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OS 소설 아닌데요-14화 (14/170)

밸런스 브레이커 (2)

비색의 동굴.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는 미로 형태의 동굴은 빛을 발하는 오색 종유석 덕에 밝은 분위기를 냈다.

이런 광경을 현실에서 볼 수 있었더라면 정말 최고의 관광지가 됐겠지만 안타깝게도 비색의 동굴은 유저 여럿 울린 던전 중 하나였다.

등장하는 몬스터는 대게 거대 거미, 거대 사마귀 같은 곤충 종류였는데 설정상 사악한 힘을 다루는 인면지주(人面蜘蛛)의 휘하에 놓여 있어 그 강력함이 사뭇 남달랐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유저들은 비색의 동굴의 공략법을 찾아냈는데 그것은 사기(邪氣)를 누르는 스킬을 지닌 힐러 클래스를 대동하는 것이었다.

힐러 클래스의 주가가 팍팍 오르기 시작한 시발점이었다.

“케빈. 버프 끝나가.”

“천사의 가호.”

케빈이 기다란 지팡이를 내게 겨누자 하얀빛이 몸을 감싼다.

던전 진입 1시간째, 우리 뒤쪽으론 몸이 으스러진 거대 곤충들의 잔해가 수북했다.

“마력은 어때.”

“한 사이클 정도 더 뛸 수 있겠는데. 그다음엔 휴식해야 해.”

마력을 빠르게 채우는 방법은 마력 포션을 마시거나 자연회복 하는 방법뿐인데 마력 포션은 콜로세움 코인으로밖에 구할 수 없는 물건인지라 그 가치가 매우 높았다.

코인으로 스킬 뽑고 숙련도 버프를 걸기도 바쁜데 포션에까지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나저나 진짜 대단하다.”

케빈은 던전에 들어온 이후 성장한 스탯 수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성장 속도가 어제 4인 파티를 할 때와 비교해 족히 3배 이상 빨랐다.

“대표님이 널 아낄만 해.”

“자신감을 가지라고. 너 아니었음 이렇게 사냥 못 했으니까.”

“그, 그런가?”

오늘 사냥의 목적 중 하나는 떨어진 케빈의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는 일이었다.

일부러 사냥 도중 슬쩍 맞아주기도 하며 체력을 떨어트리면 여지없이 케빈의 힐이 들어왔다.

처음엔 긴장하는 듯하더니 한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없자 자신감이 조금 붙은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되기도 하고.

항마장은 부정한 기운을 상대하는 데 효과적인 스킬, 용의 충격에 교룡뇌조까지 있으니 혼자서도 비색의 동굴을 탐험하는 데 문제야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암살자 계열은 마력이 적은 편이다.

스킬을 무한정 쓸 수 없으니 쉬어가며 잡아야 하는데 그와 비교하면 2인 파티쪽이 사냥 효율이 훨씬 높았다.

휴식을 병행하며 사냥을 이어간 지 두 시간째, 처음으로 다른 파티와 동굴 안에서 마주쳤다.

‘법사 둘에 탱하나, 힐 하나.’

구성이 좋다. 웬만한 실력이면 필드사냥에선 암살자보다 마법사가 더 좋은 편이었다.

이곳에 등장하는 대형 곤충들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방어력을 지니고 있어 근접 공격으로 데미지를 주려면 핀포인트로 약점을 찌를 수 있는 숙련도를 요구한다.

사람만 한 곤충을 상대로 그런 작업을 해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에 비하면 마법사는 불덩이든 얼음이든 마구 날리면 되니 마력보충만 제때 하면 됐다.

“어. 저 사람?”

던전 안에서 다른 일행을 마주치면 서로 알아서 피해 가는 게 매너다.

어차피 이 정도 난이도가 되면 던전이 작지 않기에 서로 충분히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따로 사냥을 할 수 있으니까.

한데 저쪽 힐러가 날 알아봤다.

“저 사람 유니크 아니에요? 유니크씨 맞죠?”

“어! 정말이네!”

가이아의 상위 랭커는 어딜 가나 얼굴이 팔리는 게 문제다.

가면이라도 쓰고 다녀야 하나 생각하는데 저들이 다가와 내게 악수를 청한다.

“유니크님. 영상 많이 봤어요. 팬이에요.”

“아, 예.”

가이아를 날로 먹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동영상.

팀원들이 내게 보여주길래 그런 영상의 존재를 나도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심지어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게 내가 나온 영상 중에 제일 유명할 뿐이지.

내 콜로세움 랭킹은 19위, 그러나 인지도는 1위보다 더 뛰어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실에서 뵀으면 사인받았을 텐데···.”

팬 관리는 프로선수의 덕목 중 하나다.

나는 단련된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중에 저희 경기 보러 오시면 싸인해 드릴게요. 미국분들 맞으시죠?”

“네. 맞긴 한데 경기라니요?”

프로리그가 열린다는 사실은 비밀도 아니니 나는 슬쩍 정보를 흘렸다.

“지오에서 올해 여름 되기 전에 가이아 프로리그를 열 계획이거든요. 저도 선수로 뛰게 됐어요.”

“와! 그럼 프로 데뷔 하시는 건가요?”

다들 눈을 빛낸다. 왜 아니겠는가.

저들도 엊그제 열린 비색의 동굴을 들락거릴 정도면 꽤나 상위 랭커들일 텐데.

프로의 세계가 얼마나 냉정한지는 제쳐두고라도 재능있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도전을 꿈꾸는 무대 아닌가.

프로 이야기가 나오자 이들은 어렵사리 내게 조언을 구했다. 어떻게 프로를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이다.

나는 아직 시즌이 시작된 게 아니라 구체적인 대답을 드리긴 어렵고 리그가 시작되면 프로팀 테스트를 받아보는 게 좋을 거라 답했다.

훈훈하게 인게임 스샷도 찍을 수 있게 브이도 취해주고 1호 팬무리를 다독거리며 집에 보내자 케빈이 중얼거렸다.

“숙소 생활하고 느끼지만 네가 나보다 어리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너도 금방 유명해질 거니까 걱정마.”

비색의 동굴에서의 사냥은 더할 나위 없이 쾌적했고 즐거웠다. 이렇게 훈훈하게 보스까지 클리어했다면 좋을 텐데.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3시간 만에 보스방 앞까지 뚫고 들어간 우린 또 한무리의 파티와 마주쳤다.

‘상위 랭커들이네.’

대략 100위권 정도였을 거다.

내가 기억력이 좋은 편이긴 한데 그렇다고 쓸데없이 콜로세움에 모든 유저의 이름을 다 외우고 다니는 건 아니다.

굳이 인상 깊은 활약없이 사라져 갈 모든 선수를 기억하는 건 내 뇌를 혹사시키는 짓이다.

다만 얼굴은 낯이 익었다. 내가 무표정하게 쳐다보는데 저쪽은 대번에 인상을 찌푸리는 게 아닌가.

뭔가 심기 불편한 일이 있는 모양이다. 그것도 나와 관련된 주제로.

“안녕하세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산뜻하게 인사했더니 답인사에 찬 기운이 감돈다.

“그쪽 팀은 지낼만합니까?”

가시 돋친 그 한 문장으로 나는 이들이 프로게이머임을 깨달았다.

근데 왜 나한테 그래?

유독 뿔이나 있는 녀석은 대검을 차고 있는 폼새가 딱 봐도 웨폰마스터다.

팀에서 나처럼 못하냐고 코치한테 구박이라도 당했나?

“아주 좋습니다. 실례지만 제가 그쪽 분들은 어디 소속인지 잘 몰라서요.”

나만 모르나 싶어 케빈을 쳐다보니 케빈도 고개만 저었다. 리그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니 모르는 게 당연했다.

“유니콘스입니다. 듣자하니 저희 쪽에서도 유니크 씨한테 영입제안을 보냈다고 하던데.”

아, 확실히 그런 제안이 오긴 했다. 유니콘스 뿐만이 아니라 레드불스, L.크루 같은 굵직한 곳에서도 말이다.

물론 나는 미래를 알고 있고 S.솔리드가 선수지원, 커리어, 모든 측면에서 뛰어나게 될 것을 알고 있기에 다른 제안은 크게 신경쓰지도 않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유니콘스는 북미 10개팀 중에서도 하위권 팀이었다.

“솔직히 그쪽 실력이면 어디든 골라서 갈 수 있을 텐데 왜 프로게임단 운영 경력도 없는 그런 팀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네요.”

그런 팀? 이 녀석이 지금 시비 거네.

“그에 비하면 우리 유니콘스는 명문 아닙니까. 세븐스타, D.O.S 프로팀도 운영 중이죠.”

아, 세븐스타 하니까 생각났다.

브라이언 코치가 전에 있던 팀의 대우가 쓰레기였다고 평하곤 했는데 혹시 유니콘스 였을지도.

애초에 명문이면 너희 같은 애들을 영입했겠냐.

심지어 내가 이름 기억도 못 하는 100위 바깥의 친구들을 말이다.

나는 더는 녀석의 쓸데없는 이야길 들어줄 맘이 없었다.

“전 지금 있는 팀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보스 사냥 하실 거잖아요? 먼저 들어가시겠습니까?”

화제를 돌렸다. PK가 됐으면 아주 묵사발을 냈을 텐데 애석하게도 필드 전투가 허용되는 지역이 오픈되려면 아직 멀었다.

“설마 두 분이서 도전하려고요?”

“안 됩니까? 여기까지도 둘이서 왔는데요.”

다들 주변을 둘러본다.

둘러봐도 아무 것도 없어. 진짜 둘이서 왔으니까.

녀석들이 머뭇거리자 난 문을 열려는 모션을 취했고 그제야 대뜸 앞을 가로막았다.

“먼저 도전 할 겁니다. 우리가 먼저 왔으니까요.”

“그러세요.”

나는 한 발짝 물러나 여유로운 태도로 바위에 걸터앉았다.

케빈에게도 휴식을 권했다. 보스와 싸우기 전에 마력을 채워놔야 하니까.

“저 사람들이 먼저 잡으면 어떡하지?”

“그럼 기다렸다 잡으면 되지. 무슨 걱정이야.”

“시간 아깝잖아.”

던전에 올 때만 해도 둘이 되겠냐며 걱정하더니 이제는 빨리 들어가고 싶은 모양이다.

가이아의 보스 선점 시스템은 나름 합리적이어서 먼저 도착한 사람이 우선권을 갖는다.

보통 이만한 규모의 던전이면 보스가 다시 나타날 때까지 족히 한 시간 정도는 걸릴 텐데 저들이 도전에 성공하면 꼼짝없이 문 앞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사냥을 더 하고 오면 다른 팀이 문앞을 지키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냥 잠자코 기다리면 차례는 금방 올 거야.”

나는 확신했다. 아직 공략법도 알려지지 않은 보스, 인면지주.

괜히 비색의 동굴이 계단식 난도 상승의 시발점이라 불린 게 아니다.

99퍼센트. 내가 예측한 유니콘스의 공략 실패 확률이었다.

“저길 봐.”

석문이 바닥에 끌리며 그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보스 방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커다란 곤충들이 득시글거리는 동굴답지 않게 반짝반짝 빛나는 종유석이 예뻤던 동굴은 더 이상 없었다.

문 너머로 보이는 보스 방은 그저 붉은빛을 반짝이는 석순이 음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아직 우리가 들어갈 차례도 아닌데 케빈은 벌써부터 침을 꼴깍 삼킨다. 그 정도로 비쥬얼이 음산했던 것이다.

아쉽다.

녀석들이 안에서 얼마나 허둥대며 쓰러져 갈지,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없다는 사실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

검은빛으로 변한 보스 방의 입구가 원래의 색을 되찾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십오 분 남짓이었다.

조용히 앉아 휴식을 취하던 케빈은 입구의 변화에 깜짝 놀랐다.

“이제 우리가 들어갈 차례네.”

“세상에, 지금 저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조금 전 들어간 이들도 프로팀 소속이다.

그런 팀이 고작 십오분을 버티지 못하고 전멸했는데 겨우 둘이 들어가자니, 케빈은 죽어도 들어가기 싫은 기색이었다.

“그럼 나 혼자 들어가?”

혼자라도 들어갈 기세로 문을 열려하자 그는 우거지상으로 뒤를 따랐다.

안 그래도 팀 내에서 입지가 부족한 힐러, 할 수 있는 건 보조밖에 없다고 알려진 그가 패널티가 두려워 나 혼자 죽게 내버려두면 후폭풍이 어마어마할 거다.

“젠장. 다시는 단둘이 안 올 거다.”

그는 이미 죽음에 대한 패널티를 각오한 것처럼 보였다.

아마 이번 공략이 끝나면 그런 소리 할 일 없을 텐데.

그리 생각하며 나는 굳게 닫힌 문을 힘껏 밀었다.

스산한 붉은 빛이 우릴 반긴다. 케빈과 완전히 보스 방에 들어섰을 때 등 뒤의 문이 쿵소릴 내며 닫혔다.

“정신 바짝 차려. 사방에서 몰려올 테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벽면을 타고 집채만 한 거미들이 쏟아져 내려온다.

붉은 눈을 반짝이며 사방에서 달려들기 시작한 몬스터에 케빈은 비명을 질렀다.

곤충을 딱히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도 소름이 돋을만한 광경이었다.

동굴에선 내가 거미를 막아섰기 때문에 케빈이 거미와 싸울 일은 없었지만 지금은 손이 부족했다.

그를 지켜줄 탱커도, 동료도 없는 상황인지라 난 숨겨뒀던 전설급 스킬을 즉시 해제했다.

이미 숙소에선 용의 충격이란 최상급 스킬을 지니고 있음이 알려져 팀원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는 상태, 그런 와중에 또 하나의 전설 스킬을 획득했단 사실이 알려지면 아마 세상 불공평하다며 온갖 소릴 들을지도 모른다.

기마 자세를 취하듯 다리를 굽히고 오른손을 펼쳐 힘껏 밀자 백색기운이 공기를 울리며 대번에 거미를 뭉갰다.

앞발을 쳐들고 달려들던 거미가 한 방에 터지자 케빈은 멍청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정신 차리고 힐이랑 버프 준비해줘!”

“그, 그래.”

사실 한 대도 안 맞을 수 있었지만 케빈의 사기도 돋울 겸 슬쩍 맞아주며 거미를 때려잡았다.

항마장의 위력이 좋긴 한데 마력소모가 제법 커 아직 마구잡이로 쓸 스킬은 아니었다.

케빈을 도저히 구해낼 수 없을 것 같을 때만 항마장을 써가며 대형 거미 100여 마리를 처치했을 때 석순이 더욱 붉게 타올랐다.

냄새. 썩은 내가 훅하고 바닥에서 솟더니 쉬익소릴 내며 천장에서 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면지주, 사람의 얼굴을 한 집채만 한 거미가 우릴 향해 쇄도했다.

보스의 낙하 충격으로 방이 흔들릴 정도, 높이만 족히 3미터는 되는 진짜 괴물이었다.

이런 괴물은 구형 콘솔 게임으로 봐도 살벌했을 텐데 실감나는 VR로 보고 있으려니 그 공포가 더욱 심한 편, 케빈은 전생의 내가 인면지주를 처음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몸을 떨었다.

“버프!”

나는 정신을 차리게 할 겸 크게 외치며 땅을 박찼다.

용의 기운을 발끝에 모아 인면지주의 다리를 걷어차는 순간 놈이 날카로운 소릴 냈다.

“키에엑!”

머리는 산발해가지고 입을 벌려 은빛 실을 토해내는데 그 모습이 공포영화 주연 하기에 딱이다.

상체를 부드럽게 숙여 실 뭉텅이를 피하자 내 뒤로 날아간 실이 석순에 맞고 연기를 피워올렸다. 산성독이다.

치유도 받을겸 맞아줄 걸 그랬나?

캡슐형 콘트롤러가 나오면 절대 맞기 싫은 공격이지만 지금은 고통을 느끼지 않으니 맞아줄 만 했다.

다만 전생의 경험이 여전히 내 뇌리를 강하게 지배하고 있어 맞아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새처럼 날아 인면지주의 머리를 후려치자 녀석의 턱이 크게 돌아간다.

놈이 강철같은 발을 앞세워 나를 찌르고 들어왔지만 내 몸에 닿기엔 조금 느린 공격이었다.

숙소생활을 한 뒤로 나의 전투력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대륙 간 서버 렉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숙소에서 전력 체크를 하는 시합에선 티를 내지 않았지만 지금은 맘껏 몸을 풀 수 있었다.

케빈이라면 오늘 본 것을 비밀로 해달라고 했을 때 잘 지켜주리라.

“큭!”

거미줄을 타고 올라가며 인면지주가 날카로운 회전을 선보였을 때 내 체력이 크게 흔들렸다.

일부러 맞아줬는데 용케 당황하지 않고 케빈이 힐을 넣었다.

천장으로 도망간 인면지주는 다시 부하를 불러냈다.

전형적인 시간벌기 패턴, 다수의 부하를 상대하는 동안 놈은 다시 체력을 회복해서 내려온다.

유저 수준이 올라가면 상대할만하지만 현 서버 상황에서 인면지주는 정말 곤욕스러운 보스다.

부하를 상대하며 체력 회복한 보스와 실랑이를 하다보면 마력은 바닥나고 마법사나 힐러는 제구실을 못한다.

‘오늘은 이쯤 할까.’

인면지주를 쳐다보니 놈은 천장에 바싹 붙어 우릴 비웃고 있었다. 놀아주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자세를 취하고 양 옆구리에 붙인 주먹을 펴 벼락같이 내밀었다.

마를 멸하는 커다란 손이 보스 방의 천장을 연달아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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