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153)화 (153/208)

NIS의 천재 스파이 (153)

“뭐라고 말했을 것 같아?”

양령의 물음에 차은성은 돌아보지도 뭐라 말하지도 않았다.

시선을 수면으로 주며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난 관심 없어.

그렇게 무언으로 말하는 모습이었다.

“재미없게.”

양령이 흥미를 잃은 듯 중얼거리며 돌아섰다. 난간에 기대서며 양령이 왼쪽을 돌아보았다.

“담배.”

양령의 두 심복 부하 중 한 여인이 가까이 다가섰다.

양령은 부하가 건네는 담뱃갑과 라이터를 받아 들었다.

담배를 피우려 한다.

그사이.

차은성이 양령을 돌아보았다.

“나도 한 개비.”

양령이 멈칫하더니 차은성을 돌아보았다.

“너, 끊었잖아?”

양령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회사에서 잘린 후로 다시 피우게 됐어.”

차은성이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흣.”

양령이 실소하며 차은성에게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

“금연이 어렵긴 엄청 어렵지.”

양령이 말하며 미소 지었다.

차은성은 양령이 건네는 담배를 받아 들자마자 입에 물었다.

이어.

양령이 라이터를 켜더니 차은성에게 내밀었다.

차은성은 고개를 내밀었다.

이내.

불이 붙고.

차은성이 담배를 깊이 빨았다가 하얀 담배 연기를 뿜었다.

후우우우.

한편.

양령이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며 손에 쥔 담뱃갑과 라이터를 부하에게 내밀었다.

이내.

부하가 담뱃갑과 라이터를 받아 들었다.

양령이 담배 연기를 뿜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좋다고 하더라고.”

차은성은 담배를 피우며 몸을 돌리고 물끄러미 수면을 내려다보았다.

무반응!

일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차은성이 정보 요원으로서의 아주 각별한 교육 과정과 훈련을 거쳤음을 충분히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양령이 계속 담배를 피우며 차은성을 힐긋거렸다.

“역시네. 한국 NIS의 요원 훈련 과정이 참 궁금해지네.”

“…….”

“은성아. 나중에 우리 애들 연수 보낼 테니 잘 훈련시켜 주지 않을래?”

“애들 다 죽일 작정이 아니라면 연수 보낼 생각 하지 마.”

“어머, 살벌하다, 얘.”

“빈말 아니야. 나도 교육받다가 몇 번 죽을 뻔했었어.”

차은성의 말에 양령이 흠칫했다.

“진짜?”

“응. 우리 교육, 장난 아니야, 누나. 북쪽 애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 봐.”

“하긴. 그도 그러네. 인간 같지도 않은 북쪽 사람들을 상대하려면 그에 걸맞은 요원들이 있어야겠지.”

양령이 이해한다는 투로 말하며 궁금하다는 속내를 내보였다.

“교육 과정이 어떻기에 우리 괴수가 살벌하게 말할까?”

차은성이 말했다.

“죽을지, 살아날지…… 한번 보자고 내 심장에 총을 쏘더라고.”

순간.

양령이 자신도 모르게 피우던 담배를 발치로 툭 떨어뜨렸다.

엄청 놀란 표정을 지으며 홱 차은성을 돌아보았다.

“리얼?”

“리얼.”

“…….”

“삼촌이 날 처넣은 곳이 해군 728 부대였어.”

차은성의 말에 양령이 즉각 소리쳤다.

“미, 미친!”

차은성이 담배를 피우며 양령을 돌아봤다.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보네, 누나.”

“기록을 본 적이 있어. 겨우 두 줄.”

“타이완 군사 정보국도 꽤 하네. 그 정도의 정보도 획득하고 말이야.”

“거기 사망률이 99.7%라고 하던데.”

“맞아. 부대원들 모두 고아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NIS가 선발. 최정예 요원으로 교육시키는 부대야. 뭐, 공식적으로는 해군 소속으로 부사관 양성 학교지만.”

“고아 출신이라…… 사고로 죽어도 뭐라 말할 사람 없겠네.”

“없어. 완벽한 비밀 유지가 가능하지. 웃기는 것은 실전 훈련 시킨다고…… 딱 1년 되던 날에 정찰 임무를 부여하며 북한 남포항에 침투시키더라고.”

“아주 제대로 미쳤구나. 서해안 북한 해군 사령부가 있는 군항에 요원들을 침투시키다니.”

“그러게 말이야. 죽으면 죽는 거고. 살아 돌아오면 살아 돌아오는 거고. 사망률이 왜 99.7%겠어.”

“…….”

“……그러다 어느 날…… 북한 남포항 인근에서 깽판을 치는 바람에…… 어떻게 처리했는지 모르지만, 신문에 관련 기사 한 줄 안 나더라고. 뭐, 북한 애들이야 정전위원회를 통해 온갖 항의를 다 하긴 했는지. 씨알도 안 먹히긴 했지.”

“…….”

“지옥이었어. 그때 그곳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죽여 봤어.”

차은성은 말하며 회한의 눈빛을 띠었다.

양령은 의외로 침착했다.

눈을 반짝이며 차은성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타이완 군사 정보국 요원다운 모습이었다.

“…….”

“중상을 입어, 도저히 데리고 복귀할 수 없었어. 천생 죽여야 하는데. 같이 훈련받고 침투했던 녀석들이 주저하더라고. 도저히 죽일 수 없는지 다들 어쩔 줄을 모르는 거야.”

차은성의 말에 양령이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우. 그래서 네가 죽였니?”

“응.”

차은성이 피우던 담배를 수면으로 툭 던지고는 양령을 돌아보았다.

“나중에…… 혹시라도…….”

차은성이 상의 단추를 풀더니 오른쪽 어깨를 드러냈다.

이어.

어깨를 양령에게 내밀었다.

“이런 문신 가진 놈을 만나면 무조건 도망쳐.”

차은성의 말에 양령이 어깨 문신을 보았다.

―728.

세 개의 숫자가 새겨져 있고 그 아래에 여섯 개의 일련번호가 있다.

차은성이 다시 상의를 바로 입으며 말했다.

“도저히 도망을 칠 수 없거든. 방금 보여 준 문신 아래의 일련번호를 말해 줘. 그럼 최소한 한 번은 살려 줄 거야.”

“어이가 없네. 어이가 없어.”

양령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NIS가 과거 대북 침투 부대를 몇 운영했다는 정보를 얼핏 듣긴 했지만…….”

차은성이 말한 728 부대가 혹 대북 침투 부대 중 한 곳이 아닐까?

양령이 내심 그렇게 의심하는 눈치다.

“내 기수에 나와 함께 부대를 나온 놈들이 모두 셋이야.”

“…….”

“하나같이 살인 병기야. 혹시라도 내가 보여 준 문신 관련 사건이 생기면 무조건 손을 떼. 안 그럼, 관련자들 죄다 죽어.”

“그런 정보를 내게 막 말해 줘도 되는 거니?”

“난 이미 퇴직자야. 회사에 의리 지킬 생각 없어.”

“강제 퇴직 당했다고 너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니?”

“퇴직자 무서운 줄 알면 평소에 요원 관리 잘해야겠지.”

차은성의 말에 양령이 핀잔조로 중얼거렸다.

“하여튼.”

“…….”

“어쩐지. 아르티펙스가 이름을 날리더라니. 다 이유가 있었구나.”

“확실히 군사 정보국이 한국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야.”

“당연히 관심이 있지. 한때 동북아에서 KGB도 니들이라면 학을 뗐잖아.”

“북한 애들도 대단해. 옛날과 많이 달라. 주의해, 누나.”

“북쪽 애들이 대단한 건 우리도 알지. 죄다 인간 병기들이니깐. 하긴 그 점을 생각하면 한국이 인간 병기들을 양성하는 이유가 이해되기도 해. 그런 과정을 거쳐 요원을 키우지 않으면 북한 애들과 어떻게 정면으로 붙겠니.”

“잘 아네. 누나.”

“그러고 보면 한국이나 북한이나…… 왜 그렇게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인 건지.”

“사돈 남 말 하네. 북경과 타이완도 우리 못지않거든!”

차은성의 대꾸에 양령이 실소했다.

“풋. 하긴 그래.”

양령이 말하며 차은성을 힐금거렸다.

“은성아.”

“왜?”

“우희 언니와 나 말이야.”

양령의 말에 차은성이 다시 수면을 내려다보았다.

“관심 없어. 죽을지 살지도 모르는 처지에 무슨!”

양령이 차은성을 돌아보았다.

“그렇게 말할 게 아니라, 상황이 심각해.”

“심각하다고?”

“응.”

양령이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없어. 즉, 대를 이를 후계자가 없다는 소리지……. 만약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덜컥 잘못되시면 사자방은 한순간 허공으로 붕 떠 버려.”

“…….”

“아닌 말로 아버지만 제쳐 버리면 누구나 방주가 될 수 있다는 달콤한 욕망에 사로잡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상황이야.”

양령이 매우 걱정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장로들이 있잖아. 장로들의 추인이 없으면 방주가 될 수 없잖아.”

“지금 그 장로들이 차기 방주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양령의 말에 차은성이 흠칫했다.

장로들이 차기 방주를 노리고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위험하다!

차은성이 서둘러 말했다.

“그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어.”

“두어 번 정도 아버지가 죽을 뻔했었어.”

양령의 말에 차은성이 깜짝 놀랐다.

“뭐?”

양령이 계속 말했다.

“아버지가 왜 은성이 너를 양자로 입적시키려고 하시겠니?”

“사자방 내부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감히 방주를 암살하려고 하다니.”

“조금 전에 내가 뭐라고 말했어! 아버지만 없으면 사자방의 방주 자리는 공석이라고, 공석!”

양령이 강조했다.

사자방의 방주가 되고 싶은 야욕을 가진 자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양승조만 죽여 없애 버리면 사자방의 방주가 될 수 있다!

그것처럼 달콤한 유혹도 아마 없을 것이다.

“방주를 죽인 자가 차기 방주가 되려는 것을 다른 장로들이 과연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까?”

사자방에는 다섯 명의 장로가 있다.

그중 한 장로가 배신을 때리고 양승조를 제거한 후 방주가 되려고 할 경우.

다른 네 장로가 시기심에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차은성이 그 점을 입에 올렸다.

양령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통성이나 확실한 명분을 내세우면 다른 장로들이 추인을 거부하기 어려워.”

명분!

차은성은 그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 명분 없이 반대를 한다면, 역으로 다른 장로들이 궁지에 몰릴 수 있다.

추인을 거부할 경우. 방도들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을 내세워야 한다. 그래야 추인 거부가 설득력을 갖게 된다.

차은성이 생각하는 사이, 양령이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나나 우희 언니를 이용하면 아버지의 뒤를 잇는다는 명분 정도는 가볍게 손에 쥘 수 있어.”

차은성이 일순 움칫했다.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양령이나 당우희를 강제로 아내로 맞을 경우.

전 방주 양승조의 대를 잇는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그럼 장로들의 추인 거부가 힘을 잃게 된다.

더욱이 차기 방주 자리를 노리는 자가 다섯 장로 중 한 사람이라면.

‘사자방의 방주가 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

차은성이 눈을 반짝였다.

필시 이면에서 다른 장로들과 모종의 협상을 할 것이 자명하다.

“의부님을 암살하려는 자들이 다섯 장로들 중 한 사람이란 게 확실한 거야?”

“틀림없어!”

양령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타이완 군사 정보국 요원이다.

2차 항쟁 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군사 정보국 역시 대만 삼합회 내부 동향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양령의 정보력으로 누가 배신자인지 알아내지는 못한 모양이다.

다만 대략적인 윤곽만을 잡은 것 같다.

양령이 계속 말했다.

“다섯 장로 중 한 사람인 것은 분명한데. 누구인지는 모르겠어. 나 나름 알아보았지만 오리무중이야.”

양령이 힘들다는 기색을 지으며 차은성을 돌아보았다.

“은성이 넌 다섯 장로와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지?”

양령의 물음에 차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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