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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S 소설 아닌데요-70화 (70/170)

사막의 쟁탈전 (2)

곧 큰 변화가 있을 거란 정보를 확인한 다음엔 헤르메스로 정보를 넘겼다.

게임을 누구보다 깊이 탐구하는 집단이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이득을 볼 터였다.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장비 제작에 필요한 하급 기초 물품들의 가격이 완만한 상승을 그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시점에서 아는 유저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왜 아무 반응이 없을까.

격변에 대비해 물밑작업을 하는 걸 보면 정보를 제대로 써먹고 있긴 한 거 같은데 선물에 대한 소식이 없었다.

정보를 넘겨줬으니 스킬이든 장비든 값을 치러야 할 거 아닌가.

설마 운룡비형으로 손 털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 헤르메스에서 사람을 보내왔다.

“죄송합니다. 유니크 님. 아직 제대로 된 무도가 스킬을 구하지 못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남자의 태도로 볼 때 최소 운룡비형에 버금가는 고급 스킬을 구하느라 노력하는 중으로 보였다.

정말 좋은 스킬은 돈을 주고도 못 사는 형편이다.

매물이 없으니까.

최고급 스킬이라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무도가 스킬을 구하기 힘드시면 아크나이트 스킬도 괜찮습니다.”

“아크나이트를요···? 알겠습니다.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남자는 사과와 함께 고급 정보 하나를 풀었다.

“선물 전달이 늦어지는 동안 유니크 님께 정보를 하나 드리려고 합니다.”

“정보요?”

“예. 저희가 각 방면으로 정예 개척대를 운용 중인 건 알고 계시죠. 최근에 서쪽 경계의 화염사막에서 신규 던전이 발견됐습니다. 규모로 볼 때 어쩌면 미지의 S급 장비가 나올지도 모르는 곳입니다.”

S급이라니 어림 없는 소리!

지금 나오는 A등급 장비 스펙을 보면 A등급 카테고리에서 어느 정도까지 끌고 갈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같은 A급이라고 해도 A등급 최상위 장비와 하위 장비의 성능 차이는 꽤 컸다.

그리고 아직 최상위 장비가 등장한 적도 없는 상황.

추세대로라면 적어도 내년 후반은 돼야 S급 장비 그림자라도 볼 수 있었다.

같은 A급이면 북방도 나쁘지 않았다.

거점을 굳이 떠날 메리트가 없기에 그리 쓸모 있는 정보 같진 않아 보였다.

그러나 남자의 입에서 던전 이름이 들리자 생각이 바뀌었다.

“던전의 이름은 스카라의 자색궁전입니다. 정보를 들어보시겠습니까? 물론 저희가 준비하는 선물과는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정보입니다.”

“듣는다고 손해 볼 일은 없겠죠.”

“물론입니다. 사실 굉장히 비싼 정보입니다만.”

나는 무심한 척 연기하며 그가 건네는 정보를 받았다.

서쪽 경계의 자색 불꽃이 타오르는 거대 사막, 흉물스런 거대 괴물이 들끓는 위험지대에서 발견된 던전은 접근성이 떨어져 한동안 방치되어 있던 상태였다.

“이곳은 저희가 먼저 발견한 게 아닙니다. 저희 개척대가 우연히 레드불스가 이곳을 드나드는 걸 발견해 뒤를 잡았죠.”

S.솔리드가 북방에 대한 개척에 매달리는 것처럼 레드불스는 서쪽 지대에 힘을 집중시켰다.

“그런데 던전이란 게 보통 숨겨져 있는 입구를 발견하면 탐색하기만 하면 되지 않습니까. 여긴 조금 달랐습니다. 입구가 마법으로 봉해진 상태였거든요. 레드불스는 오늘 오전까지도 트랩 해제 스킬을 전문으로 하는 마법사들을 불러 입구를 열고 있었습니다. 정보원은 거의 다 해제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이제 막 입장하려는 참이라면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스카라의 자색궁전, 특A급을 대표하는 네임드 장비를 얻을 수 있는 레어던전으로 A에 걸맞지 않은 어려움을 뽐내는 곳이다.

그곳에선 사막의 황제가 남긴 자색 팔찌를 아주 드문 확률로 얻을 수 있는데 최초 던전 클리어 팀은 높은 확률로 이 팔찌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진 이후 가이아에선 시즌이 리셋될 때마다 자색궁전을 찾는 전문 탐험대가 수백 팀씩 돌아다닐 정도였다.

나중엔 S급 장비를 드랍하는 던전이 오픈됐음에도 자색궁전의 인기가 꾸준히 유지될 정도로 자색 팔찌의 인기는 오랜 시간 이어져 내려왔다.

“정보는 늦어도 오늘 자정 이후엔 오픈될 예정입니다. 다른 곳에서도 낌새를 느껴서 더 늦출 수가 없거든요.”

정보는 속도가 생명.

헤르메스의 명성을 생각하면 다른 곳보다 먼저 자료를 알리고 싶어하는 게 당연했다.

“만일 도전할 생각이 있으시면 던전까지 갈 수 있는 빠른 이동편을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네임드 장비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팔찌는 보스 드랍 물품이 아니기에 자연의 기운이 통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정보가 오픈 되면 헤르메스 자료를 공유하는 수많은 랭커들이 사막으로 달려올 테니 더 늦어지기 전에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빠르게 건네받은 자료를 읽어내려가던 중 눈에 띄는 대목이 보였다.

“거기에 레드불스 말고 다른 팀이 또 있습니까?”

내 질문에 남자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정도로 냄새가 진하면 맹수들이 몰리기 마련이죠.”

***

뜨거운 햇볕이 작열하는 사막.

가만히 있어도 뜨거운 장소인데 이곳은 자주색 불이 사방에서 넘실거리는 곳이었다.

탈 것이 있어야 불이 유지될 텐데 지면 위에서 흔들거리고 있으니 사막을 횡단하는 입장에선 속 터질 일이었다.

“안 그래도 더운데 저 재수 없는 불 때문에 미치겠군!”

슈퍼호넷의 간판스타인 대니얼은 낙타 위에서 땀을 비 오듯 쏟았다.

“그러니까 고집부리지 말고 헤드기어로 바꾸라니까? 왜 사서 고생을 해. 쯧.”

더위에 지친 대니얼을 보며 동료들이 혀를 찼다.

곧 있으면 막히겠지만 아직까진 헤드기어 접속기로도 정상 플레이가 가능했다.

구형 접속기를 이용하면 감각을 느낄 일이 없으니 더위에 시달릴 일도 없었다.

그들의 눈엔 이런 무더위 속에 전신접속기를 고집하는 대니얼이 미련하게 느껴졌다.

“헛소리! 내가 아니었음 니들 중 몇 명이나 죽었겠어?”

대니얼의 호통이 모두의 입을 다물게 했다.

전신접속기는 유저로 하여금 고통을 줄 목적으로 개발된 기기가 아니다.

오감의 활성화와 발달된 정보처리 기능으로 인해 유저는 더 세밀하고 정교한 컨트롤을 할 수 있게 됐다.

화염사막을 횡단할 때 유저를 위협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열기보다 괴수의 위험도가 훨씬 높았다.

만약 대니얼이 전신접속기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모래를 가르고 튀어나오는 거대 전갈의 공격을 제대로 방어할 수 없었을 테고 개척대 중 일부는 벌써 패널티를 받아 튕겨졌을 터였다.

“씨팔! 이건 미친 짓이야.”

프로팀은 운명공동체.

한 명에게만 짐을 씌우는 것은 양심이 허락지 않기에 그들은 결국 다시 전신접속기를 사용해야 했다.

접속하자마자 느껴지는 가공할 열기는 숨을 막히게 했다.

최근 커뮤니티는 접속기 강제 교체로 말이 많았지만 전신접속기로 인한 열기를 느껴보니 운영진의 생각도 어느 정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사막을 횡단하는 무리 중 열기를 느끼지 않는 자에게 보상이 주어진다면 그것은 엄청난 불평등이 틀림없었다.

“조금만 참아. 더운 건 레드불스도 마찬가지야. 녀석들이 보물을 그냥 차지하게 둘 순 없잖아?”

“빌어먹을.”

레드불스가 언급되자 땀을 쏟아내리는 팀원들의 눈빛이 번뜩였다.

1년 전만 해도 북미 프로리그는 S.솔리드, 레드불스, 슈퍼호넷의 3강 구도였다.

후반기에 들어 레전드크루에게 일격을 맞긴 했지만 그 누구도 레전드크루를 우승 후보로 꼽지 않았다.

준우승에 일조했던 더원, 그리고 한국 코치가 시즌이 끝나자마 홀연히 한국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지만 선수 한 명과 코치가 빠져나간 레전드크루는 꼴찌를 다투며 험난한 시즌을 치르고 있었다.

레전드크루가 무너졌으니 다시 호넷이 3강에 들었어야 했다.

선수도 팬들도 그리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이게 웬걸.

생각지도 못한 강적이 튀어나와 다시 상위권 판도를 흔들어놨다.

타우러스와 사이클론을 영입한 블랙이글스가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졸렬한 새끼. 은퇴 언제하냐!

-한입가지고 두말함.

-한두충 out.

-팀 해산했으면 좋겠네 ㅡㅡ

전국에서 제일 많은 안티팬을 거느리고 있다는 블랙이글스지만 현재 랭킹은 2위로 레드불스보다도 높았다.

블랙이글스의 약진에 레드불스는 3위를 차지했고, 슈퍼호넷은 자연스레 4위의 성적표를 받게 됐다.

슈퍼호넷은 리그에 투자를 많이 하는 팀 중 하나다.

S.솔리드 만큼은 아니지만 숙소와 선수 연봉, 장비와 스킬까지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해왔다.

그런데 4위라니, 관계자들이 만족할 리 없었다.

이런 분위기를 가장 잘 느끼는 선수들은 어떻게든 성적을 올리고 싶어 했다.

그리고 다시 3강에 들려면 레드불스를 끌어내리는 게 가장 빠른 길이었다.

그런데 최근 레드불스가 이 인적없는 사막에서 뭔가 꾸미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가이아의 고급 정보를 취급하는 곳이 헤르메스만 있는 건 아니다.

헤르메스가 질적으로 우수하다뿐이지 그 뒤를 추격 중인 정보단체는 얼마든지 있었다.

슈퍼호넷이 최근 몇 달간 신세를 지고 있는 우로보로스도 그런 단체 중 하나였다.

조금 지저분한 일도 한단 소문이 있지만 능력은 확실한 곳이었다.

이들은 얼마전에 헤르메스의 뒤를 밟아 대형 던전의 유무를 확인했다.

헤르메스 정보원이 레드불스의 뒤를 밟은 것과 똑같은 수법이었다.

최고의 자리를 쟁탈하기 위해 꼬리를 붙이는 건 기본 중의 기본.

정보는 당연히 큰손 고객인 슈퍼호넷에게 들어갔고 황금 같은 일요일 아침에 이들이 사막을 건너는 이유가 됐다.

어쩌면 S급 장비가 나올지도 모르는 대형 던전.

최근 미개척 전선에서 발견되는 대형 던전들은 첫 클리어를 하는 팀에게 대량의 공헌도와 더불어 보상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았다.

업적으로 인한 칭호, 장비, 스킬까지.

그게 무엇이든 대형 던전 공략으로 얻는 보상은 충분히 프로 레벨에서도 위력적인 무기로 쓰일만한 것들이었다.

하물며 이번에 발견된 던전은 지금껏 발견된 다른 던전보다 훨씬 큰 규모라고 했다.

만약 첫 완주 업적이 존재한다면 다른 던전보다 좋은 보상일 게 틀림없었다.

‘이런 기회를 레드불스에게 넘겨줄 순 없지.’

땀을 비오듯 쏟아내며 목적지에 거의 도착한 슈퍼호넷 팀원들은 마법으로 땀을 날리며 간단한 정비작업에 들어갔다.

“이제 모래 언덕 몇 개만 넘으면 던전 입구야. 도핑 물약 있으면 미리 마시자.”

“이 짜증을 당장 쏟아내고 싶은 심정이야. 녀석들은 헤드기어 쓰고 있을까?”

“입구 결계를 해제하는 자리에 그늘은 없다고 했어. 이 더위를 장시간 버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힘들지.”

준비를 마친 슈퍼호넷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언덕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

삐익-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입구 주변을 울렸다.

그 소리에 헥헥거리던 레드불스 일원들이 무기를 빼 들고 벌떡 일어섰다.

“전투준비해!”

“어떤 미친 놈들이···.”

미개척 최전선에 있는 대부분 지역이 전쟁지역이었고 화염사막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분쟁이 있을시엔 얼마든지 무력으로 해결이 가능했다.

물론 지금까지 손을 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레드불스 길드 마크만 보면 PK를 일삼는 유저도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뜨기 바빴다.

그랜드마스터 레벨도 프로 선수와는 전투력 격차가 제법 나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싸우면 손해만 본다는 사실을 아는데 누가 덤빈단 말인가.

게다가 화염사막은 오가는 인원도 거의 없는 오지 중의 오지였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외곽에 길드원들을 세워뒀는데 경고음이 울렸다.

경고음은 길드원들이 보내는 신호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적이 나타났을 때만 울렸다.

“저기다!”

누군가 적을 발견하고 소리쳤고 모두의 고개가 같은 곳을 향해 움직였다.

“슈퍼호넷!”

상대를 알아본 비프로스트가 신음을 흘렸고 상대의 숫자에 또 한 번 놀랐다.

강력한 열기와 괴수가 도사리는 사막을 횡단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마흔 명에 달하는 인원을 끌고 온 것이다.

그에 비하면 레드불스는 루트를 개척하느라 인원의 손실이 있었기에 약 스무 명 정도만이 입구에 머물러 있었다.

외곽에 세워둔 길드원을 전부 불러도 서른 명에 남짓이었다.

슈퍼호넷이 작은 괴수를 상대하며 인원 손해 없이 이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던 건 레드불스의 공이 컸다.

그들이 쓰러트린 대형 괴수가 다시 태어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슈퍼호넷이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만약 이 던전을 발견하는 팀의 순서가 바뀌었다면 인원 손해는 정 반대가 됐으리라.

“보아하니 입구 장애물은 거의 다 치운 것 같은데 좋은 말로 할 때 물러나.”

“개소릴 저리 당당하게 할 수도 있군.”

“쉰소리 말고 꺼져!”

호넷의 경고에 레드불스가 격하게 반응하며 으르렁거렸다.

던전에 도착하고 결계를 해제하는 마법사를 데려오기 위해 불스는 지난 일주일을 꼬박 사막에 투자했다.

리그를 치르고 남는 시간을 쪼개 온갖 정성을 쏟았는데 이제와 물러나라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뒈지고 싶으면 들어와봐.”

평소 험한 말을 잘 쓰지 않는 비프로스트가 눈을 부라렸다.

30 대 40의 싸움.

충돌하면 필패는 기정사실이지만 어차피 전투가 벌어지면 상대도 무사할 수 없었다.

최소 스무 명 이상은 데리고 갈 심산이었다.

운이 좋아 서른 명 이상 패널티를 입히면 상대도 클리어 욕심을 낼 수 없으리라.

대형 던전을 클리어하는데 열 명은 너무 적은 인원이었다.

“무식한 고릴라 같으니. 포기할 줄을 모르는군.”

호넷의 리더 대니얼이 손을 들어올림과 동시에 공격이 시작됐다.

다크레인저, 아크위자드, 엘레멘탈 마스터까지.

장거리 공격에 자신 있는 클래스가 화력을 펼치며 레드불스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빌어먹을! 한 놈이라도 더 데리고 간다!”

“다 죽여!”

악에 받친 함성과 함께 레드불스 인원이 언덕을 오르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 광경을 모래색 위장포 아래서 조용히 지켜보는 수십 개의 눈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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