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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S 소설 아닌데요-71화 (71/170)

사막의 쟁탈전 (3)

3강의 자리를 지키려는 레드불스, 3강의 자릴 되찾으려는 슈퍼호넷.

두 팀은 원수를 상대하듯 격렬하게 무기를 휘둘렀다.

‘혼자 보기 아깝네.’

위장포 아래 숨어있던 남자는 입맛을 다시며 생각했다.

방송하면 조회수 재미 좀 볼 텐데 하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걸 노출하는 건 어리석은 일, 그저 전투가 끝나길 조용히 기다릴 뿐이었다.

격전은 무려 이십 분 넘게 지속됐다.

가이아 5라운드 한계 시간이 10분인 점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혈투였다.

처음엔 팽팽한 듯 보였던 싸움은 서서히 슈퍼호넷의 우세로 기울어졌다.

리그에서 평가하는 전력은 레드불스가 살짝 우위일지 모르나 필드 싸움에선 머릿수가 깡패였다.

결국 15분을 넘기지 못하고 레드불스 인원이 뜨거운 모래 위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두고 보자. 이 빚은 갚아주겠다.”

이를 갈며 목에 핏대를 세운 비프로스트를 향해 대니얼이 웃었다.

“두고 보자는 놈 중에 무서운 놈 없었거든? 크크.”

마법을 쏘아내 비프로스트를 어둠으로 끌어낸 그가 양손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40명의 인원 중 남은 인원은 18명.

대형 던전을 공략하기엔 살짝 아쉽지만 시도를 아예 못할 전력은 아니었다.

“그럼 어디 보물을 찾으러 가 볼까?”

대니얼이 그리 말할 때 신경도 못 쓰고 있던 반대편 언덕에서 불쑥 일어서는 움직임이 있었다.

주변에 누가 또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던 슈퍼호넷 길드원들은 깜짝 놀라 무기를 들었다.

“뭐야!”

“뭐긴 뭐야. 진짜 보물 주인이지.”

“타우러스!”

은신 결계 속에서 위장포를 덮고 기다리고 있던 건 다름 아닌 블랙이글스였다.

인간 쓰레기부터 시작해 온갖 부정적인 수식어는 다 가진 타우러스지만 그를 필두로 한 블랙이글스는 엄연히 리그 2위의 강팀이었다.

인원도 적은 인원이 아니었다.

숫자를 헤아려보니 서른 명, 이대로 꽝 붙으면 처참하게 박살 날 게 뻔한 전력 차였다.

“방송 ON.”

“무슨 개수작이야!”

“내가 지금 방송을 켰거든?”

프로 선수의 개인방송을 기다리는 팬들은 무척 많고 매주 정해진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선수들은 주로 주말에 방송을 켜곤 했다.

타우러스는 프로 선수를 통틀어 시청자 동원력이 강하기로 손에 꼽는 인간이었다.

인간 말종이라 불리는 놈이 오늘은 무슨 개소릴 할까 싶어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였다.

다른 선수 같았으면 스트레스로 선수 생활에 지장이 갈법한데도 꿋꿋이 버티는 걸 보면 멘탈 내구력 하난 끝내주는 놈이었다.

“벌써 천 명, 이천 명, 이렇게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온단 말씀이야. 여기서 개망신당하기 싫으면 그냥 곱게 돌아가. 그럼 처맞는 꼴은 안 보여줘도 되잖아?”

타우러스의 경고에 슈퍼호넷의 얼굴이 붉어졌다.

레드불스를 쓰러트리느라 출혈을 감수했는데 보물은 엉뚱한 놈이 가져가게 생겼다.

“우리랑 붙으면 너희 전력도 상당히 줄어들 텐데?”

“누굴 호구로 보시나. 열심히 싸우느라 힘 빠진 거 다 알아. 어이, 거기 포션에 손대는 새끼. 손모가지 날아가고 싶지 않으면 포션 내려놔.”

타우러스 말대로 호넷측 유저들은 체력과 마력이 바닥을 친 상태였다.

회복을 하려면 포션을 마시며 10분 정도 앉아서 쉬면 되는데 저들이 시간을 줄 리 없었다.

게다가 방송도 켰다고 하지 않던가.

대니얼은 그 말이 몹시 거슬렸다.

발악이라도 하고 싶은데 수천 명 시청자 앞에서 팀원들과 함께 개망신을 당하는 건 영 못할 일이었다.

팀원들을 슥 둘러보니 다들 눈빛이 침울한 게 싸울 의지가 꺾인 모양이었다.

그러는 사이 타우러스는 영악한 웃음을 띠고 시청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방송이냐고? 미개척 지대 최전선에서 발견된 던전 공략 방송! 기대되지? 욕하는 자식 넌 블랙이야. 매니저 저 새끼 치워. 아무튼, 지금 여기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팀이 있었거든.”

타우러스의 손가락이 슈퍼호넷 쪽을 향하자 그들의 얼굴이 칙칙하게 변했다.

이제 수천 명 앞에서 망신을 감수하고 물어뜯든지, 그냥 돌아가든지 선택을 해야 했다.

‘여기서 달려들면 레드불스 놈들만 좋아하겠군.’

레드불스도 분명 이 소식을 듣고 방송을 보고 있을 게 뻔했다.

잠시 고민하던 대니얼은 결국 던전 도전을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

일부 선수들이 그냥 돌아갈 수 없다고 끝까지 싸우자 외쳤지만 아무 의미 없는 일이었다.

“정신 차려. 우린 지쳤고 많이 잡아봐야 네다섯 명 밖에 못 데려가. 쓸데없이 힘 빼지 말고 돌아가자. 이제 더위는 지긋지긋해.”

“쓰레기 새끼들.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두고 봐.”

“두고 보자는 놈 중에 무서운 놈 없다더라.”

호넷이 불스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준 타우러스는 슈퍼호넷 인원이 모두 귀환하는 걸 보고 나서야 전투태세를 풀었다.

중앙 도시로 귀환하는 걸 확인했으니 다시 이곳까지 오려면 아무리 빨라도 몇 시간은 걸렸다.

-말빨로 슈퍼호넷을 쫓아낸 거야?

-완전 지쳐 보이던데 무슨 일?

-뭔지 몰라도 던전 내줘서 빡쳤나봐 ㅋㅋ

-아. 왜 이런 인성쓰레기한테 운이 따르는 겁니까···.

-지금 피자 시켜도 되는 부분?

블랙이글스가 슈퍼호넷을 필드에서 격퇴했다는 소문에 순식간에 수만 명의 시청자가 몰렸다.

본래 주말은 정규 리그가 없는데 이런 꿀잼 방송을 놓칠 유저들이 아니었다.

“그럼 가이아에서 가장 어려운 던전 공략을 시작해 보자고.”

레드불스가 공들여 발굴한 던전의 첫 도전자가 블랙이글스로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

“이렇게 여유 부려도 돼?”

“딱히 여유 부린 적 없는데.”

“네 표정이 너무 편해보이잖냐.”

헤르메스에서 정보를 받아 자색궁전으로 향하고 있을 때 바깥에 있던 코치가 소식을 전해왔다.

타우러스의 방송이 화제가 되어 엄청난 인원이 몰렸는데 하필 그 장소가 S.솔리드가 향하는 자색궁전이란 점이었다.

S.솔리드는 이제 막 사막에 들어선 상황.

원래 북쪽에 전초기지를 마련해뒀기에 서쪽 최전선까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걱정한다고 속도가 빨라지는 건 아니잖아. 편하게 있으라고, 편하게.”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블랙이글스 인원만 서른 명이야. 서른 명! 케빈 넌 이해가 돼? 여기까지 달려온 수 시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데?”

“아니. 근데 한솔이가 저러는 걸 보면 뭔가 있겠지.”

“왜 사서 걱정을 해. 제일 쓸데없는 게 한솔이 걱정인데. 한솔이가 언제 뭐 손해 본 적이나 있어?”

데니스까지 거들자 제리는 그래 내가 멍청한 놈이지 하며 입을 다물었다.

나라고 마냥 대책 없이 여유를 부리는 건 아니었다.

게임의 굵직한 정보들을 알고 있다는 것.

이건 정말 말이 필요 없는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스카라의 자색궁전은 특 A급 네임드 장비를 얻을 수 있는 던전이다.

그런 던전의 난이도가 쉬울 리 있겠는가?

함정 전문 길잡이를 대동했다면 그나마 사정이 좀 낫겠지만 그렇다 해도 어려운 던전이다.

지금 블랙이글스 실력으론 시간 꽉 채워도 힘들 정도다.

가이아의 던전 특성 중 하나인 시간 제한.

장시간 플레이를 제한하기 위해 던전 입장 이후 시간에 따라 점차 적들이 강해지는 시스템을 부여했다.

그리고 그 한계가 정확히 8시간이었다.

제한시간에서 단 1초라도 넘기는 순간 몹이 빠르게 강해지기 시작한다.

입던 8시간을 넘어가면 차라리 공략 포기를 하는 게 낫다.

성공확률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에 패널티를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봉인된 입구를 따로 손봐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던전이야. 당연히 공략이 쉽지 않겠지. 우린 그냥 우리 페이스대로 하면 돼.”

“그거야 맞는 말이지만 시간 차이가 더 벌어지면 안 될 텐데.”

일행은 덜컹거리는 마차를 나눠 타고 사막을 질주하는 중이었다.

헤르메스에서 내준 사막횡단용 마차는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유령군마가 끄는 것으로 모래에 바퀴가 빠지지 않고 내달릴 수 있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유령군마는 부리는데 엄청난 마석이 소비되기에 웬만한 대형 길드도 사용을 꺼리는 물건이었다.

당연히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음에도 헤르메스는 던전까지 도착할 수 있도록 대량의 마석과 유령마차를 아낌없이 제공했다.

확실히 VIP 대접을 해준단 느낌인지라 기분은 썩 괜찮았다.

감각이 예민한 유령군마들은 모래 속에 숨어있는 괴물을 유유히 피해 자색궁전 앞까지 안전하게 팀원들을 이끌었다.

힘겹게 던전을 찾은 다른 길드와 달리 안전하게 도달한 우리는 하나둘씩 마차에서 내려 입구 앞에 모였다.

장시간 마차 이동으로 몸이 찌뿌둥했는지 다들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왜 지키는 사람이 없지? 집에 돌아갔나?”

팀원들은 던전 앞에 사람이 없는 걸 의아하게 생각했다.

보통 대형 던전이라고 하면 인원이 많이 필요해도 20명이 정원이다.

블랙이글스가 데려온 인원을 생각하면 열 명 정도는 입구 주변을 서성이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자색궁전은 인원 제한이 없는 던전이었고 어려운 던전일수록 이런 곳은 점차 늘어날 참이었다.

다만 이런 던전을 우리 모두 이번에 처음 본 것뿐이었다.

괜히 아는 체하면 와본 적 있냐는 소리가 나올 것 같아 나는 옆으로 관심을 돌렸다.

연습생 생활로 바쁜 채린이가 오랜만에 파티에 동참했다.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아? 힘들면 쉬어도 돼.”

“완전 괜찮아요. 오늘이 지나면 당분간 같이 게임 못하니까···.”

채린이는 같이 게임을 더 하고 싶은 마음에 대륙간 계정 이전을 미루고 있었는데 오늘이 그 마지막 날이었다.

기획사의 요구 때문이었다.

“바쁠 텐데 숙소에선 뭐라고 안 해?”

“예전엔 게임 그만하라고 하기도 했는데 요즘 상황이 좀 바뀌었어요.”

데뷔를 준비하는 그룹이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회사에서 게임을 반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나 대표가 게임을 꽤 좋아한다는 이야길 했다.

“많은 그룹이 데뷔 전에 이름 알리려고 여러 가지 하거든요. 리얼리티 프로그램, 서바이벌 오디션도 있고요.”

대중에게 이름을 어느 정도 알리고 데뷔를 하면 성장 속도가 여타 그룹보다 훨씬 빠르다고 했다.

다만 이런 작업을 하는 동안 생길 수 있는 이미지 관리 실패에 대한 리스크, 그리고 자본의 문제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저희도 뭐가 좋을지 알아보던 중에 개인방송을 하는 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어요. 제가 랭킹은 조금 높은 편이잖아요.”

S.솔리드 길드 활동을 하며 장비와 스킬을 어느정도 맞춘 채린이는 어느새 그랜드마스터 레벨에 올라 있었다.

북미의 수백만 명에 이르는 유저 중 그랜드마스터에 들어올 수 있는 유저는 고작 천 명.

그 중 여성 유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여성부 리그가 있다면 충분히 이름을 날릴만한 재능이었다.

게다가 외모는 또 어떻고.

채린이 미모를 생각하면 입소문이 나지 않는 게 이상했다.

만약 북미가 아니라 한국에서 플레이를 했다면 그녀의 인지도는 지금보다 최소 열 배는 높을 터였다.

북미에서 게임을 하는데도 그녀의 이름이 알음알음 퍼졌을 정도니 말이다.

“개인방송. 괜찮은 의견인 거 같은데?”

“오빠도 그렇게 생각해요?”

“같이 연습하는 친구들도 게임할 줄 알아?”

“제가 제일 잘해요.”

다른 팀원들처럼 굳은 몸을 풀던 채린이가 살며시 웃으며 내게 말했다.

“오빠 그거 알아요? 원래 신인아이돌은 연애 금지예요. 연습생이래도 마찬가지고요.”

“너 누구 사귀는 사람 있어? 없지···않나?”

아이돌 연애 관련 얘기는 나도 얼핏 들어본 적 있었다.

사귀면 사방에서 문제가 빵빵 터지기 때문에 갓 데뷔한 아이돌에게 연애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아니요. 그게 아니구요···오빠 일부러 모른 척 하는 거예요?”

“뭐를?”

날 빤히 바라보는 그 맑은 눈속에서 나는 무언갈 느꼈다.

사실 그녀가 내게 꽤 호감을 느끼고 있단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연애라니, 나하곤 조금 먼 주제의 이야긴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녀의 기습적인 펀치가 들어왔다.

“오빠를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저 연습생 시작 안 했어요.”

“······!”

모른 척 하려 해도 여기까지 들으면 눈치가 관짝에 들어간 게 아닌 이상에야 알 수밖에 없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나는 당황해 주변을 돌아봤다.

몸을 푸는 척하며 귀를 기울이고 있던 케빈, 제레미와 시선이 마주쳤다.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날씨 타령을 하며 녀석들이 멀어져갔다.

언제부터 듣고 있던 거야?

당황한 나를 두고 채린이의 말이 이어졌다.

“저 데뷔 해도 팬클럽 부회장인 건 변함없는 거죠?”

“그, 그렇지.”

데뷔 하면 정말 바쁠 텐데.

일처리를 전혀 못 할 사람을 계속 팬클럽 부회장으로 앉혀두는 건 사실 바람직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묘한 기백은 무조건 그렇다고 대답하게 만들었다.

“오빠도 지금처럼 게임 열심히 하세요. 다른 곳에 신경 쓰지 말고 게임만요.”

“···열심히 해야지.”

그리 답하면서도 나는 그녀가 속삭인 마지막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듣지 못할 만큼 작았는데 내겐 정말 또렷하게만 들렸다.

제가 데리러 갈 때까지는요.

***

쏟아지는 불덩이.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던전의 독충까지.

타우러스의 방송을 통해 자색궁전 공략을 지켜보던 유저들은 악랄한 난이도에 혀를 내둘렀다.

-이걸 깨라고 만들었어?

-개 에반데;

-슈퍼호넷이 진짜 승자였네;;

-이거 얼마 못 버티겠다.

우글거리는 독충 무리를 불로 쓸어내기 무섭게 다음 웨이브가 통로로 쏟아졌다.

“뚫어! 안 그럼 우리 다 뒈지는 거야!”

악에 받친 타우러스의 외침에 블랙이글스 인원은 젖먹던 힘을 짜냈다.

“비켜!”

힘을 끌어모은 사이클론의 검이 X자를 그리며 벽을 때리자 막혀있던 길이 뚫렸다.

어디로 이어지는지도 모를 깊고 어두운 통로를 꽁지가 빠져라 내달렸다.

죽을 때 죽더라도 최소한 독충에게 뜯기면서 가고 싶진 않았다.

헤드기어로 플레이하는 일반 길드원들은 상관없지만 자신들은 엄청난 고통을 느낄 테니 말이다.

“여긴 또 어디야.”

높이를 알 수 없는 높은 천장.

푸른 횃불이 타오르는 원형 광장에 도달한 블랙이글스는 오싹한 느낌에 주변을 살폈다.

음침하면서도 거대한 광장은 꼭 네임드 몬스터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기둥의 불빛이 더욱 환해지며 무거운 목소리가 이들을 반겼다.

“누가 감히 왕의 잠을 깨우는가.”

붉은 갑옷을 두른 거대한 불의 정령!

불을 떨어트리며 사슬을 들고 포효하는 정령의 외침에 너 나 할 것 없이 다들 질린 얼굴이었다.

입던 두 시간 째, 서른 명이던 인원은 이미 절반으로 줄어 전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였다.

남은 인원도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체력과 마력 모두 만신창이, 포션을 넉넉하게 준비해왔기에 조금만 휴식하면 회복할 수 있음에도 던전은 침입자들이 쉴 시간을 주지 않았다.

리그 2위의 프로 선수를 주축으로 하는 정예 길드의 혼을 빼놓을 만큼 자색궁전의 난이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홀리 쉣!

-ㄷㄷㄷㄷㄷ

어느덧 십만 명을 돌파한 시청자들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정령의 사슬이 지면을 강타하며 뿜어낸 충격파.

그 강렬한 일격이 블랙이글스를 완전히 찢어발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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