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의 천재 스파이 (179)
“현지 경찰들이 엄청 당황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즉각 대처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하며 저희에게 협조를 요청해 왔습니다. 그 때문에 저희 FBI가 현재 나서고는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
“속히 관련 조치를 취하셔야 합니다. 지부장님.”
로베르토가 상황이 최악으로 빠르게 치닫고 있음을 입에 올렸다.
던컨이 심호흡했다.
“휴우우.”
“지부장님!”
로베르토가 힘주어 던컨을 부르며 돌려 재촉했다.
그러자 던컨이 로베르토를 보았다.
“우려하던 상황이 생겼을 뿐이야.”
“지부장님…….”
“민간인이나 시민들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그렇게 조치를 취하도록 해.”
“지부장님……?”
로베르토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던컨이 로베르토를 똑바로 보았다.
“우리가 무슨 수로 마피아들을 통제해?”
던컨의 물음에 로베르토가 순간 흠칫했다.
맞는 말이다.
FBI가 마피아를 통제할 수 있다면.
이미 오래전에 미국 내에 있는 모든 마피아 조직을 깡그리 다 잡아 없앴을 것이다.
던컨이 말했다.
“마피아 놈들. 지들끼리 죽고 죽이라고 해. 그래 봐야 지들 손해지 우리 손해는 아니야.”
“…….”
“다만 마피아 놈들 전쟁에 시민들이 휩쓸려 무고하게 당하지 않게, 관련 조치를 철저히 취하는 선에서 그쳐.”
던컨은 마피아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 상황을 방치할 작정임을 감추지 않았다.
받아들이기 어려운지 로베르토가 말했다.
“하지만 지부장님. 마피아들의 전쟁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치안이 매우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있긴 하지.”
던컨이 태평한 목소리로 대꾸하자.
“지부장님!”
로베르토의 목청이 높아졌다.
그러자.
씨익.
던컨이 웃었다.
“이미 서부 전역에 테러 경보를 내렸어.”
그의 말에 로베르토가 움칫했다.
“치안이 그렇게까지 불안정해지진 않을 거야. 그리고 마피아 보스들 중 말발깨나 센 친구들에게 적당히 주의를 줘.”
“…….”
“적당히 하지 않으면 우리 FBI가 적극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이야.”
“…….”
“그 친구들.”
“…….”
“죄다 바보는 아닐 거야. 나름 머리가 있는 놈들일 테니 우리의 경고를 알아들을 거야.”
“…….”
“만약 알아듣지 못하고 선을 넘는 조직이 있으면!”
던컨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특수 기동타격 팀들을 몽땅 다 출동시켜서 죄다 확 쓸어버려!”
“…….”
“본보기로 한두 조직을 그렇게 조져 버리면 다른 조직 놈들이 우리의 경고를 알아듣고 알아서 전쟁 수위를 조절할 거야.”
로베르토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침묵했다.
“…….”
던컨의 말이 현실적으로 맞다는 생각이 든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로베르토의 말에 던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로베르토가 몸을 움찔했다.
“아직이야?”
던컨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로베르토가 긴장의 눈빛을 띠었다.
차은성을 말하는 것 같다. 중요 용의자인데 아직 행방을 알아내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금방 그자가 지금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언제?”
로베르토의 말에 던컨이 언성을 높였다.
“…….”
로베르토는 입을 다물었다.
“대체 언제 그자의 행방을 알아낼 거냐고!”
“…….”
“지금 워싱턴 DC에서 무슨 말들이 오가는 줄 알아?”
던컨이 재차 언성을 높였다.
“…….”
“따로 그 차은성인가 뭔가 하는 자를 전담할 팀을 만든다고 난리야.”
“…….”
“우리더러 이번 일에서 손을 떼라고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알겠어?”
말하며 흥분했는지 던컨이 고함쳤다.
로베르토는 뭐라 말하지 않고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다.
던컨의 말에 뭐라 답할 말이 없었다.
‘워싱턴에서…….’
로베르토는 심중 중얼거리며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워싱턴 DC에서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없어 심중 답답했다.
FBI 고위층에서 이번 차은성 사건을 두고 모종의 변화 조짐을 보이는 것 같은데…….
* * *
시카고 차이나타운.
차은성이 머그잔을 들고 창가에 서 있었다.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저 멀리.
시카고 도심이 보인다.
고층 빌딩들이 만들어 내는 스카이라인.
“흠.”
차은성은 침음을 흘렸다.
“지금쯤이면…….”
로스앤절레스,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샌디에이고 등지에서 FBI 수사망을 교란하고 기만하기 위한 모종의 일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차은성은 재차 커피를 마시며 머릿속으로 향후를 생각했다.
* * *
수십여 초 후.
차은성은 창가에서 뒤돌아섰다.
눈에 보이는 책상으로 걸어가, 의자에 앉으며 책상에 있는 노트북을 열었다.
노트북 모니터를 보며 차은성이 양손으로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타타타탁.
시카고에서 AOA 멤버들 중 몇을 처리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차은성은 무심한 눈으로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 * *
이틀 후.
워싱턴 DC FBI 본부 C 회의실.
일단의 이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었다.
테이블 중앙에 앉은 하비에 스와레즈.
어떤 얼굴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얼굴이었다.
병 주고 약 준다는 말처럼.
차은성 때문에 좌천되었다가 차은성 때문에 다시 복귀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하비에의 감정은 무척 복잡 미묘했다.
그의 왼쪽으로 두 명의 남녀가 앉아 있었다.
CIA에서 차출되어 파견 나온 런드월, 수잔.
맞은편에도 두 남녀가 앉아 있었다.
국무부 정보조사국 과장 휴고 건스백과 FBI 일급 요원 시빌라 알레라모.
차은성을 잡기 위한 팀의 멤버들이다.
하비에가 천천히 말했다.
“다들 기본적인 사항은 숙지하고 있을 테고.”
“…….”
휴고, 시빌라, 런드월, 수잔은 입을 다물고 하비에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며칠 전에 서부 각 지역에서 마피아 조직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
“차은성이 아직 서부에 있는지, 아니면 달리 노리는 것이 있어 일부러 그런 상황을 유도한 것인지, 아니면 차은성과 무관한 상황인지…… 현재로서는 파악이 여의치 않아.”
하비에의 말에 다들 흠칫거리며 당혹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상황이 예측 불허야.”
하비에가 말하며 휴고를 돌아보았다.
“듣자니.”
“…….”
“국무부 정보조사국에서 분석관으로 아주 유명하다고 하던데…….”
하비에가 말끝을 흐리며 은근 기대의 눈빛을 띠었다.
그사이.
다른 이들이 휴고를 쳐다보았다.
좌중의 이목이 자신에게 쏠리자 휴고가 당혹스러운 기색을 지었다.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셋입니다.”
“셋?”
하비에가 반문했다.
“네.”
휴고가 대답하며 시빌라, 런드월, 수잔을 돌아보았다.
“첫째.”
“…….”
“용의자인 차은성이 아직 서부 어딘가에 숨어 있을 가능성.”
“…….”
“둘째.”
“…….”
“방금 전 팀장님이 말씀하신 상황을 차은성이 유도. 해당 상황을 이용해 다시 살인을 하려는 가능성.”
휴고가 낭랑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계속 말했다.
“셋째.”
“…….”
“일부러 그런 상황을 야기하여 우리의 이목을 해당 상황에 붙들어 두고, 자신은 서부를 벗어나 타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
휴고의 말에 하비에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그중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하비에의 물음에 휴고가 돌아보았다.
“세 번쨉니다.”
“왜 세 번째지?”
하비에가 재차 물었다.
“첫 번째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낮습니다. 이미 돈 파블리코를 비롯하여 세 사람을 죽였습니다.”
“…….”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는 물론이고 서부 지역의 모든 경찰이 차은성을 지금 추적 중입니다. 심지어는 FBI도 추적 중입니다.”
“…….”
“그런데 계속 서부 지역에 숨어 있겠습니까?”
도주하였을 것이다.
휴고가 차은성의 이동을 돌려 말했다.
“흠.”
하비에가 침음을 흘렸다.
맞는 말이다.
휴고 건스백의 말대로 타 지역으로의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가능성이 다소 확률이 높긴 합니다만.”
휴고가 말하며 런드월, 수잔, 시빌라를 차례대로 한 명씩 돌아보았다.
“산토스, 돈 파블리코, 얀톤을 죽이고 이제까지 차은성은 이렇다 할 아무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
“만약 죽이려는 표적이 남아 있다면 차은성은 이미 움직였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까지 움직임이 없습니다.”
“…….”
“그건 서부에서 그자의 표적이 이젠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휴고가 확신의 눈빛을 띠었다.
“그리고 해당 상황을 이용해 서부를 떠나 타 지역으로 이동하고자 한다면.”
“…….”
“별다른 문제 없이 이동이 가능할 겁니다.”
휴고는 미 서부 지역의 모든 경찰과 FBI의 이목이 마피아 전쟁에 쏠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듯 말했다.
하비에가 동의하는지 가볍게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네. 그런데 차은성 그 친구는 말이야.”
하비에가 차은성에 관해 말했다.
마담 화이트와 세바스찬 박.
두 건으로 차은성과 얽힌 하비에 스와레즈였다.
“좋게 말하면 머리가 무척이나 명석하지. 나쁘게 말하면 아주 교활하고.”
“…….”
“사람들의 생각을 적어도 한두 수는 넘어서 생각해야 해.”
“…….”
“이쪽이다 싶으면 저쪽에 가 있지. 그 때문에 곧이곧대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생각하면 안 돼.”
“…….”
“한두 수를 더 내다봐야 차은성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
하비에의 말에 휴고, 시빌라, 런드월, 수잔이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비에와 달리 차은성과 얽힌 적이 없는 네 사람이다.
그런 이유로 차은성에 관해서는 하비에보다 아는 것이 적다.
하비에는 확신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산토스, 돈 파블리코, 얀톤 외에 차은성이 죽이고자 하는 이가 더 있었다면!”
“…….”
“차은성은 이미 움직였을 거야. 경찰이나 FBI의 이목 같은 것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인간이지.”
“…….”
“그런 자가 이제까지 움직이지 않았다면 죽여야 할 표적이 없다는 소리야.”
하비에는 그가 개인적으로 아는 차은성을 염두에 두고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마피아들의 전쟁과 차은성은 아무 상관이 없어. 과거라면 몰라도 지금은 퇴직한 전 요원일 뿐이야. 그런 차은성이 무슨 수로 마피아 전쟁을 유도할까?”
하비에는 차은성과 마피아들의 전쟁은 무관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휴고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운 좋게도…… 아마 마피아 전쟁을 이용해 미 서부에서 중부로 이동하려고 할 거야. 그건 그자에게 더 죽여야 하는 표적이 남아 있다는 말이 돼.”
“…….”
“표적이 없다면 타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곧바로 출국했을 거야.”
하비에는 차은성을 아주 잘 안다는 투로 말했다.
휴고, 시빌라, 런드월, 수잔은 말없이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네 사람은 하비에의 말투에 내심 어리둥절했다.
하비에가 계속 말했다.
“문제는 용의자인 차은성의 이동 경로야. 어디서 어떻게 어떤 방법이나 수단으로 이동하려고 할까?”
하비에가 눈을 반짝이며 시빌라를 바라보았다.
무언의 압박 내지는 독촉의 시선이었다. 하비에와 시빌라 사이에 뭔가 있는 듯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