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166)화 (166/208)

NIS의 천재 스파이 (166)

전쟁의 서막

동양인은 느릿느릿 담배를 피우는 차은성에게 걸어가며 소리쳤다.

“차가 고장 났습니까?”

차은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눈짓으로 차를 가리켰다.

그러자 동양인이 차를 돌아보았다.

“운이 없으시네요. 이런 곳에서 차가 고장이 나다니 말입니다.”

차은성은 가만히 말하는 동양인을 바라보았다.

접선 예정자다.

이윽고.

동양인이 차은성에게 다가와 섰다.

“차오라고 합니다.”

“…….”

“양 방주께서 무사히 도착하셨는지 무척 궁금해하십니다.”

차은성이 대꾸했다.

“보시다시피.”

“여기서 오래 머물 수는 없습니다. 바로 이동해도 되겠습니까?”

차오의 말에 차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접선은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잘 이루어졌다.

*    *    *

차은성은 레커차 조수석에 앉아 물끄러미 앞을 바라보았다.

“산토스는?”

차은성의 물음에 운전 중인 차오가 대답했다.

“……말리부 방면에 있는…… 주변이 고급 주택단지라…… 보안 시스템이 꽤 엄중합니다. 그리고 산토스가 고용한 무장 보디가드들이…….”

차오가 운전하며 차은성이 알고자 하는 산토스에 관한 정보를 말했다. 상당히 신경을 쓴 듯 상당히 상세한 정보였다.

차은성은 내심 만족스러웠다.

양에서는 아쉬움이 있지만, 질로는 나무랄 데가 없는 정보였기 때문이다.

*    *    *

LA 변두리에 자리한 공장 지대.

폐업을 알리는 푯말이 걸려 있는 한 폐공장 입구로 천천히 레커차가 다가갔다.

그러자 무선으로 조작되는지 입구를 막은 철제 셔터가 느릿느릿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로 말려 올라가는 셔터 아래로 탁 트인 내부 공간이 드러났다.

레커차가 이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셔터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    *    *

문을 열고 레커차에서 내린 차은성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구형 머스탱, 콜벳을 비롯한 몇 대의 중고차가 주차되어 있고 그 한편으로 모터사이클 두어 대가 세워져 있었다.

어느새 레커차에서 내린 차오가 서 있는 차은성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계시는 동안 사용하실 차들입니다…… 그 때문에 다량으로 팔린 중고차 위주로 준비해 두었습니다. 모터사이클의 경우…… 연료는 모두 풀로 채워 두었습니다. 그리고 차와 사이클에 열쇠가 꽂혀 있으니…….”

차오가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며 차은성에게 이르렀다.

“이쪽으로.”

그리고 아내 말하며 왼쪽으로 돌아섰다.

차은성은 차오의 말에 돌아섰다. 그리고 앞서 걸어가는 차오를 뒤쫓았다.

*    *    *

덜컥.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차오가 안쪽 문을 오른쪽으로 밀었다. 이어 바깥문을 위로 올렸다.

그러자 70~80평에 이르는 넓은 내부 공간이 시야에 들어왔다.

차오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설명했다.

“왼쪽에…… 지내시는 동안 드실 가공식품들, 컵라면, 통조림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전자레인지를 이용하여 데워 드시면…… 물은 정수기를 이용하셔야 합니다.”

차오가 왼쪽에 이어 오른쪽으로 돌아섰다.

“말씀하신 장비와 무기들입니다.”

차은성은 차오의 설명을 들으며 좌우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는 동안.

차오의 설명이 이어졌다.

상당히 공을 들였다. 필요로 하는 것을 거의 완벽하게 구비해 두었다. 덕분에 거처 밖으로 나갈 일이 거의 없을 것 같다.

차오가 설명을 끝맺으며 차은성에게 돌아섰다.

“그럼.”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들었다. 차은성은 말없이 마주 고개를 까닥였다.

양승조와 모종의 관계가 있는 차오다.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혹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만. 비상 상황이 생기면 바로 연락 주십시오.”

차오의 말에 차은성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차오가 돌아가고. 차은성은 샤워를 한 후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푹 한잠 잤다.

5시간 후.

오후 8시 무렵이 되었을 때 차은성이 잠에서 깼다. 일어나 씻은 다음 컵라면으로 배를 채웠다.

그리고 테이블에 앉아 차오가 준비해 둔 외장 하드를 케이블을 이용해 노트북에 연결했다.

그런 다음.

외장 하드에 있는 정보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곧 노트북 화면에 각종 정보가 떴다.

산토스의 주택 설계도면, 카메라를 비롯한 보안 시설, 보디가드 등.

산토스에 관한 전반적인 정보를 차은성은 몇 번이나 반복해서 살피고 읽으며 정보들을 머리에 담았다.

이후.

차은성은 무기를 확인했다.

레밍턴 모델 700 소총에서 파생된 미 육군 제식 저격 소총 M24. 망원 조준경과 양각대를 비롯한 부대 장비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M24 저격 소총은 다양한 탄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사용하는 탄환에 따라 사거리와 저격 정확성이 달라진다.

차은성은 M24 외에 다른 총기들도 확인했다.

그중 하나인 HK416.

빈 라덴을 사살한 데브그루 팀이 사용했었던 총기로 유명하다. 그 외에 인마 살상용 수류탄과 섬광탄 등 꽤 다양한 부가 장비라고 할 수 있는 기타 무기들을 추가로 살폈다.

차오가 많이 신경 썼음을 충분히 알 수 있는 무기들이었다.

차은성은 해당 무기의 탄약들 역시 꼼꼼하게 살폈다. 혹여 불발탄이 나오거나 약실에서 탄약이 걸리는 불량이 생기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실전에서 해당 상황은 죽음으로 이어진다.

그런 이유로 차은성은 무척이나 꼼꼼하게 바짝 신경 썼다. 생산 연도가 상당히 지난 것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 외에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았다.

차은성은 HK416에 소음기를 부착하고 탄창을 삽입했다. 그 외에 다른 총기들도 몇 챙겼다.

이후.

맥주 캔 몇 개를 챙겨 들고 차가 주차되어 있는 1층으로 내려갔다.

차은성은 총기의 상태와 총기의 가늠좌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층에서 실사격을 해 보았다.

퓨퓨퓨퓻.

소음기 덕에 M24 저격 소총의 총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사격 반동이 예상외로 적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탄환에 명중된 맥주 캔이 이리저리 튀고 맥주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차은성은 만족스러웠다.

이어.

HK416 소총을 쏴 보았다.

총성은 꽤 작았고 일반 소총들보다 반동이 작았으며,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명중률이 아주 높아 차은성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씨익.

흡족하다.

HK416의 상태는 좋았다. 별 이상이 없었다. 그동안 잘 관리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소지하고 이동하기에 무척 편했다. 유탄 발사기의 장착도 가능해 데브그루 팀이 왜 애용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차은성은 HK416 소총을 옆에 내려놓고 소음기를 끼운 글록을 쏴 보았다.

퓨퓨퓨퓨퓻.

사격 시 반동이 아주 적어 안정적인 연속 사격이 가능했다.

‘역시 글록이야.’

차은성은 사격하며 글록의 성능에 내심 만족했다.

무엇보다도 총기가 플라스틱 재질이라 가볍다. 덕분에 휴대성이 아주 좋다.

또한 성능 역시 신뢰할 수 있어 총을 다루는 대다수의 이들이 매우 선호한다. 그리고 현존하는 거의 모든 권총 탄을 사용할 수 있다.

17발들이 탄창도 탄창이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50발이나 100발들이 탄창을 사용할 수도 있다. 자동으로 놓고 당기면 기관총 못지않은 연사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이 과열되지 않고 사격에 무리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내구성이 아주 좋다.

실사격을 끝낸 차은성이 글록에서 빈 탄창을 뺐다.

“역시!”

경탄이 어린 작은 중얼거림을 흘렸다. 믿고 사용할 수 있는 글록이다. 언제나 든든한 만족감을 주는 명품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다.

씨익.

차은성은 매우 마음에 들어 입가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    *    *

차은성은 끼니를 챙겨 먹고 씻은 다음 24시. 자정에 알람을 맞췄다. 그리고 매트리스에 누워 잠을 청했다.

*    *    *

말리부 인근에 있는 고급 주택단지.

자정 무렵이라 도로에는 오가는 이도, 차량도 없었다.

단지 외곽에 자리한, 높은 담장이 둘러쳐진 한 주택.

풀이 있는 넓은 뜰을 셰퍼드를 데리고 건장한 두 남자가 일정한 주기로 돌아다녔다.

순찰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는 모습이었다.

돌연.

퍽.

깽.

셰퍼드가 작은 울음에 이어 바닥에 픽 힘없이 쓰러지더니 몸을 축 늘어뜨렸다.

“어?”

건장한 사내가 돌연한 셰퍼드의 죽음에 놀라는 사이.

퍽.

그의 이마에서 알아보기 어려운 작은 핏방울이 몇 튀었다.

털썩.

사내는 셰퍼드 옆 바닥에 힘없이 너부러졌다.

*    *    *

주택으로부터 600미터 정도 떨어진 한 능성.

주차되어 있는 구형 머스탱 보닛에, 양각대에 장착된 M24 저격 소총이 얹어져 있다.

차은성은 오른쪽 어깨에 개머리판을 대고 망원 조준경에 한쪽 눈을 바짝 붙였다.

적외선 기능이 켜진 망원 조준경의 십자 선에 산토스의 보디가드들이 잡힐 때마다 차은성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투, 퉁.

곧바로 사격 반동이 어깨로 전해졌다. 하지만 충분히 받아넘길 수 있는 반동이었다.

차은성은 차분하게 호흡을 이었다. 눈을 붙인 망원 조준경 십자 선에 표적이 잡힐 때마다 차은성은 호흡을 멈추고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퉁.

차은성의 저격은 수여 분 동안 이어졌다.

*    *    *

한참 후.

주택으로 숨어든 차은성은 거침없이 내부를 돌아다녔다. 머리에 쓴 야시경 덕분에 선명하게 내부를 볼 수 있었다.

*    *    *

2층 침실.

차은성은 소음기를 장착한 글록으로 문손잡이를 부수고 안으로 진입했다. 그러자 큼직한 킹사이즈의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침대로 다가가자 나란히 누운 두 남녀가 보인다.

맨몸이다.

밤새 그 짓을 하다가 곯아떨어진 것 같다.

차은성은 두 남녀를 향해 글록을 내밀며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퓻.

순간.

남자의 옆에 누워 있던 여자의 머리가 아주 살짝 들썩였다.

*    *    *

수십여 초 후.

산토스는 나체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양손과 두 다리는 케이블 타이로 단단히 의자에 결박되어 있다.

차은성은 앉은 산토스의 바로 앞에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았다. 그리고 글록으로 산토스를 겨누며 물었다.

“누가 날 죽이라고 의뢰했지?”

싸늘한 차은성의 목소리에 산토스가 일순 움칫하더니 겁먹은 눈으로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우리 바닥에서…….”

산토스의 말은 중간에서 끊겼다.

퓻.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긴 차은성이다.

대번에 산토스의 왼발 무릎에 총탄이 박히고 무릎 연골이 산산이 으깨지듯이 부서졌다. 그 고통에 산토스가 아주 크게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숙였다.

“으아아악!”

차은성은 산토스에게 말했다.

“니들 바닥에서 의뢰자를 말하지 않는 것이 룰이라는 건 알아. 하지만 난 알고 싶거든.”

차은성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난 그리 인내심이 많지 않아서 말이야. 이번에 묻는데 대답하지 않으면 난 주저 없이 네 이마에 총알을 박아 줄 거야. 아…… 그리고 일부러 그렇게 크게 비명을 지를 필요는 없어. 이 집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건 없으니깐 말이야.”

비명을 지르던 산토스는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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