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OS 소설 아닌데요-59화 (59/170)

어서 이 손 잡으시죠? (1)

2029년 3월 5일.

가이아 한국 프로리그 일정이 발표됐다.

운영관계자들, 그리고 프로팀 설립에 뜻이 있는 10개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인식이 진행됐다.

그중엔 일성생명, DT통신, 태건자동차처럼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이 있는가 하면 조촐한 규모의 사업체도 섞여 있었다.

점차 위상이 올라 더 많은 기업이 리그에 들어오려고 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이 시기의 프로팀 설립 문턱은 제법 낮은 편이었다.

내가 한국에 들어온 건 조인식 이후 일주일 뒤였다.

올해 5월부터 치러질 한국리그에 참여하기 위한 건 당연히 아니었다.

어찌 됐건 올해까진 S.솔리드 소속으로 월드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는 게 목표였으니까.

팀에선 갑작스런 나의 한국행을 두고 혹시 딴마음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해링턴 대표부터 별일 없냐고 안부 전화를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이적할 팀을 알아보려고 온 건 아닌데 그와 관련된 일을 하러 온 건 맞다.

팀이 알면 시즌 앞두고 다른데 정신 팔려있다고 서운해할지도 모르겠다.

-오빠. 도착했어요?

공항을 빠져나와 폰에 찍힌 메시지를 확인하니 채린이었다.

지난겨울에 들어왔을 때 민준이와는 자리를 가졌는데 채린이와는 만날 기회가 없었다.

연습 준비로 너무 바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 친구, 알고 봤더니 아이돌 데뷔를 노리는 연습생이었다.

아무렴 그냥 일반인으로 남기 아까운 외모이긴 했지만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던 터라 조금 놀라웠다.

몇 년 후면 엄청난 스타가 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친구가 내 팬클럽 부회장이다!

-바쁘지 않아?

-오늘은 괜찮아요! 오빠는 시간 괜찮으세요? 저녁 여섯 시쯤?

-나야 상관없지.

-그럼 그때 같이 밥 먹어요. ㅎㅎ

-그래.

겨울에 민준이랑만 놀았던 걸 한동안 엄청나게 부러워했던 채린이다.

그나저나 아이돌 준비 중이면 이성 만나고 이런 거 좀 민감하지 않나?

아니, 아니지.

그냥 순수하게 팬심으로 만나고 싶어하는 걸 괜히 나 혼자 오버한 걸지도.

택시를 잡아탄 나는 유유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광명사거리역에 들어선 빌딩 중 하나가 오늘 방문 목적지였다.

시간을 살피니 아직 넉넉했다.

오전 10시 15분.

나는 빌딩 1층의 입구 옆 벤치에 걸터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예의주시했다.

내 뒤로 있는 빌딩 5층에선 오늘 면접이 있을 예정이었다.

게임회사 K소프트가 지원하는 K퀘스트의 프로게이머 면접 일정이다.

내가 돌아온 이후, 알고 있던 미래가 한두 가지가 바뀐 게 아니지만 면접 일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홈페이지로 공고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헛걸음하면 안 될 테니까.

난 오늘 여기서 불쌍한 사람 한 명을 건져내야 했다.

와 이거 소름 돋는구만.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던 인물들이 내 앞을 하나둘 지나가자 잊고 있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K퀘스트, S.솔리드에 비하면 정말이지 형편없는 프로팀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 군대도 안 갔다 온 것들이 위계질서는 왜 그리 잡아댔는지.

덕분에 사회 경험 없는 스무 살 풋내기였던 나는 아주 혹독한 연습생 생활을 견뎌야 했다.

슬슬 면접자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간혹 나와 눈이 마주친 사람들은 별 이상한 놈 다 있네 싶은 표정을 지으며 빌딩 안으로 사라졌다.

모자를 푹 눌러쓴 거로 모자라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아무래도 수상쩍게 보일만 했다.

이야. 저 자식 인상은 언제봐도 드럽네.

박민우, 키가 190에 이르는 깡패 같은 놈이 내 앞을 지나간다.

1군 군기반장을 도맡아 하던 미친개다.

실력은 있어 감독이 그를 편애했는데 2군 이하 후보들은 아주 싫어했던 인물이다.

툭하면 주먹부터 올리던 미친놈이었다.

대체 왜 아무도 신고를 안 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숙소에서의 패악질이 심각한 편이었다.

다들 어리고 경험이 없는 데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랬을 것이다.

이놈처럼 보기만 해도 재수 없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그리운 친구들도 보였다.

옛 동료들이 성큼 다가오자 나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러나 결국 말을 걸진 않았다.

팀 자리는 한정돼 있는 데다 내가 만들고 싶은 팀은 S.솔리드를 능가하는 스페셜 팀.

모두를 데려갈 순 없었다.

힘든 시기를 함께했던 옛 동료들이 이런 내 모습을 본다면 ‘이런 배신자! 나도 데려가!’, ‘혼자 살기 있냐!’ 하며 큰소리를 쳤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미안하긴 했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속으로 용서를 구했다.

그러는 사이 유민환이 모습을 드러냈다.

K퀘스트의 구세주, 어떤 선수와 붙어도 한 번 해볼 만 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팀의 에이스다.

각 분야 최고의 선수만 모아 팀을 한 번 꾸려보려는 나의 스페셜 드림 팀에 충분히 승선할 만한 자격을 갖춘 선수다.

그 자격이 지금 당장 평가한다면 그렇겠지.

애석하게도 유민환의 나이는 나보다 세 살이나 더 많았다.

올해 그의 나이, 스물둘이란 소리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전성기가 짧을 수밖에 없다.

피지컬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지점은 선수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오래 버텨봐야 스물다섯이다.

내가 중국에 이적했던 것도 스물다섯 살 되던 해의 일이다.

약을 빨고 리그를 뛰는 미친놈들을 잡아야 하는 시기는 앞으로도 한참 남았다.

전성기가 짧은 선수를 데리고 있으면 다시 새로운 인원을 충원해야 한단 뜻이다.

아쉽지만 유민환은 내가 그리는 팀 플랜에 맞는 카드가 아니었다.

형마저 없으면 K퀘스트는 난파선 신세겠죠.

부디 이번 생에도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젊은 친구들이 한두 차례 우르르 빌딩 안으로 사라지자 다시 한가한 시간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들어간 인원만 해도 족히 오십 명은 됐다.

당시 면접 보러 온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아직까지 내가 찾는 인물은 보이질 않았다.

설마···안 오는 거 아니지?

면접 일자도 그때와 같고 익숙한 얼굴들도 여럿 지나갔다.

그런데 내가 찾는 사람만 없다고?

여기서 그를 찾지 못하면 대체 어딜 가서 찾는단 말인가.

내 인생의 은인인지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꼭 수렁에서 구해낼 참이었다.

면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 숄더백을 메고 헉헉거리며 뛰어오는 순박한 청년이 모습을 나타냈다.

왔구나!

불구덩이 지옥과 같던 K퀘스트의 대천사.

진짜 하루에도 수차례 뛰져나가고 싶던 나를 끝까지 보호해 1군 선수로 성장시켜준 은인. 김정수였다.

근데 이 형, 이렇게 말랐었나?

안경을 끼고 털레털레 달려오는 정수 형, 이제 보니 체력이 약할 만도 했다.

영입하면 빡세게 근육부터 단련해드려야겠네.

“저기요?”

“예, 예? 저요?”

나는 헐레벌떡 뛰어가던 정수 형을 붙잡았다.

그리운 마음에 눈가가 시큰해졌다.

마스크를 벗었다. 이상한 놈처럼 보이면 안되니까.

“예. K소프트 프로팀 면접 보러 오셨어요?”

“예. 혹시 제가 늦었나요?”

“아니요. 늦진 않았어요. 일단 저랑 같이 카페로 가실까요?”

“카페요?”

그는 내 얼굴과 빌딩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면접은 빌딩 5층에서 진행한다고 했는데 카페로 가자니 이상하게 여기는 건 당연했다.

“면접은 5층에서 한다고 들었는데요.”

“닉네임 장미칼 쓰는 분 맞으시잖아요.”

“어? 예.”

“제가 몇 명 따로 보기로 했는데 마침 지나가시길래요. 혹시 저 모르세요?”

미리 준비해둔 거짓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제가 사람 얼굴을 잘 못 알아봐서요.”

이런, 자뻑이었나?

생각보다 한국에서도 가파르게 가이아의 인기가 상승 중이기에 날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더니만 아무래도 모르는 눈치다.

“저는 유니크라고 합니다. 북미 가이아 프로팀에서 뛰고 있는데···.”

“아아! 네. 유니크 선수. 잘 알죠.”

이 형은 예전부터 거짓말을 못 했다.

잘 모르는 눈치잖아!

“그럼 이미 프로 선수신 거잖아요? 면접 도와주시는 건가요?”

“예. 뭐 한국 들어온 김에 겸사겸사 도와주기로 했죠. 이상한 사람 아니니까 가시죠. 제 닉네임에 프로게이머 붙여서 검색해보시면 저 바로 나와요.”

“아, 예.”

카페로 가는 동안 흘깃 보니 이 형, 내가 누군지 열심히 검색하고 있었다.

카페에 도착해서도 형은 조금 불안한 기색이었다.

그럴 만도 하지. 포털에 나온 사진이 나랑 똑 닮긴 했는데 아무리 프로라고 해도 갑자기 면접을 따로 보자며 끌고 나왔으니 말이다.

이게 진짜 면접은 맞는지 의심스러운 눈치다.

가만히 있으면 잠시 확인전화라도 해봐야겠다고 할 것 같아 먼저 선수를 쳤다.

테이블 위에 미리 준비한 표준계약서를 늘어놓자 뭔가 본격적인 그림이 나온다.

“김정수씨 맞으시죠?”

“옙.”

“가이아 플레이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한국 서버 나오고 일주일 있다 했으니까 6개월 조금 넘었습니다.”

“서류로 보긴 했는데 확인할 겸 몇 가지만 여쭤볼게요. 부담 없이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현재 랭크 등수는 어떻게 되세요.”

“아 그게···서류에 적을 때보다 조금 떨어졌는데요.”

“괜찮습니다. 릴렉스! 편하게!”

말 한 번 잘못하면 떨어지는 게 아닐까 하고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마스터 레벨 꼴등이어도 뽑겠다고 알려주면 좋아하려나?

진짜 꼴등이면 선수로 뛰는 건 좀 어렵겠지만 어떻게든 일할 자리를 만들어줄 참이었다.

과거 K퀘스트에 있을 당시, 우스갯소리로 팀 옮기면 잡역부로라도 데리고 가라는 농을 주고받던 사이다.

K퀘스트에서 신경쇠약으로 시달리느니 내가 꾸릴 팀에 자릴 잡는 게 백 배는 나을 터였다.

“마스터 72위입니다.”

나쁘지 않은데? 빈말이 아니고 정말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한국은 게이머 유스 시스템이 너무 뛰어난 관계로 다른 국가에 비해 랭크 등수 올리기가 빡빡한 부분이 있었다.

한국에서 다이아면 외국 나가서 그랜드 마스터도 딸 수 있다는 얘기를 할 정도다.

물론 그 정돈 아니지만 보정이 들어가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좋네요. 연습생으로 시작하면 승격하기 전까지 많이 받아야 천이백 정도 받을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일 년이죠?”

“예.”

천이백이란 말에 정수 형은 많이 고민하는 눈치다.

형은 집안 사정이 많이 어려웠다.

그래도 1군에 빨리 올라갔으니 망정이지 2군에 남았으면 진작 프로게이머 관두고 일 찾으러 나갔을 사람이다.

일 년에 천이백, 돈을 보고 하기엔 너무 적은 게 사실이다.

하다못해 아르바이트를 해도 이것보단 많이 버니까.

K퀘스트는 선수 대우가 열악한 팀 중 하나, 생각해보면 정수형도 나도 운이 없었다.

하필 첫 팀을 여기로 골라서 인생 꼬인 셈이다.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우리 실력이면 어디 면접을 보든 붙을 실력이었다.

일성생명 같은 경우엔 내부 스카우트를 돌려 따로 선수를 모집했지만 공개 면접을 보는 팀이 몇 군데는 더 있었다.

그리고 그 몇 군데 중에 K퀘스트보다 대우가 열악한 곳은 없었다.

“해야죠. 하겠습니다. 1군으로 올라가면 더 주시나요?”

“1군이면 삼천은 됩니다.”

삼천이란 말에 형 얼굴이 활짝 핀다.

“그럼 계약서에···싸인만 하면 바로 선수 등록되는 건가요?”

물론이다. 이게 K퀘스트 계약서였다면 말이지.

“그런데 저희 팀은 조건이 훨씬 좋은 편이거든요.”

“저희 팀이라뇨?”

“지금 말씀드린 연습생, 1군 연봉은 전부 K퀘스트 기준입니다.”

“···? 개별 면접 중이셨던 거 아니었어요?”

“거짓말입니다. K소프트하고 일면식도 없습니다.”

내 말에 정수 형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게 진짜 현실인지 못 믿겠단 얼굴이다.

“거짓말···.”

당장 달려나가려는 그를 붙잡으며 말했다.

“김정수씨. 어차피 면접 늦었습니다. 물 건너갔다고요.”

“이거 놔!”

“저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얘기는 끝까지 들어주세요. 당신에게도 좋은 이야기일 테니까.”

넘어트리듯 형의 손목을 붙잡아 다시 의자에 앉혔다.

내 괴력에 깜짝 놀란 눈치다.

어휴. 내가 받은 게 있으니 형 인생 살려주려는 거라고!

나는 곧장 한국어로 작성된 계약서의 밑단을 가리켰다.

선수 이름과 연봉이 들어가야 할 부분이 공란이었다.

“내년에 새로 팀을 하나 꾸릴 예정입니다. 지금부터 연습생으로 계약하면 삼천 드리겠습니다. 삼천 원 아닙니다. 삼천만 원이요.”

형이 내게 베풀었던 은혜를 생각하면 더 줄 수도 있지만 그럼 의심할 것 같아 일단은 적절한 액수를 상정했다.

그런데 그 적절한 액수란 것도 형 입장에선 뭔가 믿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 이것도 거짓말이죠.”

“속고만 사셨나. 계좌 부르세요 그럼. 좀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가이아 프로게이멉니다. 이런 거로 거짓말할 이유, 있겠습니까?”

당신 이미 거짓말 한 번 했잖아.

정수 형이 그런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사람 무안하게.

형은 목이 타는지 아이스티를 연신 들이켰다.

“연습생으로 계약만 해도 삼천이라고요? 진짭니까?”

“예. 진짜죠. 계약서 내용 한 번 읽어보세요.”

직감적으로 이미 마음이 반쯤 넘어왔음을 느꼈다.

흐흐. 망설이지 말고 이 손을 잡으란 말야. 형 인생에 나 같은 천사는 또 없을 테니까.

김정수, 내 평생의 은인.

비록 정상급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그는 팀 내 분위기를 다잡고 선수 멘탈을 케어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

멘탈이 처참하게 박살 난 선수도 형과 대화하다 보면 금방 털고 일어날 정도다.

미래에 괴물로 불릴 어린 친구들을 하나씩 영입할 계획을 세웠는데 형이 함께해주면 팀 유지에 큰 도움이 될 터였다.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던 그가 마침내 펜을 붙잡았다.

과거로 돌아오면 해야 할 일을 적어놨던 목록 중 한 가지를 해결하는 순간이었다.

*

“장미칼이요? 그게 누구죠?”

“알아보니 마스터 레벨 상위권 유저랍니다.”

화이트 톤의 깔끔한 사무실, 혼자 남은 그녀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기껏 한국에 들어와서 한 일이 마스터 레벨 선수랑 계약한 거라고요?”

“확실합니다. 계약서를 쓰더군요.”

그녀는 끙 소릴 냈다.

최근 원라이프는 물론이고 다른 팀도 선수 구하기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

그가 최상위 플레이어와 유력한 인맥을 구축했단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드러난 바였다.

예를 들테면 김민준, 북미에서 이미 열다섯 나이에 그랜드마스터 레벨을 달성한 초특급 유망주.

이미 팀에선 그를 영입하기 위해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그는 운동에만 관심 있다며 어떤 제안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녀는 정한솔의 이번 한국 방문은 김민준 같은 특급 유망주를 확보해두기 위한 목적으로 예측했다.

물론 확보만 해두고 S.솔리드와 계약하지 않는 점은 이상하긴 했지만 말이다.

마스터 레벨 상위권이면 못하는 실력은 아니지만 프로를 목적으로 하는 친구 중엔 차고 넘치는 수준, 그녀의 상식에선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수고했어요. 다시 미국으로 갈 때까진 계속 알아봐 주세요.”

“예. 실장님.”

통화를 마쳤음에도 궁금증이 가시질 않았다.

리그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중요한 시기에 고작 마스터 레벨 한 명 만나겠다고 비행기를 탔다고?

번호가 여전히 남아있으니 물어볼 수도 있지만 그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자신의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했던 사내.

그녀 인생에 몇 안 되는 케이스였고 그땐 특히나 자존심이 상했었다.

‘뭐 열심히 해보라지.’

어디서 무슨 일을 꾸미든, 다음에 만날 땐 반드시 갚아주리라.

S.솔리드에 버금가는 최고의 팀을 만들고자 손수 영입에 나선 결과 믿을 수 있는 후보를 선별할 수 있었다.

모니터에 떠 있는 선수 프로필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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