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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173)화 (173/208)

NIS의 천재 스파이 (173)

전직 CIA 부국장답게 머리를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는 단연 으뜸이라고 말할 만하다.

하지만 실제 전투 상황에서 시먼스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아군의 전력을 갉아먹는 귀찮은 짐에 불과했다.

평소의 냉정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시먼스와 잭 커비는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달랐다.

직면한 상황을 판단하는 것 역시 달랐다.

상황에 따른 대처 또한 달랐다.

위기 상황에서 특정 한 사람의 진가가 드러난다!

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    *    *

차은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공격 대상인, 중무장하고 위장복을 입은 이들.

그들이 바닥에 배를 착 붙이고 엎드렸다. 그리고 도통 움직이지 않았다.

죄다 그렇게 엎드리는 바람에 저격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망원 조준경의 십자 선에 그들이 잡혀야 하는데, 전혀 잡히지 않는다.

‘그렇담.’

차은성은 중얼거리며 눈을 반짝였다.

예상했었다.

혹 저격 소총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에 준비한 것이 있다.

HK416 소총에 부착, 사용하는 유탄 발사기.

거기에 파편탄이나 집속탄과 같은 확산형 유탄이라면?

지면이 아닌 일정 높이의 허공에서 폭발한다면.

다수의 인명을 살상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    *    *

콰, 콰, 콰앙!

폭음에 이어.

“크아악!”

“아악!”

비명이 동시다발로 터져 나왔다.

저격만 생각하던 중무장한 이들. 그들은 설마 유탄 발사기로 자신들을 공격할 줄은 까맣게 몰랐다.

그 때문에 어처구니없게도,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고.

특정 반경 내에서 엎드려 있었던 관계로, 서너 번에 걸친 유탄 발사기 공격에 몰살당하는 것은 삽시였다.

*    *    *

밖에서 들린 폭음에 시먼스와 잭 커비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두 사람은.

홰, 홱.

창문을 돌아보았다.

잭 커비는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았다. 그럴 경우 자신이 저격수의 먹잇감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창가에 붙어 밖을 살피는 잭 커비.

경계 및 호위 병력들이 몰살했음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잭 커비의 얼굴이 참담함에 일그러지고 두 눈동자가 불안이란 진한 빛을 머금기 시작했다.

두렵다!

살아남은 이는 이제 자신과 시먼스, 단둘뿐이다.

둘이서 사지인 이곳을 벗어나 외부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해당 지원이 올 때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과연 지원 병력이 도착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    *    *

화르르…… 화르르르.

통나무집에서 돌연 불길이 치솟았다. 연막탄처럼 연기들이 무성하게 일어나 시야를 틀어막았다.

차은성은 그 광경에 눈을 반짝였다.

“호오.”

뜻밖이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머리를 썼다. 의외의 상황을 만들어 낸다.

JK. 시먼스. 그일까?

아니면.

그의 곁에 파악하지 못한 다른 이가 있는 걸까?

차은성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급히 망원경을 챙겨 들었다. 눈에 착 붙이며 줌 기능으로 불타는 통나무집과 주변을 확대했다.

적외선 모드를 염두에 두었지만, 통나무집을 태우는 불길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망원경으로 불타는 통나무집과 인근을 살핀 차은성.

대번에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이런!”

통나무집이 타면서 발생한 연기가 너무 자욱하다. 그 때문에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는 통나무집에서 누가 밖으로 나와, 도망을 쳐도 알 길이 없다.

틀림없이 예의 연기를 이용. 도주하려고 일부러 통나무집을 불태운 것 같은데.

“시먼스의 생각일까? 아님 다른 자가 있는 걸까?”

궁금해지는 차은성이다. 중얼거리며 의문의 작은 눈빛을 띠었다.

차은성은 서둘러 M24 저격 소총과 HK416 소총을 포함. 일련의 장비를 챙겨 들었다.

뒤쫓아야 한다.

시먼스가 단독 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현재 도주 중이라면 도주 방향은 뻔하다.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외부와의 통신, 지원, 마크트웨인 주립공원 인근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나 집 등.

안전과 외부 연락을 염두에 둔 도주로를 택할 것이 뻔하다. 그처럼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도주로는 몇 되지 않고 제한적이다.

“서둘러야겠군.”

차은성은 옆으로 돌아섰다.

시먼스와 누군가가 막 출발하였을 것이다. 그러니 서둘러 그들을 뒤쫓아야 한다.

그들에게 시간을 주면 안 된다.

시간을 주면 줄수록 그들과의 거리가 벌어진다. 그럼 그들을 잡아 죽일 수 있는 확률이 그에 비례하여 떨어진다. 그들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 된다.

차은성에게는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반드시!

기필코!

JK. 시먼스를 사살하거나 사로잡아야 한다. 그의 머리에 있는 AOA 관련 모든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    *    *

아직 날이 밝지 않은 새벽.

어두운 숲을 잭 커비를 선두로 JK. 시먼스가 한창 도주 중이다.

뛰는 잭 커비의 호흡은 상당히 안정되어 있었다. 고르고 규칙적인 호흡이 이어졌다.

구보 경험이 풍부한 것 같다.

반면.

잭 커비를 뒤따르는 시먼스는 호흡이 매우 불안정했다.

“헉, 헉.”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지 뛰며 거칠고 가쁜 호흡을 거듭했다.

잭 커비는 뛰며 간간이 시먼스를 뒤돌아보았다.

‘이런!’

낭패다.

자신이 깜빡했다.

호위해야 하는 JK. 시먼스.

그는 군 출신이 아니다. 군인이 아니란 말이다. 이제까지 늘 책상에 앉아 사무를 보던 이였다.

그런 시먼스의 체력을 고려했어야 하는 건데…… 급박한 상황에 그만 깜빡하고 말았다.

도주하는 속도를 자신이 아닌 JK. 시먼스에게 맞춰야 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 지금 뒤쫓아 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상의 적에게 따라잡히는 것은 금방이다.

틀림없이 미상의 적은 자신과 시먼스를 죽이려 할 것이다.

잭 커비는 뛰는 속도를 늦추며 생각했다.

최악의 상황!

잭 커비는 더 이상 선택이나 결정의 여지가 없는 궁지에 몰렸다!

내심 그렇게 판단했다.

자연스럽게 잭 커비의 머리에 사전에 지시받은 상부의 명령이 떠올랐다.

―최악의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잭 커비는 뛰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꽉.

잭 커비는 계속 뛰며 예의 명령을 생각했다.

‘어쩔 수 없나?’

이대로는 미상의 적의 추적을 뿌리칠 수 없다. 조만간 따라잡힐 것이다.

잭 커비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결정해야 한다.

잠깐 망설이더니.

잭 커비가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멈칫.

멈춰 선 잭 커비.

그사이.

다급하게 뛰던 JK. 시먼스가 잭 커비가 서자 그 역시 뜀박질을 멈추고 섰다.

“헉, 헉.”

JK. 시먼스는 상체를 숙이고 양손으로 무릎을 쥐며 급히 숨을 몰아쉬더니.

무엇인가가 생각난 듯 황급히 뒤돌아보았다.

뒤쫓아 오고 있을 미상의 적.

그 수가 몇 명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런 미상의 적에게 따라잡히면 죽는다!

죽고 싶지 않은 JK. 시먼스가 숨을 몰아쉬며 잭 커비를 바라보았다.

“커비!”

“…….”

잭 커비는 말없이 JK. 시먼스를 마주 보았다.

“왜 빨리 가지 않고…….”

말하던 JK. 시먼스.

말을 멈추며 눈을 휘둥그레 치떴다. 두 눈동자와 얼굴을 눈 깜짝할 사이에 대경이란 감정이 뒤덮었다.

“커, 커비…….”

JK. 시먼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동일한 감정의 눈으로 잭 커비를 바라보았다.

온몸으로 현실을 부정하는 JK. 시먼스였다.

어느새 뒤돌아서서 마주 보며 발터 P99로 JK. 시먼스를 겨눈 잭 커비.

“유감입니다. 부국장님.”

착잡하고 복잡한 감정이 녹아든 목소리였다.

“너, 너어…….”

시먼스는 잭 커비가 자신을 사살하려는 것에 엄청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매우 혼란스러웠다.

가장 믿었던 최측근 부하였는데. 급박한 상황에서 자신을 죽이려 하다니.

잭 커비가 예의 착잡하고 복잡한 감정이 녹아든 목소리로 말했다.

“지시가 있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부국장님을 보호하지 못하거나 피신시키지 못할 경우!”

“날 죽여라?”

시먼스의 반문에 잭 커비는 침묵했다.

“…….”

JK. 시먼스는 침묵했다.

진한 배신감에 몸을 가늘게 떨며 살고자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지금 상황은 사면초가에 다름 아니다.

뒤에서는 죽이려는 미상의 적이 쫓아오고, 앞에서는 믿었던 최측근 부하 잭 커비가 지금 자신을 죽이려 한다.

여기서 순순히 죽을 생각은 일절 없는 JK. 시먼스였다.

당황과 놀람의 감정을 추스르며 JK. 시먼즈는 냉정하게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사면초가의 현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필사적으로 생각하는 JK. 시먼스에게서 전직 CIA 부국장으로서의 관록이 엿보인다.

JK. 시먼스가 생각하는 동안.

잭 커비가 말했다.

“부국장님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계십니다.”

“…….”

JK. 시먼스는 말없이 이를 악물었다.

으득.

소속 조직 AOA가 자신의 머리에 든 것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입을 영구히 틀어막으려 함을 모를 수 없다.

JK. 시먼스는 물끄러미 잭 커비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조직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는데, 그 결과가 겨우 이런 것이었다니.”

허무하다!

JK. 시먼스가 온몸으로 그런 감정을 내색했다.

“유감입니다, 부국장님. 제게 허락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럼.”

잭 커비의 말에 JK. 시먼스는 포기한 듯 천천히 두 눈을 내리감았다.

‘적어도 고통을 느낄 시간은 없겠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총성과 함께 자신이 죽는 것은 찰나일 것이다.

JK. 시먼스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했다.

그때.

타……아……앙…….

한 줄기 긴 총성이 울렸다.

그 순간.

JK. 시먼스는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내리감고 말았다.

잭 커비가 방아쇠를 당겼다.

그렇게 생각했다.

JK. 시먼스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이제 죽는다!

그런데…….

‘응?’

이상하다.

JK. 시먼스는 내심 의아했다.

총알이 날아와 머리에 박혀야 하는데. 그 고통이 어느 정도는 느껴져야 하는데. 아무 느낌도 없다. 자신의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 같아 내심 어리둥절했다.

천천히.

JK. 시먼스가 실눈을 떴다.

눈에 보이는, 땅바닥에 너부러진 잭 커비.

JK. 시먼스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흠칫거렸다.

“커, 커비…….”

죽은 잭 커비의 모습에 JK. 시먼스가 자신도 모르게 그만 중얼거리고 말았다.

너부러진 잭 커비의 이마 정중앙에 9×19mm 파라벨럼 탄이 박혔다. 작은 구멍에서 줄줄 피가 흘러내리는 중이다.

누군가가 단 한 발로 잭 커비를 사살하였다.

놀라운 사격 실력이지만 JK. 시먼스는 해당 실력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미상의 적.

그들에게 자신이 따라잡히고 말았다. 누가 잭 커비를 죽였겠는가?

상황을 인지한 JK. 시먼스는 급히 오른쪽으로 돌아섰다. 본능적으로 도망치려는 그였다.

하지만…….

타앙…… 타아앙.

두 발의 총성이 울리자.

“악!”

JK. 시먼스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나동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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