어서 감당 못 해. 참아.”

마이클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열심히 화염마법을 뿌렸다.

“안전지대야!”

방패로 스켈레톤 병사 머리를 날려버린 데니스가 안전지대를 발견하고서 소리쳤다.

규모가 큰 대형 던전엔 몬스터가 배회하지 않는, 휴식을 위한 장소가 존재한다.

전방에 서있던 데니스가 제일 먼저 달려가 우물에 있는 물로 목을 축였다.

아직 헤드기어 접속기를 쓰는 길드원들은 이해를 못하겠지만 전신접속기는 사람을 훨씬 지치게 했다.

마력의 소모로 인한 몸의 피로감, 마법으로 인한 냉기와 열기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운영진이 던전 최대 활동 시간을 8시간으로 구성해 유저를 배려했다곤 하나 VR게임에서 이런 안전지대가 없다면 정신력이 바닥을 쳤을 것이다.

“입던한지 얼마나 됐지?”

“2시간 43분.”

“빡세네. 다른 던전 두 배는 힘든 거 같아.”

“그래도 우린 블랙이글스보다 낫지.”

블랙이글스는 첫 번째 중보까지 도달하는데 절반에 달하는 인원을 잃었다.

그에 비하면 S.솔리드는 자폭패턴에 여섯 명을 잃긴 했어도 지금까지 인원 손실 없이 진행중이었다.

이건 클래스 비율 차이가 나은 결과였다.

S.솔리드 급은 아니라지만 블랙이글스도 길드로서 전투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던전 공략에 자신이 있던 그들은 이번 공략에 네 명의 힐러를 대동했다.

서른 명의 인원 중 힐러가 넷, 그말인즉 딜러 비중이 상당히 높단 소리였다.

블랙이글스의 판단미스였다.

딜러가 많으면 클리어 속도는 빠르지만 당연히 안정성은 떨어진다.

웬만한 던전은 4인 힐러 체제로도 충분할지 모르지만 자색궁전은 워낙 난이도가 높아 그정도론 한참 부족했다.

반면 이쪽은 케빈과 로이를 필두로 힐러가 여섯 명이나 됐다.

30명중 넷과 28명중 여섯은 꽤 차이가 컸다.

게다가 정말 힐이 모자랄 땐 내가 거들기도 했다.

힐을 쓸 일이 별로 없어 팀원들도 잊을 때가 있지만 나도 엄연히 힐이 가능한 무도가였다.

“십오 분만 쉬고 다시 출발하자.”

“오케이.”

휴식시간을 정해주자 일부 길드원들은 안전지대 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잔디가 깔린 곳은 제법 눕기 좋은 자리였다.

다들 쉽지 않은 공략에 지친 몸을 회복하는 사이 나는 은근슬쩍 벽으로 이동 중이었다.

나를 제외한 길드원 중 안전지대 벽면 무늬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사각형, 삼각형, 동그라미까지.

다양한 도형들이 움푹 패 홈을 만든 벽면엔 공교롭게도 육각형 모양의 홈도 있었다.

어쩐지 육각패를 끼우면 쏙 들어갈 것 같은 그런 구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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