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193)화 (193/208)

NIS의 천재 스파이 (193)

다이아몬드

맷 바튼이 말했다.

“하긴 다이아 아닙니까? 보통은 넘는다고 봐야죠.”

“…….”

“그런데 차은성. 그자가 과연 루이 고머트를 죽이려고 달려들까요?”

맷 바튼이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로 토미에게 물었다.

“조직에 관한 상세한 정보가 어떤 경로로 차은성에게 유출되었는지는 몰라도…….”

“…….”

“차은성, 그자는 조직의 자금을 운용하는 루이 고머트를 알고 있을 거야. 그렇다면 표적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지.”

“…….”

“설사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가까운 시일 내에 틀림없이 루이 고머트를 죽이기 위해 찾아올 거야.”

토미는 시가를 피우며 확신에 찬 눈빛을 띠었다.

반드시 온다!

심중 그렇게 믿고 있었다.

맷 바튼은 그런 토미를 보며 살며시 미소 짓더니.

씨익.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재미있군요. 함정인 줄 모르고 미끼를 보고 뛰어든 늑대를 사냥한다?”

“조심해. CIA도 어쩌지 못한 사나운 늑대야.”

“흣. 그래 봐야 저희들 상대는 못 됩니다.”

자신만만한 맷 바튼의 말에, 토미는 시가를 피우며 눈웃음쳤다.

맞는 말이다.

차은성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자신의 팀을 상대로는 역부족이다.

―Marine Raiders

마린 레이더스는 미 해병대 특수전 사령부 소속으로 대테러전과 침투 작전 등을 전담하는 부대다.

테러에 있어서는 전문가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다.

부대원들 한 명, 한 명이 테러리스트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테러에 있어서는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후우우.

입에서 시가를 떼고 연기를 뿜는 토미.

온몸으로 충만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얼핏 보면 기고만장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다.

그를 마주 보며 서 있는 맷 바튼 역시 마찬가지다.

한편.

두 사람의 머리 위.

눈에 보이지 않는 저 높은 고공에서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가 비행 중이었다.

기체 하단에 있는 반구형의 정찰 카메라가 이리저리 좌우로 돌아가며.

찰칵, 찰칵.

저 아래에 있는, 루이 고머트의 저택을 포함하여 주변에 흩어져 서 있는 모든 이를 찍고 있었다.

토미 터버빌과 맷 바튼 역시……!

*    *    *

오른손에 머그잔을 들고 가만히 서 있는 하비에.

전면 벽을 가린 뉴욕시 전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간간이.

하비에가 머그잔을 입으로 가져가 커피를 마셨다.

그의 눈은 지도에 머물러 있었다.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뉴욕시가 상세하게 표시된 지도.

뉴욕시가 얼마나 넓은지, 지도가 무언으로 말하고 있었다.

“음…….”

하비에의 다문 입술 사이로 나직한 침음이 흘러나왔다.

차은성이 뉴욕에 있다!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지금으로서는 차은성의 소재지를 파악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뉴욕 경찰을 총동원한다고 해도 차은성이 있는 곳을 알아낼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필시 시일이 걸린다. 하루 이틀 가지고는 답이 안 나온다.

개인적인 예상이지만, 못해도 몇 달은 걸릴지도 모른다. 그동안 차은성은 필시 뉴욕을 벗어날 것이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말처럼.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꿀꺽.

커피를 마신 하비에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이 그의 마음과 달리 술술 풀리지 않는다. 모든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 꽉 막혀, 뻥 뚫린 시원함을 느낄 수가 없다.

휴고는 나름 입수한 정보를 분석하여 어떻게든 단서를 찾으려 하지만, 현재 여의치 않다.

충분한 정보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질과 양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정보가 들어오고 있다.

분석의 기반이자 기초인 정보의 유입이 부실하니, 분석이 제대로 될 리가 없고. 그러다 보니 이렇다 할 단서가 없었다.

*    *    *

수여 분 후.

하비에가 막 입에서 머그잔을 뗄 때였다.

삐리리리리.

폰이 울렸다.

하비에가 흠칫하더니 뒤돌아섰다.

서너 걸음 떨어진 책상으로 급히 걸어가 서더니 서둘러 머그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상의에서 폰을 꺼냈다.

하비에가 폰의 액정을 보았다. 눈에 들어오는 모르는 번호.

하비에가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누구지?”

중얼거리며 하비에가 받을까, 말까. 아주 잠깐 동안 고민했다.

“흠.”

전화를 받기로 마음먹은 하비에가 폰을 오른쪽 귀에 댔다.

“여보세요.”

말하자.

“오랜만입니다. 하비에.”

폰 너머에서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렸다.

‘응?’

하비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깜빡였다.

음성의 주인이 잘 생각나지 않아, 빠르게 머릿속을 훑었다.

그러다.

‘허억!’

하비에가 멈칫하더니 두 눈동자를 동그랗게 치떴다.

‘차, 차은성!’

지금 폰 너머에서 들리는 음성의 주인이 누구인지 기억이 난다.

순식간에.

하비에의 얼굴이 경직되고 긴장이 얼굴과 두 눈동자에서 진하게 배어 나왔다.

다급한 티를 온몸으로 드러내는 하비에였다.

당장 전화가 걸려 온 발신지를 추적하고 싶은데.

지금 자신은 혼자 있다. 전화를 받고 있는데, 전화를 놔두고 발신지를 추적할 수는 없다.

하비에는 지금 자신이 혼자 있다는 것에 엄청 화가 났다.

하지만 드러낼 수 없었다. 차은성과 통화 중이란 상황을 유념해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비에가 생각하느라 말이 없자, 차은성이 두어 번 하비에를 불렀다.

“하비에, 하비에.”

미루어 짐작하는지, 하비에가 당혹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을 차은성이 말하기 시작했다.

“하비에. 날 추적하려고 애쓰지 말았으면 합니다. 통화가 30초 내로 끝나면 추적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비에.”

폰 너머에서 들리는 차은성의 말에, 하비에는 와락 인상 썼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 역시 잘 알고 있다. 최소 30초 이상 통화가 지속되어야 차은성이 지금 어디서 전화를 하는지 추적할 수 있다.

“하비에. 난 그렇게 오랫동안 통화할 생각 없습니다.”

“차은성!”

하비에가 힘주어 불렀다.

“나도 듣는 귀가 있어서 말입니다. 하비에. 당신과 당신의 팀원들이 지금 뉴욕에 있다는 것을 압니다.”

폰 너머에서 들리는 차은성의 말에, 순간 하비에는 엄청 놀랐다.

‘허억!’

급히 왼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가렸다.

대경한 하비에.

‘어, 어떻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차은성이 정보에 훤하지 않은가! FBI 내에서 자신의 팀에 관해 알고 있는 이는 극소수다.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차은성이 자신의 팀에 관해 알고 있다. 지금 뉴욕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정보 유출!

자신과 팀에 관한 정보가 유출되어 차은성에게 넘어갔음을 모를 수 없다.

‘대체 어떤 경로로? 어떻게?’

하비에는 내심 의문의 목소리로 거듭 중얼거렸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차은성이 어떻게 자신과 자신의 팀에 관한 정보를 입수한 걸까?

하비에가 내심 진한 의문을 느끼는 동안.

폰 너머에서 차은성이 쉬지 않고 계속 말했다.

“……하비에. 난 당신과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

“나, 당신과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습니다. 하비에.”

“…….”

“서로 총구를 겨누고 대치하는 상황은 내 쪽에서 사양입니다.”

“…….”

“하비에. 당신은 지금 아무 증거도 없이 심증만 갖고 날 뒤쫓고 있습니다. 사실상 날 범인으로 단정 짓고, 억지로 일정한 틀에 날 맞추려 하고 있단 말입니다.”

차은성은 강하게 항의하듯 말을 이었다. 그런 한편으로 하비에에게 혼선을 주려 했다.

―LA, 마크트웨인, 시카고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범인은 따로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날 범인이라고 단정 짓고. 날 범인으로 억지로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차은성은 그런 뉘앙스로 말하며 자신을 뒤쫓지 말아 달라고 하비에에게 당부했다.

그런데 어감이…….

자신을 계속, 지금보다 더 맹렬하게 뒤쫓아 와 달라고 말하는 듯하다. 자연스럽게 ‘모순’이란 말이 생각난다.

차은성은 의도적으로 하비에를 자극하고 있었다.

한편.

하비에는 가능한 차은성과 길게 통화하고 싶었다.

물론 차은성이 지금 어디서 전화하고 있는지 위치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은성은 그런 하비에에게 넘어가지 않았다.

칼로 두부를 자르듯이.

“오늘은 이만하죠. 다음에 또…….”

차은성이 통화를 끝내려 했다.

“자, 잠깐…….”

하비에가 급히 차은성을 불렀다.

계속 통화해야 하는데. 차은성이 발을 빼듯이 통화를 끝내 버렸다.

―당신의 속내를 다 알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듯이.

뚜우우우우.

통화가 끝났다.

하비에는 급히 귀에서 폰을 떼더니 어딘가로 전화했다. 그리고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방금 전에 내게 걸려 온 전화. 빨리 추적해 줘. 지금 당장!”

엄청 다급함을 감추지 않는 하비에였다. 하지만…….

“통화 시간이 너무 짧아 발신지 추적이 안 됩니다.”

폰 너머에서 들린 대답에.

“으아아아악!”

하비에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며 고성을 질렀다.

열 받았다!

하비에가 고개와 상체를 숙이더니 손에 쥔 폰을 바닥으로 힘껏 내동댕이쳤다.

퍼억!

대번에 폰이 산산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다수의 파편이 마구 튀었다.

*    *    *

수십여 분 후.

펜트하우스.

차은성은 고든과 함께 RQ―4 글로벌호크가 촬영한 사진들을 살펴보았다.

“흠.”

“경계 병력이 증원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여기.”

고든이 손가락으로 모 사진의 몇 곳을 가리켰다.

“새로 충원된 이들이 스무 명 정도 됩니다.”

“…….”

“알아본 바로는 마린 레이더스 두 개 섹션 팀으로…….”

고든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은성은 고든의 말을 들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살이 접히며 몇몇 주름이 나타났다.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대로 AOA가 코드명 다이아몬드 루이 고머트를 보호하려는 것 같다.

‘당연하겠지. 세상 어느 조직이나 자금은 조직에게는 피와 같으니까.’

차은성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이전보다 더 삼엄해진 경계망에 답답하다는 눈빛을 띠었다.

저격으로 루이 고머트를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루이 고머트의 저택 내로 침투하는 것도 현 상황에서는 매우 여의치 않다.

기존에 루이 고머트를 경호하던 이들 모두 장거리 정찰대 출신이나 스와트 출신이다.

그들을 상대로 침투한다는 것은.

그것도 혼자서 잠입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죽기를 자청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    *

한참 후.

고든은 앞에 있는 노트북 모니터를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테이블 너머에 앉은 차은성이 고든에게 말했다.

“최대한 빨리 구해 줬으면 합니다.”

고든이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미국 내에서는 구할 수 없을 것 같은…….”

차은성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바람에 고든의 말이 중간에서 끊겼다.

“지구상에서 오직 한국 ADD에서만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들 독점이니깐 말입니다.”

차은성이 은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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