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144)화 (144/208)

NIS의 천재 스파이 (144)

시먼스가 느긋하게 말했다.

“상관없어. 중요한 것은 하트를 제거할 수 있는 명분이야.”

시먼스의 말에 커비의 눈이 반짝였다. 시먼스가 무엇을 노리는지 알기 때문이다.

시먼스 부국장은 하트의 목을 단숨에 내리치려고 한다.

커비는 입을 다물고 천천히 시먼스에게 머리를 숙였다.

시먼스는 흔들의자에 앉은 채 무심히 벽난로를 바라보았다.

미쳐 날뛰는 차은성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피 흘리며 죽어 가는 하트의 모습도…….

‘훗. 하트를 잡기 위해서 차은성을 이용한다? 나쁘지 않아.’

시먼스 부국장은 자신의 계획에 꽤 마음이 흡족했다.

*    *    *

이른 새벽.

2차장 선우종이 일단의 무장 요원과 함께 경찰청을 방문했다.

*    *    *

얼마 후.

임범철 국장이 앉아 있던 소파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십시오.”

선우종이 빠른 걸음으로 임범철 국장에게 걸어가 서더니 오른손을 내밀었다.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별말씀을요.”

임범철 국장과 선우종이 악수를 한 후 손을 뗐다.

“자아, 앉으시죠.”

임범철 국장이 손짓으로 우측 소파를 가리켰다.

“감사합니다.”

선우종이 정중하게 말하며 소파로 가 앉았다.

잠시 뒤.

정복을 입은 여경이 들어왔다 나갔다.

임범철 국장이 선우종을 보았다.

“딱히 대접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2차장님.”

“아닙니다. 사과 주스면 충분합니다.”

선우종이 매우 호의적인 눈빛을 띠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찰청 정보국장인 임범철과 그의 부하들이 CIA SOG 요원을 둘이나 체포. 신병을 확보했다.

대박!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다.

선우종이 주스를 몇 모금 마신 후 임범철 국장에게 물었다.

“어떻게 체포하신 겁니까?”

경찰이 SOG 요원들을 체포한 것이 내심 신기한 눈치다.

역으로 SOG 요원들에 의해 경찰이 당했다면 수긍이 가지만.

반대로 SOG 요원들이 경찰에 체포되다니.

임범철 국장은 주스를 몇 모금 마신 후 컵을 내려놓으며 선우종 2차장을 바라보았다.

“실은…….”

임범철 국장이 전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SOG 요원들이 차은성을 죽이려고 했고.

차은성이 전화로 도움을 청해 급히 부하들을 보냈다.

도착해서 보니 이미 차은성이 SOG 요원들을 제압한 상태였다.

부하들이 SOG 요원들을 체포한 후 경찰청으로 긴급 이송했다.

현재 SOG 요원들은 매우 엄중한 감시하에 경찰청 지하 조사실에서 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

임범철 국장의 설명에 선우종은 내심 매우 당황했다.

얼굴은 물론 온몸으로 예의 당황이란 감정을 내보였다.

차은성이 죽을 뻔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아직도 CIA가 차은성을 죽이려고 할 줄이야.

다른 이들도 아니고 SOG라는 CIA의 최고급 자산을 동원해서 차은성을 노릴 줄이야.

선우종은 혼란스러웠다.

이제 와 차은성을 죽이려는 이유가 뭘까?

차은성 한 사람을 죽이자고 SOG를 동원하다니.

CIA가 미 육군 1개 사단하고도 바꾸지 않는다는 최고급 자산이 바로 SOG인데.

선우종은 내심 진한 의문에 휩싸였다.

설명을 마친 임범철 국장은 말없이 선우종을 바라보았다.

빙긋.

내심 웃었다.

‘은근 재밌는데. 후후.’

임범철 국장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눈웃음쳤다.

*    *    *

5분쯤 후.

선우종 2차장이 예의 커플의 신병을 인도받고 무장 요원들과 함께 NIS로 돌아갔다.

그리 오래지 않아.

아침이 되고 경찰청 직원들이 하나둘 출근하기 시작했다.

전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경찰청 직원들이 분주히 아침 업무를 시작할 때였다.

“무슨 소리야?”

“중대 발표?”

“청장님 발표야?”

“아니. 임범철 정보국장이 기자회견을 요청했어.”

“뭐?”

“아니, 국장이 기자들에게 기자회견을 요청했다고?”

“이런 경우는 거의 없잖아.”

“맞아.”

“가만. 임범철 국장이라면 정보국장이잖아.”

“그렇지. 산하 경찰만 해도 족히 2, 3만 명은 되지, 아마.”

“그런데 그런 경찰청 정보국장이 기자들에게 기자회견을 요청했다?”

“이건 뭔가 있어!”

“뭣들 해. 당장 회견 준비하고. 본사에 연락해서 긴급 속보 준비하라고 해.”

경찰청 출입 기자들이 허둥지둥하기 시작했다.

경찰청장의 긴급 기자회견은 종종 있었지만. 정보국장이 기자회견을 청한 적은 이제까지 거의 없다.

다른 이도 아니고 경찰청 정보국을 총괄하는 국장이다.

경찰 내부 서열상 다섯 손가락에 드는 고위 간부 중 고위 간부다.

그런 임범철 국장이 기자회견을 청했다.

기자들은 경험상 뭔가 엄청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예감에 매우 발 빠르게 움직였다.

*    *    *

한참 후.

경찰청 출입 기자실이 기자회견장으로 급히 꾸며졌다.

정면 벽에 경찰청 로고가 있는 천이 내려지며 벽을 가렸다.

앞에 연단과 마이크가 설치되고, 몇몇 일자의 긴 테이블에 기자들이 각기 정해진 자리에 착석했다.

이내.

모자와 정복을 갖춰 입은 임범철 국장이 몇몇 정보국 간부들을 대동하고 회견장으로 들어왔다.

이내.

임범철 국장이 연단에 서며 앉은 기자들을 둘러보았다.

“저는 경찰청 정보국장 임범철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매우 중차대한 정보를 국민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임범철 국장이 묵직한 목소리로 말하며 진지한 눈빛을 띠었다. 그 모습이 사뭇 심상치 않았다.

그 때문일까?

회견장에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모두의 이목이 연단에 서 있는 임범철 국장에게 쏠렸다.

앉은 기자들이 눈을 반짝이며 연단에 서 있는 임범철 국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궁금증, 호기심이 한가득 어린 여러 쌍의 눈동자.

한편.

임범철 국장이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작년……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국정원 1개 팀. 약 여덟 명의 요원이 CIA 대외 작전부의 기동타격 팀에 의해 전원 사살되고, 현지에 있던 모 요원이 CIA에 납치, 구금, 고문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순간.

기자회견장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기자들은 아연실색했다.

얼굴 가득히 경악이란 감정을 띠며 두 눈동자를 왕사탕처럼 동그랗게 부릅떴다.

다들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있었고. 그 일을 지금 임범철 국장이 온 세상에 다 까발리고 있었다.

임범철 국장이 대동한 정보국 간부들은 서 있던 자리에서 그만 얼어붙었다.

그들의 모습은 기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엄청난 충격에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엄청 혼란스러워했다.

그사이.

임범철 국장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CIA가 고용한 전문 킬러가 국내에 잠입. 국정원 요원들을 네 명이나 살해하는 참극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요원은 딸과 함께 살해당해…… 당시를 기억하시는 기자분들이 아마 몇 분 계실 겁니다. 돌연 인천국제공항은 물론 김포국제공항 역시 이유 없이 급히 봉쇄되었던…….”

몇몇 기자가 당시를 기억하는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도주한 킬러가 미처 죽이지 못한 팀장이 어젯밤 CIA 산하 특수 활동부 요원들의 기습을 받았습니다.”

“…….”

“그들은 고도의 특화된 암살 무기로 국정원의 팀장급 요원을 죽이려고 하였고, 다행히 이를 눈치챈 요원이 급히 저희 경찰청 정보국에 지원 요청을 하여…… 체포한 미국 CIA 요원들의 신병은 오늘 새벽 국정원에 인계되었습니다.”

임범철 국장은 내심 엄청 떨렸다.

필사적으로 떨리는 것을 참으며 침착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이윽고.

임범철 국장이 말을 끝맺었다.

“이것으로 1차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임범철 국장이 뒤로 두 걸음 물러나 섰다.

척.

그러곤 경계한 후 손을 내리며 좌로 돌아섰다.

“국장님!”

“임범철 국장님!”

기자들이 앉은 의자를 박차며 벌떡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아우성치듯이 마구 소리쳤다.

몇몇 기자들은 황급히 입구로 걸어가는 임범철 국장에게 뛰어가며 마구 소리쳤다.

“국장님.”

“CIA가 국정원 요원들을 죽인 것이 사실입니까?”

“임범철 국장님!”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국정원 요원을 CIA가 죽이려 한 겁니까?”

“국장님. 임 국장님. 질문 좀 받아 주십시오.”

“국장님. 질문요, 질문!”

“국장님, 국장님.”

기자들이 걸어가는 임범철 국장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임범철 국장이 대동한 정보국 간부들이 그런 기자들을 막아서며 바깥을 돌아봤다.

“뭐해?”

“어서 들어와!”

“빨리 안 들어오고 뭣들 해?”

간부들의 외침에 복도에서 대기 중이던 정복 경찰들이 우르르 회견장 입구로 모여들었다.

*    *    *

몇 분 후.

경찰청장 민경구가 노발대발했다.

“지금 제정신이야아아아!”

청장실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쳤다.

거의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다.

명색이 청장인데. 보고도 없이 임범철 국장이 독단으로 엄청난 폭탄 발언을 하고 말았다.

―CIA 요원의 국정원 요원 연쇄살인!

신문에 그런 제호가 떡하니 뜰 것이다.

민경구 청장도 몰랐던 일이다.

그 때문에 내심 임범철 국장에 대한 배신감이 아주 컸다.

그런 정보를 인지하였으면 상사인 그에게 즉각 관련 보고를 할 것이지.

아니, 그걸.

기자들을 불러모아 놓고 온 세상에 다 공표해 버림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그런 일은 쥐도 새도 모르게 은밀히 처리해야 하는데.

온 국민에게 알리듯 언론에 다 말해 버렸으니.

이후의 후폭풍이 어디까지 불지. 현재로서는 상상도 되지 않는다.

청장인 자신이 어쩌면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모른다.

민경구 청장은 자신의 자리가, 목이 간당간당한다는 위기감에 쉬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한편.

소파에 앉은 임범철 국장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침묵하며 민경구 청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임범철 국장은 민경구 청장이 흥분을 가라앉힐 때까지 말없이 기다렸다.

한참 후.

방방 뛰던 민경구 청장이 1인용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씩씩거리며 오른손을 들더니 목에 맨 넥타이를 거칠게 좌우로 흔들었다.

느슨하게 풀린 넥타이.

민경구 청장이 앉은 임범철 국장을 죽일 듯이 쏘아보았다.

“임 국장!”

성난 목소리로 불렀다.

임범철 국장은 가만히 민경구 청장을 돌아보았다.

“네, 청장님.”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엉!”

민경구 청장이 성난 어조로 언성을 높였다.

“앞으로 우리 경찰에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

“온 국민의 관심이란 관심은 다 받을 텐데. 온 국민이 우리 경찰만 바라볼 거라고!”

민경구 청장이 언성을 크게 높였다.

매우 불안한 그였다.

임범철 국장의 기자회견으로 인한 파장을 걱정하고 있었다.

임범철 국장이 천천히 입을 뗐다.

“정권 교체!”

순간.

“흑!”

민경구 청장이 헛바람을 삼키며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얼굴과 두 눈동자에 놀람이란 감정이 빠르게 퍼졌다.

임범철 국장은 계속 말했다.

“청와대는 이제 지는 햅니다. 반면, 당선인은 떠오르는 해죠.”

“자네!”

“저는 청장실을 나가는 대로 당선인을 찾아가 만날 생각입니다.”

임범철 국장의 말에 민경구 청장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의 눈빛을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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