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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95)화 (95/208)

NIS의 천재 스파이 (95)

달리 최강이 아니다

‘그게 가능한 거였으면 내가 이렇게 애원조로 말하지도 않아!’

차은성이 심중 불만 가득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공정 통제사가 자신의 상대라면 무조건 도망칠 것이다.

세계 최강의 용병이라는 구르카 애들도 일대일로 공정 통제사와 붙으면.

장담하건대.

줄사망이다!

북한군 중에서 공정 통제사와 맞먹을 만한 이가 거의 없다.

공정 통제사는 평상시에는 훈련만 한다.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출동 명령이 떨어진다는 것 자체가 전쟁을 의미한다.

‘개전 전에 적지에 들어갔다가…… 종전이 되어야 적진에서 돌아오는 것이 바로 공정 통제산데. 오죽하면 예상 사망 확률이 99.99%냐고?’

차은성은 송연한 느낌에 심중 어쩔 줄을 몰랐다.

공정 통제사가 달리 대한민국 최강의 특수부대가 아니다.

불과 일곱 명이 대한민국 최강이라 불린다.

아닌 말로, 대한민국 특수부대 저 꼭대기에 있는 특수부대가 바로 공정 통제사다.

극비!

그들이 있다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세부 사항은 핵무기에 준한 철저한 보안 사항이다.

공정 통제사에 관해 알고 있는 이는, 모르긴 해도 열 명이 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보안이 철저하다.

*    *    *

한 달 후.

늦여름의 수목이 울창한 숲.

저벅저벅.

세 명의 정복 군인이 길도 없는 능성을 걷고 있었다.

목제 지휘봉을 손에 든 조은환 소령, 이영운 교관, 임부광 교관.

세 사람은 걸으며 주변으로 흩어졌다.

그리 오래지 않아.

“탈락!”

“탈락!”

“탈락.”

그들 3인이 소리쳤다. 그러자 지면에서 몇몇 위장복을 입은 이가 일어났다.

“탈락!”

귀에 들린 임부광 교관의 말에 차은성이 천천히 지면에서 일어났다.

‘망할!’

위장한다고 위장했는데. 임부광 교관의 눈을 속이지 못했다.

차은성은 일어나 차렷 자세로 섰다.

“교관!”

차은성이 목소리를 높이자 지나가던 임부광 교관이 멈칫 서더니 뒤돌아봤다.

“어떻게 제 위장을 아셨는지 궁금합니다.”

차은성의 말에 임부광 교관이 픽 웃더니.

“본 교관의 코는 개콥니다. 53번 교육생.”

차은성이 일순 움찔했다.

“53번 교육생은 땀 냄새가 너무 납니다. 위장 전에, 몸에 충분히 흙을 발랐다면 땀 냄새가 덜 맡아졌을지도 모릅니다.”

임부광 교관의 말에 차은성이 심중 중얼거렸다.

‘그게 말이 돼? 어떻게 사람 땀 냄새를?’

차은성은 이해되지 않았다. 사람보다 천 배 이상으로 후각이 발달되어 있다는 개라면 모를까?

‘어떻게?’

차은성은 임부광 교관이 자신의 땀 냄새를 맡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눈치를 챈 걸까?

임부광 교관이 차은성을 향해 몸을 돌렸다.

“못 믿는 모양인데.”

“…….”

“공정 통제사가 달리 공정 통제사가 아닙니다. 53번 교육생. 군견의 후각조차 속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공정 통제사가 될 수 있습니다.”

차은성은 심중 중얼거렸다.

‘그게 사람입니까?’

반감이 절로 생긴다. 사람의 능력 이상을 요구하는 공정 통제사의 특훈이다. 입에서 욕이 나올 정도로…… 너무 빡세다!

*    *    *

잠시 후.

차은성을 포함, 다섯 명의 교육생이 나란히 섰다.

그들의 정면.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 조은환 소령이 서 있었다.

그의 좌우 뒤에 이영운 교관과 임부광 교관이 역시 서 있었다.

“교육생 여러분, 대단히 실망스럽습니다.”

조은환 소령이 교육생들을 좌에서 우로 쓸어 보았다.

“각 군 특수부대 출신인 교육생들이 이렇게 위장 능력이 떨어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조은환 소령이 거침없이 말하며 교육생들의 자존심을 가차 없이 짓밟았다. 다분히 분발을 촉구하는 의도적인 발언이었다.

교육생들은 무표정했다.

그들의 얼굴에서 감정 변화를 찾아볼 순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눈은 달랐다. 성난 빛이 한가득이다.

다들 자존심이 상한 눈치다.

조은환 소령이 쉬지 않고 말했다.

“위장 능력은 공정 통제사에게는 필수 중 필숩니다.”

왜 위장 훈련을 받는지, 그 이유를 조은환 소령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공정 통제사는 타군의 특수부대와 달리, 적과 교전하거나, 폭파 및 암살 등 일련의 파괴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

“공정 통제사는 무조건 살아남아야 합니다.”

“…….”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느냐?”

“…….”

“그것이 공정 통제사로서의 능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입니다.”

“…….”

공정 통제사가 여타의 특수부대와 성격 자체가 다름을 조은환 소령이 말했다.

교육생들 중 한두 명이 움칫움칫하며 의외라는 눈빛을 띠었다.

“다들 공정 통제사에 관해 추상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조은환 소령이 말하며 지휘봉을 허리 뒤로 돌렸다. 이어 양손으로 지휘봉을 쥐었다.

“우리 부대의 편제는 20~30명 안팎입니다. 하지만 실제 작전에 투입 가능한 공정 통제사는 겨우 7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

“타군의 특수부대는 소총을 비롯하여 각종 폭발물, 전투 식량 등을 소지하고 부여받은 지역으로 이동, 작전에 들어가지만, 우리 공정 통제사는 그와 많이 다릅니다.”

“…….”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우리 공정 통제사는 소총을 소지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허락된 무장은 수류탄 한두 개, 권총 그리고 탄창 한두 개. 그 정도입니다.”

“…….”

“해당 무장은 적과의 교전용이 아닙니다.”

“…….”

“해당 무장의 용도는…… 적에게 위장이 드러났을 때. 공정 통제사가 가지고 들어간 장비의 파괴!”

“…….”

“그리고 동료의 사살 및 자살용입니다.”

조은환 소령의 말에 교육생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공정 통제사를 간단하게 정의하면.”

“…….”

“‘살아 움직이는 지상 관제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적진에서 아군 항공기의 관제가 공정 통제사의 주 임뭅니다.”

조은환 소령의 말이 이어질수록 교육생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공정 통제사의 극악하기 이를 데 없는 현실에 다들 속으로 아연실색했다.

위장이 들키면 무조건 죽는다!

왜 위장을 중요시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조은환 소령의 설명이었다.

“보급은 기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운이 좋아 보급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작전에 투입된 후 최소 열흘은 지나야 합니다. 그 기간 동안 가지고 간 것으로 배를 채우고, 다 떨어지면 보급이 이루어질 때까지 굶으며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

“적진에서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것은 공정 통제사에게는 목숨을 건 도박입니다.”

조은환 소령의 이어지는 말에 차은성은 내심 중얼거렸다.

‘그게 사람이야? 초인이지.’

화가 날 정도로 극악한 공정 통제사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열흘 동안 졸졸 굶으면서 임무를 수행하라니. 너무 극단적이다.

박영광이 왜 공정 통제사의 특훈을 받으라고 말했는지 모를 수 없는 차은성이다.

*    *    *

한참 후.

조은환 소령이 설명을 마치며 교육생들을 둘러봤다.

“위장을 들킨 교육생은 오늘 저녁 배식에서 열외입니다.”

조은환 소령의 말에 교육생들이 움찔거렸다.

그나마 낙이라고는 배식인데. 굶으라니!

‘죽일!’

차은성이 심중 화냈다. 뭐라 말은 못 하겠고. 그저 암담할 뿐이다.

“다들 저녁 식사 시간에 완전군장 하고 연병장 백여 회 구보합니다. 이상!”

조은환 소령이 말하며 뒤돌아섰다.

그러자 이영운 교관과 임부광 교관이 앞으로 한 걸음 디디며 교육생들 한 명, 한 명에게 왜 위장이 들켰는지, 그리고 다음에는 어떻게 위장해야 하는지 말해 주었다.

교육생들은 귀 기울여 들으며 크게 낙담한 표정을 지었다.

저녁을 굶어야 한다!

*    *    *

무게가 30Kg 이상 나가는 군장을 짊어지고 연병장을 백여 회 구보하는 건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함께 뛰는 다른 교육생들은 다들 특수부대 출신이라, 체력적으로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눈치다.

평소 헬스클럽에서 부지런히 단련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교육생들에게 비해 체력이 달리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헉, 헉.”

차은성이 가쁜 숨을 쉬며 교육생들 맨 후미에서 뛰고 있었다.

‘망할! 체력이 다 같은 체력이 아니야.’

앞에서 뛰는 교육생들은 평소 밥 먹고 매일 고난이도의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원들이다.

NIS 필드 요원인 차은성과 비교하면 체력적인 면에서 매우 우월하다.

*    *    *

한참 후, 내무반.

“예?”

차은성은 놀라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앉은 탁자에 놓인 양은 냄비의 라면과 한쪽 옆에 있는 김치.

특식!

절로 그 말이 생각나는 성찬이다.

조은환 소령이 맞은편에 앉아 고소했다.

“뭐합니까? 드십시오.”

“아니, 제게 왜 이런 특식을?”

차은성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은환 소령이 담담하게 말했다.

“다른 교육생들은 공정 통제사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습니다만. 53번 교육생은 공정 통제사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게만 이런 특식을?”

차은성이 묻자 조은환 소령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NIS 요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차은성이 흠칫했다. 조은환 소령이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

“저희 부대에 위탁 교육을…… NIS 요원들은 대개 필드에서 활동하는…… 말 그대로 음지에서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목숨을 걸고 활동하시는 분들이라…….”

조은환 소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음지에서 활동하는 NIS 필드 요원에 대한 호의를 내비쳤다.

봐하니.

그간의 경험으로 아는 것 같다.

이유야 어쨌건, 그렇지 않아도 무지 배가 고팠던 차은성이라 주저 없이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러곤 미친 듯이 라면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후르르.

일단, 무조건 배를 채우고 볼 일이다.

‘주, 죽이는 맛이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처럼, 라면 맛이 꿀맛이다. 이제까지 먹었던 라면 중 단연 톱에 꼽힐 것 같다.

‘사람이 참 간사해. 라면이 뭐라고.’

차은성이 심중 중얼거리며 정신없이 라면을 입에 우겨넣었다. 그러곤 우물우물 씹었다.

*    *    *

얼마 후.

라면을 다 먹은 후 조은환 소령이 타 준 커피를 마시며 차은성이 행복감에 흠뻑 빠졌을 때다.

내무반으로 한 대령이 들어섰다.

기척에, 조은환 소령이 급히 앉아 있던 낡은 철제 의자에서 일어나 서며 대령에게 돌아섰다.

“충성.”

대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차은성을 돌아봤다.

그새.

차은성은 종이컵을 내려놓고 대령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교, 교관님?”

차은성은 당황한 어조로 대령을 부르며 앉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아는 이다.

회사에 갓 입사했을 때 교육을 담당했던 교관 중 한 명이었던 박상익 대령.

정말 오랜만에 뜻하지 않는 곳에서 조우했다. 새삼 박영광이 특훈을 왜 받으라고 말했는지. 그 이유 중 하나를 알 것도 같다.

“오랜만이다. 차은성.”

박상익 대령이 미소 지었다.

씨익.

차은성이 영문을 몰라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교관님.”

“어떻게 되긴. 군인이 이런저런 보직에 따라 이동하는 건 당연하잖아.”

“그럼?”

“지금은 공정 통제사를 양성하고 있지.”

“아…….”

“후후.”

박상익 대령이 나직이 웃었다.

차은성은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에 얼굴을 찌푸렸다.

“저어, 혹시 국장보님이…….”

“철저히 굴려 달라고 하시더군.”

“끄응.”

차은성이 앓는 소리를 흘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럼 그렇지.’

아무래도 박영광이 뭔가 단단히 벼른 것 같다.

시먼스 부국장.

그자 때문에 의도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리려는 것은 아닌지. 무척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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