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154)화 (154/208)

NIS의 천재 스파이 (154)

“많은 걸 배웠지.”

“…….”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상대를 죽일 수 있는 필살의 급소라고 할 수 있는 사혈, 각종 단도 술, 중국 권술 등등.”

“다섯 장로는 은성이 널 인정해. 자신들의 공동 제자나 마찬가지고. 과거 항쟁에서 귀수라 불리는 남다른 실력을 발휘했으니까.”

“…….”

“은성이 네가 양자가 되고 소방주가 될 경우. 다섯 장로 중 그 누구도 추인을 거부하진 않을 거야.”

양령의 말에 차은성은 침묵했다.

“…….”

아무래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

“일단 아버지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확실하다면 아버지를 암살하는 건 무의미해져.”

“…….”

“흔한 말로 아버지를 암살하는 건, 널 사자방의 방주로 만들어 주는 거니깐.”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한 가지 결격 사유가 있어.”

“무슨?”

양령이 물었다.

“누나나 의부님이나…… 부계 모계. 공히 순수 중국 혈통이어야 삼합회의 입회식을 거쳐 조직원이 될 수 있어. 그게 삼합회의 오래된 전통이잖아.”

차은성은 자신이 순수 중국인이 아니라는 점을 돌려 말했다.

“그래서 나와 우희 언니가 필요한 거야.”

양령의 말에 차은성이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무슨 말이야?”

“순수 중국인이 아닌 네가 소방주가 되는 것을 다섯 장로 중 누군가가 아마 반대할 거야. 방도들 중에서도 반발하는 이가 상당수 있을 거고.”

“혹시, 반대하는 장로가 의부님을 암살하려고 하는 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어.”

“…….”

“나와 우희 언니가 네 여자가 되면, 네가 소방주가 되는 것에 대한 반발을 무마할 수 있어.”

“어떻게 무마한다는 거야?”

“너도 알잖아. 우리 중국인들의 데릴사위 풍속.”

“말도 안 돼!”

차은성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말이 돼!”

양령이 힘주어 말하며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은성이 네가 방주가 되지 않는 대신. 나나 우희 언니가 낳은 아들, 장자로 하여금 우리 양가의 대를 잇게 하고 차기 사자방의 방주로 삼겠다는 절충안!”

“장로들과 방도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그 절충안이 통할 것 같아?”

“…….”

“어림없어!”

“…….”

“사자방과 함께 대만 3대 조직에 속하는 패도맹이나 황하회가 얼씨구나 좋다 할 것 같아?”

“…….”

“보나 마나 뒤에서 사자방 내부의 반발 세력과 손잡고. 끝까지 내가 순수 중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물고 늘어지며 반대할 거야.”

차은성이 눈을 반짝이며 양령을 보았다.

“왜?”

“…….”

“의부님 사후에 주인 없는 사자방을 한입에 꿀꺽 삼킬 수도 있는 다시없을 기횐데. 어떻게 그 기회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겠어?”

“…….”

“그리고 홍콩 삼합회도 옳다구나 하고…… 순수 중국 혈통을 빌미로 다시 항쟁을 시작하려고 할 거야.”

차은성의 말에 양령이 침묵했다.

뭐라 반박할 수가 없는지 곤혹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삼합회의 전통이 고리타분하긴 하지만. 그래도 해당 전통은 지난 수백여 년 동안 잘 지켜져 왔어. 그 전통을 이제 와서 누가 깨려고 하겠어?”

차은성의 물음에 양령이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

“…….”

“전통을 들먹이면 문제가 되긴 하겠네.”

양령이 차은성의 말을 순순히 인정했다.

―전통의 고수!

그것은 중국인에게는 세상 그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양보라는 것도 없다.

양령이 가만히 차은성을 보더니 살며시, 아주 천천히 미소 짓기 시작했다.

씨이이익.

이내.

양령이 말했다.

“그런데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하더라고.”

차은성은 양령을 돌아보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턱도 없다!

차은성이 그런 감정을 내보였다.

“은성이 널 순수 중국인으로 만들어 버리면 간단하게 해결이 돼.”

“뭐?”

양령의 말에 차은성이 깜짝 놀랐다.

어처구니가 없다!

그걸 누가 믿는다고. 말도 안 되는 짓이다.

“그런 터무니없는 짓이 먹힐 것 같아? 누나!”

“먹힐걸!”

양령이 태연하게 대꾸했다.

차은성은 얼토당토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나. 만약 그랬다가 들키는 날에는 전 삼합회가 사자방의 적이 될 거야. 그럼 사자방이 얼마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해?”

양령은 은근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서류상으로 하자가 없는 완벽한 순수 중국인.”

“…….”

“신원보증인은 마카오 죽림방의 방주 화용진 대인.”

“…….”

“은성이 네 신원을 의심하는 건 화 대인을 모욕하는 것이 되지, 아마.”

이어진 양령의 말에 차은성은 기가 막혔다.

“말도 안 돼!”

“말이 돼!”

양령의 눈이 반짝였다.

“방도들에게 귀수란 존재는 전설적인 선배거든. 우리 사자방의 감추어진 비밀 무기쯤으로 방도들이 생각한다고.”

“…….”

“다들 엄청 존경하고 있지. 그런 귀수가 순수 중국인이라고 하는데. 그걸 부인할 방도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자신만만한 양령이었다.

차은성은 한숨을 쉬며 다시금 수면을 내려다보았다.

“무리하지 마! 무모해. 그런 무모한 수를 두다가는 역으로 당해.”

“은성아!”

“더 이상 그 말은 하지 마, 누나. 나는 조만간 내 목숨을 걸고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 해. 그 전쟁에서 십중팔구는 죽을지도 몰라. 그런데 그런 나더러 누나와 형수를 책임지라고?”

차은성은 말도 안 된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순수 중국인으로 위장하면서까지 그러고 싶지 않아. 한마디로 노 탱큐야!”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은성아. 넌 나나 우희 언니가 마음에도 없는 남자와 강제로 결혼하는 꼴을 보고 싶니? 응!”

양령이 사정조로 말했다.

어이없게도 은근 차은성의 동정을 구하는 그녀다.

차은성은 침묵했다.

“…….”

“나나 우희 언니에게 요즘 치근덕거리는 놈이 한두 명인 줄 아니?”

“…….”

“죄다 나와 우희 언니를 빌미로 사자방을 어떻게 해 보려고 혈안이야.”

“…….”

“내가 오죽하면 은성이 네게 그런 말까지 하겠니?”

“…….”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이 적으로 보여.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

“이대로 가면 아버지가 언제 암살당할지도 몰라! 은성아!”

양령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쳤다.

그녀의 두 심복 부하가 예의 외침에 놀란 듯 동시에 몸을 움찔거렸다.

양령의 외침에 차은성이 흠칫했다.

‘상황이 그 정도로 안 좋은가?’

걱정이 된다.

자신이 가진 미국 화교 조직과의 연결 고리는 양승조가 유일하다.

그런데 만에 하나, 양승조가 덜컥 암살당해 죽어 버린다면 화교 조직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의부님을 지켜야 하나? 나란 인간도 참.’

차은성은 씁쓸했다.

자신의 이익 때문에 양승조를 이용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리고 양승조가 암살당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양승조의 도움을 꽤 받았다.

마카오 죽림방 화용진과의 만남도 그렇다.

마카오에서 무기 밀매업자와 거래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양승조 덕분이다.

상당한 마음의 빚이 있다.

“음…….”

차은성이 침음을 흘리며 물끄러미 수면을 내려다보았다.

‘도움을 받으러 왔다가 오히려 도움을 주게 생겼어. 훗.’

마음속으로 실소하며 어이없어했다.

흔한 말로 혹을 떼려고 하다가 혹이 붙어 버린 격이다.

‘어떻게 한다?’

차은성은 내심 숙고했다.

이대로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좋을까?

양승조와 사자방의 현 위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양령과 당우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까?

차은성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차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    *    *

얼마 후.

정원 입구 앞에서 두 남녀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서로 마주 보고 서서 거친 대화를 이어 나가는 남녀.

사자방의 다섯 장로 중 한 사람인 당항의 딸이자 방주 양승조의 유일한 며느리이며 사자방의 고문 변호사인 당우희.

역시 다섯 장로 중 일인인 육능의 아들인 육소문.

두 남녀의 수행원인 네 남자가 서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곤혹스러운 눈으로 당우희와 육소문을 바라보았다.

눈에 보이는 당우희와 육소문이 만들어 내는 난감한 분위기.

네 남자는 서로 눈치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 혼란스러워했다.

한편.

“글쎄. 안 맡는다고요.”

당우희가 목청을 높였다.

“당 변호사. 수임료는 확실히 챙겨 준다니까.”

육소문이 금전으로 당우희를 유혹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만 가세요.”

당우희가 매몰차게 말하며 뒤돌아섰다.

그러자 육소문이 재빨리 당우희에게 다가섰다.

그러곤 당혹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오른손으로 당우희의 왼 손목을 낚아챘다. 손아귀에 힘주어 당우희의 손목을 단단히 쥐었다.

“우희야!”

육소문이 소리쳤다.

당우희가 멈칫하더니 손목이 아픈지 얼굴을 찌푸렸다.

“당장! 손 놔요!”

당우희가 아픔을 참으며 성난 눈으로 육소문을 돌아봤다.

“맡는다고 말하면! 놓을게.”

육소문의 말에.

“안 맡는다고요!”

당우희가 언성을 높였다.

“내가 부탁하잖아!”

“정말!”

당우희가 왼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여자의 몸으로 건장한 사내인 육소문의 힘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 모습에 당우희의 측근인 두 남자가 급히 나섰다.

“놓으십시오.”

“이 무슨 무롑니까?”

당우희의 측근들이 소리쳤다.

그러자 그에 대응하듯이 육소문의 부하인 듯한 두 남자가 나섰다.

“멈춰.”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들은 당우희의 두 측근을 위협했다.

사나운 기세를 자랑하듯 흘리며, 여차하면 피를 볼 수도 있다고 무언의 위협을 가했다.

그러자 당우희의 두 측근이 움찔움찔했다.

봐하니 사무 계통의 이들 같다.

육소문의 두 부하와는 달리, 삼합회에 속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당우희의 두 측근이 기죽은 듯 주춤거렸다. 은근 육소문의 두 부하를 꺼리는 눈빛을 띠었다.

그사이.

당우희와 육소문 사이에 신경질적인 실랑이가 오갔다.

“놔요!”

당우희는 화냈다.

육소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 말 좀 들어 봐!”

당우희의 손목을 잡은 손아귀에 더 힘주며 끌어당겼다.

당우희는 그 힘을 당해 낼 수 없었다.

“어머!”

당혹성을 흘리며 힘없이 육소문의 가슴으로 끌려갔다.

육소문이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왼손으로 당우희의 허리를 두르려 했다.

그 순간.

“멈춰!”

엄청 분노한 외침이 들렸다.

다들 멈칫하더니 외침이 들린 정원 입구를 바라보았다.

성난 눈빛을 희번덕이며 빠르게 걸어오는 한 사람.

차은성.

뒤이어 걸어오며 온몸으로 살의를 확확 풍기는 양령.

그녀의 뒤에서 빠른 걸음을 내딛는 양령의 두 심복 부하.

*    *    *

이윽고.

육소문 앞에 이르러 선 차은성이 서리처럼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그 손 놓고, 뒤로 세 걸음 물러서!”

육소문이 비아냥거리듯 실소했다.

“풋.”

애송이!

차은성을 그렇게 생각하는지.

육소문이 두 부하를 돌아보았다. 눈짓으로 차은성을 가리켰다.

―손봐 줘.

육소문의 무언을 알아챈 두 부하가 천천히 차은성에게 다가갔다.

“넌 뭐야?”

“어디서 나서!”

두 부하가 차은성을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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