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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82)화 (82/208)

NIS의 천재 스파이 (82)

미션 대련

“어째, 억지로 일을 만들어 제게 오더를 주는 것 같은데요.”

“실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서 빨리 빼내 오기나 해. 아마 모르긴 몰라도, 대련 공안국 감방에서 북으로의 송환에 대한 두려움으로…… 덜컥 자해해서 감방에서 죽어 버리기라도 하면 곧바로 한중 간의 외교 문제로 비화돼.”

“…….”

“그럼 언론에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고. 그렇게 되면 언론 매체들이 너도나도 아우성쳐 댈 거야. 자국 국민이 중국 공안국 감방에서 자살하는 동안 외교부는 뭐 하고 자빠졌냐고 말이야? 그러니깐 가서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

박영광이 채근조로 말하며 젓가락으로 잘 구워진 김치 한 조각을 집었다.

쏙.

그러곤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차은성을 보았다.

그러자 차은성이 말했다.

“뭔가 구린내가 나는 것 같은데요.”

“그건 현지에 가서 알아봐.”

“…….”

“현지 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

“그렇다고 시끄럽게 판 벌이지는 말고.”

박영광이 주의를 주었다.

차은성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냥 가서 데리고 오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임무야. 무슨 뜻인지 알지?”

박영광이 확인하려 했다.

차은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들었다. 그러곤 잔에 남아 있는 사이다를 단숨에 마셨다.

*    *    *

며칠 후, 대련 공항.

외교부 직원으로 위장한 차은성을, 마중 나온 두 남녀가 맞았다.

오설록. 이가이.

둘 다 외교부 주 대련 출장소 소속으로, 오설록은 사수였고 특이한 이름의 이가이는 시보였다.

차은성은 두 남녀와 짧은 인사를 주고받은 후 이동했다.

*    *    *

도로를 주행 중인 차내.

오설록이 운전하며 현 상황을 설명했다.

“……알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중국 공안들의 부정부패가 의외로 심합니다. ……담당인 노대문을 매일 만나 석방을 강력히 요구하고는 있지만…… 차일피일 미루며 이렇다 할 죄명도 말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오설록이 은근 화를 내보였다. 그동안 담당인 노대문을 상대하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모양이다.

“담당인 노대문에 관한 자료는?”

차은성이 말하자 조수석에 앉은 이가이가 돌아봤다.

“여기.”

그녀가 황색 파일을 내밀었다.

*    *    *

잠시 뒤.

파일을 뒤적이며 내용을 살피던 차은성이 말했다.

“공안국 국장 손로환의 수족 같은데.”

“맞습니다. 공안국장 손로환의 측근입니다.”

“음…….”

차은성이 침음을 흘렸다.

국장이라면 고위직 공안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손로환이 해결의 키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차은성이 운전 중인 오설록을 바라보았다.

“노대문과 저녁 식사 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겠습니까?”

“접대를 염두에 두고 계십니까?”

오설록이 실내 미러를 힐긋 보았다.

“일단은 그와 만나 공안국장 손로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할 것 같습니다만.”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약속을 잡아 보겠습니다.”

“그리고…….”

차은성이 이가이를 보았다.

“공안국장 손로환에 관한 자료가 있습니까?”

묻자.

“네, 있어요.”

이가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다시 돌아보더니 황색 파일을 다시 내밀었다.

차은성은 말없이 파일을 받아 들었다.

*    *    *

대련 공안국 면회실.

차은성은 오설록과 이가이에게 문을 단단히 지키라고 말했다.

“……만에 하나지만…… 면회를 방해하려고 할지 모릅니다. 그러니…… 면회가 끝나기 전까지, 절대 들여보내서는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걱정 마세요.”

오설록과 이가이가 다부진 어조로 대답했다. 자신감을 내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그리 썩 믿음이 가진 않는다.

*    *    *

잠시 뒤.

끼익.

서류 가방을 왼손에 든 차은성이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며 차은성이 재빨리 내부를 훑어보았다.

정면 중앙에 유리가 있다. 보나 마나다. 해당 유리 너머에 대련 공안국 직원이 몇 있을 것이다.

좌측에는 테이블과 낡은 나무 의자가 둘 놓여 있었다. 테이블 너머 의자에 잔뜩 겁먹은 방여옥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경계의 눈으로 면회실로 들어온 차은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차은성은 그녀에게 걸어갔다.

저벅저벅.

이내 이르러 의자에 앉은 왼쪽 발치에 가방을 내려놨다.

“안녕하세요.”

방여옥이 예의 경계의 눈으로 차은성을 보았다.

차은성이 마주 보며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안심하십시오. 한국 외교부 직원입니다.”

“아…….”

방여옥이 반색하며 무척 들뜬 눈빛을 띠었다.

“잠시만요.”

차은성이 말하며 왼쪽으로 몸을 숙였다.

방여옥이 차은성을 빤히 지켜보며 어리둥절해했다. 차은성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걸까?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차은성이 한 기계장치를 테이블에 올려놨다.

틱.

차은성이 레버를 올리고 버튼을 누르자 상단의 램프에 붉은빛이 들어왔다.

차은성이 방여옥을 바라보며 설명했다.

“도·감청 방지 장칩니다. 안심하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공안들이 우리의 대화를 들을 수 없으니까요.”

“아…….”

그제야 방여옥이 차은성의 행동을 이해했다. 그녀의 낯빛이 이내 밝아졌다.

“그럼 얘기를 시작해 볼까요?”

차은성이 말하며 미소 지었다.

“네에. 저 좀 빨리 여기서 내보내 주세요.”

방여옥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며 애원의 눈빛을 띠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밖에서 관련 조치를 취하고 있으니, 조만간 석방되실 겁니다.”

차은성은 방여옥을 안심시켰다. 이어 그녀가 왜 대련으로 왔는지 물었다.

“흑.”

방여옥이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북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탈북 시키려고 그동안…… 브로커가 급히 대련으로 와 달라고…….”

차은성은 말없이 방여옥의 설명을 경청했다. 이윽고 그녀의 설명이 끝나자 차은성이 말했다.

“대련 공항에서의 상황을 자세히 말해 주시겠습니까?”

“네.”

방여옥이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흠.”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차은성은 확신했다. 박영광이 말한 것처럼 중국 출입국 관리 사무소 직원이 방여옥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방여옥의 설명이 끝났다.

그러자 차은성이 말했다.

“아무래도 유인당하신 것 같습니다.”

“네에?”

방여옥이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일부러 대련으로 오시게 만들려고, 브로커가…… 어쩌면 브로커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

방여옥은 실색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양손을 들어 두 눈 아래를 가렸다. 엄청 놀란 모습이었다.

차은성은 이해되지 않았다. 방여옥은 평범한 탈북민이다. 그녀를 대련으로 유인할 필요나 이유가 무엇일까?

차은성이 혹시나 싶어 방여옥에게 물었다.

“혹, 북에 있을 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

방여옥은 말이 없었다. 그녀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는지 쉴 새 없이 눈을 깜빡였다.

잠시 후.

방여옥이 말했다.

“어쩌면 남편 때문일지도 몰라요.”

“남편 때문에?”

“예에.”

방여옥이 머리를 끄덕이더니 말하기 시작했다.

의외였다.

방여옥의 말에 따르면, 그녀와 어린 자녀들을 탈북 시키는 과정에서 남편이 보위부에 의해 죽었다고 한다.

“……남편은 인민무력부 산하에 있는 동해 무역 과장으로……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지에서…….”

“…….”

“남편이 저와 아이들을 탈북 시키면서 그랬어요. 남편의 뒤를 봐 주던 분이 권력 다툼 중이었는데…… 틀림없이 그분의 경쟁자인…… 저와 아이들을 인질로 남편을 협박할 거라고 했어요.”

“…….”

“……남편이 함께 탈북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저와 아이들을 따로…… 적잖은 달러와 위조 여권을 제게 쥐여 주며…….”

방여옥의 말에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심중 적잖게 당황한 차은성이었다.

‘슈퍼 노트!’

틀림없다. 방여옥의 남편은 북한 내에서 만든 위폐를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등에 퍼트리고.

해당 지역에서 진폐. 진짜 달러를 북한으로 가져가는 일을 맡았던 것이 분명하다.

필시 방여옥의 남편이 아내와 아이들을 탈북 시키면서 상당한 달러를 어딘가로 빼돌렸거나, 해당 위폐 유통망을 감추었을 것이다.

그것을 확보하려고 경쟁자였던 자가 방여옥을 대련으로 유인하지 않았을까?

차은성이 심중 그렇게 생각하며 방여옥에게 말했다.

‘어쩌면…….’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윤곽이 잡혔다. 그 윤곽을 방여옥에게 말해 주었다.

방여옥이 크게 놀라 어쩔 줄 몰라 했다.

차은성은 그녀를 보며 평범한 탈북민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왜 대련 공항 출입국 사무소 직원이 방여옥을 알고 있었는지. 이젠 알 것 같다.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이, 이제 어떻게 하죠?”

방여옥이 겁먹은 어조로 말했다.

“한국에는 아이들이 있어요. 저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해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한국으로 돌아가실 겁니다.”

차은성은 안심시키려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안심하십시오. 방여옥 씨는 이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인 방여옥 씨를 보호할 겁니다.”

“가, 감사해요. 흑!”

방여옥이 울먹이려 했다.

“침착하셔야 합니다. 지금 당장 석방은 어렵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나오셔서 다시 한국으로 가실 수 있도록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여옥이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때.

“물러나세요!”

“비켜!”

“면회는 피의자의 정당한 권리예요. 아시겠어요?”

“안 비키면 강제로 비키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대한민국 외교관입니다. 저희 몸에 손을 대는 순간. 외교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밝혀 두는 바입니다.”

“비엔나 협약에 따른 외교관의 외교특권. 말씀드릴까요?”

밖이 시끌시끌했다.

방여옥과의 대화를 엿들으려던 공안들이, 엿듣지 못하게 되자 면회실로 몰려온 것 같다.

의외로 오설록과 이가이가 잘해 주고 있었다.

차은성은 방여옥을 바라보았다.

“안심하세요.”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녀를 다독였다.

*    *    *

면회실 문밖.

오설록과 이가이가 서너 명의 공안과 옥신각신 중이었다.

공안들은 목청을 높일 뿐 오설록과 이가이의 몸에 손을 대진 않았다. 신분이 외교관임을 감안한 것 같다.

“면회 시간 끝났습니다.”

“면회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시간이 다 됐단 말입니까?”

“이거 봐요. 원래는 면회가 안 되는 것을, 편의를 봐 주었으면 곱게 협조를 해야지. 자꾸 이렇게 공무를 방해하면 가만 안 있겠습니다.”

“정상적인 영사 업무를 방해한다면 귀국 외교부에 정식으로 항의하겠어요.”

오설록, 이가이가 공안들과 설전을 벌였다.

“명확한 죄명도 없이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을 불법 구금한…….”

“우린 중국 법에 따라 공무를 수행할 뿐입니다. 그러니 어서 비켜요.”

“명백한 불법감금이에요.”

“빨리 안 비켜요.”

공안들이 고함치며 강제로 면회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오설록과 이가이는 필사적으로 공안에게 맞서며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 그런 한편으로 고함쳐 면회실 안에 있는 차은성에게 밖의 상황을 알리려 했다.

*    *    *

잠시 뒤.

문이 열리며 가방을 든 차은성이 나왔다.

오설록과 이가이가 돌아봤다.

“나오셨습니까?”

공안들이 차은성을 보며 다소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차은성은 오설록과 이가이를 보았다.

“수고 많았습니다.”

“아닙니다.”

“죄송해요. 도움이 못 된 것 같아요.”

“아닙니다.”

차은성은 오설록과 이가이에게 말한 후 공안들을 보았다.

“손로환 국장님을 뵙고 싶습니다만.”

차은성의 말에 공안들이 어리둥절해하더니 서로 돌아봤다.

어쩌지?

공안들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했다. 그게 무슨 큰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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