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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91)화 (91/208)

NIS의 천재 스파이 (91)

계륵

“수사를 하지 않았다가, 만약 언론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저희 경찰은 온 국민에게 때려죽여 마땅한 놈들이 됩니다.”

“…….”

“그렇다고 수사를 밀어붙이면, 그 애들 부친들이 가진 모든 힘과 영향력으로 이 자리에 앉은 우리 모두의 옷을 벗기고 보복하려고 떼로 달려들 겁니다.”

임범철 국장이 말하며 허장강 국장을 바라보았다.

“허 국장 말대로 외압으로 수사를 제대로 진행도 하지 못할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그래서?”

조급한 티를 내며 송이인 차장이 임범철 국장을 돌아봤다.

“뭘 어쩌자는 거야?”

물음에.

임범철 국장이 잇몸을 드러내며 이를 힘껏 악물었다.

“아예 처음부터 언론에 모든 것을 까발리고 시작하는 겁니다.”

임범철 국장의 말에.

“컥!”

민경구 청장이 아연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엄청 놀란 얼굴이었다.

송이인 차장, 허장강 수사국장, 조정식 형사국장 등.

회의에 참석한 고위 간부들이 하나같이 크게 놀라고 당황했다.

그들 모두 설명을 요구하는 무언의 눈으로 임범철 국장을 보았다.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임범철 국장이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은 저희 경찰에게는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목에 걸린 닭갈비와 같습니다.”

임범철 국장이 민경구 청장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전 국민이 저희 경찰을 맹비난하며 손가락질할 겁니다.”

“…….”

“제대로 수사하자면 외압을 감당해 내야 합니다.”

임범철 국장이 말하며 간부들을 돌아봤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의 주동자 중 한 사람이자 유력한 살인 용의자인 신석구의 부친이 장 & 홍 로펌의 고문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

“아닌 말로, 대통령도 건드릴 수 없는, 눈치를 본다는 장 & 홍 로펌입니다.”

“…….”

“다들 아시다시피 장 & 홍 로펌은 법조계! 사법부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그들 맘대로 판결을 조종하고 법을 가지고 노는 자들입니다.”

“…….”

“사법 농단의 핵심이고, 사법 권력의 정점에 있습니다.”

“…….”

“검찰도 장 & 홍 로펌의 눈치를 보고 알아서 깁니다.”

“…….”

“입법, 행정, 사법의 삼권분립 중 사법부를 완벽하게 장악한 이들이 바로 장 & 홍 로펌입니다.”

임범철의 이어지는 말에 착석한 간부들 모두 긴장하며 은연중에 몸을 경직했다.

다들 알고 있다.

임범철 국장이 지금 현실을 얘기함을.

그 현실을 부정할 수 없음을.

임범철 국장이 눈을 반짝였다.

“절벽에 놓인 외나무다리를 걸어가듯이, 이번 수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

“저흰 공개수사로 이번 사건을 다루며 투명하게 저희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언론에 보여 주기만 하면 됩니다.”

“…….”

“법대로, 상식적으로 수사를 하면 국민들이 저희 경찰에게 뭐라 말하지도, 손가락질을 하지도 않을 겁니다.”

“…….”

“반대로 장 & 홍 로펌을 비롯하여 각종 외압이 저희 경찰에게 쏟아져 들어올 겁니다.”

“…….”

“하지만 언론이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공식적으로 나서진 못할 겁니다. 보나 마나 비공식적으로 저희에게 압력을 가해 올 겁니다.”

임범철 국장이 입가에 알아보기 어려운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씨익.

뭔가 있는 듯한데…….

*    *    *

임범철 국장은 경찰이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는다는 점을 말했다. 이어 수사 종결 후.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게 사건이 넘어간다는 것을 언급했다.

그러자 조정식 국장이 이채를 띠었다.

“검찰로 공을 넘기자?”

“우리야 적법하게, 법대로 수사를 했으니, 압박을 가하려면 검찰에게 해라?”

“하긴 우린 기소권이 없지.”

“하지만 검찰이 수사 초동 단계에서 지휘권을 행사하려고 할 텐데.”

조정식 국장에 이어 몇몇 간부가 말했다.

“아닙니다!”

임범철 국장이 힘찬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고위 간부들이 일제히 임범철 국장을 보았다.

“검찰이 바보가 아니라면 이번 사건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절대 관여하지 않으려 할 겁니다만.”

“…….”

“기소권이 그들에게 있으니, 결국 모든 책임은 검찰로 넘어가게 됩니다. 저희는 법대로 수사하여, 관련 의견을 첨부. 검찰로 송치함으로써 모든 것이 끝나게 됩니다.”

임범철 국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와하하하하하.”

임범철 국장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챈 민경구 청장이 회의실이 떠나가라 웃고 또 웃었다.

“그렇지. 우린 법대로 수사해서 검찰로 넘길 뿐이지. 하하하하.”

민경구 청장은 외압을 검찰로 돌릴 수 있는 명분에 쾌재를 불렀다.

재판에 넘길지, 넘기지 않을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검찰이다.

재판에 넘기지 않으면, 전 국민의 공분을 산다.

재판에 넘기면 장 & 홍 로펌과 노동부 장관 등을 필두로 외압이 가해진다.

송이인이 웃으며 소리쳤다.

“묘안이야, 묘안! 하하하하. 폭탄 돌리기구만.”

허장강 국장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습니다. 언론을 통해 저희가 얼마나 열심히 법대로 수사하는지 보여 줄 수도 있고, 외압을 검찰로 돌릴 수도 있으니까요.”

민경구 청장이 쉬지 않고 계속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임범철 국장은 민경구 청장에 이어 간부들을 둘러보며 심중 진땀을 뺐다.

‘휴우우.’

차은성의 계획대로, 그들 여덟 명을 수사하는 데 있어 미리 모든 장애를 걷어 냈다.

검찰로 넘기기 전까지, 민경구 청장과 간부들이 적극 뒤를 밀어주고 받쳐 줄 것이다.

하면.

정상적이고 상식적이며 적법한 수사가 가능해진다.

‘이후는 검찰의 몫이야.’

임범철 국장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검찰을 생각했다.

보나 마나 뻔하다. 입에서 마구 침을 튀겨 가며 경찰을 향해 쌍욕을 퍼부을 것이다.

“경찰이, 검찰에게 오물을 투척했어!”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치며 방방 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검찰의 문제야. 후후.’

임범철 국장은 검찰을 생각하며 입가에 고소를 머금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막다른 길에 몰려 엄청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    *    *

라센느 인근 카페.

차은성은 커피를 마시며 맞은편에 앉은 여동생 예서에게 서연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설명해 주었다.

딸기와 바나나를 섞은 스무디를 빨대로 빨아 마시던 예서가 순간 고개를 발딱 들었다.

격분한 얼굴이었다.

으드득!

예서가 대놓고 이를 갈며 온몸으로 분노를 내보였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양손을 힘주어 말아 쥐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 그러니깐…….”

예서가 말을 더듬거렸다.

“서연이가 사, 살해당한 거네?”

예서의 물음에 차은성이 말없이 잔을 들어 커피를 마셨다.

“오빠!”

예서가 분노에 찬 어조로 차은성을 불렀다.

차은성이 잔을 내려놓으며 예서를 보았다.

“조만간 경찰에서 공개수사를 한다고 하더라. 그럼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미리 알 수는 없는 거야?”

“무슨 수로 알아?”

차은성이 반문했다.

“라센느에 드나드는…….”

“예서야!”

차은성이 힘주어 예서를 불렀다.

예서가 주춤거렸다.

“세상에는 정도라는 것이 있어.”

“알아. 선 넘으면 안 된다는 거. 하지만 그 개자식들을 절대 가만 안 놔둘 거야.”

분노에 찬 목소리로 언성을 높이는 예서였다.

“훗.”

차은성이 실소했다.

“가만히 안 놔두면 뭘 어떻게 할 건데?”

반쯤 장난조로.

예서에게 세상의 무서움을 에둘러 말해 두고 싶은 마음에.

차은성이 묻자 예서가 차은성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오빠.”

“응?”

“대한민국에는 말이야.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 몇 있거든.”

“뭘 말하고 싶은 거니?”

“그 사람들 중에…… 여고생들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되거든.”

“뭐!”

차은성이 어이없다는 투로 실소했다.

맞은편에 앉아 온몸으로 분노를 내보이는 이복 여동생 예서.

아주 당당하다.

“대통령도 못 건드리는 사람이 바로 대한민국 여고생들이야.”

뭔가 결심한 듯 예서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예서야. 넌 이제 겨우…….”

“촛불 때!”

예서가 힘주어 말했다.

“광화문 광장에 모인 사람들 중 태반이 학생이었거든. 개중에는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더 많았어. 특히!”

“…….”

“여고생들이 촛불을 주도했다고!”

“…….”

“난 그렇게 생각해.”

“…….”

“그리고 여고생을 화나게 하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 줄 거야. 서연이를 죽인 개자식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다부진 어조로 말하며 형형한 눈빛을 띠는 예서였다.

“휴우.”

차은성이 한숨을 쉬었다.

“쓸데없이 일 만들지 말고, 학교나 충실하게 다녀.”

“오빠!”

“내가 너에게 말해 주는 건, 이제 그만 서연이 잊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라고 말해 주고…….”

“아니!”

예서가 목소리를 높였다.

“잊지 않을 거야! 절대 서연이를 잊지 않을 거야!”

예서가 강한 어조로 말했다.

어딘가 모르게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지만, 차은성은 애써 무시했다.

“예서.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이제 그만 서연이를 잊어.”

“안 잊을 거야!”

예서가 맞서듯이 말하며 눈에 힘을 잔뜩 주었다.

“휴우.”

차은성이 한숨을 쉬었다.

누굴 닮아 이리 고집을 부리는 건지.

차은성은 몰랐다.

예서가 방금 전에 한 말!

예전에 이런 말이 있었다.

넥타이 부대가 나타나면 대한민국에서 정치 격변이 일어난다!

그 말은 이제 옛날 말이 되었다. 요즘은 이런 말이 있다.

학생들이 나서면 나라가 뒤집힌다!

촛불을 주도했던 것은 학생들이었다. 특히 여학생들의 공헌이 엄청났다.

다들 신세대답게 인터넷을 통한 엄청난 네트워크를 가동.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주체가 되었다.

*    *    *

경찰청 회의실 밖에서 적잖은 소란이 일었다.

엘리베이터 앞과 계단.

긴급회의를 알게 된 출입 기자들이 떼로 몰려왔다.

임범철 국장이 이를 예상하고 사전에 경찰들을 배치해 두었다.

경찰들과 기자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서로 아우성쳤다.

“좀 갑시다.”

“왜 이래들!”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니잖아.”

“비켜 봐!”

기자들이 고함쳤다.

그러자 경찰들이 대꾸했다.

“저희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서로 아는 사이에, 제발 좀 그만하십시오.”

“밀지 마세요. 네에!”

“어허이. 왜들 이럽니까? 그만들 하세요. 네에!”

경찰들이 기자들을 뒤로 밀어냈다.

반대로.

기자들은 악착같이 경찰들을 뚫고 회의실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옥신각신하며 서로 몸싸움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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