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의 천재 스파이 (155)
삼합회의 여자들
한편.
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육소문의 가슴에 안긴 당우희는 차은성을 바라보며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누구지?’
못 보던 남자다.
양가의 사람은 거의 모두 다 아는데.
당우희는 차은성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런!’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시누이 양령이 지켜보고 있는데, 외간 남자인 육소문에게 안겨 있는 자신의 모습에 당우희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진한 수치심을 느꼈다.
그사이.
양령이 좌우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다들 뒤로 물러나.”
“네.”
두 심복 부하가 재빨리 대답하며 뒤로 물러났다.
당우희의 두 측근은 영문을 몰라 은근 허둥지둥했다.
그러다 양령의 두 심복이 뒤로 물러나는 모습에 그들 역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한편.
양령이 당우희를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언니?”
“전 괜찮아요.”
당우희의 대답에 양령이 육소문을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당장 안 떨어져!”
육소문은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난 또 누구라고? 오랜만이야. 양령.”
“육소문!”
“뭘 그렇게 화를 내! 서로 아는 처지에 말이야.”
“이!”
양령이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 잇몸을 드러내며 이를 악무는 모습이 화가 나도 이만저만 난 게 아닌 듯했다.
그러는 사이.
퍼, 퍼, 퍽.
차은성이 육소문의 두 부하를 상대하고 있었다.
단단히 작심한 듯.
일절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신속하고 정확하며 맹렬하게 육소문의 두 부하를 공격했다.
두 부하는 차은성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느렸다.
차은성이 움직이는 속도를 따라붙지 못했다.
덜미를 잡힌 것처럼.
여지없이 차은성의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퍼퍼퍼퍼퍼퍽.
가격성이 연이어 울렸다.
차은성의 양손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채 몇 번 가격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육소문의 두 부하가 힘없이 땅바닥에 풀썩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양령이 그 모습을 보곤 눈웃음쳤다.
‘역시!’
귀수라 불리는 차은성답다.
육소문의 두 부하를 상대로 피하거나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오직 공격밖에 없다는 듯.
수비를 도외시했다. 그런 차은성의 공격을 육소문의 두 부하는 감당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이런 병신들!”
육소문이 화내며 가슴에 안은 당우희를 우측으로 밀었다.
“억!”
당우희가 당황하며 몸을 비틀거렸다.
그 모습을 본 양령이 급히 불렀다.
“언니!”
당우희가 서둘러 양령을 바라보았다.
“난 괜찮아요.”
한편.
양령의 두 심복 부하와 당우희의 두 측근이 놀란 눈으로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육소문의 두 부하를 쓰러뜨린 차은성이다. 그럼에도 성이 차지 않는지. 차은성이 곧장 육소문에게 달려들었다.
삽시.
육소문과 차은성이 서로 주먹을 날리며 싸우기 시작했다.
휘, 휘익.
육소문은 권투를 했는지.
제법 체계적인 몸놀림과 동작으로 차은성을 상대했다. 양 주먹을 번갈아 뻗으며 차은성의 얼굴을 노렸다.
정면 스트레이트, 아래에서 치솟는 훅 등.
육소문은 꽤 다른 방향과 각도에서 주먹을 날렸다.
차은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양손을 올려 얼굴을 가드하지 않았고 몸을 이리저리 돌려 육소문의 주먹을 피하지도 않았다.
볼 것이 없다!
그렇게 무언으로 말하는 것처럼.
차은성은 저돌적으로 육소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휘익.
높이 차올리는 차은성의 오른발.
육소문의 가슴을 걷어차려는 것일까?
알아챈 육소문이 날렵하게 우로 몸을 틀었다.
페인트!
차은성은 육소문의 가슴을 노리지 않았다.
몸을 비틀며 오른발로 육소문의 얼굴을 내리밟듯이 찼다.
퍼억!
―발따귀.
택견에서 그런 명칭으로 불리는 발차기 기술이 육소문의 얼굴을 내리쳤다.
흡사 손바닥으로 뺨따귀를 친 것 같은 광경이었다.
“와악!”
얼굴을 가격당하자마자 육소문이 짧고 굵은 비명을 질렀다.
차은성의 오른발이 주는 충격에 육소문이 균형을 잃고 그만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차은성이 좌로 몸을 돌리며 눈 깜짝할 사이에 오른발로 육소문의 얼굴을 돌려 찼다.
퍼억.
육소문은 미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만 땅바닥에 너부러졌다.
털퍼덕.
그 모습이 보기에 매우 굴욕적이다.
발로 얼굴을 가격당한 것이 아니라 발바닥으로 뺨따귀를 얻어맞고 다시 얼굴을 가격당했다.
단순히 발로 육소문을 차는 것이 아니라 은근 굴욕감을 안긴 차은성이다.
이내.
자세를 바로 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섰다.
“일어나!”
차은성이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육소문에게 소리쳤다.
“이!”
육소문이 천천히 일어나며 죽일 듯한 눈으로 차은성을 노려보았다.
그가 몸을 바로 세우자마자 차은성이 재차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육소문이 고함치며 오른손을 높이 쳐들었다.
“이 개자식이!”
육소문이 성난 외침을 지르며 오른손으로 차은성의 얼굴을 내리쳤다.
허공을 가르며 뻗는 육소문의 오른손 주먹.
휘익.
차은성이 날렵하게 옆으로 돌아서며 육소문의 주먹을 피했다.
이어.
육소문의 가슴으로 안기듯이 몸을 날렸다.
아이스하키의 기술. 보디체크!
중국 권술에서는 ‘고’라 불리는 몸통 박치기가 일순간 육소문의 가슴을 때렸다.
쾅!
육중한 소리와 함께 육소문이 뒤로 튕겨 나갔다.
“아악!”
세 걸음 어림의 거리를 지난 육소문이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만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쿠당탕.
그 모습에.
차은성이 정자세를 취하며 소리쳤다.
“일어나!”
충격이 상당한지 육소문이 곧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으으…….”
육소문이 신음하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차은성은 그런 육소문을 바라만 볼 뿐 공격하지 않았다.
이윽고.
육소문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차은성이 다시금 달려들었다.
휘이익.
매우 신속했다.
‘즉각!’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차은성의 동작은 놀랍도록 빨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육소문에게 다다른 차은성이 양 주먹으로 육소문의 얼굴과 가슴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퍼퍼퍼퍼퍼퍽.
그때마다 육소문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뱉었다.
“아악…… 커억…… 흐으으…….”
육소문은 거듭된 충격으로 몸을 크게 휘청거렸다. 금방이라도 다시 땅바닥에 쓰러질 것 같다.
차은성은 그런 육소문의 목덜미로 왼손을 뻗었다.
덥석.
단단히 목덜미를 틀어쥐며 힘으로 육소문의 머리를 내리눌렀다.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한 육소문이 조아리듯이 고개를 숙였다.
차은성은 왼손으로 머리를 고정하고 말아 쥔 오른손 주먹으로 육소문의 얼굴을 가격하기 시작했다.
퍼퍼퍼퍼퍽.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는 어퍼컷이 눈 깜짝할 사이에 수여 회 반복되었다.
가격할 때마다 육소문의 머리가 들썩였다.
육소문은 차은성의 어퍼컷에 저항 한 번 하지 못했다.
살아 있는 샌드백이 되어 차은성이 치면 치는 대로 모두 다 허용했다.
양령이 그 모습을 보다 못해 차은성에게 소리쳤다.
“그쯤 했으면 됐어. 그만해!”
차은성이 양령의 말에 공격을 멈추고 목덜미를 잡은 왼손을 놓았다.
그리고 육소문을 뒤로 밀었다. 그러자 육소문이 힘없이 뒤로 자빠졌다.
풀썩.
육소문이 힘없이 땅바닥에 대자로 쓰러졌다.
차은성이 육소문을 잠깐 바라보더니 천천히 뒤돌아섰다.
“두 부하와 함께 차에 실어서 육가로 보내. 그리고…….”
차은성의 지시에 양령의 두 심복 부하와 당우희의 두 측근이 어리둥절해했다.
차은성이 누구에게 지시하는 것인지 몰라 그들은 의문의 눈으로 서로를 돌아봤다.
양령이 그들의 모습을 보고 당우희의 두 측근을 바라보았다.
“니들이 처리해!”
두 심복 부하는 여자다.
여자를 육가에 보내는 것은 좀 그렇다. 아무래도 남자가 가는 것이 모양새가 낫다.
육능.
사자방의 장로들 중 한 사람이자 육가의 가주다.
그는 여자를 상대하지 않는다.
여자로 하여금 육능을 상대하게 하면 육능이 자신을 모욕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남자가 육능을 상대하는 것이 좋다.
중국인들의, 아들과 대를 잇는 것에 대한 집착 이면에는 강한 남아 선호 사상이 있다. 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 *
당우희의 두 측근이 힘겹게 육소문과 그의 두 부하를 질질 끌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차은성은 가만히 서 있는 당우희에게 걸어가 섰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정중하게 인사하자 당우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깜빡였다.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당우희가 양령을 바라보며 무언으로 물었다.
―누구예요?
알아챈 양령이 픽 웃더니 당우희에게 윙크했다.
“은성이잖아요. 차은성.”
순간.
“아…….”
그제야 생각이 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당우희가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차은성은 당우희를 마주 보며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
한편.
양령이 천천히 차은성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솜씨. 녹슬지 않았네.”
차은성이 양령을 돌아보았다.
“언제부터 양가의 땅에 타 장로의 아들이 허락도 없이 무단으로 드나들었습니까?”
화난 목소리였다.
“내가 말했잖아. 상황이 많이 안 좋다고.”
양령이 대꾸하며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든든하다!
그런 속내를 가감 없이 내보였다.
그사이.
당우희는 가만히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두 눈동자에서 알아보기 힘든 묘한 작은 빛이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 * *
좌우로 육가의 이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
육능이 뒷짐을 지고 물끄러미 앞을 바라보았다.
두서너 걸음 떨어진 정면.
아들 육소문과 그의 두 부하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푹 숙였다.
세 사람의 뒤에 당우희의 두 측근이 서 있었다.
두 측근은 주위 분위기에 주눅이 든 듯 주변 눈치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육능이 천천히 물었다.
“내 아들을 누가 저렇게 만들었나?”
당우희의 두 측근이 움찔움찔하더니 우측에 서 있는 측근이 조심스레 대답했다.
“귀수입니다.”
순간.
서 있는 육가의 이들이 일제히 흠칫거렸다. 다들 놀란 기색을 지었다.
육능은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놀람, 당황 등.
몇몇 감정을 드러냈다.
육능이 반문했다.
“귀수가?”
“네.”
예의 우측 측근이 공손히 대답했다.
“으음.”
육능이 침음을 흘리더니 다시 물었다.
“왜?”
그러자 우측 측근이 다시 대답했다.
“양가에 무례하였고 양가를 모욕하였다!”
“…….”
“귀수가 그러 전하라 하였습니다.”
측근의 대답에 육능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입을 한일자로 다물고 아들 육소문을 바라보았다.
“운이 좋구나.”
육능의 말에 육소문이 푹 숙인 머리를 번쩍 들었다.
“아버지!”
얻어터진 흔적이 역력한 육소문의 얼굴이 한눈에 보인다.
육능이 말했다.
“귀수가 내 체면을 과하게 봐 주었구나.”
“아버지!”
육소문이 재차 부친 육소문을 소리쳐 불렀다.
육능이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예의 우측 측근을 보았다.
“수고 많았네.”
이어.
육능이 우를 힐금거리며 눈짓으로 당우희의 두 측근을 가리켰다.
“수고하였으니 정중하게 응분의 사례를 하도록 해.”
육능의 말에.
“예에, 가주.”
우측에 서 있는 이가 대답하며 머리를 깊이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