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175)화 (175/208)

NIS의 천재 스파이 (175)

현재 군사력으로 미국과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국가는 지구상에 없다.

러시아와 중국이 서로 동맹을 맺고 연합한다면 모를까?

‘결국! 미국이 전 세계를 먹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잖아.’

차은성은 경악이란 감정을 담은 눈빛을 반짝였다.

순간.

세계 통일 정부.

차은성은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생각하고 말았다.

새로운 세계 질서!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해골과 뼈의 모임처럼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결사 조직들이 오래전부터 추구해 왔던 것들 중 하나다.

―전 세계를 하나로!

“후우.”

차은성은 심호흡한 후 JK. 시먼스에게 물었다.

“조직의 핵심 멤버가 어떤 사람들이지?”

계속된 출혈로 의식이 무척 흐려진 JK. 시먼스가 힘없이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현 미국 대통령…… 외교 안보 수석…… 국방부 장관…… 보잉, 노스롭, 레이온…….”

시먼스는 한다하는 거물 인사들을 거론했다.

미국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등.

놀랍게도 국가 전반에서 지도자층에 속하는 이들 대부분이 AOA 멤버였다.

그들 중 조직 최고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정치 및 경제계의 거물들이었다.

‘결국, 지들 이권 때문에…….’

차은성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얼추 알 것도 같다.

군사력은 돈이라는 경제력의 뒷받침이 없으면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진다. 그런 이유로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이 향후 계속 유지되려면 압도적이고 막강한 경제력은 필수다.

또.

경제계 거물들의 경우.

계속 미국의 국가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경기가 죽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었을 것이다.

미국 경제가 잘못되면 그들 역시 잘못될 수밖에 없을 테니깐 말이다.

미국 경제가 잘 돌아가면 갈수록 그들의 이익 또한 그에 비례하여 증가될 것이다. 그러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미국 경제를 강화시켜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아마 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을 것이다.

과거 일부 국가에서 달러의 신뢰성을 문제 삼으며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축소하려던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달러 외에 대체 가능한 다른 기축통화가 마땅히 없어, 달러는 세계무역 질서의 중심축인 기축통화로 여전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더욱이 미국은 전 세계의 금을 장악.

은연중에 세계 금시장을 손아귀에 넣고 떡 주무르듯이 마구 주무른다. 그 때문에 몇몇 국가에서는 그런 미국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처럼 미국은 악착같이 자신들의 경제력을 지키고 강화시키려 한다.

세계를 무대로 독점적이고 우월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보유한 초강대국 미국.

사실상 전 세계 유일무이한 강대국으로서 세계를 마음대로 요리할 것이다.

방금 전 JK. 시먼스가 말한 새로운 질서, 세계 경영전략 보고서.

그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체계로 전 세계를 재편한다는 의도이자 계획이다.

해당 계획에서 배제된 국가는 처참하게 무너질 것이고. 미국과 경쟁 가능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는 졸지에 아르헨티나 꼴이 날지도 모른다.

세계 5대 부국에서 아홉 번의 국가 부도를 선언한 아르헨티나.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미쳤군, 미쳤어! 미국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는 거잖아.’

차은성은 내심 화가 치밀었다.

미국 우선주의. 아니, 아메리카 퍼스트니즘이라고 해야 할까?

미국 제일주의!

해당 이념이 지금 미국 정가에서 태동, 강력하게 정치 세력화 되는 모양새다.

그 점을 감안하면 AOA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해당 세계 경영전략 보고서의 내용을 실행에 옮기는지 잘 알 수 있다.

*    *    *

시간이 꽤 지났다.

차은성은 JK. 시먼스에게서 적잖은 정보를 얻었다.

출혈로 JK. 시먼스가 죽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은성은 일절 관련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

JK. 시먼스가 서서히 죽어 가도록 방치하며 계속해서 그에게서 각종 정보를 얻어 냈다.

의식이 갈수록 흐려지며 판단력이 떨어지고 심신이 매우 약해진 JK. 시먼스.

그는 차은성의 물음에 아는 것을 남김없이 말했다.

그를 죽이려 한 AOA.

JK. 시먼스는 차은성을 통해 AOA에게 간접적인 보복을 하려 했다.

그가 말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차은성이 AOA에 큰 피해와 손실을 안겨 주기를 바랐다.

JK. 시먼스는 그가 속한 조직에 차은성을 통해 빅 엿을 먹이려 했다.

그는 은연중에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차은성이 자신을 살려 줄 마음이 있다면, 총상을 감안하여 응급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차은성은 해당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죽어!

JK. 시먼스는 차은성의 의도와 무언에 흐릿한 자조적인 눈빛을 띠었다.

결국.

JK. 시먼스는 그리 오래지 않아 출혈 과다로 사망하고 말았다.

차은성은 의외로 엄청난 정보들을 획득한 것에 대만족하며 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가만히 두 눈을 뜨고 죽은 시먼스를 내려다보았다.

“자업자득이야. 날 원망하지 말라고. 응! 애초부터 그쪽이 날 건드리지만 않았어도. 아니지. 브뤼셀에서 3팀과 조영국 선배를 가만히만 놔뒀어도. 그 이전에 NIS와 협상에 나서기만 했어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아마 없었을 거야.”

차은성이 중얼거리며 왼쪽으로 돌아섰다.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시작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었지만, 결과는 결코 작지도 사소하지도 않다.

―세상일이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차은성은 걸어가며 새삼 그 말을 생각했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살기 위한 전쟁이자 적 AOA에게서 승리를 쟁취해야만 하는 전쟁이 시작된다.

―목숨을 걸고 싸워 목숨을 구한다!

영화 킹덤 오브 헤븐처럼…….

*    *    *

회의실 테이블 중앙에 던컨 허슬러가 앉아 있었고, 테이블 좌우에는 돈 파블리코 사건 관련 팀장들과 팀의 선임들, FBI 요원들이 앉아 있었다.

던컨의 정면.

벽을 통째로 가린 대형 모니터 왼쪽.

로베르토가 서서 오른손에 쥔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꾹.

그러자 모니터에 큼지막한 차은성의 얼굴이 나타났다.

로베르토가 모니터를 바라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코드명은 벌매입니다. 한국 이름은 차은성.”

“…….”

“얼마 전 퇴직한 한국 NIS의 팀장급 요원으로…… 요원 및 요인의 긴급 구조 및 구난 업무를 맡은 아르티펙스 팀의 팀장이었습니다. 저희 미국과는 이런저런…… 전 CIA 부국장인 JK. 시먼스와…… 현재 CIA의 요주의 감시 대상자 리스트에 올라 있습니다.”

로베르토가 차은성에 관해 설명을 이어 나갔다.

CIA로부터 넘겨받은 정보들 중 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할 몇몇 정보를 입에 올렸다. 그리고 미국과 얽힌 몇몇 작전 역시 입에 올렸다.

무엇보다도 JK. 시먼스가 이전 팀의 팀원들을 죽이며 차은성이 CIA에 매우 적대적인 성향이고.

그 때문에 CIA의 요주의 감시 대상자. 속칭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등재되어 있음을 말했다.

로베르토의 그와 같은 설명에 던컨과 FBI 요원들은 하나같이 놀람과 진한 당혹의 두 감정을 내색했다.

바람직하지 않다.

던컨과 FBI 요원들 모두 한국이 미국의 우방국이자 동맹국임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JK. 시먼스의 행위가 한미 외교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쳤는지도 충분히 짐작한다.

미친 짓이다!

동맹이자 주요 우방국의 정보기관에 속한 요원을, 한두 사람도 아니고 일개 팀을, CIA가 죽여 버리다니.

팀장인 차은성이 얼마나 CIA에 적대적일지 모를 수 없다.

로베르토가 던컨과 FBI 요원들의 기색을 살피며 다시 리모컨을 눌렀다.

꾹.

그러자 모니터에 있던 차은성의 큼직한 얼굴이 사라지고 노태준, 황민준, 김아름, 우형광의 얼굴이 나타났다.

“전 CIA 부국장이던 JK. 시먼스의 의뢰로 마담 화이트라 불리는 CIA 전속 살인 청부업자가…… 이후, 차은성이 미국 내에 있는 바운티 헌터와 살인 청부업자들에게…… 결국 마담 화이트를……. 해당 사건은 하비에 스와레즈 전 지부장이 직접 관여하셨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 FBI에 관련 정보 파일이 남아 있습니다.”

로베르토가 다시금 리모컨을 누르자 모니터에서 이전 팀원들의 얼굴이 사라지고 차은성과 아르티펙스 팀에 관한 CIA의 내부 평가 보고서가 나타났다.

로베르트가 던컨을 돌아보았다.

“보시다시피 위험도가 최고 레벨인 S랭커입니다. 해당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차은성은 대단히 위험한 자입니다.”

“…….”

“무모하면서도 치밀하고, 그런가 하면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과격하기도 합니다.”

“…….”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우 지능적이라 중국 쪽에서는 그를 귀신의 손에 빗대 ‘귀수’라고 부릅니다.”

“…….”

“CIA의 내부 평가서에 따르면…… 가능한 차은성을 자극하지 말라고…… 그와 관련된 작전에 있어 거리를 두라고…… 주의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로베르토의 말에 가만히 듣던 던컨이 일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이내 살이 몇 잡히고 주름이 나타났다.

―마음에 들지 않아!

던컨이 그런 속내를 넌지시 내비쳤다.

전임자 하비에 스와레즈가 차은성과 깊이 관련이 있는 일 때문에 좌천당했다.

그 점을 감안하면 CIA의 평가 보고서가 상당히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다.

던컨은 혹 자신이 전임자 하비에 스와레즈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까, 내심 불안해했다.

아닌 말로.

그 역시 차은성 때문에 좌천당할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던컨은 차은성에게 호의를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강한 적대감을 느꼈다.

*    *    *

좌우에 앉은 FBI 요원들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진한 꺼림과 주의의 눈빛을 띠었다.

“CIA에 따르면…… 요주의 감시 대상자인 차은성이 얼마 전 베트남 위조 여권으로 LA 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입국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로베르토의 말에.

“흑!”

“헉!”

요원들 사이에서 작은 헛바람 소리가 몇 들렸다.

로베르토는 헛바람 소리를 못 들은 척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현재 차은성은 CIA의 요주의 감시 대상자 리스트에 올라 있습니다. 그 때문에 입국 당시 CIA의 알려지지 않은 모종의 감시 시스템에 잡혔습니다.”

“…….”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아마 더 많을 겁니다.”

“…….”

“9.11 이후 우리 미국의 출입국 시스템이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로베르토가 말하며 앉아 있는 FBI 요원들을 힐금거렸다.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테러리스트에 대한 우려 때문에…… 출입국 시스템과 연동된 감시 시스템이 CIA와 몇몇 정보기관에 현재 구축이 되어 비밀리에 운용 중입니다.”

로베르토가 말하며 힐긋 던컨을 보았다. 아무래도 최고 책임자이다 보니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현재 CIA에서는 차은성이 입국한 후로 LA에서 있었던 사건, 사고를 조사 중입니다. 혹 해당 사건, 사고 중에 차은성이 연관되어 있는 것이 있지 않나 싶어…….”

로베르토가 전날 던컨에게 보고한 CIA의 이상 움직임을 돌려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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