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의 천재 스파이 (123)
그사이.
조영국이 비틀거리는 김용빈에게 걸어가며 엄청 화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이 개에새끼가!”
신일권이 김용빈에게 인질로 잡혔다면 틀림없이 김용빈이 신일권을 이용.
그와 차은성을 위협하여 도주하려 하였을 것이다.
군 장교로서의 명예를 뭐같이 아는 김용빈에게 조영국은 엄청 화났다.
아무리 반강제로 전역을 당했다고는 하지만 전직 군 장교였고 SS였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우린 복무한다!
그런 명예를 헌신짝 취급을 한 김용빈이다.
성난 조영국이 김용빈에게 가까이 다가서자마자 격렬한 동작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김용빈은 조영국의 공격을 피하고 막으려 했지만…….
조영국과 신일권은 판이하게 달랐다.
좁은 룸이란 공간에서 발을 사용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조영국은 주먹으로 김용빈을 공격하며 발을 사용했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쉴 새 없이 김용빈을 맹렬하게 공격했다.
김용빈은 피하거나 막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격렬하게 몸을 움직일 때마다 총상을 입은 우측 어깨에서 참을 수 없는 격통이 느껴졌다.
결국.
김용빈은 조영국에게 당할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사이.
최라경이 조덕팔을 아주 다져 놓았다.
얼굴이 엉망이고 코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오른팔이 꺾였는지 달랑거렸다.
* * *
며칠 후.
NIS의 대회의실로 일단의 이들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로 가 하나둘 의자에 앉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오래지 않아.
박희오 원장을 필두로 1차장 윤희상, 2차장 선우종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이윽고.
자리에 앉은 박희오 원장이 좌우를 둘러보았다.
“무슨 일이야?”
궁금하다는 목소리로 회의가 소집된 이유를 물었다.
회의실에 앉은 NIS의 과장들과 각국의 국장들.
사실상 NIS의 모든 간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박희오 원장처럼.
간부들 모두 궁금증을 내보이며 어리둥절해했다.
그들은 영문을 몰라 내심 당황하며 급히 서로 돌아보았다.
회의를 소집한 것이 박희오 원장이 아니다?
한편.
박희오 원장이 2차장 선우종을 돌아봤다.
회의 소집을 주도한 이는 바로 그였다.
박희오 원장이 부르자.
“2차장.”
“네.”
2차장 선우종이 대답하며 머리를 숙였다.
“뭔 일이야?”
박희오 원장이 이유를 묻자 2차장 선우종이 머리를 들며 찬찬히 말하기 시작했다.
“국제범죄센터장이 브리핑할 겁니다. 원장님.”
“국제범죄센터장이?”
“네.”
2차장 선우종의 대답에 박희오 원장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아무래도 뭔가 일이 생긴 것 같다.
박희오 원장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국제범죄센터장 최윤교가 브리핑을 한다?
국제범죄센터 조직 관련 심각하고 엄중한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다.
박희오 원장은 내심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다물었다.
앉은 과장들과 국장들은 물론이고 1차장 윤희상 역시 얼굴이 굳어졌다.
그런 한편으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은근 궁금한 눈빛을 띠었다.
* * *
한참 후.
국제범죄센터장 최윤교가 한창 브리핑 중이었다.
“……전 기무사 SS인 김용빈이 러시아 마피아들의 살인 수법으로 전재원 순경을 사고사로 위장 살해하고…… 조사 과정에서 전재원 순경의 소속 경찰서 서장뿐만 아니라 교통과 소속 경찰관들 중 대다수가…….”
최윤교 센터장의 브리핑에 박희오 원장을 포함. 회의실에 앉은 이들 모두 매우 당황했다.
그런 한편으로 의아해했다.
NIS의 고유 업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점이 적잖기 때문이다.
최윤교 센터장이 계속 말했다.
“비단 그들뿐만이 아니라…… 광범위한 대관 로비의 중심에 대종 로펌이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습니다.”
“…….”
“작년 그들의 수익이 추정하기로는 1,28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그도 그럴 것이 가입 회원 수만 30만이 넘습니다. 또한 해당 자금의…….”
최윤교 센터장의 브리핑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박희오 원장이 말하고 나섰다.
“대체 그 사건이 우리와 무슨 관계지? 센터장.”
순간.
“그, 그게.”
최윤교 센터장이 멈칫거렸다.
그사이.
박희오 원장이 좌우를 번갈아 보았다.
“우리 NIS의 업무와 해당 사건이 무슨 연관이 있나? 누가 말 좀 해 봐.”
박희오 원장의 목소리가 다소 높았다.
이어.
박희오 원장이 브리핑을 하는 국제범죄센터장 최윤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자네가 설명해 볼 텐가?”
최윤교 센터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박희오 원장을 마주 보았다.
“그것이, 저희도 처음에는 러시아 마피아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고 조사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러시아 마피아가 이번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지?”
박희오 원장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주눅이 든 듯 최윤교 센터장이 말을 더듬었다.
“그것이…… 그게…….”
“뭘 그리 더듬거리나. 러시아 마피아와 관련이 있으면 있다. 없으면 없다. 말하면 될 텐데 말이야.”
박희오 원장이 엄한 목소리를 말했다.
언짢다.
박희오 원장이 해당 감정을 내색했다.
전재원 순경이 살해된 것은 안타깝지만. NIS 업무와의 관련성이 그다지 없어 보인다.
지금 이렇게 회의를 소집한 것이 박희오 원장은 마뜩잖았다.
최윤교 센터장이 질끈 입술을 깨물더니 진중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조사 중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때문에 원장님 이하 회사 관계자분들께 이를 알려야 할 필요가 있어 2차장님에게 보고한 후 이렇게 지금 회의를…….”
박희오 원장이 최윤교 센터장을 바라보며 재촉했다.
“무슨 문젠데 그러나?”
박희오 원장이 은근 짜증 냈다.
최윤교 센터장이 매우 곤혹스러워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그것이……. 그놈들의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모으던 중에…….”
박희오 원장, 윤희상 1차장, 선우종 2차장, 국장, 과장들이 최윤교 센터장을 바라보았다.
다들 의아해하며 최윤교 센터장의 입만 바라보았다.
“……해당 관할 지검에서 이미 그자들에 관해 알고 있음에도 방치한 정황이 있습니다.”
최윤교 센터장의 말에 몇몇 국장과 과장이 의문의 눈빛을 띠었다.
“응?”
“뭔 소리야?”
“지금 검찰이 그놈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면서도 묵인했다, 그런 말인가?”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다들 어이없다는 감정을 내색했다.
최윤교 센터장이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앉은 박희오 원장을 바라보았다.
“검찰도 검찰이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이 있습니다. 원장님.”
“심각한 거?”
박희오 원장의 반문에 최윤교 센터장이 좌우를 둘러보았다.
“그자들의 불법 자금…… 적잖은 액수의 자금이 총 세 차례에 걸쳐…… 도합 8백억 원에 이르는 자금이 표현태 현 여당 대선 후보의 선거 캠프로 흘러들어 간 정황이…… 해당 선거 켐프에서 선거 자금을 담당하는 허종호 4선 의원이 대종 로펌을 가교로 하여 조덕팔과 모종의 연루가…….”
최윤교 센터장의 말에 회의장이 일순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다들 엄청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경악!
그런 감정을 내색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내.
1차장 윤희상, 2차장 선우종, 회의실에 앉아 있는 과장, 국장들이 일제히 박희오 원장을 바라보았다.
이만저만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선우종은 이미 관련 보고를 받은 터라 덤덤했지만, 1차장 윤희상은 크게 당황하여 은연중에 우왕좌왕했다.
“원장님!”
1차장 윤희상이 소리쳐 박희오 원장을 불렀다.
하지만 박희오 원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차장 윤희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박희오 원장은 망연자실한 얼굴과 눈으로 최윤교 센터장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러다 천천히 물었다.
“어떻게 인지하게 되었나?”
“네?”
최윤교 센터장이 반문하자 박희오 원장이.
“최초 사건 인지가 어떻게 이루어진 거냐고?”
회의실이 떠나가라 고성을 내질렀다.
최윤교 센터장이 움칫하더니 급히 대답했다.
“네, 네에. 그것이, 우연히 죽은 전재원 순경의 미망인과…….”
최윤교 센터장의 말에 주철현 국장과 박영광이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엄청 놀랐다.
아르티펙스 팀!
설마 차은성의 팀이 이 일에 연루되어 있을 줄은 까맣게 몰랐다. 그 때문에 주철현 국장과 박영광은 반쯤 정신 줄을 놓았다.
그사이.
박희오 원장이 주철현 국장을 돌아봤다.
“거기, 주 국장.”
“예에, 원장님.”
주철현 국장이 황급히 박희오 원장을 돌아보았다.
“자네. 알고 있었나?”
“그, 금시초문입니다. 원장님.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박희오 원장이 크게 외치며 눈을 부라렸다.
“대체 부하 직원들을 어떻게!”
주철현 국장이 면목이 없다는 듯이 머리를 푹 깊이 숙였다.
그 모습에 선우종 2차장이 박희오 원장을 돌아봤다.
“원장님.”
“…….”
“사건 인지는 차후 문젭니다. 문제는 저희가, 여당 대선 후보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손에 쥐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습니까? 아닌 말로 저희가 잠자는 호랑이의 수염을 잡은 격인데. 만에 하나라도…….”
2차장 선우종은 불안이란 감정을 내보였다.
허투루 다룰 수 없는 매우 심각한 상황을 지금 목전에 두고 있다.
박희오 원장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입을 꾹 다물고 가만히 최윤교 센터장을 바라보았다.
‘죽일!’
눈에 보이는 최윤교 센터장은 척 봐도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좌불안석이다.
‘무능한 것도 문제지만. 유능한 것도 문제야.’
박희오 원장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2차장 선우종을 힐금거렸다.
‘어디서 머리를 굴려!’
2차장 선우종의 속내가 훤히 눈에 보인다.
여당 대선 후보 표현태의 비리에 관한 것을 NIS 모든 간부들이 모인 회의에서 다 까발렸다.
이렇게 되면 박희오 원장이 어떻게 손을 쓸 길이 없다.
덮으면 100% 직무 유기와 월권에 걸린다.
아닌 말로, NIS 간부들 모두 다 알고 있는데…….
덮고 넘어갈 수가 없다.
그리고 원장으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은 둘째 치고 자리보전도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여당 대선 후보의 비리를 까발리면 여당이나 청와대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믹서에 넣고 아주 갈아 버리려고 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흔한 말로.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사면초가의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박희오 원장이 한숨을 길게 쉬었다.
“휴우우우우.”
“원장님. 표현태 후보 측과 일간 한번 만나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윤희상 1차장이 박희오 원장의 눈치를 살폈다.
사바사바하는 입장이라, 가능하면 표현태 여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현 상황이 흘러가도록 손을 쓰려는 1차장 윤희상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의도를 모를 수 없다.
“만나긴 뭘 만나! 그리고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해!”
박희오 원장이 매우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1차장 윤희상에게 반문했다.
심기가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박희오 원장이 은근 그런 감정을 내비쳤다.
윤희상 1차장은 움찔하더니 입을 다물고 재차 박희오 원장의 눈치를 살폈다.
그사이.
“원장님.”
2차장 선우종이 박희오 원장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