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131)화 (131/208)

NIS의 천재 스파이 (131)

전술적 기만

카지노 내부는 매우 시끌벅적했다.

곳곳에서 다양한 소리가 그칠 새가 없이 계속 울렸다.

그렇게 시끄러운 가운데 적잖은 이들이 바삐 카지노 내부를 오갔다.

수십여 개의 테이블 중 한 테이블.

깔끔하게 정장을 갖춰 입은 딜러가 익숙한 동작으로 앉은 다섯 명의 고객, 플레이어들에게 카드를 배분 중이었다.

플레이어 중 한 사람.

차은성에게 딜러가 두 장의 카드를 주었다.

하나는 미공개 된 카드였고. 다른 하나는 공개된 카드였다.

다이아몬드 8.

차은성이 카드를 힐긋 내려다보았다가 시선을 바로 했다.

그러곤 아무 관심이 없다는 듯.

느긋하게 테이블에 앉은 다른 플레이어들을 둘러보았다.

다들 자신들의 미공개 카드를 아주 조심스럽게 들춰 보고 있었다.

그들 모두 긴장한 모습이었다.

일부는 딜러를 의식하는지 긴장감을 감추려 하였다.

다른 일부는 딜러에 아랑곳하지 않는지 긴장감을 감추지 않고 훤히 드러냈다.

한데.

뜻밖에도 그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드러낸 감정이 있었다.

―돈을 따고 싶은 욕심!

다들 금전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고 보란 듯이 훤히 내보였다.

네 플레이어의 모습에.

‘훗.’

차은성은 마음속으로 고소하며 딜러를 바라보았다.

딜러는 무관심했다. 얼핏 보면 무심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카드를 배분하는 딜러의 동작은 매우 익숙하고 능숙했다.

직업 때문에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 그럴까?

그 일상의 무료함에 딜러가 지쳐 보인다.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좌에서 우로 반원을 그리며 딜러의 손이 테이블 위를 스쳐 지나갔다.

“플리즈 베팅!”

딜러가 돈을 걸라고 말했다.

그러자 플레이어들이 너나없이 각자의 칩을 집어 들기 시작했다.

그러곤 카드 앞쪽에 있는 입 구 자의 공간에 너나없이 각자의 칩을 바삐 내려놓았다.

봐 하니.

베팅을 기다렸던 모양이다.

차은성을 제외한 네 플레이어가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플레이어들의 두 눈동자에서 탐욕의 빛이 쉴 새 없이 넘실거렸다.

그사이.

딜러는 플레이어들이 베팅하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그런데…….

‘허억!’

딜러가 차은성이 베팅하는 것을 보곤 깜짝 놀랐다.

개당 100달러짜리 칩 10개.

일렬로 층층이 쌓아 올린 칩을 차은성이 한꺼번에 베팅했다.

1천 달러.

한화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이다.

다른 플레이어들의 베팅은 100~200달러였다.

거의 10배의 베팅을 한 차은성.

당연히 다른 플레이어들과 딜러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흑.”

“처, 천 달러를…….”

“무슨 베팅이?”

플레이어들이 너나없이 당혹감을 내보였다.

한편.

딜러는 1천 달러를 베팅한 차은성을 바라보며 놀란 눈빛을 띠었다.

그러자 차은성은 딜러를 마주 보며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차은성의 윙크를 본 딜러가 움칫하더니 급히 다른 플레이어들을 돌아보았다.

이어.

딜러의 오른손이 재차 테이블 위를 스쳤다.

“스톱! 앤드!”

더 이상 베팅하지 말라고 딜러가 돌려 말했다.

그러자 플레이어들이 아쉬워하며 하나둘 각자의 미공개 카드를 살짝살짝 들춰 보았다.

다들 은연중에 불안이라는 감정을 내비쳤다.

딜러는 돈에 눈이 먼 플레이어들을 빠르게 둘러보며 은연중에 조소의 작은 눈빛을 띠었다.

눈빛은 한순간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차은성은 딜러의 눈빛을 알아보고 소리 없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씨익.

그리고 딜러에게 주의를 주듯 말없이 딜러를 바라보았다.

한편.

‘흑!’

딜러는 차은성을 슬쩍 흘겨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헛바람을 삼키고 말았다.

차은성의 시선과 미소도 당혹스럽지만, 무엇보다도 딜러를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차은성의 태도였다.

차은성은 다른 플레이어들처럼 미공개 카드를 들춰 보지 않았다.

―난 아무 관심이 없는데.

라고 무언으로 말하듯이 물끄러미 딜러를 계속 바라보았다.

―야아!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

무언의 시선.

차은성이 은근 딜러를 재촉하는 것 같다.

딜러가 알아챘을까?

그는 차은성에게서 무언의 압박을 느낀 듯 급히 다른 플레이어들을 둘러보았다.

다시금 딜러의 손이 테이블 위를 스쳤다.

“애스크?”

딜러는 카드 추가 여부를 플레이어에게 물었다. 그러자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의사를 손짓으로 나타냈다.

툭, 툭.

오른손 검지로 테이블을 아주 가볍게 두어 번 두드려 카드를 요청하고, 손을 들어 가볍게 카드 위를 스치며 추가 카드가 필요 없음을 나타냈다.

딜러는 은연중에 차은성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톡, 톡.

차은성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테이블을 두드려 추가 카드를 요청했다.

그러자 딜러가 익숙한 동작으로 카드 한 장을 빼내어 차은성에게 내밀었다.

그러곤 차은성 앞에서 예의 카드를 뒤집어 공개했다.

에이스.

블랙잭에서 에이스는 상황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1 또는 10으로 계산된다.

그 때문에 여타의 다른 카드에 비해 매우 유용하다.

차은성은 말없이 딜러가 공개한 에이스를 다이아몬드 8의 옆으로 가져다 놓았다.

차은성의 미개봉 카드.

딜러는 은근 신경이 쓰였다.

현재 차은성의 점수는 18 또는 9다.

미개봉 카드가 3이나 10일 경우. 차은성이 위너가 될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그것은 곧 딜러의 패배를 의미한다.

승률에 따라 받는 딜러의 페이가 달라지는 점을 감안하면 딜러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딜러의 손이 테이블 위를 스쳤다.

“플리즈 베팅.”

추가 베팅을 허가한다.

딜러가 그렇게 돌려 말하자 플레이어들의 반응이 정확히 둘로 나뉘었다.

기꺼이 칩을 들어 베팅하는 플레이어가 있는가 하면 불확실성에 더 베팅하고 싶지 않은지 베팅하지 않는 플레이어도 있었다.

차은성은 추가 베팅을 하지 않았다.

한 번의 베팅에 이미 100만 원 이상의 돈을 사용하였다.

지금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이유가 갬블 때문이 아니다.

하비에 스와레즈.

FBI 샌프란시스코 지부장이자 미 서부 지역 FBI 최고 책임자인 그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것이 지금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이유다.

차은성은 슬쩍 손목시계를 보았다.

‘훗.’

실소했다.

지금쯤이면 조영국, 신일권과 동행한 세바스찬 박이 한국 국적기에 탑승. 한창 미국 영공을 벗어나고 있을 것이다.

또한

라스베이거스 국제공항으로 보낸 최라경과 이창희 역시 모든 탑승 수속을 끝냈을 것이다.

두 사람이 무사히 항공기에 탑승. 미국 영공을 벗어날 때까지만.

하비에와 FBI의 이목을 자신이 끌기만 하면 된다. 그 때문에 지금 이렇게 자신을 의도적으로 노출하고 있는데.

‘쯧쯧. 느려. FBI도 한물간 건 아니지 모르겠어.’

차은성이 중얼거리며 천천히 왼손을 어깨 위로 들었다. 그러곤 손가락을 두어 번 까닥였다.

그러자 이내 카지노 여직원이 걸어와 옆에 서며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

“고객님.”

차은성은 딜러를 보며 말했다.

“샴페인 한 잔만.”

“예.”

여직원은 밝게 웃으며 뒤돌아섰다.

게임 중에 모든 종류의 술이 무료로 플레이어에게 제공된다.

술에 취하면 게임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당연히 딜러의 승률이 올라가며 카지노의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사이.

딜러가 ‘스톱, 앤드’라고 말하지 않았다.

예의 손으로 테이블 위를 스치며 짧게 힘주어 말했다.

“커트!”

더 이상의 베팅은 없다는 것을 알렸다.

이어.

딜러가 앉은 다섯 명의 플레이어를 둘러보았다.

“오픈!”

딜러의 말에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미공개 카드를 공개했다.

딜러는 눈을 반짝이며 빠르게 공개된 카드를 훑었다.

이윽고.

차은성이 공개한 카드를 본 딜러가 급히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하트 10.

차은성의 블랙잭 점수가 19점이다.

딜러는 차은성의 오른쪽에 앉은 플레이어가 공개한 카드를 보았다.

잠시 뒤.

딜러가 자신의 카드를 공개했다.

킹, 하트 8.

총점 18.

1점 차이로 차은성이 이겼다.

딜러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위너.”

딜러가 익숙한 동작으로 차은성이 걸었던 칩 옆에 열 개의 동일한 칩을 붙였다.

척.

한편.

딜러에게 진 네 명의 플레이어가 인상을 쓰더니 부러운 눈으로 차은성과 그의 칩을 번갈아 보았다.

차은성은 칩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 때문에 딜러가 의아한 눈으로 차은성을 바라보자.

“GO!”

차은성이 2천 달러를 그대로 베팅할 생각임을 밝히자 딜러가 일순 당황했다.

그사이.

예의 여직원이 다가와 앉은 차은성의 왼쪽에 샴페인 잔을 내려놓았다.

“탱큐.”

차은성은 여직원을 돌아보며 가지고 있던 칩들 중 10달러짜리 팁 하나를 건넸다.

칩을 받아 든 여직원이 일순 아주 밝은 표정을 지으며 방긋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Thank You Very Much.”

여직원의 말에 차은성은 소리 없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씨익.

차은성은 손을 뻗어 샴페인 잔을 들었다.

몇 모금 마시는 사이.

딜러가 기계장치를 이용해 카드를 섞고, 다섯 플레이어에게 카드를 분배하기 시작했다.

이후.

차은성은 계속 칩을 땄다.

앞에 놓인 차은성의 칩은 어느새 8천 달러에 육박했다.

딜러는 과도한 긴장감을 느끼는지 손을 들어 이마의 땀을 훔쳤다.

그러며 차은성과 칩을 번갈아 보더니, 슬쩍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이어.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잠시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겠습니다.”

딜러가 자신이 물러나고 다른 딜러가 대신 게임을 맡을 것임을 돌려 말했다.

딜러 교체!

차은성을 제외한 네 명의 플레이어는 딜러의 말과 행동에 당황했다.

차은성은 딜러의 말과 행동에 실소했다.

카지노에서 딜러가 교체되면 100% 기존의 딜러보다 실력이 뛰어난 딜러가 해당 테이블을 담당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플레이어의 승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훗.”

차은성은 칩을 보며 실소했다.

자신의 운이 의외로 좋다.

딜러가 교체된다면 차은성은 게임을 계속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돈을 따려고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은성은 물러난 딜러를 보았다.

“현금으로.”

현금으로의 교환을 요구하며 차은성이 느긋한 동작으로 앉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사이.

딜러가 와락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엿 먹었다!

내심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기실 딜러는 차은성을 상대하는 것이 버거웠다.

차은성이 전문 갬블러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아챘다.

그런데 배짱이 장난이 아니다.

수백만 원의 칩을 잃어도 상관없다는 투로 베팅하여 칩의 수를 배수로 늘렸다.

그런데 무슨 복병처럼 운이 이만저만 좋은 것이 아니다.

딜러는 차은성의 운을 상대하기가 버거웠다.

간혹 그런 플레이어가 있다. 운발이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플레이어가.

그런 이유로 딜러는 경험이 풍부라고 실력이 자신보다 뛰어난 선임 딜러와 교대하려 했다.

그런데 차은성이 눈치를 챈 듯 게임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한마디로 말해.

딜러인 자신을 그냥 물 먹여 버린 차은성이다.

그런 이유로 딜러는 속이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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