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198)화 (198/208)

NIS의 천재 스파이 (198)

끼익, 끼익.

골목 어귀에 일단의 차량이 섰다.

드륵, 드륵.

차량 옆문이 열리며 다수의 중무장 병력이 서둘러 내렸다.

그들은 나치 군용 모자가 생각나는 넙적한 헬멧을 머리에 쓰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고글을 썼으며, 등에는 ‘S.W.A.T’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적혀 있는 전투 조끼를 입고 있다.

경찰 특수 기동대로 위장한 바튼과 팀원들.

도합 10여 명의 이들이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골목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다들 온몸으로 긴장감을 내보였다.

그들은 소지한 MP5 소총을 양손에 쥐고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을 경계했다.

그사이.

인근 지붕에서 일곱 명의 동일한 중무장을 한 팀원들이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 접근 중이었다.

그들 모두 차은성, 매건, 고든이 있는 건물을 목표로 천천히 거리를 줄였다.

선두에서 신중하게 발걸음을 떼는 바튼.

왼쪽 뺨에 테이프로 착 붙인 작은 마이크를 의식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1조. 셔터에 폭약!”

바튼의 명령에 뒤에서 세 명의 팀원이 민첩하게 앞으로 뛰어갔다.

그들의 행동은 무척 조심스러웠다. 신은 신발이 소리가 나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졌는지, 뛰어감에도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바튼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2조! 1조 엄호. 3조! 주변 경계.”

팀원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입을 다물고 침묵한 채 신속하게, 능숙하게 움직였다.

다시 세 명의 중무장한 팀원이 앞으로 이동하며 셔터에 폭약을 설치하는 동료들을 백업했다.

그사이.

3조의 팀원들이 소지한 MP5를 들어 전후좌우와 상하를 둘러보았다.

여차할 경우.

사격할 요량인지, 방아쇠에 오른손 검지를 살며시 걸었다.

바튼은 숨죽이며 1조의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수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훈련을 거듭한 덕분에, 셔터에 폭약을 설치하는 일련의 행동이 매우 신속하고 깔끔했다.

*    *    *

각종 첨단 통신 설비가 갖춰진 지휘차 내부 정중앙에 토미 터버빌이 서 있었다.

그의 전면.

세 개의 콘솔을 마주하고 각 한 명씩.

모두 세 명의 부하가 고정 의자에 앉아, 한창 설비를 조작 중이었다.

‘음…….’

토미 터버빌은 내심 신음을 흘리며 긴장의 눈빛을 띠었다.

머리에 쓴 이어폰. 그리고 이어폰과 연결된 오른쪽 뺨에서 살짝 삐져나온 자그마한 무선마이크.

방금 전.

통신망을 통해 맷 바튼이 팀원들을 지휘하는 것을 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작전에 들어가면.

특정 공간 내로 진입하기 전에 늘 긴장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첫 단추처럼.

진입이 가장 먼저이고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나 진입을 잘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결과가 달라진다.

팀원들의 생사, 희생, 타격, 피해 등이 진입에 의해 좌우된다. 그 때문에 진입할 때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옥상. 4조, 5조.”

토미 터버빌이 손을 들어 오른쪽 뺨에서 삐쭉 나온 작은 마이크를 쥐었다.

이내.

―네.

―네.

4, 5조의 조장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토미 터버빌은 진중한 목소리로 빠르게 말했다.

“동시 진입해!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나?”

―네.

―네.

4, 5조의 두 조장이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토미 터버빌은 마이크에서 손을 떼며 앞에 앉은 세 부하를 보았다.

“DC 경찰은?”

“아직 이렇다 할 동향은 없습니다.”

우측에 앉은, 머리에 이어폰을 쓴 부하가 대답하며 뒤돌아보았다.

그러자 토미 터버빌이 다소 큰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보지 마! 맡은 임무에 집중해.”

“네, 네에.”

토미 터버빌의 말에 우측에 앉아 있는 부하가 당황하며 급히 뒤돌아보던 시선을 바로 했다.

“DC 경찰에…… 혹 지금 상황과 관련된 통신이 감청되면 곧바로…… 그렇게 조치해!”

“네, 팀장.”

우측의 부하가 대답하자, 토미 터버빌이 눈을 돌렸다.

“내부 통신 차단은?”

다급한 어조로 묻자, 중앙에 앉은 부하가 콘솔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현재 재밍 중입니다. 외부와의 통신은 불가능합니다.”

“흠. 놈들이 외부 지원을 요청하지 못하게, 작전이 끝날 때까지 계속 재밍을 유지해.”

“예.”

예의 중앙에 앉은 부하가 즉답했다.

“내부 감청?”

토미 터버빌이 재차 묻자, 왼쪽에 앉은 부하가 콘솔의 다이얼 중 하나를 조작하며 대답했다.

“이렇다 할 소리가 없습니다. 조용합니다.”

“총성도 안 들리나?”

“네.”

부하의 대답에, 토미 터버빌은 눈살을 찌푸렸다.

안의 상황이 궁금한데, 알 수 있는 길이 막혔다.

“죄송합니다.”

왼쪽에 앉아 있는 부하의 말에, 토미 터버빌이 언성을 높였다.

“죄송할 거 없어! 맡은 업무에 집중해!”

“…….”

부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은근슬쩍 뒤에 서 있는 토미 터버빌을 힐금거리며 눈치를 보았다.

토미 터버빌은 마뜩잖은 표정을 지으며 지그시 눈을 반쯤 내리감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현재 작전 중이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예측 불허의 변수가 다분한 상황이다.

내부 상황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지휘차 내에 있어 내부 상황 파악이 어렵다.

“음…….”

토미 터버빌은 나지막한 신음을 흘렸다.

‘내가 나섰어야 했나?’

마음 한구석으로 후회하기 시작했다.

맷 바튼에게 지휘를 맡기지 말고 자신이 직접 일선에서 움직이며 팀원들을 지휘했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토미 터버빌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    *    *

콰, 콰, 쾅!

폭음과 함께 몇몇 폭발이 일어났다.

셔터가 산산이 부서지며 안쪽으로 파편이 마구 날렸다. 동시에 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맷 바튼이 즉각 고함쳤다.

“2조 진입! 3조, 1조. 순차 진입!”

셔터에 폭약을 설치하고 터트린 1조를 엄호, 백업하던 2조를 가장 먼저 내부로 진입시켰다.

이어.

1조보다 즉각 움직일 수 있는 3조를 추가 투입.

진입하는 2조를 백업, 지원하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1조! 3조를 엄호하며 진입해!”

맷 바튼이 숨 쉴 틈도 없이 매우 빠르게 명령하자 통신망에서 각 조의 조장들의 대답이 들렸다.

“진입!”

―예썰!

―예!

맷 바튼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았다.

4, 5조.

맷 바튼은 얼굴에 착 달라붙은 마이크를 의식하며 고함쳤다.

“4조. 천장! ……5조. 창문! ……동시 진입! 반복한다. 동시 진입!”

―예.

―예.

4, 5조의 조장이 즉각 대답했다.

*    *    *

폭발과 함께 셔터가 안쪽으로 터졌을 때다.

와장창…… 쨍그랑.

창문의 유리가 크게 부서지는 소리 연거푸 울렸다.

창문을 통해 진입하던 5조의 팀원.

중무장한 세 명!

그들은 쭈욱 앞으로 내민 두 다리에 뭔가 걸리는 촉감에 일순 흠칫했다.

그 순간.

콰, 콰, 쾅!

클레모어가 터졌다.

마치 폭풍이 불듯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쇠구슬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5조의 팀원들을 덮쳤다.

“으아악!”

“크악!”

비명을 지르며 5조의 팀원들이 뒤로 날아갔다.

그들은 창졸간에 즉사하며 창밖으로 튕겨 나갔다.

*    *    *

수여 초 후.

셔터의 폭발과 거의 동시에.

매건과 고든이 총구를 입구로 돌리며 즉각 겨냥했다.

순식간에.

최초 진입하는 2조의 팀원들.

중무장한 세 명이 매건과 고든의 눈에 들어왔다.

타타타타타탕.

고든과 매건이 즉각 총기의 레버를 연사로 돌리고 검지로 방아쇠를 당겼다.

눈 깜짝할 사이에.

총구에서 섬광이 연이어 번쩍이고, 빗발치듯이 탄환들이 입구로 쏘아져 나갔다.

삽시간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총성이 메아리쳤다.

그사이.

사격 반동으로 매건과 고든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연발로 놓고 사격하는 터라 사격 반동이 지속적으로 매건과 고든의 어깨를 때렸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은 특수부대는 소속 부대원들에게 CQC 상황에서는 절대 연발로 사격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연발로 놓고 사격하면 사격 반동이 장난이 아니다. 그 때문에 명중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

“연발 사격은 적을 견제하는 엄호사격이나 적의 공격이라고 할 수 있는 사격과 적의 움직임을 잠깐이라도 막고 늦추는 용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CQC 상태에서는! ……실내 진입 작전 시에는! ……연발이 아닌, 상대적으로 명중률이 높은 단발사격을 해라!”

특수부대 교관들이 부대원들에게 그렇게 주의를 주며 훈련시킨다.

매건과 고든은 속칭 SS라고 불리는 백악관 비밀 경호국 출신이다.

두 사람은 CQC 상황에서 연발 사격을 하지 말라고 배웠다. 그 때문에 연발 사격을 해야 하는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매건과 고든은 연발 사격을 함으로써 SWAT로 위장한 토미 터버빌의 부하들의 내부 진입을 조금이라도 늦추려 하였다.

하지만 매건과 고든의 의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진입하는 중무장한 이들 모두 CQC의 베테랑들이었고, 다들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실전 전투 경험자들이었다.

그들은 진입과 동시에 소지한 MP5 소총으로 매건과 고든을 견제 및 위협사격 하며 신속하게 좌우로 흩어졌다.

타타타타타탕.

귀가 먹먹할 정도로 총성이 매우 크고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전 마린 레이더스 출신인 중무장한 이들은 매건과 고든처럼 연발로 사격하며 각기 몸을 숨길 은폐물을 찾았다.

가장 선두에서 진입한 2조가 매건과 고든에게 위협사격 하며 견제하는 사이.

뒤이어 들어온 3조가 위협사격에 가세하며 신속하게 좌우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곧바로 눈에 띄는 엄폐물로 향했다.

그들이 엄폐물 뒤에 이르렀을 때.

1조가 진입하고 뒤이어 맷 바튼이 들어왔다.

“1조. 위협사격. 2조. 엄호사격 하며 흩어져!”

맷 바튼의 명령에 1조와 2조가 대답 없이 즉각 명령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실전에서 상관의 명령에 일일이 대답하며 전투하지 않는다.

상관의 명령 이행을 가장 우선시한다.

그런 이유로 대답하지 않고 즉각 행동함으로써 명령을 들었고 이행함을 무언으로 말하는 1조와 2조의 팀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3조처럼 운이 좋지 않았다.

3조는 먼저 진입한 2조가 매건과 고든을 위협사격 함으로써 견제해 준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들 2조의 팀원들 역시 매건과 고든을 상대로 3조를 위한 엄호사격을 하였다.

그런 이유로 3조의 팀원들은 별다른 일 없이 은폐물로 이동. 몸을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2조의 팀원들은 불행히도 이동 중에 그만! 세 명 모두 총상을 입고 말았다.

퍼퍼퍽.

총상과 동시에 2조의 팀원들이 짤막한 비명을 토하듯 질렀다.

“악!”

“크흑!”

다들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특수 탄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백악관 비밀 경호국 출신답게 매건과 고든의 사격 실력은 프로급이었다.

사격 하나만 놓고 보면 중무장한 이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매건과 고든은 자신들을 견제하던 2조의 위협사격이 멈추고 엄폐물을 찾아 흩어지는 틈과 3조가 위협사격 하는 틈.

그 두 틈을 노려 흩어지는 2조의 팀원들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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