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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99)화 (99/208)

NIS의 천재 스파이 (99)

안용국의 돌연한 입맞춤에 이정선이 깜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정선은 양손을 들어 황급히 안용국을 뒤로 밀치지 않았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다.

안용국의 기습적인 키스에 잠시 잠깐 놀라더니 이내 양손을 들어 키스하는 안용국의 목을 감싸듯이 둘렀다.

그러곤 적극적으로 키스에 응했다.

잠시 뒤.

이정선이 대충 키스한 흔적을 지우고 안용국을 바라보았다.

“여기가 여자 화장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알아. 그런데 정선이 너, 한국어 많이 늘었다.”

안용국이 웃으며 이정선에게 말했다.

그러자 이정선이 오른손 검지를 들어 입에 착 붙였다.

“쉿!”

안용국에게 주의를 주더니 고개를 돌려 문틈으로 밖을 보았다.

다행히 밖에는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여성이 없었다.

이정선은 다시 안용국을 바라보았다.

“조심하세요!”

딱 부러지게 주의를 주었다.

안용국은 그런 이정선이 너무 귀여웠다.

“정선아.”

“됐시요.”

이정선이 다소 쌀쌀맞게 대답했다.

안용국은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나랑 서울로 가자.”

대뜸 말하며 오른손으로 이정선의 왼손을 덥석 잡았다.

“예?”

이정선은 깜짝 놀랐다.

안용국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설명했다.

“널 서울로 데리고 가기 위해서 내가 사람을 몇 고용했는데. 바로 지금 쇼핑몰에서…….”

오래전부터 오늘을 기다렸다.

북한 식당 접객원인 이정선이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날이나 기회는 매우 드물다.

설사 밖으로 나온다고 해도 절대 혼자서는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동행이나 다수가 함께 움직이지 않는 한, 개인적인 외출이란 없다.

그런 이유로 안용국은 이전부터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았다.

그러다 오늘.

이정선이 모처럼 쇼핑하러 친한 언니 박정희와 외출한다고 몰래 알려 주었다.

안용국은 이정선을 탈북 시키기 위해 며칠 전부터 날밤을 새워 가며 그 나름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안용국은 재차 빠르게 말했다.

“……박정희와 함께 쇼핑을 하다가…… 내가 신호하면 슬쩍 뒤로 빠져.”

“…….”

“너와 박정희 사이를 내가 고용한 이들이 끼어들어서 몸으로 널 가릴 거야. 그럼 박정희는 널 볼 수 없을 테고…….”

“…….”

“곧바로 쇼핑몰을 나와서 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호치민으로 가기만 하면 돼. 그럼,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안용국은 결연한 눈빛을 띠었다.

마음 같아서는 곧바로 한국 대사관으로 가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북한 대사관이 평소 한국 대사관을 예의 주시하며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북민이 생긴 이래, 중국 때문에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등지가 탈북민들에게 각광을 받았다.

그 때문에 베트남,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의 북한 대사관이 한국 대사관을 늘 주시하며 감시하고 있다.

그래서 안용국은 국경을 넘어 베트남의 호치민으로 갈 생각이었다.

성공한다!

안용국은 얼굴과 눈동자 그리고 온몸으로 그 감정을 아주 강하게 피력했다.

성공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설명에 이정선은 매우 불안했다.

“오빠. 하지만…….”

“날 믿어!”

안용국이 힘주어 말하며 양손으로 이정선의 두 손을 꼬옥 쥐었다.

“우린 이제 함께하는 거야. 죽을 때까지!”

안용국은 거침이 없었다.

이정선과 함께라면 목숨도 걸 수 있다는 결연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훤히 드러내며 형형한 눈빛을 띠었다.

무모하리만치 저돌적이다.

이정선은 가만히 안용국을 바라보았다. 이미 마음속으로 모든 결정을 내렸고 다짐했다.

목숨을 걸겠다고!

이정선은 만에 하나를 몰라 안용국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내 말 잘 들으라요.”

이정선은 안용국보다 치밀하고 용의주도했다.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확신하지 않았다.

그녀는 만에 하나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차선책을 말했다.

그녀의 말에 안용국이 흠칫했다.

이윽고.

이정선이 말을 마치며 안용국에게 다짐을 받았다.

“반드시 그래야 합니다. 알겠습니까?”

“정선아…….”

“만에 하나 잘못되면, 그 즉시 날 버려야 합네다. 명심하시라요.”

“그렇겐 못 해!”

안용국이 강하게 반발했다.

“절대 널 포기할 수 없어!”

“말 들으라요!”

이정선이 눈을 부라리며 안용국을 압박하려 할 떼다.

박정희가 조심스럽게 화장실로 들어서며 이정선을 불렀다.

“정선이 여기 있네.”

그녀의 음성을 듣는 순간.

이정선은 급히 안용국에게 잡힌 손을 빼더니 입을 가렸다.

그런 한편으로.

이정선은 엄청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자신이 얼마나 놀랐는지, 그 정도를 보여 주려는 듯.

이정선은 박정희의 음성에 가감 없이 반응했다.

한편.

안용국은 입을 따악 벌리며 대경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만에 하나 자신이 이정선과 함께 있다는 것을 박정희에게 들키는 날에는 이정선과 영원히 이별이다.

평양으로 소환당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이정선.

그녀가 향후 어떤 고초를 겪을지…….

모를 수 없다.

그사이.

“정선아.”

밖에서 박정희가 이정선을 거듭 부르고 있었다.

혹시 캄보디아 여자가 있을까?

저어되는지.

북한 사람들이 조선어라고 말하는 북한 어투로 이정선을 나지막하게 불렀다.

이정선은 손을 내리며 나직이 두어 번 심호흡했다. 놀란 심신을 추스르고 천천히 돌아섰다.

그녀는 침착하게 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저, 여기 있습네다.”

“아, 거기 있었네.”

박정희가 돌아보며 안도의 눈빛을 띠었다.

“무슨 일 있습네까?”

“아니야, 일없어. 그저 너무 오지 않아서 난 무슨 일이라도 있나 했지.”

“참, 언니도.”

“어여 가자.”

“네에. 참. 손 크림은 사셨습니까?”

“아니.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아.”

“여기서 팔긴 파는 겁니까?”

“파는 건 틀림없어. 소금이가 예서 샀다고 분명히 말했어.”

“혹시 소금이가 거짓말한 거 아닙네까?”

“기럼, 내게 죽어야지.”

박정희의 대꾸에 이정선이 손을 들어 입을 막더니.

“호호호.”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호호호호.”

박정희가 따라 웃었다.

열린 문 뒤에 착 몸을 붙인 안용국.

몹시 불안했다.

그의 모든 신경과 감각은 밖에 있는 박정희에게 쏠렸다.

들킬까?

내심 이만저만 조마조마한 것이 아니다. 당장이라도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쿵, 쿵, 쿵.

심장이 무슨 방망이질을 하듯이 엄청 빠르게 뛰었다.

그런 한편으로.

온몸의 혈관을 지나치는 혈액의 흐름이 급격하게 빨라졌다.

안용국은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진한 두려움과 불안 등.

몇몇 감정에 시달리며 밖의 동정에 귀추를 모았다.

*    *    *

몇 분 후.

화장실을 나온 안용국은 이정선과 박정희를 찾았다.

쇼핑몰 곳곳을 바삐 오가며 이정선과 박정희를 찾던 안용국의 눈에 마침내 이정선과 박정희가 띄었다.

안용국은 내심 안도하며 급히 휴대폰으로 고용한 이들에게 연락했다.

그러는 사이.

“어? 정희 동무 아니네.”

낯익은 음성에, 이정선과 함께 진열된 상품들을 둘러보던 박정희가 움칫하더니 급히 돌아봤다.

눈에 보이는 마흔 초반의 사내.

“어머? 생활지도원 동지.”

박정희가 아는 척했다.

‘체. 여기서 이 인간을 와 만나!’

그녀는 내심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싫다!

박정희는 그런 감정에 젖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흔 초반의 사내 김양호는 일종의 감시자이기 때문이다.

정치장교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다 이해가 빠를 것이다.

캄보디아에 나와 있는 모든 북한 노동자.

북한 식당의 접객원이자 종업원인 박정희, 이정선 등을 포함한 이들 역시 해당 노동자에 속한다.

김양호는 생활총화라고 하여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다.

그는 모임에서 김일성이 주창한 주체사상과 공산주의 사상을 점검하고 노동자들의 사상을 점검하는 한편.

남조선이라고 부르는 한국의 드라마, 영화와 같은 영상물을 보는 것과 음악을 듣는 것을 단속한다.

그리고 노동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말하고, 스스로 비판하게 하는 자아비판을 주도한다.

그런 이유로 다들 김양호를 싫어하고 꺼리며 회피한다.

가까이 다가가면 무조건 다치는 흉기!

북한 근로자들에게 김양호는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김양호와 우연히 만났다?

박정희는 물론 이정선 역시 마음속으로 매우 싫어했다.

오늘 재수가 정말 더럽다!

똥 밟았어!

박정희와 이정선은 그렇게 생각했다.

두 여인은 싫은 속내를 내색할 수 없었다. 그녀들은 반가워하는 척했다.

“여긴 어인 일이십메까?”

박정희는 말투에 신경 썼다.

자본주의에 물들었다고 김양호에게 트집을 잡혀 생활총화에서 자아비판 하긴 싫기 때문이다.

“나야 일이 있으니깐 왔지비. 그런데 정희 동무는 여긴 와 완?”

김양호가 이상하다는 눈으로 박정희를 바라보았다.

박정희는 김양호의 대꾸에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저희야, 뭐 있갔습네까? 화장품 사러 왔슴메다.”

박정희가 말하며 김양호의 뒤에 서 있는 두 사람을 힐금거렸다.

무척 신경에 거슬리는 두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북한 사람들이 인민복이라고 말하는 옷을 입었다. 그리고 왼쪽 가슴 상단에 김일성 배지를 달고 있다.

한눈에 북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대사관 일꾼들 같은데.’

박정희는 긴장했다.

김양호와 함께 있다는 것은 대사관 직원이라는 것을 무언으로 말하는 것이다.

‘혹시 보위부 사람들이…….’

박정희는 북한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 중 하나인 보위부 사람이 아닐까, 내심 생각하며 한층 더 긴장했다.

자칫 잘못하다가 평양으로 송환당할 수도 있기에. 그렇게 되면 그날로 인생 종 친다.

박정희의 얼굴이 언제부터인가 딱딱하게 굳었다.

옆에 서 있는 이정선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떻게 보면 박정희보다 더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김양호와 뒤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두려운 눈으로 힐금거렸다.

‘치, 침착하게!’

이정선은 겉으로 태연한 척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이만저만 조마조마한 것이 아니다.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다.

심장이 쉴 새 없이 쿵쾅쿵쾅했다. 흔한 말로 심장마비로 쓰러지기 직전이나 마찬가지다.

이정선은 입을 다물고 이가 부서져라 힘껏 악물었다.

으득!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들, 들킨 것은…….’

이정선은 혹 안용국과 함께 탈북 하려는 계획을 혹시 김양호가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잔뜩 겁먹었다.

김양호의 동료 내지는 부하로 보이는 두 사람이 이정선은 엄청 신경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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