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178)화 (178/208)

NIS의 천재 스파이 (178)

휴고 과장이 반발하듯 말했다.

“국장님. 상대는 지금 닥치는 대로 사람을 마구 죽이는 전직 한국 NIS 팀장급 요원입니다.”

“…….”

“제게 주신 그자에 관한 파일과 서류들을 보면…… 그자의 행보는 뚜렷한 목적성을 갖고 있습니다.”

“…….”

“그리고 자신이 목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과감하고 잔인하며 거리낌이 없습니다.”

“…….”

“그런 자를 추적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줄 아십니까?”

휴고 과장의 말에 필립 국장은 침묵했다.

“…….”

엄청 어려울 것이다.

전직이긴 하지만 한국 정보기관인 NIS의 팀장급 요원이었다.

충분하다 못해 넘치도록 교육 및 훈련 받았을 것이고, 출중한 능력을 인정받아 팀장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관련 경험이 매우 풍부할 것이다.

그런 용의자를 추적하는 것이 쉽다면 미국 내에 타국 스파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음…….”

필립 국장이 침음을 흘렸다.

휴고 과장이 말했다.

“용의자를 추적할 팀을 만든다면 그 팀의 일원으로 정보 분석을 해 줄 용의는 있습니다.”

“…….”

“하지만 제가 나서서 용의자를 추적, 체포 또는 사살하는 것은 무립니다.”

“…….”

“방첩 분야는 관련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요원이 맡아야 합니다. 저 같은 정보 분석이나 하는, 방첩 분야에 문외한에게는 맞지 않는 일입니다.”

“하긴, 자네 말도 일리는 있어.”

필립 국장이 수긍의 눈빛을 띠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정보 분석이라면 몰라도 방첩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리다.

휴고 과장이 말했다.

“관련 서류를 살펴본 바에 따르면, 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도,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을 죽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반인을 저격으로 사살하는 것도 문젭니다만.”

“…….”

“만에 하나 정부 요인이나 정계 관련 인사 또는 사회적으로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유명 인사가 그자에게 당해 죽는다면.”

“…….”

“언론이 아는 것은 시간문젭니다. 그리고 언론이 아는 순간 마구 떠들어 댈 겁니다. 그럼 일련의 모든 상황이 통제 불가능해집니다.”

“그럼?”

필립 국장이 반문하자 휴고 과장이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최대한 빨리!”

“…….”

“서둘러야 합니다. 무조건 빨리 용의자를 잡아야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를 잡기 어려워집니다.”

“…….”

“그 정도 능력의 이라면 자신을 추적해 올 수 있는 단서쯤은 충분히 없앨 겁니다. 그리고 시간을 주면 줄수록 모든 것이 그에게 유리해질 겁니다.”

휴고 과장이 앞에 있는 찻잔을 들었다.

그사이.

필립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야. 시간을 주면 줄수록 그를 추적하기가 어려워질 거야.”

휴고 과장이 차를 마시며 말했다.

“그래서 방첩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현재 어디서부터 어떻게 그를 추적해 나갈지.”

“…….”

“전문가가 방향을 빨리 잡아 줘야 합니다.”

휴고 과장의 말에 필립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긍하고 이해한다는 제스처였다.

―방첩은 관련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원칙이지만.

종종.

그 원칙을 망각하고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다.

휴고 과장은 냉정하게 판단했다.

자신에게 일임하여 용의자 차은성을 추적, 체포하거나 사살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방첩 전문가라는 사냥개가 필요하다.

자고로 사냥감을 추적하여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는 것이 바로 사냥개의 역할이다.

하면.

사냥꾼이 뒤늦게 달려가 사냥개가 붙들어 둔 사냥감을 사살. 사냥을 마무리 짓는다.

휴고 과장은 예의 사냥을 염두에 뒀다.

“일단, 웨더마이어 상원 의원에게 자네가 말한 것을 말해 보지.”

필립 국장이 말하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휴고 과장은 손에 쥔 찻잔을 내려놓으며말했다.

“그리고 CIA나 FBI 쪽에서 딴죽을 걸지도 모릅니다.”

“CIA와 FBI가?”

필립 국장이 반문했다.

“네, 그들은 항시 자신들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응당 용의자를 추적, 체포 또는 사살하는 것도 자신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국장님.”

“…….”

“저희 국무부 정보조사국이 끼어드는 것을 CIA나 FBI는 바라만 보고 있진 않을 겁니다.”

“하긴 CIA와 FBI가 그리 순순히 자네가 맡는 것을 용인할 기관이 아니지.”

필립 국장이 이해한다는 투로 말하며 휴고 과장과 생각이 같음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휴고 과장이 필립 국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적당히 CIA나 FBI와 타협해야 합니다. CIA, FBI와 날을 세우고 말다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옳은 말이야.”

필립 국장이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것은 차은성이라는 용의자를 추적, 체포하는 것이니깐.”

“…….”

“굳이 CIA, FBI와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어.”

필립 국장의 동의에 휴고 과장이 살며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씨익.

역시다.

휴고 과장의 상황 분석이 돋보인다.

필립 국장이 휴고 과장을 보며 내심 중얼거렸다.

‘이래서 휴고 과장에게 맡기려고 한 거군. 후후.’

필립 국장은 은근 기분이 좋았다.

웨더마이어 상원 의원에게 그가 국장으로 있는 국무부 정보조사국이 인정을 받은 것 같아 내심 무척 고무되었다.

한편.

휴고 과장은 재차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며 생각했다.

‘차은성이라……. 찜찜해!’

마음 한구석으로 진한 껄끄러움을 느꼈다.

한국은 미국에 있어 적잖게 친밀한 우방국이자 동맹국이다.

그런 한국의 전직 정보 요원이 위조 여권으로 미국 내로 입국. 사람들을 마구 죽인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명 뭔가 있어!’

휴고 과장은 차은성의 행위에 자신이 모르는 모종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더욱이 CIA가 너무 얽혀 있단 말이야.’

예의 이유에 어쩌면 CIA가 복잡하게 얽혀 있을지도 모른다.

차은성의 이전 부하들을 죽인 것도 그렇고. CIA의 SOG가 서울 한복판에서 한국 정보 요원을.

그것도 팀장급 요원을 암살하려고 한 것이 보기에 심상치 않다.

‘틀림없이!’

휴고 과장은 내심 불길했다.

국무성 정보조사국에 있으면서 각종 정보와 자료를 통해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자주 접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감이 발달했다. 그 감이 지금 말하고 있었다.

―얽히지 말라고!

―끼어들면 다친다고!

휴고 과장은 경험상 필립 국장이 맡기려는 차은성 관련 사건을 맡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CIA가 너무 얽혀 있어!’

휴고 과장은 우려했다.

필요 이상으로 자꾸 CIA가 얽혀 든다.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혹시라도 CIA가 감추고 싶은 모종의 치부가 차은성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휴고 과장의 바람대로 과연 될는지…….

*    *    *

사흘 후.

LA 도심의 한 고층 빌딩 공사 현장은 모든 것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건설용 대형 크레인이 바삐 최상층으로 각종 짐을 옮겼고 각층에 있는 이들은 내, 외장 작업으로 매우 분주했다.

그런데.

“으아아아아……!”

아스라이 긴 꼬리를 허공에 흘리듯이 한 줄기 긴 비명이 메아리쳤다.

최상층에서 누군가가 떨어졌다.

슈우우우우.

이내.

꾸우우웅.

육중한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크게 일었다.

현장에서 일하던 이들이 각자의 일을 멈추고 바삐 뛰어갔다.

이윽고.

그들이 흙먼지가 이는 곳에 이르러 본 것은 참혹하게 죽은 한 장년인의 시체였다.

나폴리 패밀리의 최고위 간부 중 한 명인 이탈로 갈비노.

이탈리아 마피아는 각 출신 도시를 중심으로 패밀리가 형성되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패밀리가 시칠리아 마피아이고.

시칠리아 마피아는 다시 시칠리아 섬의 각기 다른 중소 도시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크고 작은 마피아 조직들로 나뉜다.

즉.

시칠리아 마피아 조직은 시칠리아 섬에 있는 모든 마피아 조직의 연합 대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    *    *

당일 오후 14시. LA 이스트 버넌 에비뉴.

이탈리아 파스타 맛집으로 유명한 레스토랑 리에티.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입구에 서서 고객들을 응대 및 접대하는 직원 알비.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알비가 돌아서며 정중하게 말하려 했다.

“benvenu…….”

알비는 이탈리아어로 환영한다고 말하던 도중에 그만 멈추고 말았다. 엄청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을 동그랗게 치떴다.

두 눈과 코 아래. 그리고 입을 밖으로 드러낸 복면 마스크를 쓴 세 남자.

그들은 각기 자동 권총, AK47, AR15 계열의 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상상도 하지 못한 이들의 방문에 알비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너무 놀라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으며 순간 심신이 마비된 것처럼 우두커니 섰다.

권총을 소지한 이가 알비를 겨누더니 권총을 우로 젖혔다.

―비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알비가 급히 왼쪽으로 돌아서더니.

순식간에.

셰프의 추천 메뉴가 적힌 흑판을 받친 삼각대 뒤로 가 몸을 숨겼다.

*    *    *

잠시 뒤.

타타탕…… 투루루루루.

요란한 총성이 연이어 울렸다.

“꺄아악!”

“우아아악!”

“으아악!”

리에티에서 식사 중이던 남녀 손님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각자 앉아 있던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숨기거나 배를 바닥에 대고 몸을 납작 엎드렸다.

그사이.

세 명의 복면 사내가 황급히 리에티를 뛰쳐나갔다.

그러자 기다리던 한 차량이 재빨리 그들의 앞으로 다가와 섰다.

끼이익.

세 사내는 황급히 차량에 탑승했다.

차량은 이내 쏜살같이 앞으로 치고 나가더니 도로를 주행하며 빠르게 시야에서 멀어졌다.

*    *    *

얼브리 에비뉴.

이탈리아, 프랑스, 칠레 등지에서 수입한 와인을 취급하는 전문점 구비오.

쿠아아아앙.

천둥 같은 폭발음과 함께 구비오가 산산이 터졌다. 유리와 나무 등 각종 잔해가 사방팔방으로 날아갔다.

거의 동시에.

화아아아앗.

불길이 엄청난 기세로 사방으로 뻗치더니 주위 모든 것을 한입에 삼킬 듯이 맹렬하게 불타올랐다.

인도를 걸어가던 이들이 놀라 걸음을 멈추고 몸을 숙이는 한편 구비오를 돌아보았다.

한편.

도로를 따라 주행하던 차들이 너나없이 급히 서기 시작했다.

끼, 끽…… 끼익.

차창을 내리고 밖을 내다보는 차 안의 이들.

그들은 뭐라 말할 수 없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경악의 눈빛을 띠었다.

그리 오래지 않아.

애애애애애앵.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    *    *

막 퇴근하려던 던컨 허슬러는 로베르토가 급히 사무실로 들어와 보고하는 바람에 다시 상의를 벗고 의자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보고에.

“…….”

던컨은 입을 떡 벌리며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책상 앞에 서 있는 로베르토는 LA, SF, SJ, SD 등지에서 마피아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이 발발하였음을 급박한 목소리로 자세히 보고했다.

무엇엔가 쫓기는 듯한 모습의 로베르토였다.

던컨은 매우 심각한 얼굴로 묵묵히 로베르토의 보고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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