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소용돌이 (4)
본때를 보여주겠다던 제리는 지팡이를 겨누다 말고 멈칫거리기를 반복했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왜 그러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처음 가이아를 플레이했을 때 그랬기 때문이다.
전신접속기를 통해 플레이하는 가이아는 복장, 배경만 바뀌었을 뿐 지극히 현실처럼 느껴질 정도의 퀄리티를 가졌다.
지금 제리는 사람을 향해 불덩이를 날리는 것에 대한 생리적 거부감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들어와 봐!”
내가 호기롭게 외치자 그제야 지팡이가 불을 뿜었다.
이글거리는 불꽃이 시야를 가득 채우며 날아들자 난 소름이 솟는 걸 느꼈다.
진짜 현실을 마주한듯한 감각, 이것이야말로 내가 알던 가이아의 참모습이었다.
부동보를 밟아 마법을 피하는 한편 항마장을 날리자 제리는 비명과 함께 몸을 웅크리더니 땅 위를 굴렀다.
“아파!”
전신접속기의 또 다른 차이, 그것은 바로 고통이었다.
현실성을 높이는 쪽으로 설계됐기에 공격을 당하면 고통이 상당했다.
지금쯤 캡슐 안에 누운 제리의 몸은 땀에 흠뻑 젖기 시작했으리라.
처음엔 살짝 괴롭혀줄 생각으로 게임을 제안했는데 도리어 자신이 두들겨 맞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는지 제리는 허망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야! 이런 게 어딨냐!”
“뭐가?”
“너 방금 숙소 도착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적응할 수 있냐고!”
경기를 관전하고 있던 다른 팀원들 역시 이건 말이 안 된단 표정이었다.
처음 접속했을 때 걷는 것도 어색했기에 반나절 이상 시간을 들여 움직이는 연습을 반복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 막 휴가에서 돌아온 녀석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으로 모자라 시합 때처럼 날카로운 공격을 쏟아내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제리. 잡념을 버려.”
“···?”
“이건 생각한 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물건이잖아. 좀 더 선명하게 이미지를 떠올리면 그대로 움직일 수 있어.”
“그게 말처럼 쉬우면 진즉 했지.”
“마법도 마찬가지야. 지금까진 소리 내서 마법을 썼잖아? 이젠 집중으로 스킬명을 외치지 않고도 쓸 수 있을 거야.”
그간 마법사의 약점으로 남았던 부분, 바로 스킬 이름을 외쳐야 한다는 점이었다.
무도가처럼 몸을 쓰는 클래스는 동작에 따라 스킬을 발동하는 게 가능했는데 마법사는 그게 불가능했다.
동작이라곤 지팡이를 꾹 쥐고 마력을 모으는 자세뿐인데 이게 스킬마다 똑같기 때문에 시동어가 아니면 구분이 안됐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해당 이미지를 선명하게 떠올리면 얼마든지 스킬을 외치지 않고도 발현할 수 있었다.
더 빠른 반사신경, 극한의 피지컬을 요구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우리 팀원들은 잘 해내겠지?
처음부터 전신접속기로 대회를 치렀던 한국은 논외지만 북미에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은퇴했던 선수들도 소수 있다고 들었다.
슬쩍 보니 제레미는 적응이 매우 빠른 듯 보였고 좀 헤매는 친구들은 도와줄 수 있는 선에서 지도해주면 게임하는 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나의 조언을 들은 제리는 인상을 팍팍 쓰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변비 걸린 사람처럼 끙끙거리며 한참을 몸을 꼬고 나서야 내 주변으로 검은 그림자가 모여들었다.
상대의 시야를 차단하는 디버프 마법인 둠비전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발동이 느려서야 실전에서 쓰는 건 무리였다.
“좀 더 빠르게 써야지.”
“하루 만에 멀쩡하게 적응한 네가 이상한 거야!”
나는 잠시 고민하다 제리에게 다가갔다.
내가 다가오는 게 불안했는지 제리가 뒷걸음질 쳤다.
“가이아 시스템을 가장 빨리 체득하는 법이 뭔 줄 알아? 몸으로 때우는 거야.”
“자, 잠깐! 나 혼자서 할 수 있어!”
“동료 좋다는 게 뭐야. 도와줄게.”
“아, 안 돼!”
나의 주먹이 제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아직 커스텀 게임이 끝나지 않았으니 엄연히 평화적인 지도였다.
***
2029년 새해가 밝았다.
미리 예고했던 대로 가이아는 서버리셋을 감행했고 유저들은 새로이 대륙을 개척할 꿈에 부풀었다.
운영진은 단순히 개척도를 되돌리는 게 아닌, 새로운 퀘스트와 업적, 다양한 컨텐츠를 업데이트 한다고 공언한 상태였다.
한국이었으면 제야의 종소리를 TV로 듣고 있었을 텐데 S.솔리드 숙소는 전투를 앞둔 군대처럼 바삐 움직였다.
이번에 새롭게 공표된 공헌도 시스템 때문이었다.
공헌도 시스템이란 개척작업, 던전 클리어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공헌도를 수집해 고유의 강화칭호, 특별한 수제 장비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었다.
작년 시즌엔 필드 플레이의 모든 게 스탯을 위한 경험치로 누적됐지만 슬슬 서버에 스탯 합 5천을 달성한 플레이어들이 많아졌기에 투입된 컨텐츠였다.
다른 조항이 없다면 천천히 자고 일어나서 게임에 접속했어도 될 일이지만 첫 발견자는 공헌도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단 문구 하나 때문에 리셋을 대기중인 플레이어 숫자만 수십만 명에 이를 정도였다.
어두운 초보자 마을을 배경으로 대규모 인원이 전송되기 시작했다.
“다들 경매장에서 방한 장비부터 준비해줘.”
가이아의 스타팅 포인트는 대륙의 정중앙에 박혀있다.
동서남북 어디로든 새로 개척을 떠날 수 있단 뜻이다.
나는 그 중 북쪽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전엔 그저 눈발이 거세게 날려도 움직임에 조금 제약이 걸리는 정도였지만 이젠 달랐다.
전신 접속기를 먼저 지급받은 프로들은 이제 혹한과 더위가 무엇인지 깨닫게 될 터였다.
“그런데 우리 열두 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게 유리할까? 찢어지는 게 낫지 않아?”
케빈이 의문을 제기했다.
가이아의 파티 시스템은 최대 네 명까지 밖에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실력 좋은 유저를 모아도 인원을 초과하면 경험치를 나눠 받을 수 없었다.
“괜찮아. 길드 시스템 생겼잖아.”
서버 2년 차에 들어 새롭게 업데이트된 또 하나의 시스템, 바로 길드였다.
길드 시스템이 존재하는 다른 게임처럼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진 못해도 파티 인원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다른 유저들이 공헌도 시스템에 집착해 1초라도 빨리 게이트로 뛰어가는 와중에 난 팀원들을 데리고 마을에 새로 생긴 길드개설소를 찾았다.
“어서오세요. 길드개설소입니다. 창단을 도와드릴까요?”
“서류를 줄래?”
나는 NPC에게 작성에 필요한 서류부터 요구했다.
몇 번 해봤던 작업인데다 서버 접속 전부터 생각해둔 바가 있어 막힘이 없었다.
“길드 S.솔리드의 창단을 완료했습니다. 길드 창설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서류 작성과 소정의 금화로 무사히 길드를 창설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했다. 길드 초기 수용인원이 고작 네 명밖에 안 되는 탓이었다.
“길드레벨을 올리고 싶은데.”
“증축엔 특수 재료와 금화를 추가로 소비하는데 가지고 계신가요?”
“필요한 재료를 알려줘.”
업데이트 전부터 재료를 미리 준비해두긴 했는데 혹시나 재료가 달라졌음 어쩌나 싶었다.
내가 예상했던 미래가 엇나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지 않은가.
다행히 재료는 변함이 없었다.
전생의 모든 걸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길드 증축 재료만큼은 잊을 수가 없었다.
매 시즌, 서버가 리셋 될 때마다 프로 팀은 공헌도 작업을 위한 전쟁 같은 개척 작업을 펼쳤는데 길드 창설 이후 레벨을 올리는 밑작업은 언제나 내 담당이었다.
실력으로 제일 간당간당한 꼴찌의 잡무였던 셈이다.
재료를 확인하니 초반이라 할 수 있는 3레벨까진 다를 게 없었고 이후 레벨은 매 시즌 변화를 주는 형식이었다.
기억 속 데이터가 여전히 쓸모 있단 사실에 안도한 나와 달리 팀원들은 NPC의 요구재료를 듣곤 난색을 표했다.
필요한 재료라는게 상위 던전 보스를 잡고 드랍되는 희귀 소재를 비롯해 대량의 금화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아니 이걸 언제 준비해. 테트라의 눈물? 이건 경매장에도 잘 안 올라오는 물건 아냐.”
“지금이라도 네 명씩 갈라지자. 게이트 하나씩 맡으면 크게 늦진 않았어.”
우리를 제외하면 다른 프로팀은 이미 도시를 빠져나가 공헌도 파밍 작업에 나선 상태, 팀원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공헌도 시스템 설명은 분명히 초회 발견자에게 더 많은 보상을 안겨준다고 되어있었다.
느긋하게 길드 생활을 해보고 싶은 유저를 빼면 상위 레벨 유저는 개설소에 우리 뿐이었다.
“너넨 드랍 소재 가방에 안 들고 다녀?”
“난 가방 지저분한 거 싫어서 안 들고 다니는데?”
“나는 꽉꽉 채워두는 편이긴 한데 이걸 다 들고 다니는 사람은 아마 없을걸?”
땡. 있었습니다.
내가 필요한 재료를 테이블에 쏟아 놓자 팀원들은 나를 묘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걸 다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난 너희도 다 그런 줄 알았지.”
물론 거짓말이다.
내가 가방이 남는 한도 내에서 잡화를 잘 챙겨두는 건 맞지만 이 정도면 잡화점을 차려도 될 수준이다.
미리 준비한 희귀 소재를 받아든 접수원은 미소 지으며 길드 레벨의 상승을 알렸다.
길드 레벨이 3까지 올라 수용인원이 단숨에 열두 명이 됐다.
“길드 S.솔리드의 레벨 확장 요구를 처리 완료했습니다. 소규모 던전을 제외한 필드, 대규모 던전에서 길드원은 같은 영향권 내에서 파티 효과와 동일한 기능을 적용받습니다.”
“와.”
“한솔이가 또?”
“이걸 어떻게 알았어? 공지를 샅샅이 훑었어도 이런 내용은 없던데.”
케빈이 신기한 듯 물었다.
프로팀이라면 패치 내용을 꼼꼼하게 살피는 건 필수다.
귀차니즘이 있는 선수들은 공지 살피길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분석팀은 공지를 최대한 자세히 파악한다.
어떤 방향으로 패치와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는질 정리하고 나면 그 요약본을 다시 선수에게 전달한다.
이것만큼은 공지 읽길 귀찮아하는 선수들도 꼭 읽어야 했다.
이번 대규모 서버리셋과 업데이트 내용 역시 요약본이 선수 모두에게 전달된 상태였다.
그런데 길드 확장에 드는 막대한 양의 재료와 기능은 요약본에 없었다.
NPC의 말에 따르면 파티 효과를 확대하는 작업이니만큼 터무니없이 중요한 내용이다.
분석팀이 이런 내용을 누락시킬 이유는 없으니 패치 내역에 아예 없는 내용이라고 봐야했다.
“내가 줄이 여기저기 닿아있잖아.”
“아하.”
팀원들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운영팀과 자주 통화하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마 니콜라이가 알려줬겠거니 어림짐작한 것이다.
물론 니콜라이는 증축 요구 재료에 대해선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서버 리셋 후에 클랜 기능을 이용하면 좋을 거라고 귀띔을 해주긴 했지만 말이다.
다른 팀에 비해 출발이 늦긴 했지만 열두 명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건 엄청난 이점이었다.
오히려 몇 수는 앞선 거나 마찬가지였다.
고위험 지역으로 들어갈수록 인원이 많은 쪽이 개척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탓이다.
방한 장비를 준비했을 때부터 우리의 행선지는 북쪽으로 정해져 있었다.
내 예상대로 북쪽을 선택한 인원은 다른 게이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아직 추위를 제대로 느껴본 유저가 없을테지만 그 외에도 북쪽은 뭔가 몬스터가 억세고, 척박한 환경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사람들이 기피하는 지역이었다.
“가볼까?”
어두워진 필드를 가르며 공략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점심 3시, 서버 리셋 이후 15시간이 흘렀다.
미개척 지역 공략을 나설 여력이 없거나 선두 경쟁을 펼칠 실력이 안 되는 대부분의 유저들은 커뮤니티에 모여 의견을 주고받기 바빴다.
-누가 제일 빨리 공략중임?
-레드불스.
-레드불스.
-레드불스 엄청 빡빡하게 굴리나봐.
-라이징 게이밍도 꽤 치고 나가던데?
업적을 알리는 월드 알림창엔 이미 레드불스를 비롯한 프로팀 선수 이름이 수시로 올라왔다.
<비프로스트의 파티. 소규모 던전, 비색의 동굴 최초 공략!>
<비프로스트의 파티. 숨겨진 보스 대인면지주 최초 공략!>
<락사스의 파티. 빙령신전 최초 공략!>
<아르고의 파티. 혼돈의 수림 최초 발견!>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어 올라오면 더 많은 공헌도를 받는다.
이제 상위권 유저에게 비색의 동굴은 그리 어려운 던전이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가 채 되지 않아 던전을 발견했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
그곳을 클리어 했다는 건 중급 위험 지역인 수림지대에 도착했다는 뜻이 된다.
-S.솔리드는?
-유니크는 뭐해?
서버에서 가장 실력이 좋다고 알려진 프로 팀들이 무한 경쟁 모드에 들어간 상태였기에 당연히 사람들의 관심은 S.솔리드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의심할 여지 없는 북미 최고의 프로팀인 그들이 마음먹고 공략에 나서면 어떤 위력을 보일지 다들 궁금해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공략 점수를 가장 많이 올린 팀은 S.솔리드가 아니었다.
-공략 포기한 것 같던데?
-ㄴㄴ희귀 지역 발견했다는 알림은 몇 번 떴음.
-던전 공략했단 소식은 없더라.
-던전 클리어 건너뛰고 그냥 필드 이동중인 듯?
-그러면 공헌도 쌓기 불리하지 않아?
-안 될 것 같으면 차라리 쉬는것도 괜찮음. 다이나믹 G.C는 지금 레드불스랑 동선 겹쳐서 그냥 망했음 ㅋㅋㅋㅋ
유저들은 S.솔리드가 경쟁 레이스에서 완전히 뒤쳐졌겠거니 생각했다.
다른 팀이 알림을 서너 번씩 울릴 때 S.솔리드의 알림은 가끔 한 두 번 올라오는 정도에 불과했다.
-비프로스트 방송 켰대. 방송이나 보러 가자
공략으로 바쁜 와중에도 비프로스트가 방송을 on 했단 소식에 그의 방엔 많은 유저들이 모여들었다.
“다들 어서오세요.”
-공략 1등 축하해!
-갓드불스 ㅊㅊㅊㅊㅊ
-다크서클 낀거 보소. 개 피곤해 보이네.
-쉬어가면서 게임해;;
-근데 화질 뭐임?
-이제 보니까 화질이 다른 때랑 완전 다른데?
-헐;
순식간에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송을 보러 모였는데 다른 때랑 큰 차이가 있었다.
바로 게임 화질이었다.
지금 비프로스트 방송으로 송출되는 모습은 게임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한 광경에 유저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서오세요. 화질에 깜짝 놀랐죠? 저는 지금 전신접속기를 이용해 게임을 테스트 하고 있습니다. 이거 진짜 물건입니다.”
비프로스트가 두 팔을 벌리며 자랑하자 유저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오 또 외계인 고문했네;
-이게 말이 되는 기술력이냐고 ㅋㅋㅋ
-전신접속기 ㄷㄷㄷㄷ;;
“정말 대단한 물건입니다. 그런데 조작이 꽤 어려워요. 아마 여러분도 나중에 접속하면 고생좀 하실 겁니다. 저도 적응하는데 애를 좀 먹었거든요.”
비프로스트의 클래스는 실드나이트, 피지컬 괴물답게 그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선보였다.
플레이어가 판타지 세계에 떨어진 듯한 광경에 유저들은 감탄을 연발했다.
“전신접속기가 반응도 좀 더 빠르긴 한데 꼭 좋은 건 아니에요. 피로가 헤드기어형 쓸 때보다 몇 배는 심합니다.”
-퀄리티 보니까 그럴듯;
-이건 게임이 아니라 진짜 사냥수준이네.
-으;; 이 정도로 리얼리티가 올라가면 난 징그러워서 몬스터 못 잡을 것 같음.
비프로스트는 이제 팀원들도 쉬어야 한다며 사냥보단 토크 타임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누군가 공헌도 랭크에 대해 묻자 그는 자랑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 저희 팀이 공략 점수 1등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한 번 볼까요?”
싱긋 웃으며 랭킹 페이지를 연 그는 두 눈을 깜빡거렸다.
-어
-순위가?
-순위가 바뀌었다고?
-진짜네?
이변을 감지한 유저들이 채팅을 쏟아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최상단에 있던 비프로스트의 파티 공략 점수가 한 계단 밀려있었다.
250점 가량의 차이로 2등, 1등은 상위권에 이름조차 없던 유니크의 파티였다.
“이상하네요. 오류가 있던 모양입니다.”
-버그 아님? 갑자기 이렇게 오를 수가 없는데?
-갑자기 뛰는 거 보니 수상한데. 혹시 핵?
-핵무새 새끼들 징하다.
-툭하면 핵이래.
“싸우지들 마시고요. 새로고침을 한 번 해보겠습니다. 뭔가 오류가 있던 것 같아요.”
열다섯 시간에 걸친 혈투로 자신의 파티는 모든 프로 팀을 제끼고 공략 점수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비프로스트는 표정을 관리하며 페이지를 새로고침했다.
“아.”
점수가 정정될 거란 기대도 잠시, 다시 랭킹 페이지를 확인한 비프로스트의 얼굴은 굳어지고 말았다.
공략 점수 차이 1만 532점.
정정되긴 커녕 오히려 까마득한 점수 차이가 벌어졌다.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폭죽소리와 함께 새로운 월드 알림이 올라왔다.
<유니크의 파티. 대규모 던전, 고대의 서리고룡 둥지 최초 공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