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OS 소설 아닌데요-61화 (61/170)

내가 누구인가 (1)

5월 1일. 북미 프로리그 개막전 일정이 발표됐다.

일정은 같았지만 내가 알던 과거와 달라진 점도 있었다.

먼저 시범 적으로 운영한다고 했던 각 지역 로컬 접속 대회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말인즉 가이아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로 숙소 이전을 할 필요가 없어졌단 뜻이다.

S.솔리드의 선수 복지를 생각할 때 새 숙소 역시 최상급이었을 테지만 지금 숙소에 퍽 익숙해졌기에 내겐 좋은 일이었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한 브라이언은 세밀한 점검 속에 개막전 멤버 구상에 나섰다.

작년 결승전 엔트리는 나와 제리, 데니스, 케빈, 제레미와 마이클까지 6인.

멤버 구성에 변동이 없고 실력적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많은 프로팀이 그대로 멤버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브라이언 코치는 시즌 초반, 서너 자리를 고정하고 다시 로테이션을 돌리겠단 계획을 밝혔다.

1군의 선수 풀은 열둘,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선수는 여섯.

사기 고조를 위해 말로만 둘러대는 코치도 있지만 브라이언은 한 번 뱉은 말은 지키는 편이었다.

코치의 말에 바로 반응이 왔다.

수백만 관중이 지켜볼 프로리그 데뷔 무대, 그 영광의 자리에 들기 위해 다들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로테이션을 돌리겠다는 선언 이후, 안심할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팀 내 실드나이트가 재계약을 포기하고 나가 버리는 바람에 5라운드 공무원이 된 데니스, 아직 무패인 나를 제외하면 나머지 자리는 언제나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심지어 케빈도 이번에 하이프리스트가 새로 들어와 엔트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시즌 오픈 날짜가 다가오자 코치는 내게 자주 선수들의 상태를 묻곤 했다.

아직 일대일로 날 꺾을 만한 선수가 없기에 내 발언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전투력 측정기 같은 느낌이다. 그것도 아주 믿을 만한 측정기.

“한솔아. 폴 컨디션은 어떤 것 같아.”

닉네임 듀크, 이름 폴 로우. 나이는 스물하나.

클래스는 백색 계열 전직인 수호자다.

“몸놀림은 괜찮아요. 아니 좋아요.”

듀크의 피지컬을 굳이 구분한다면 팀 내 평균 이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S.솔리드는 우승 이후 북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팀이었다.

프로게이머를 노리는 아마추어에게 어느 팀을 선호하냐고 물으면 우리 팀이 1순위에 올라온단 소리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하며 선수 대접이 좋은 팀은 인재를 가려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이번에 새로 들어온 선수 3명은 무난하게 골랐음에도 다들 그마 최상위권에 있을 만큼 실력이 좋았다.

다만 폴의 경우 첫 클래스가 수호자란 점이 그에겐 불운이었다.

사실 수호자 클래스는 프로팀에서 굉장히 보기 드문 클래스다.

랭크매치에서 힐러가 뜨면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처럼 수호자 역시 마찬가지다.

수호자는 이름 그대로 다른 플레이어를 지키는데 특화된 클래스.

실드나이트는 동시에 여럿을 지키지만 수호자는 1인 수호 위주라는 점이 조금 달랐다.

이런 특성 탓에 파티 플레이에선 종종 쓰이지만 프로무대에선 거의 쓰일 일이 없는 직업이었다.

스킬셋 자체가 장기전을 바라보도록 설정되었기에 5라운드에서조차 외면받는 클래스다.

4:4 팀으로 맞붙는 5라운드도 기껏 해야 플레이 시간은 최대 10분에 지나지 않는데 던전이나 레이드는 몇 시간씩 뛰기 때문에 수호자가 제힘을 내긴 어려웠다.

“엔트리에 넣을 만 하겠어?”

“수호자는 팀전을 보고 써야 하는데 솔직히 힐러가 훨씬 낫습니다.”

수년 동안 프로 무대를 뛰었지만 수호자를 시합에서 본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물론 아예 쓸모가 없다면 나는 그를 영입하는 걸 반대했을 거다. 괜히 엔트리만 차지하는 셈이니까.

리그에서 필요한 때가 있긴 하지만 수호자가 쓸 곳이 전무한 건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동료를 지켜내는 능력은 실드나이트보다 수호자가 한 수 우위였다.

게다가 미래의 이야기지만 향후 대한민국을 시작으로 전세계 프로팀은 장비 파밍팀을 따로 두게 된다.

물론 돈을 주고 장비를 들여오는 방법도 있지만 돈 들어갈 곳이 많은 프로팀 입장에선 어떻게든 비용 소모를 줄여야 했다.

데스패널티가 강한 탓에 최대한 덜 죽고 많은 장비를 파밍 해야 하는 장비 팀 입장에서 수호자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그래도 상대 팀이 마법 계열에 치중한 팀이면 팀전에서는 강력한 조커로 쓸 수 있습니다.”

“다이나믹G.C 같은 팀 말이지?”

“예.”

수호자의 전설급 스킬은 수비쪽으로는 강력한 위용을 발휘한다.

특히 마법사를 대상으로 그 위력이 극대 되기에 최근 마법사 비중을 늘리고 있는 다이나믹 같은 팀을 상대로는 분명 기용할 만했다.

“그래서 말인데 스크림 한 번 하시죠.”

보통 시즌을 앞두면 어느 팀이건 스크림에 매달리기 바쁜데 우리 팀은 내부 랭킹전은 자주 해도 외부 교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북미가 다른 곳에 비해 연습을 널널하게 하는 편이라곤 해도 이건 조금 문제가 있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그나마 작년에 결승전을 앞두고 우리와 스크림했던 블랙이글스 정도를 제외하면 최근 교류가 끊기다시피 했다.

내 제안에 코치는 머릴 긁적였다.

“감독님이 또 병이 도졌다.”

“아···.”

“스크림 하면 우리 전력만 노출된다 이거지.”

프로 씬에 발을 걸치고 있다 보면 이런 얘기가 종종 들린다.

제법 격차를 벌리며 리그 최상위권에 위치한 팀이 외부와 교류하지 않는 경우 말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가이아가 개인전에 비중을 많이 둔 팀 게임인 탓이다.

바깥에서 적수를 찾지 않아도 내부에서 충분히 더 좋은 스파링 상대를 구할 수 있다.

실력을 올리고 싶으면 자신과 비슷한 상대보다 고수와의 한 게임이 더 중요하다는 게 이 바닥 상식이다.

지금 감독은 S.솔리드를 기반으로 실력을 키울 타 팀을 견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답을 알 수 있다고, 외부와 교류를 끊은 팀의 말로는 언제나 비슷했다.

그냥 까놓고 말해 다들 결과가 안 좋았다.

아무리 타 팀의 성장을 막으려고 해도 결국 프로게이머 실력은 상향 평준화가 된다.

시합 영상, 개인 화면을 분석하며 노력하다 보면 격차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 때가 되면 왕성한 교류로 실력을 다지는 팀들이 성장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뒤늦게 잘못을 깨달았을 땐 이미 늦는다.

아쉬울 때만 찾는 팀을 누가 도와준단 말인가.

작년 이맘때도 감독이 스크림을 전면 중단하려는 걸 나와 코치가 설득해 계속 교류를 이어나갔다.

비록 나와 사이클론이 자주 빠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한솔이 네가 한 번···.”

“제가 말씀드려볼게요.”

곧장 감독을 찾아 나섰다.

그는 전력분석실에서 팀원들의 상태에 대한 보고서를 검토 중이었다.

일은 제대로 하는데 욕심이 좀 많은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솔아. 무슨 일이야?”

“스크림 하고 싶습니다 감독님. 최근 실전 감각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 너 작년하고 비교해서 반응속도가 더 좋아졌다고 나왔는데?”

당연한 소릴.

헤드기어 같은 조잡한 접속기를 쓰다가 전신접속기로 갈아탔으니 반응속도는 더 좋을 수밖에.

“접속기를 바꿨으니까 그렇죠. 그건 저 말고 다른 팀원들 다 좋아졌잖아요.”

“아닌데?”

감독님이 무슨 소리냐며 각종 수치가 적힌 서류를 내게 건넨다.

기록에 의하면 팀원들 반응속도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생각해 보니 이 친구들은 아직 적응 단계였기에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비겁하게 팩트를 꺼내시다니.

“저는 일찍 적응해서 그래요. 제레미는 좋아졌잖아요.”

제레미, 민준이처럼 본래 운동을 했던 친구라 그런지 전신접속기에 대한 적응이 다른 선수보다 빨랐다.

내가 없었다면 충분히 에이스를 노려볼만한 재능이었다.

“감독님 말대로 반응속도가 달라져서 그런지 자꾸 공격이 꼬입니다. 빨리 실전 점검하고 싶습니다.”

반응이 빨라졌는데 실수가 난다?

실제로 선수들은 장비 교체 등으로 속도가 빨라졌을 때, 평소 이어가던 연계 공격 타이밍과 엇나가 실수를 하는 것이다.

물론 내 경우엔 그냥 약팔이다.

나는 요즘 집에 돌아온 것처럼 평온한 상태였으니까.

“한솔이. 너.”

감독이 평소엔 거의 보이지 않는 무거운 얼굴로 나를 노려본다.

어라?

이건 내가 예상했던 반응이 아닌데···.

왜 감독이 하는 일에 주제넘게 나서는 거냐.

대표가 좀 잘 대해준다고 막 나가는 거냐.

감독의 얼굴은 꼭 그런 이야기를 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감독의 입에서 나온 이야긴 전혀 달랐다.

“스크림 때 꼭 나가야겠니?”

“예?”

“우리 에이스를 리그 개막까지 다른 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구나.”

얼굴이 굳은 이유가 이거였다고?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분석팀은 입가를 씰룩거리며 웃음을 참는 기색이다.

팀 에이스를 외부에 보여주고 싶지 않은 철부지 감독, 그리고 팀을 위해 감독을 설득하는 나.

감독님. 보통 이런 그림은 반대로 그려져야 합니다···.

“그럼 조금만 뛰겠습니다.”

“하, 네가 부탁하는데 안 들어줄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지. 오후 다섯 시 쯤 잡아보마. 가서 알려줘.”

“감사합니다.”

*

스크림 상대가 정해졌다.

유니콘스, 작년 시즌 말미에 블랙이글스를 밀어내고 와일드카드전에 합류한 팀이다.

10개 팀 중 중간 정도의 실력을 가진 팀.

지난 일 년간 관록이 붙었는지 팀원들의 얼굴에선 긴장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프로 무대 맛을 본 제레미 역시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다만 모두 그런 건 아니었는데 새로 들어온 친구들은 누가 봐도 초조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식사 적당히 해. 아니면 아예 먹지 말든지. 토할 수도 있거든. 얹히기라도 해서 제 실력 못 내면 억울하잖아?”

제리는 작년에 내가 했던 얘길 그대로 써먹었다.

많은 아마추어들이 프로팀 입단 이후 첫 스크림에서 쓴맛을 보곤 한다.

담력을 가진 친구라면 금방 적응하지만 연습실 여포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습 경기 땐 참 잘하는데 실전만 가면 그 능력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친구들이다.

새로 온 친구들은 어떨지 가늠해보고 있을 때 유니콘스 인원이 대기실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랜만입니다. 감독님.”

“잘 지내셨습니까?”

“저희야 뭐 똑같죠. 그나저나 기분 좋으시겠습니다. 어딜 가나 S.솔리드 이야기밖에 안들리더라고요.”

“하하. 그렇습니까?”

최근 대형 가이아 커뮤니티는 매일 S.솔리드에 관한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걸었다.

아직 리그가 시작되지 않았기에 사람들의 관심은 필드 개척에 쏠려있었는데 가장 많은 공헌도와 업적을 쓸어담고 있는 게 우리 팀이었으니 당연했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이쪽 에이스 얼굴 보기가 힘듭니까?”

유니콘스 감독의 시선이 제일 구석에 있던 내게 향한다.

감독이 나를 숨기고 싶어하는 것처럼 타 팀 감독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선수는 나였다.

근접 클래스의 교본, 프로 데뷔 이후 개인전 무패를 자랑하는 압도적인 커리어를 지닌 선수.

만약 한 명의 선수를 분석하고 파악하는데 시간을 투자한다면 그 대상은 나일 수밖에 없었다.

시간 대비 가장 많은 승리 공식을 뽑아낼 수 있는 존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를 볼 수 있는 곳은 극히 한정적, 최근엔 콜로세움을 할 일이 있으면 엠퍼러로 뛴데다 최전선 미개척지만 도는 통에 타 팀에선 날 구경할 일이 없었다.

“한솔이요? 연습이 필요 없는 친구지 않습니까. 언제 어디서든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선수죠.”

그 말을 들은 유니콘스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탐이 나는 선수입니다.”

“하하. 욕심내시면 안 됩니다. 한솔인 계속 S.솔리드에서 뛸 거니까요.”

감독이 뜨거운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올 시즌 이후 내가 팀을 떠나리란 사실을 알고 있는 건 해링턴 대표, 존뿐이다.

감독과 코치조차 이 사실을 모르는 상황.

한솔아. 너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야!

감독의 눈빛에 담긴 속내가 120% 읽히는 상황인지라 조금 부담스럽긴 했다.

“S.솔리드만 괜찮다면 1라운드에 유니크 선수를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음.”

감독은 영 내키지 않는 표정이다.

“꼭 그럴 필요 있습니까? 어차피 유니콘스 선수 중에···.”

말끝을 흐렸지만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이 알아들었다.

너희 쪽에 우리 선수와 수준이 맞는 선수가 있긴 해? 라는 뜻을 말이다.

독설에 가까운 명백한 도발, 도발 당한 유니콘스 감독의 이마에 핏줄이 선다.

어색한 웃음이라도 없었으면 분위기가 싸해질 뻔했다.

“올 시즌을 위해 특급 선수를 영입했거든요. 쉽지 않을겁니다.”

“선수를 정하고 쓰는 건 실전 경기를 대비하기 위한 스크림 취지에 어긋납니다. 경기는 정식 시합처럼 치르도록 하죠. 대신 한솔이는 반드시 엔트리에 넣겠습니다.”

“좋습니다.”

유니콘스 측에선 감독의 대답에 만족하는 기색이었다.

실제로 S.솔리드는 작년 스크림 말미에 나를 완전히 제외하고 테스트에 임했다.

그래도 승률이 7할 이상 나왔기에 아마 오늘 내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던 모양이다.

인사를 마치고 돌아온 감독이 코치에게 물었다.

“누굴 영입했기에 저렇게 기고만장해?”

“커스 아시죠? 그마 1위 찍었던 버서커요.”

“그놈이 유니콘스로 갔대? 우리 팀으로 오지 않구.”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이 바닥의 소문은 제법 적중률이 높다.

특히 선수 이적 관련 시기에 나온 이야긴 더욱 그런 편이다.

커스라는 이름을 들은 감독이 턱을 매만진다.

작년의 영향으로 최근 딜러진은 암살계와 마법계로 나뉜 상황, 밸런스가 무너진 백색을 들고 나와 그마 1위를 찍었으면 재능은 보장됐다고 봐야 했다.

“커스, 잘해. 내가 팀에 들어오기 전에 파티 자주 해서 알아.”

폴이 내게 다가와 귀띔했다.

천상계 유저들 사이에서 수호자는 데스패널티 상황을 방지할 수 있기에 인기 있는 파트너였다.

“나랑 비교하면 어떤 것 같아?”

팀 내에서 선수들 자세를 잡아주고 조언하는 건 내 중요한 역할 중 하나, 나와 손을 여러 번 섞어본 폴이었기에 객관적인 대답을 기대할 만했다.

“한솔이 네가 조금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어.”

조금? 겨우 조금 유리하다고?

타 팀에서 이적한 경우 말고 아마추어에서 갓 들어온 친구들은 한 번 기가 죽으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신감을 심어줄 겸 부드럽게 다듬어줬더니 생각보다 약하게 느꼈던 모양이다.

폴의 대답을 들은 난 유니콘스 쪽을 살폈다.

저들도 내가 제일 신경 쓰였는지 상당수 선수가 내게 시선을 두고 있었다.

어라?

열심히 리그를 치르던 시절, 포스트 시즌 돌입 전까지만 해도 나와 시선을 마주친 상대 선수는 기가 죽은 기색이 역력했다.

저승사자.

매칭 되면 무조건 패배를 안기는 리그의 지배자.

그게 가이아 프로들이 생각하는 내 이미지였다.

그러나 오늘은 상당히 달랐다.

몇 개월 쉬다 와서 기억이 희미해진 건지 유니콘스는 의욕이 넘쳐 보였다.

나와 붙는 걸 되려 기대하는 눈치다.

“조금 유리할 것 같다라···.”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오늘 스크림은 맛만 보고 빠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계획을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았다.

하품속에 긴장감 없는 모습을 보이던 제리는 나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한솔이한테 무슨 얘기했냐?”

“어? 별말 안 했는데.”

“별말 안 했다고? 쟤 표정 보면 몰라? 저렇게 웃으면 누구 하난 작살나는데. 유니콘스는 오늘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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